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277)
277화 – 거짓된 힘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1
악마는 인간의 정신, 혹은 육체를 지배하는 힘을 지녔다.
순간적으로 엄청난 힘을 부여하고 악마 자체가 가진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그래서 노력으로 한계를 맛본 이들은 쉽게 악마의 힘으로 눈을 돌리곤 했다.
클라리나 역시 그런 유혹에 쉽게 넘어간 것이겠지.
[마누스…… 마법사 치곤 튼튼한 모양이구나. 그 나약한 육신을 찢어주지.]클라리나의 목소리는 이미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크나큰 열망, 지난 세월에 대한 원망, 마누스에 대한 복수심 등이 빙의한 악마에게 힘을 주고 있었다.
그녀가 그런 욕망을 내비칠수록 악마는 더욱 강하게 잠식하겠지.
텅-.
그녀는 상징과도 같은 무기, 방패를 버렸다.
기괴하게 변해가는 팔과 다리는 인간의 근력을 아득히 초월한 어떤 것으로 변했다.
그래, 악마들은 육탄전을 선호하지.
인간과는 달리, 그들의 팔다리는 견고하고 강력했으니까.
콰아앙-!
클라리나가 직선으로 달려왔다.
웬만한 엑스퍼트급 전사도 막아내지 못할 돌진.
[죽어어어어-!]그녀의 분노가 고스란히 마누스에게 부딪혔다.
주변에서 구경하고 있던 이들 모두 마누스가 피하지 못할 것이라 판단했다.
그 증거로 멍하니 보고 있던 에즈라가 흠칫 놀라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마누스는 멀쩡하게 공격을 받아냈다.
후욱-.
숨이 제법 거칠었지만, 처음 이곳에 왔을 때보단 안정적인 호흡이었다.
클라리나는 멈추지 않고 공격 일변도로 마누스를 밀어붙였다.
팔, 다리, 전신뿐만 아니라 거대한 힘으로 가득 찬 마나 덩어리를 날리기도 했다.
“조심해요!”
케일의 외침에 따라, 거대한 마나 포탄을 바라봤다.
마누스의 캐스팅은 더없이 빨랐고, 강맹한 위력을 내보였다.
이제는 트레이드마크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되어버린 마법.
성창, [디비누스 아스타]가 그의 손에 잡혔다.
“악마들은 항상 그런 식이지. 본신의 힘을 갈고닦을 생각을 하지 못해.”
원작에서는 항상 그렇게 나왔다.
악마의 서열은 날 때부터 정해지는 법.
그래서 혈통이, 물려받은 것들이 중요하다지.
본래 가지고 있는 힘을 갈고닦는 건,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항상 인간에게 패배해 마계에 찌그러져 사는 것이고.
서걱-.
아직 무기술까지 배우진 못했지만, 여러 마음가짐이 마누스의 동작을 제법 깔끔하게 만들었다.
정확히 ‘한 일’자로 그어진 섬광에 마나 포탄이 갈라졌다.
[죽어라, 마누스!]그 갈라진 틈 사이로, 진짜 공격이 날아왔다.
악마답지 않은, 아주 변칙적인 공격이었다.
거대한 힘이 담겨있는, 아마도 클라리나의 기술까지 들어간 공격이겠지.
마누스도 이미 동작을 취한 다음이었기에 역 경직이 걸려있는 상태.
허를 찌르는, 완벽한 타이밍의 공격이었다.
그럼에도 마누스는 몸을 빙글 돌려 성창을 내질렀다.
일순간 빛이 반짝이며 주변이 폭발로 뒤덮였다.
찌르르 울리는 고통, 화상이라도 심하게 입은 듯, 화끈거리는 피부가 숨을 쉬기 어렵게 만들었다.
[하이 레스티오]와 마누스의 치유마법이 상처 입은 육체를 치유했다.이게 저 악마의 비장의 공격이라면, 정말 다행이겠지.
[후우…… 후우욱…….]폭발의 여파를 받은 건 마누스만이 아니었다.
클라리나 역시 육체가 반쯤 날아가 있는 상황.
날개는 찢어졌고 뿔 한쪽은 날아갔다.
인간의 것인지 악마의 것인지 모를 피가 철철 흘렀다.
죽지 않은 것이 용할 정도로 중한 상처였다.
악마의 특성 중 하나가 이곳에서 빛을 발했다.
힘이 남아있는 한, 그들은 육체를 끊임없이 재생할 수 있었으니.
악마 본체가 아닌, 빙의한 인간에게만 나타나는 특성.
“그 몸뚱이는 소중하게 다뤄주길 바라지. 가족들이 걱정하고 있거든.”
[크윽…… 네놈.]마누스는 다시 호흡을 고른 후에 앞을 바라봤다.
슬슬 집중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눈앞에 있는 악마 역시 그 사실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겠지.
시간을 조금만 더 끌 수 있다면, 충분히 체력과 마나를 회복할 수 있을 터다.
한편,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기예르모는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자신이 했던 말을 지키기 위해, 연속으로 전투를 치르고 있는 친구.
악마에게 직접적인 공격을 가하지 않으면서도 완벽하게 모두를 지키고 있었다.
‘저게, 진정 수호자가 아닐까.’
가족도 지키지 못하는 이를, 누가 수호자라고 칭하겠는가.
오히려 저기, 모든 공격을 받아내는 친구가 진정한 수호자겠지.
기예르모는 끓어오르는 무언가를 느꼈다.
이대로 있다간, 자괴감에 빠져 아무것도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지쳐 쓰러져가는 저 남자는, 실제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위치였다.
책임질 것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몸이 저렇게 망가져 가면서까지 나서는 이유는 무얼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이대로 있으면 안 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이제 지친 것 같구나. 그렇다면 선택권을 주겠다.]클라리나의 목소리가 변했다.
그녀의 목소리가 아닌, 악마의 목소리였다.
서열 40위, 여성 악마의 목소리가 스산하게 울렸다.
마누스는 들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이제 끝인가?
그렇다면, 남은 것은 정화뿐이다.
클라리나의 육체도 슬슬 한계에 봉착했는지, 회복이 다 된 육체가 부들부들 떨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럴 시간이나 있을까. 아무래도 클라리나의 의지는 그게 아닌 것 같은데.”
[뭐라? 크윽……너, 이게 무슨 짓이야!]“아무래도 클라리나는 나와 더 붙어보고 싶은 모양이군.”
[나와 계약하지 않았느냐! 내가 모든 걸 해결해 줄 수 있다!]부들부들 떨리는 클라리나의 육체.
마누스는 충분히 악마를 해치울 시간이 있었음에도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클라리나가 분명, 저 안에서 무언가 의지를 내비치고 있을 것 같았으니.
기예르모가 마누스를 향해 다가갔다.
이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찾기 위해서.
“도와줄까.”
“됐다. 네가 해줄 역할은 따로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라.”
“언제든지 필요하면 불러라. 가만히 있기엔 너무 억울하니까.”
마누스는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정말 자신을 믿어 주는구나.
진짜 동료가 되었다는 감정이 은은하게 차올랐다.
그래도, 지금은 맡은 바 임무를 먼저 완수해야 하는 법.
“클라리나 안에 있는 악마를 끄집어낼 거다. 너는 그때, 누이를 보호해라.”
“악마를 끄집어낼 수 있다고?”
“그래. 케일, 플람마를 준비해라. 최고 출력으로.”
느닷없이 마누스의 주문을 받은 케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순식간에 플람마를 짜 올렸다.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그녀는 집중해서 마법을 완성했다.
그 모습을 본 반역자들이 케일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케일 때문에 파비앙의 세뇌 작전이 실패했다.
마누스와 더불어 그녀는 요주의 인물이었다.
지금까지는 클라리나의 전투 때문에 접근하기가 어려웠으나 이젠 다르지.
“저 마법사를 쳐라!”
“위대한 존재의 강림을 방해하려는 마법사다!”
에즈라와 기예르모는 달려드는 이들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한때는 자신의 충성스러운 부하들이었다.
이제는 반역자가 되어버렸다는 것이 아쉬웠지만, 어쩌겠는가.
단호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였다.
“마법사를 보호하라. 반역자들에게 자비를 보여주지 말도록.”
중후한 목소리였다.
평소, 이 요새에 사는 병사들을 끔찍이 아끼던 영주였다.
몬스터에게 습격이라도 받는 날엔 복수심에 불탄 영주의 군대가 사방을 헤집고 다닐 정도.
하지만, 지금 그에겐 그 어떤 미련과 후회도 볼 수 없었다.
“이름이 뭡니까? 아카데미 학생.”
“케일이라고 해요.”
“케일 학생은 지금부터 왜 버클리 가문이 최고의 수호자 가문인지 알게 되실 겁니다.”
난장판이 되어버린 요새 내부, 그럼에도 많은 수의 수호자가 남아 있었다.
그들은 시민과 식솔을 보호하기 위해 방패를 들었다.
이번에는 그 방패가 케일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 되었다.
“걱정하지 말고 마누스 공자를 도와라.”
“알겠습니다. 모두, 정말 감사드려요.”
케일은 걱정 없이 고개를 돌렸다.
비척비척 일어나는 클라리나와 여전히 아무 행동 없이 서 있는 마누스가 보였다.
“으윽…….”
“아직 더 하고 싶으면 덤벼라. 고작 악마의 힘 때문에 굴복하는 건 아니겠지?”
“흐으…… 웃기지 마. 내가 누구라고 생각해?”
클라리나의 외형은 뒤틀려 있었지만, 눈빛은 다시 인간의 것으로 돌아왔다.
아직 투지는 꺼지지 않았나.
마누스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마법진을 펼쳤다.
솔직히, 조금 더 시간을 끌었으면 좋겠지만, 이제 클라리나의 육체가 한계에 달했다.
“난 예전 당신이 말한 대로, 아무것도 없는 쓰레기였지. 가문의 위세만 등에 업었던 망나니기도 했고.”
“……갑자기 그때 일은 왜? 사과라도 하려고?”
“사과하기엔 내가 짊어지고 온 것들이 많아서. 대신, 도와주겠다.”
“뭘 도와줘?”
팔다리가 후들거렸다.
속에서는 악마가 당장 몸을 넘기라고 정신을 좀먹는 중이었다.
하지만, 이제 어엿한 청년이, 카이사르 가문에 걸맞은 괴물이 되어 등장한 마누스가 앞에 있었다.
클라리나는 그래서 말을 더 들어보기로 했다.
그를 향한 원망이 다 사그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악마에게 몸을 판 것은 잘못되었으니까.
나뒹구는 방패를 보는 순간 깨달았다.
이건, 자신이 진정으로 얻고 싶은 힘이 아니었다는걸.
“그런 악마의 힘 말고, 네 본신의 실력으로 마스터급 실력자가 되어야겠지.”
“후…… 지금 와서?”
“나도 힘을 얻은 지 1년도 안 되었다.”
“…….”
클라리나는 입을 다물고 마누스를 바라봤다.
저 찬란하게 빛나는 재능의 마법사가, 단시간에 힘을 얻었다고는 믿기지 않았다.
그렇다고 올곧게 자신을 바라보는 저 눈동자에 거짓이 들어가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웃기는 소리 하고 있군. 네 영혼은 내 것이다. 그렇게 계약했으니까.]웅웅 울리는 악마의 소리가 거슬렸다.
하지만, 클라리나는 조용히 웃었다.
“그래, 내가 죽으면 영혼이든 뭐든 가져가. 하지만…… 살아있는 동안엔 다 내 마음대로 할 거야.”
클라리나의 뇌까림에, 마누스가 웃었다.
원작에서는 탑에 갇힌 공주처럼 지냈던 그녀였는데, 이제는 이렇게 빛을 볼 수 있게 되었으니.
마누스는 손을 내밀며 말했다.
“내가 넣어놨으니, 내가 꺼내주지. 도와줄까?”
클라리나의 피눈물이 한 줄기 흘렀다.
“……그래, 나 좀 꺼내줘.”
“접수했다.”
지치고 힘든 육체.
머릿속에서 계속 의식을 잠식하는 악마의 목소리.
이제 다 지긋지긋했다.
푹 쉬고, 다시 옛날처럼 땀 흘리며 훈련하고 싶은 마음뿐.
그녀는 자꾸만 통제를 벗어나려는 몸을 억지로 가누며 주변을 바라봤다.
자신 때문에, 몸속에 들어간 악마 때문에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영지.
그 원흉을 부수기 위해서라도, 그녀는 일어서야 할 이유가 충분했다.
“케일, 마법 준비됐겠지.”
“네!”
이윽고, 거대한 빛이 그녀를 강타했다.
[끄아아아아아아-!]그리고 끔찍한 비명소리가 요새를 가득 메웠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