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275)
275화 – 뭐가 그렇게 억울했느냐
#1
억울한 감정, 켜켜이 쌓인 감정들은 정말로 무서운 원동력이었다.
찾아내지 못하고 쌓아두는 것이야,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 시절이 있었지, 하며 넘기면 될 일이었으니.
하지만, 그것이 기폭제가 되어 쏟아지기 시작한다면, 그 사람은 맹목적이고 저돌적인 인간으로 변하게 되었다.
“아버지 역시 마찬가지예요. 당신이 조금만 처신을 잘했어도-!”
“…….”
콰아앙-!
에즈라는 덤덤히 클라리나를 몰아쳤다.
그녀의 재능은 실로 무서웠다.
이성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을 보아, 이건 순전히 그녀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것.
몸을 움직이는 것과 마나를 제어하는 것.
전투 센스라고 칭하는 순간적인 움직임들이 대처 곤란할 정도로 날카로웠다.
에즈라는 숱한 전장을 다녔고, 무수히 많은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공격을 맞았다.
그렇기에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이지, 웬만한 수호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당황했을 터다.
‘정말 강하구나. 네가 목표로 했던 경지가 이 정도였느냐?’
에즈라는 조금씩 강해지는 딸의 공격을 받아내며 뇌까렸다.
꾸준히 훈련했다면 이렇게 되었을까?
아니, 어쩌면 이보다 더욱 뛰어난 실력을 갖췄겠지.
기본기 하나는 탄탄하게 가르쳤을 테니까.
“가주님. 전력을 내보이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슬슬 재미없어지려고 하네.”
“더 출력을 올렸다간, 네 몸이 버티질 못할 게다. 정녕 죽고 싶은 게냐?”
“그것도 괜찮겠네요. 어차피 저는 이 가문에서 별 쓸모도 없을 텐데.”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널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 네가 나오기만을 기다리던 이들이 많았다.”
거짓말.
클라리나는 이를 악물고 마나를 해방했다.
끈적하고 기분 나쁜 마나라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지금 그녀의 힘은 이곳에서부터 기인했다.
그녀 자신이 누구와 계약했는지 이제 와서 깨달았다.
그럼에도 멈출 수 없었다.
마누스, 그를 향해 모든 것을 쏟아낼 때까진, 절대 멈출 수 없었다.
그 녀석 때문에 포기한 게 얼만데.
그 녀석 때문에 버린 것이 얼만데-!
[거짓마아아아알-!]복받쳐 오르는 감정에 소리치자, 악마의 목소리가 덧씌워져 쏟아졌다.
거짓말이다.
모두 거짓말이야.
그녀는 희생양일 뿐이었다.
카이사르 가문과의 계약을 위한 희생양.
그래서 자신을 가두고 거들떠보지도 않았겠지!
클라리나가 느꼈던 절망감은 생각 이상으로 거대했다.
그것은 곧 힘이 되어, 그녀의 마나를 더욱 강력하게 만들었다.
[네 안에 있는 감정을 폭발시켜라.] [저들은 너를 가두고 관심조차 주지 않았던 이들이다.] [저들을 죽이고 제물로 바쳐라. 저들은 네 인생에 쓸모없는 것들일 뿐이니.]머릿속에서 울리는 목소리가 조금씩 커져갔다.
종국에는 그 목소리밖에 들리지 않아, 그것이 그녀가 움직이는 원동력 그 자체가 되었다.
“당신들은…… 그랬으면 안 됐어.”
주르륵, 눈물인지 피인지 모를 것이 클라리나의 두 눈에서 흘렀다.
그 모습이 더욱 그로테스크해, 에즈라의 가슴을 후벼팠다.
“그래, 그랬으면 안 됐다. 내 잘못이고, 가문의 잘못이었지.”
“그러니까, 다들 죽으세요. 내 눈앞에서 사라지세요. 난…….”
당신들을 죽이고 마누스에게 복수하러 가야겠으니.
그녀가 돌격했다.
마나의 힘으로 방패 위에 회전하는 칼날을 만들었다.
그것은 버클리 가문의 비기라고 할 수 있는 기술.
적들을 분쇄하고 오는 공격을 갈아버리는 공방일체의 비기였다.
[버클리 전용기 : 세라투스]기이이이잉-!
마나 때문에 공기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회전력에 공기가 갈려 나가며, 왕왕 울었다.
에즈라 역시 같은 기술을 꺼내 들었다.
위잉-.
소음은 적지만 날카로움은 차원이 달랐다.
거기에 더해, 예전 기예르모가 선보였던 기예도 등장했다.
정식 명칭은 [오르비스].
회전하는 천체의 모습을 따 만들어낸 전용기였다.
“널 상대로 이 기술들까지 꺼내게 될 줄은 몰랐단다.”
“아버지. 절 너무 얕보시네요.”
그녀는 싱긋 웃었고, 그대로 방패를 날렸다.
에즈라 역시 방패를 날렸다.
콰드드드득-!
섬뜩한 소리가 울리고, 2차전이 시작되었다.
#2
기예르모를 비롯한 일행은 계속해서 전투를 치러야만 했다.
가는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길을 가다가 덤벼오는 이들이 부지기수이며 오크까지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다.
그래도 결국, 펜찰 바위산까지 도착하는 데는 성공했다.
“안쪽에서 엄청 싸우고 있나 본데요?”
“얼른 가시죠.”
“아버지가 위험할 수도 있다.”
지치고 힘든 길이었지만, 회복 마법과 포션으로 어찌어찌 버틸 수 있었다.
정신적 한계는 일이 다 끝나고 쉬면 될 일.
이들은 빠르게 말을 몰아 성 안쪽으로 향했다.
들어가는 일 역시 순탄치 않았다.
이미 버클리 요새에 주둔하고 있던 교단원들이 성문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었기 때문.
성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열어줄 인력은 모조리 전투에 투입된 상황이었다.
“곤란하게 됐는걸요.”
“공자님, 선택하시죠.”
“무얼.”
파비앙은 조용히 성문에 걸려있는 쇠사슬을 가리켰다.
강제로 열게 된다면, 성벽 방어는 무척 힘들겠지.
하지만 어떻게든 진입할 수는 있을 터다.
아니면 성문이 열릴 때까지 얌전히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지.
선택을 해야 했다.
강제로 열고 들어가든가, 아니면 기다리든가.
기예르모는 방패를 굳게 쥐었다.
“케일, 부탁하지.”
“네.”
“깔끔하게 성문 자체를 날려버리자.”
“그, 그래도 될까요?”
기예르모는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케일의 실력이라면 충분히 성문을 박살 낼 수 있을 것이다.
일대를 전부 날려버릴 6클래스 급 위력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으니.
기예르모는 목소리에 마나를 실어 외쳤다.
[성문에서 떨어져라!]성문 근처에 있는 이들도 분명 존재할 터다.
혹여 민간인이나 중요한 사람이 다치면 안 되었기에 그는 반복적으로 외쳤다.
그 사이 케일이 마법을 준비했다.
파비앙은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케일을 보호하는 위치로 향했다.
파지직-!
성벽만 깔끔하게 날리기 위해서 케일이 선택한 마법은 화염 마법.
불길이 치솟는 형태의 마법이 아닌, 성벽을 구성하고 있는 철과 나무를 가열해 떼어내는 형식의 마법을 선택했다.
계산은 빨랐고, 다행히 요새에 마법적인 방비는 없는 것으로 보였다.
“혼란으로 인해 마력 방벽이 비활성화 되어 있습니다. 성문은 비교적 쉽게 날릴 수 있을 겁니다.”
“예.”
“그나저나…… 정말 아카데미 생도가 맞습니까?”
파비앙은 심상치 않은 마나를 느끼고는 기예르모에게 물었다.
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당연히 아카데미 학생이지.
정복을 보면 모르겠는가.
그는 이상한 것을 묻는다는 듯, 파비앙에게 말했다.
파비앙 역시 옛날에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버클리 가문에 영입된 케이스였으니.
“그대가 아카데미에 다닐 때랑 정복이 바뀌었나?”
“그건 아닙니다만.”
“케일도 그런 부류다. 천재나 괴물이라고 부르는.”
“……대단합니다.”
기예르모는 케일을 바라보고는 다시 외쳤다.
성벽이 날아갈 것이니, 근처에 있는 이들은 모두 피하라고.
전달되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잘 전달되었길 바라는 수밖에.
“준비, 됐어요.”
화르르르르-!
케일의 손에 거대한 화염이 들렸다.
그것은 마치 검의 손잡이처럼 보이기도 했다.
두 사람이 한 발자국 물러났다.
케일은 손을 앞으로 뻗어, 마법을 시전했다.
실로 깔끔하고 아름다운 마법이었다.
[아르도르 : 쥬덱스]치이이이이-.
레이저처럼 뻗어나간 열기는 주변에 불을 붙이지 않고 성문의 테두리를 떼어냈다.
마법을 유지할 집중력, 마법진의 구성을 비트는 힘.
그 모든 것이 필요한 기예였다.
그런 걸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는 모습이나, 기행을 당연하다는 듯, 그저 덤덤하게 바라보는 모습이나 모두 놀라웠다.
제국 최고의 요새가 지닌 성문이 떨어지는 걸 바라보던 파비앙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 동료들이라면…….’
안쪽에서 벌어지는 일을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생겨났다.
쿠우우웅-!
거대한 성문이 쓰러졌다.
흙먼지를 내며 쓰러진 성문 안쪽으로 놀라운 눈동자가 여럿 쏟아졌다.
기예르모는 퀴퀴한 먼지를 헤치며 나아갔다.
당당히 걸어가는 기예르모 일행.
전투를 멈추고 그곳을 바라보는 이들이 있었다.
기예르모는 천천히 안쪽으로 들어가, 케일에게 말했다.
“적아를 구분할 수 있겠나?”
“네. 저는 가능해요.”
그녀의 눈동자가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마나를 감별하고 볼 수 있는 눈.
오직 그녀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힘이었다.
적들은 케일이 지닌 힘을 알아보고는 뒷걸음질 쳤다.
“모두, 제가 표식을 찍는 이들만 공격해 주세요.”
“아, 아카데미 학생?”
“이 학생을 따라 지원하라. 공자가 내리는 명령이다.”
“……알겠습니다.”
기예르모는 케일을 뒤로하고 달렸다.
파비앙은 부하 기사를 남기고 기예르모를 따라갔다.
저쪽에서 친숙하고 거대한 기운이 부딪치고 있었으니.
“우리는 가지.”
“알겠습니다. 공자님.”
두 사람은 요새 안쪽으로 쭉쭉 나아갔다.
쿠웅-.
거대한 힘의 충돌이 느껴졌다.
하나는 익숙한 아버지의 기운.
다른 하나는 익숙하지만 낯선, 그리고 매우 불쾌한 기운이었다.
“흐아아아아압!”
째질 듯한 기합이 들렸다.
기예르모는 그 기합이 누가 지르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어찌 모를 수 있을까.
항상 자신의 방패를 가격할 때 질렀던 누이의 기합이었으니까.
그는 전투의 현장에 도착했다.
부디, 불길한 상상이 현실이 되지 않길 바라면서.
콰아앙-!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강하게 부딪힌 방패.
“아버지…… 누나.”
“영주님! 공녀님!”
두 사람의 등장에 전투가 잠시 멈췄다.
클라리나의 두 눈이 파비앙을 바라봤다.
그녀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왔구나. 나의 심복. 준비는 끝났니?”
“…….”
그 말을 듣는 순간, 파비앙의 눈빛이 이상하게 변했다.
[복종하라] [물을 받아마시지 않았느냐] [우리의 세례를 받았으니, 이제 복종하라] [죽여라, 기예르모를 죽여]“파비앙 경?”
“피해라! 기예르모!”
“하핫, 내 명령을 따라, 파비앙.”
“……알겠습니다.”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각개 격파.
서열 40위의 악마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기도 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