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27)
제27화
27화 – 질투의 끝에서 찾은 재능 (2)
#1
아카데미에는 금지된 물품이 몇 가지 있었다.
주로 타인의 마음을 조종하거나 몸을 구속하는 물건들이었다.
쥐도 새도 모르게 감금하거나 납치가 일어난다면, 특히 곤란한 물품이었으니까.
사실 그런 사건은 꽤 자주 일어나는 편이었다.
그래서 세운 원칙이 바로 ‘미토스 아카데미는 모든 가문의 영향에서 자유롭다’라는 것.
금지된 물품을 가지고 온 대가는 퇴학 및 가문에 대한 제적.
“이거 진짜 괜찮은 거 맞지?”
“뭐 어때. 보는 사람도 없는데.”
“맞아, 장난이잖아? 그냥 소소하게 할 수 있는 장난-.”
리비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가 다시 여유로운 웃음을 되찾았다.
이게 들키겠는가.
철저한 준비를 해서 온 것이다.
절대로 들킬 일은 없었다.
목격자도, 증거도 없었으니까.
문제는 이놈들의 입을 막는 것이었다.
그래서, 리비는 교묘한 말솜씨를 섞었다.
-사람은, 자신이 한 행동에 죄책감이 없을 때, 더욱 거침없이 행동한다.
심각하지 않다며, 이건 범죄가 아니라며 합리화한다.
그래, 이건 그저 장난이니까.
“우린 얼른 가져다 두고 오기만 하면 되는 거야. 알겠지?”
“골탕 좀 먹어 보라지.”
“진짜 아카데미만 아니었으면 확-.”
자신들이 어떤 짓을 저지르는지도 모르는 채, 리비의 인솔 아래 본관으로 향하는 일행.
들키지 않게 살금살금 이동한 그들은 무사히 본관에 도착했다.
그래, 오늘 동아리에 가입했다고 했지?
그래, 그렇다면 그곳에 익숙해지게끔 만들어 줘야지.
어차피 하루다.
하루만 버티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는 거야.
‘내가 구해 주면 되는 거야. 그리고 마누스 선배랑 연을 트자.’
리비의 머릿속에서 하나의 큰 그림이 그려졌다.
마누스.
이 아카데미의 폭군이자 홀로 다이아 등급의 임무를 하루 만에 완수한 사람.
이미 학생 수준이 아니라고 정평이 나 있으며, 지금 바로 마법병단, 마법사단에 입단에도 문제없을 사람이라지.
그녀의 가문을 살리기 위해선, 마누스의 힘이 필요했다.
해리 가문이 절대 넘보지 못할 뒷배경.
멀리 도약할 수 있는 발판.
누군가 들으면 참 건방지고 허황된 꿈이라고 생각할 당돌함이었다.
일행은 동아리실 끝 방에 도착했다.
“얼른 넣어 버려.”
“문은?”
“놔둬. 깨어나면 알아서 오겠지.”
수군거리는 독수리반 아이들을 보며, 리비가 다시 웃음을 지었다.
이래서 머리가 나쁜 애들은 안 된다니까.
동아리실 한쪽 구석에 멜라니를 아무렇게나 넣어 둔 이들이 우르르 빠져나갔다.
곧 순찰 시간이었다.
달칵-.
문이 닫혔고, 리비는 보이지 않게 마나를 움직였다.
[클라도]철걱-.
문이 밖에서 잠겼다.
힘이 조금이라도 있는 성인 남자라면 충분히 풀어낼 수 있는 마법.
하지만 갇혀 있다는 공포는 이루 말할 수 없겠지.
‘이거면 됐어. 밖에서 기다리다가 다시 와야지.’
멜라니는 아무것도 없는 곳에 홀로 버려졌다.
그리고 그녀가 있는 곳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침식이 시작되었다.
한순간의 선택은 언제나 운명을 바꾼다.
오늘, 그녀의 선택 역시 마찬가지였다.
치기 어리다고 할 수 있는 선택.
-때로는 유치한 선택이, 거대한 폭풍을 몰고 오는 법이다.
나비의 날갯짓이 그러하듯이.
#2
시간이 조금 지났다.
리비는 약효의 지속 시간을 계산한 후, 여유롭게 본관으로 향했다.
질질 짜고 있을 멜라니의 얼굴이 선했다.
열리지 않는 문을 두고 안간힘을 쓰고 있을 얼굴이 보고 싶었다.
그녀도 마법을 쓸 수 있으니, 벌써 나왔을 수도 있을 거야.
걸음걸이가 점점 빨라졌다.
‘제발 질질 짜고 있어라. 그래야 내 그림이 완벽해진단 말이야.’
두근거리는 마음이 커졌다.
동아리실에 가까워질수록,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이렇게까지 가슴이 뛰었던 일이 언제 있었던가.
기대감에 미쳐 버릴 것 같았다.
동아리실 앞.
리비는 심호흡을 내뱉고, 문을 열었다.
“-어?”
마법은 그대로였다.
문고리가 돌아가지 않는 것을 보아, 확실히 그대로였다.
그녀는 얼른 마법을 해제했다.
아직 안 풀렸거나, 안에서 질질 짜고 있겠지!
그녀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거침없이 문을 열었다.
최대한 표정에 신경 쓰는 것도 잊지 않았다.
“멜라니-!”
휙휙.
주변을 둘러봤지만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설마, 죽은 건 아니겠지?
완벽하게 비살상용 약을 썼다.
-절대 죽을 리가 없어.
그녀는 계속해서 동아리방을 살폈다.
“……어?”
-없다.
멜라니의 흔적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이게 뭐지?
혹시 창문으로 도망갔나?
여긴 10층이 넘어가는 높인데?
이마가 축축해졌다.
리비는 연신 두리번거렸다.
‘뭐야, 멜라니 똑똑하잖아?’
결국,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몰래 빠져나간 후에 마법을 다시 걸어, 눈속임을 하는 것.
어쩌면 지금 지켜보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탐지, 탐지 마법-.’
리비는 탐지 마법까지 써 봤다.
하지만, 여전히 걸리는 것은 없었다.
뭐지 이 찝찝한 기분은-.
“뭐야 진짜 재미없게.”
리비는 그렇게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내일 물어보면 되겠지.
그녀의 두 눈이 착 가라앉았다.
이 정도 장난으로는 안 통한다 이거지?
‘두고 봐.’
역시, 증오의 나락은 끝이 없었다.
리비의 눈은 더욱 차갑게 변할 뿐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또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올지 알지 못했다.
-증오에 눈이 먼 자는 오히려 피해자를 저주하며 기숙사로 돌아갔다.
일이 잘못되었다는 걸 직감한 때는 다음 날, 같은 반에 멜라니가 나오지 않고 나서부터였다.
교수가 멜라니의 이름을 불렀다.
“멜라니? 멜라니 학생?”
“어제 무서운 꿈이라도 꿨나 봐요. 늦잠 자고 있는 거 아닐까요?”
리비는 일부러 자리에 없는 멜라니를 놀리듯 말했다.
그녀의 룸메이트는 다른 반이었기에, 물어볼 수도 없는 상황.
“그녀의 룸메이트가 몇 반이었죠?”
“C반이요!”
“그렇군요. 확인해 봐야겠네요.”
미토스 아카데미의 교사들은 학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아카데미라고 해서 안전한 곳이 아니다.
어느 곳보다 안전하다고 소문난 곳이지만, 수많은 이해관계가 모인 곳이다.
관계에 있어, 배경이 가진 힘은 정말 크다.
집안, 과거, 성장한 방향성과 가족들.
그 가족이 가진 이력과 특성.
아직 본인보단 가문이나 배경, 아버지 어머니에 따른 평가를 더 많이 받는 곳이 바로 아카데미다.
교사들도 알고 있다.
해리 가문은 적이 많고,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을.
‘설마, 내가 생각하는 최악의 상황은 아니겠지.’
B반의 담임이 인상을 찌푸렸다.
저기서 이상한 미소를 짓고 있는 리비의 말대로 별일 없었으면 좋으련만-.
그의 불안감은 점점 커졌다.
수업을 진행하는 것보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더 낫겠다는 판단이 섰다.
“거기, C반으로 가서 멜라니의 룸메이트를 데려오세요.”
“알겠습니다.”
종종걸음으로 사라진 학생 한 명.
교사는 잠시 걱정을 미뤄 두고 오늘 있을 수업을 브리핑했다.
아직 1학년이고, 학교에 적응할 기간이었다.
벌써 수행평가와 결투 평가, 다양한 실습을 하는 2학년보단 훨씬 널널한 편.
이론과 연습, 모든 과목에 대한 맛보기를 위한 기간이랄까.
“오늘부터 각 분야의 교수님들이 차례대로 교육을 진행할 겁니다. 여러분은 2학년까지 결정할 ‘전공’에 대해서 생각해야 합니다.”
전공.
종류는 다음과 같았다.
순수한 원소를 다루며 공격적인 마법을 다루는 원소학.
강화, 약화에 관련된 마법을 다루는 지원학.
무술과 마법을 합쳐, 근접전을 활용하게 되는 마투학.
아주 드물지만, 정령과 소통할 수 있는 이들이 선택하는 정령학.
마법을 이용해, 다양한 포션을 제작하는 연금학.
마지막으로 퍼밀리어와 소통하고, 그들을 사육하는 소환학.
“전공은 크게 여섯 가지로 나뉘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더 많은 특기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다양한 수업을 들으며, 자신의 적성을 찾아야 할 겁니다.”
“네-.”
“의욕이 넘쳐서 좋군요. 선배들이 없는 일주일간, 여러분은-.”
드르륵-.
교사의 말이 끊겼다.
C반에 다녀왔던 학생이 어벙벙한 표정으로 교실 문을 열었기 때문이었다.
-아.
뭔가 잘못됐구나.
표정만 보고도 분위기를 유추할 수 있었다.
이거, 또 난리가 나겠는데-.
“어…… 선생님.”
“기숙사에 안 들어왔다고 하던가요?”
“네? 네-. 어제 멜라니는 기숙사에 안 들어왔대요.”
어-?
이상하다?
그 말을 들은 리비가 고개를 갸웃했다.
동아리실에도 없었고, 기숙사에도 없다고?
집으로 갔나?
‘어떻게 된 거야?’
이상하잖아.
이거 설마, 누군가 못된 짓 한 건 아니겠지?
그녀의 머릿속이 복잡해질 때, 교사가 학생들에게 대기하라고 한 후 황급히 밖으로 나섰다.
“모두 자리에 대기하고 있으세요.”
“……뭐야?”
“무슨 일인데? 멜라니 없어졌대?”
“누가 납치한 거 아니야?”
교사가 없어지자마자 교실이 소란스러워졌다.
뭐야 이거-.
전신의 모공이 활짝 열리는 느낌은, 썩 불쾌했다.
리비는 꿀꺽, 아무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왜? 왜 없어졌어?’
혹시 그 돌머리들이 수작 부린 건 아니겠지?
그것도 아니라면 대체 뭐냐고-!
머리를 계속해서 굴려 봤지만, 나오는 답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야기는 빠르게 퍼졌다.
해리 멜라니의 실종 사건이었다.
#3
“해리 멜라니가 실종되었다는 겁니까?”
“그렇다네. 그래서 말인데, 자네가 좀 나서 주었으면 좋겠어.”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마누스에게 교사들이 찾아왔다.
아침부터 아카데미 내부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해리 멜라니 실종 사건.
그 수사를 의뢰하기 위해서였다.
현재 2학년 중 복귀한 이들은 몇 명 되지 않았다.
각자 타지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절대적인 인원이 부족했다.
조교들? 그들은 이미 노예로 전락한 지 오래였다.
그렇다고 3학년, 4학년에게 맡기자니 형평성에 어긋난다.
실력도 뛰어나고, 시간도 남고, 성적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인재.
마침 딱 있지 않던가.
다이아 등급의 임무를 하루 만에 완료하고, 선행 학습 할 필요도 없이 뛰어난 마법사.
지금 아카데미가 원하는 인재였다.
“물론 공짜로 해 달라는 것은 아니네. 성적에 관련된 걸 제외한다면, 내가 어떤 부탁이든 들어주지.”
눈앞에서 이야기하는 사람은 1학년 수석 교수인 이릴레스 트렌트 남작이었다.
오직 마법 실력 하나만으로 귀족 작위를 받았고, 그 명맥을 이어 오는 가문의 가주이기도 했다.
이런 사람의 도움이라면, 도움이 될지도 모르지.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무언가?”
“3학년 수업을 듣고 싶습니다.”
“……뭐라?”
뜬금없는 말이라, 트렌트 교수가 눈을 크게 떴다.
2학년 수업부터는 내로라하는 가문 자제들도 따라가기 벅찬 내용이 많았다.
이제 갓 2학년으로 올라온 학생이 3학년 수업을 듣는다?
따라올 수 있는 건 둘째 치더라도 2학년 성적까지 망칠 수 있는 일이었다.
“3학년 수업은 정말 어렵네. 기본적으로 4클래스 이상의 마법들을 다루니까.”
“괜찮습니다. 4클래스라면 이미 사용할 수 있습니다.”
“…….”
뭐 이런 놈이 다 있냐는 눈빛을 받았다.
마누스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하며, 교수를 바라봤다.
되는 걸 된다고 하는 게 잘못은 아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