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276)
276화 – 전부 쏟아내면 나가는 거다?
#1
“크헉! 크하악!”
“벌써 끝인가?”
아무도 없는 수풀.
상처와 피, 땀으로 범벅이 되어버린 신체가 나뒹굴었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높은 벽, 넘을 수 없는 존재, 자신의 무력함을 깨닫게 해 주는 이.
이런 것들을 한꺼번에 겪게 될 줄은 몰랐다.
카라는, 자신의 모든 것이 철저하게 농락당했다는 걸 깨닫고 절망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남아있지 않도록 두들겨 팬 마누스.
그는 숨만 조금 차올랐을 뿐, 심각한 상처는 하나도 입지 않았다.
“제길…… 너 정체가 뭐야?”
“카이사르 마누스. 너희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잖나.”
“하, 이거 완전히 괴물 새끼를 키웠군.”
“할 말이 없으면 이만 줄이지. 나도 바쁜 몸이라.”
카라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눈을 감았다.
정말 전력을 다해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그래도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겠지.
서로 뜻이 다르니 둘 중 한 명은 죽어야 끝날 일이었다.
“얼른 죽이고 끝내라. 몸이 움직이지도 않는군.”
“사양 않고.”
서걱-.
마투학으로 벼려진 마나의 칼날이 카라의 목을 잘라냈다.
피도 나오지 않는 깔끔한 절단.
그녀의 표정은 광녀라는 칭호에 어울리지 않게 평온한 모습이었다.
이걸로 일단 서브 퀘스트는 끝났다.
마누스는 심호흡으로 심신을 다스리고 고개를 돌렸다.
케일, 그리고 녀석들은 잘하고 있을까?
녀석들이 아무리 조연이라 해도, 서브 퀘스트에서 죽을 정도로 약골은 아니었다.
자신이 그렇게 키우지도 않았을뿐더러, 재능 하나는 최고인 녀석들이었으니.
문제는 녀석들이 클라리나를 제압할 수 있는가였다.
필시 문제가 생겼을 텐데 말이지.
“몸뚱이가 하나라서 참 불행해.”
여러모로 손이 갈 곳은 많은데 자신은 혼자였으니, 다른 동료들을 믿는 수밖에.
그래도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었으니, 서둘러 움직이기로 했다.
부족한 것들은 포션으로 채워야 할 터.
지금은 전력으로 달려, 펜찰 바위산에 도착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가 볼까.”
파지지직-!
몸을 가볍게 해 주는 바람의 마법.
거기에 속도와 동체시력, 반사신경을 올려주는 전격 마법을 부여했다.
이제 동료들을 구하러 가야 할 때였다.
[서브 퀘스트 완료.] [보상을 정산…….]“이건 나중에.”
메시지를 가볍게 치우고 전력으로 달려갔다.
퀘스트의 이정표는 둑스 마법이 잘 가르쳐 주었으니, 이번에도 안내해 주겠지.
길 안내를 받아 거침없이 질주하는 마누스.
악마를 잡으러 가는 그의 얼굴은 제법 결연했다.
#2
콰아앙-!
기예르모는 어마어마한 힘에 의해 밀려났다.
파비앙.
그가 이미 세뇌당했을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까.
유일하게 멀쩡하던 그였다.
그런데 언제?
생각할 생각은 없었다.
그의 공격을 막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벅찼으니.
“선배!”
“파비앙도 내부자였다. 지금 상황이 좋지 않아.”
“제가 도울게요.”
케일이 가세했다.
그녀는 직접 마법을 날리는 것보다 버프 마법을 걸어주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지금은 범위가 큰 마법을 날리는 것 보다, 근원을 해결하는 것이 먼저.
그녀의 붉은 눈동자가 파비앙의 상태를 살폈다.
‘이건, 그때랑 똑같잖아?’
그리고 보았다.
클라리나라고 했었나, 버클리의 누이와 파비앙 사이에 연결된 보랏빛 마나 실.
그것이 파비앙의 정신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때 배웠었지.
이번에야말로 사용할 때였다.
도와주는 이는 없었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홀로 해내야 했다.
“선배, 조금만 버텨요.”
“알았다.”
기예르모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한층 수월하게 파비앙의 공격을 피해냈다.
정면 승부로는 답이 없는 걸 알았기에 최대한 피하거나 흘리는 방식으로 시간을 벌었다.
이지가 없이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파비앙의 공세는 웬만한 파수꾼 이상이었으니, 케일의 버프가 없었더라면 슬슬 한계였으리라.
그나저나, 새삼 놀라운 성장이라고 느꼈다.
파비앙 경은 영주, 에즈라를 제외하면 최고의 수호자였다.
그런 이의 공격을 어찌어찌 받아넘길 수 있다니, 정말 장족의 발전이었다.
‘일단 집중해서…….’
한편, 케일은 선을 끊어버리기 위한 작업을 서둘렀다.
인비데아가 보여줬던 것은 참 신기했었다.
조금만 요령을 익히면 쉽게 따라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결속된 끈은 쉽게 끊어지지 않을 것처럼 보였지만, 강력한 마법으로 한 번에 끊어낸다면 가능할 것이라 믿었다.
허공, 그리고 클라리나까지 직격할 수 있는 마법이 필요했다.
‘4클래스 정도면 충분할 거야.’
거기에 더블 스프레드까지 섞는다면, 위력은 충분하겠지.
신속하고 빠른 마법이 필요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베어내는 능력은, 확실히 전격마법 만한 것이 없었다.
전격의 창이 생성되었다.
거기에, 케일은 한 가지 능력을 더 사용했다.
붉은 눈동자가 보는 세상.
마나를 의지대로 조절할 수 있는 힘이 추가되었다.
[케일 전용기 : 미니스트로]결국 모든 스킬들, 기술, 마법은 마나가 근간이 되는 법.
그런 점에서, 케일의 전용기는 그야말로 엄청난 효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 낌새를 느낀 파비앙이 고개를 돌렸다.
본능적으로 마법사를 먼저 제거해야 한다는 걸 인지했는지, 기예르모 대신 그녀를 노리고 쏘아졌다.
“어딜 가시려고.”
콰드드득-!
뒤에서 날아온 방패에 의해 저지되는 파비앙.
움푹 패인 갑옷이 그 위력을 증명해 주었다.
기예르모가 시간을 벌어준 사이, 케일의 마법이 날았다.
절호의 기회였다.
콰르르릉-!
그것은 눈 깜짝할 사이에 섬광처럼 날아갔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제법 놀라운 결과를 낳았다.
“이런-!”
클라리나가 방패로 날아오는 마법을 받아냈다.
말도 안 되는 반응속도였다.
악마의 힘인가, 본인의 힘인가.
그건 알 수 없었지만, 케일의 5클래스 급 마법을 막아낸 것도 모자라 타격도 별로 없어 보였다.
하지만, 파비앙을 옥죄고 있던 악마의 연결이 끊겼다.
실 끊어진 인형처럼 축 늘어진 파비앙.
기예르모는 한숨 돌리며 클라리나를 바라봤다.
“이제 숨겨놓은 패는 없겠지?”
“……감히 누이를 방해해? 네가 그러고도 동생이야?”
“내 누이는 그런 모습으로 누굴 겁박하진 않아서. 나약한 사람이 아니었거든.”
“웃기는구나. 너는 아무것도 모른다. 내가 얼마나 고통 속에 발버둥 쳤는지.”
기예르모는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말하려 했다.
결국, 이렇게 나약하게 굴복할 것이었으면 왜 그런 시간을 보냈는가.
누이는 이렇게 쉽게 굴복할 사람이 아니었는데…….
“가족끼리 싸움은 거기까지 하지.”
그때, 뒤쪽에서 기다렸던 소리가 들렸다.
전신이 땀으로 젖은 남자, 마누스였다.
모든 이가 그를 바라봤다.
참으로 적절한 등장이었다.
“그래…… 네가 드디어 왔구나.”
“선배, 괜찮아요?”
“그래.”
마누스는 터벅터벅, 앞으로 걸어가 기예르모와 에즈라를 지나쳤다.
그리고 아공간에서 카라의 머리를 꺼내, 클라리나의 앞에 던졌다.
평온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곤, 클라리나가 얼굴을 찌푸렸다.
“네 안에 있는 녀석은 이놈을 알겠지. 발악하다가 죽는 꼴이 제법 인상적이었다.”
“네놈…….”
클라리나의 얼굴이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졌다.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온 목소리는 악마의 그것이었다.
마누스는 이번엔 포션을 꺼내 마셨다.
마나를 채워주고 피로를 덜어주는, 아주 비싼 포션이었다.
반나절 동안 말을 타고 걸었던 거리를 단 몇 시간 만에 주파했다.
서서히 해가 지고 있었지만, 아직 하루가 채 지나지 않은 시간이었다.
“피로한 것 같은데, 그 꼴로 날 이길 수 있겠어?”
“피차 마찬가지지.”
클라리나가 물었고 마누스가 답했다.
실제로 두 사람은 한 차례 전투를 치른 상태였다.
당연히 멀쩡한 상태가 아니었다.
게다가 마누스는 먼 거리를 쉬지 않고 뛰어왔다.
정신적, 육체적 피로가 만만치 않을 터다.
그는 클라리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원하는 대로 밖으로 나왔지만, 완전하진 않군. 그 속에 있는 걸 다 쏟아내면, 그땐 좀 얌전해지겠지.”
“널 죽이지 못하면, 차라리 내 목숨을 끊겠다.”
“잔말 말고 덤비기나 해라. 그때처럼 가문의 위상을 등에 업진 않을 테니.”
뿌득, 이가 갈리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클라리나는 앞뒤 잴 것 없이 달려들었다.
마누스 역시 마투학을 활성화하며 마주 달려들었다.
그 모습을 본 이들이 화들짝 놀랐다.
마법사라며?
동시에 달려 나가도 되는 거야?
설마, 자살하려고 하는 건 아니겠지?
‘미쳤구나, 마누스.’
클라리나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정확히는 그 속에 있는 악마, 라움의 판단이라는 것이 정확하겠지만.
그는 인간의 한계를 명확하게 정의했다.
나약하고 어리석은 존재.
한 가지 틀에 얽매여, 한 종류의 힘밖에 가르지 못하는 존재.
그것이 바로 인간이라는 존재였으니.
마법사의 한계는 명확했다.
그들은 절대 수호자, 전사들을 근접에서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
“죽어어어어-!”
콰아아앙-!
전력을 담은 클라리나의 방패.
어마어마한 마나의 충돌이 일어났다.
두 개의 신형이 반대 방향으로 튕겨 나왔다.
자세를 잡은 마누스.
반대로 주르륵 미끄러져 자세가 무너진 클라리나.
그녀는 충격을 받은 듯, 한동안 눈만 껌뻑였다.
“왜, 마법사라고 해서 나약할 줄 알았나?”
“너…….”
“가진 걸 다 부딪쳐 봐라. 네 안에 있는 악마와는 별개로, 언제든지 받아주지. 움직일 수 있는 동력원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소비해도 좋다.”
마누스 역시 끊임없는 자극으로 강해질 기회라는 걸 자각했다.
클라리나.
수년 동안 몸을 움직이지 않았지만, 재능만큼은 진짜였다.
수없이 부딪히다 보면, 서로의 감정이 희석될 것이다.
남은 것은 그저 또 겨뤄보고 싶다는 호승심뿐이겠지.
사람의 감정은 쌓이기도 하지만, 해소되거나 마모되기도 한다.
마음이란 참 신기한 것이었다.
“선배, 도와드려요?”
“됐다. 저쪽에서 볼일이 있는 건 나뿐이니까.”
마누스는 본격적으로 클라리나를 상대하기 위해 버프를 둘렀다.
지구전으로 가, 클라리나가 가진 모든 것을 끌어내게 할 생각이었다.
모든 것을 쏟아붓고 증오가 점점 승부욕으로 바뀔 때쯤이면, 클라리나를 지배하고 있는 악마를 내쫓을 생각이었다.
물론, 녀석이 일깨워준 그녀의 재능은 그대로 남겨둔 채.
그것이 마누스식 속죄였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을 수 있게 만드는 것.
마누스는 가능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