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282)
282화 – 갑자기 분위기 보스전
#1
사도, 암브레시아는 침입자를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침입자들은 빨라도 너무 빨랐다.
탑 자체를 뒤집어엎어 놓으려는 듯, 그들은 파죽지세로 모든 것을 밀어버렸다.
그가 나름대로 준비한 시련도 무용지물이었다.
암브레시아는 작게 한숨을 쉬며 그에게 정보를 전달해 준 사도, 칸타티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분명히 성장률까지 고려해서 알려줬다고 했는데, 저건 또 무슨 결과인가.
이 새끼, 분명 자신을 엿먹이려는 것이 틀림없었다.
“저게 이제 막 마도사에 들어간 사람이냐? 그냥 마도사 그 자체잖아!”
“고정하시지요. 주민들을 더 투입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후…… 그러면 그분이 주인이 되셨을 때, 엄청 휑하지 않겠어?”
그는 애지중지 키운 파수꾼 한 명과 대화하며 상황을 보는 중이었다.
이곳, 용암지대는 일종의 형벌 장.
그분의 뜻에 반하는 이들을 잡아, 불타오르게 만드는 극한의 형벌 장이다.
그곳을 지키는 이들이 없다면, 이곳은 어떻게 되겠는가.
그래서 암브레시아는 한 가지 꾀를 내었고, 많은 인원을 투입하는 대신 형벌, 그 자체를 시련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용암지대는 항상 입구부터 출구까지 빠르게 용암이 차오르는 기믹을 지니게 됐다.
“그것도 그렇겠지만…… 아니면 그냥 시련이고 뭐고 길을 열어주면 되지 않습니까.”
최측근이자 간수장, 그리고 사도에 근접한 자가 입을 열었다.
그 말을 들은 암브레시아의 몸뚱이에서 화르륵, 불꽃이 피어났다.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이 사도는,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너도 안드레아, 그년처럼 심판받고 싶냐? 나는 아무것도 못 하고 뒈지는 것보단 이름 정도는 남기고 싶은데.”
“그렇다면, 왜 그녀는 인과율을 어긴 겁니까?”
“걔는 식물 바라기잖아. 인과율이고 나발이고 지가 키워놓은 꽃들이 다치니까 눈 돌아간 거지.”
“…….”
뭐랄까, 굉장히 현실적이면서도 한심한 이유였다.
간수장은 포옥, 한숨을 내쉬었다.
어찌 되었든 자신의 운명은 정해져 있는 것 아닌가.
열심히 반항하다가 장렬히 산화하는 것.
그리고, 나중을 도모하는 것?
간수장은 아직도 칸타티가 전해 준 내용들을 완전히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눈치였다.
벌써 60층을 돌파한 침입자들.
이대로 가다간 최단기간 돌파당한 계층으로 영원토록 놀림거리가 되겠지.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컸다.
“사도님, 그럼 아예…….”
“그만. 그냥 내버려 둬. 마나를 쏟아 부어서 애들이나 빨리 뛰게 하란 말야. 엉?”
“제 마나로는 이게 한곕니다.”
“그럼 내 마나는…… 아까운데.”
여러모로 문제가 많은 사도와 간수장이었다.
그들은 이미 마누스의 존재를 알고 있을뿐더러, 진실에도 어느 정도 접근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알고 있다고 해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 그들의 현실이었다.
인과율이라는 거대한 덫에 얽매여있는 이들.
사도는 생각보다 불쌍한 존재일지도 몰랐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다가오는 운명에 맞서 화려하게 타오르는 것뿐.
그들 역시 인과율을 부숴버릴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할지도…….
“아, 그 녀석이 있었지. 협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안 그래도 그 말씀을 드리려고 했습니다.”
“개뿔, 너도 지금 생각났잖아.”
“크흠, 어쨌든, 당장 데려오죠.”
사도, 암브레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이라도 재밌는 상황이 연출되려면, 자신들도 하나쯤, 조커는 있어야 하니까.
#2
탑 70층.
파수꾼까지 가뿐하게 격파하며 도착한 이곳에서, 드디어 퍼지는 사람이 한 명 나왔다.
피어슨은 철퍼덕 주저앉아, 도저히 더는 못 가겠다고 떼쓰기 시작했다.
“으아아-! 선배님들! 전 여기까지입니다아, 저를 두고 먼저 가시면…… 아마 제가 무척 슬퍼질 것 같습니다아아아!”
“또, 또 시작이다. 근데…… 좀 힘들긴 하네요.”
“어떻게 하루 만에 50층을 올라올 수가 있어? 응? 진짜 너무한 거 아니야!?”
마누스는 더 올라가고 싶었으나, 동료들 상태를 보아하니 이젠 무리일 것 같았다.
특히 니아와 아나이스는 눈이 벌겋게 충혈되었다.
그러면서도 별말 안 하고 있긴 하지만, 힘들긴 힘든 모양이었다.
여기까지가 이들의 한계.
마누스는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포탈이 있는 곳이기도 하니, 오늘 탐색은 여기서 마치는 수밖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 모두 고생했다.”
“으아아, 드디어 끝났다!”
“오늘은 진짜 좀 쉬어야겠어. 너무했다고 생각 안 하니? 응?”
“데모니움이 오고 있는데, 놀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니아는 손을 휙휙 내저으며 고개를 저었다.
싸움도 체력이 있어야 하는 법.
마석을 모으다가 방전된다면, 갑자기 쏟아지는 적에 대응할 수도 없잖아?
니아는 힘없는 목소리로 그런 의견을 피력했다.
“데모니움 오기 전에 우리가 먼저 죽겠어. 일단 오늘 내일은 푹 쉬고, 다시 오르자고. 어때?”
“……알겠습니다.”
맴버들 상태를 보아하니, 확실히 휴식이 필요할 것 같긴 했다.
정신없이 달렸지만, 돌이켜보니 그건 무리한 것이었으니.
칸타티의 말이 조급함을 만들어내긴 했나 보다.
마누스는 일행과 함께 로비로 돌아왔다.
블랙과 화이트를 만나, 5클래스, 6클래스 고대 마법을 배운 뒤에 기숙사로 향할 생각이었다.
터덜터덜 걸어가는 동료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니, 괜히 마음이 쓰였다.
‘그럼, 내가 조금 더 솔선수범해야지.’
[언령 : 회복]오늘치 회복 마법이 막 충전된 순간이었다.
마누스는 언령 마법으로 자신의 상태 이상, 피로, 체력과 마나를 모두 회복했다.
죽기 직전의 상태라도 살릴 수 있는 절대적인 마법.
고대 마법보다도 한 단계 위에 있는 종류의 마법이, 마누스의 상태를 말끔하게 해결해 주었다.
“먼저 들어가라. 난 잠시 들를 곳이 있어서.”
“선배, 또 무리하는 건 아니죠?”
“그래. 나도 무리했더니 좀 쉬고 싶군. 블랙과 화이트를 만난 뒤에 곧바로 기숙사로 향할 거다.”
케일이 넌지시 물어봤지만, 마누스는 덤덤하게 답했다.
같이 가서 감시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그녀의 몸도 정상은 아니었다.
당장 기숙사로 돌아가 침대에 누우라는 몸의 신호를 무시할 수 없었다.
최단 시간 안에 주파했기에 휴식 공간에도 많이 들르지 못했다.
피로는 쌓였고, 이제 진짜 푹 쉬어야 할 때였다.
케일은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한 발자국 물러났다.
마누스의 일은 마누스가 알아서 해야겠지.
“그래도, 걱정되니까 일찍 들어가요.”
“벌써부터 잔소리하면 되냐. 잘 들어갈 테니, 걱정하지 마라.”
“……넵.”
케일은 갑자기 얼굴이 붉게 변해서는 고개를 돌렸다.
마누스가 한 말이 어느 정도 와닿았기 때문.
붉게 변한 그녀의 얼굴을 발견한 니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둘이 싸웠어?”
“아, 아니에요! 얼른 가요!”
“으으, 그래, 얼른 들어가서 쉬자.”
그렇게, 동료들은 무사히 해산했다.
마누스는 그들을 바라보며 블랙과 화이트가 있는 방의 문을 열었다.
다소 무리하긴 했지만, 지금 이들의 한계를 알아볼 수 있었다.
솔직히, 정말 놀라웠다.
‘설마, 이 정도까지 성장해 있을 줄이야. 어림잡아도 50대 후반은 되겠는데.’
50레벨부터 60레벨까진 보통 세 계층이 걸렸다.
그런데 저들의 성장 속도는 마누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랐다.
만약 이것 역시 그가 생각하는 게 맞다면?
어쩌면 이 이야기 자체가 빠르게 끝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블랙과 화이트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
여러모로 물어볼 것이 많았다.
#3
마누스가 떠나간 직후, 케일은 조용히 니아의 소매를 붙잡았다.
으응? 하고 뒤를 돌아본 니아는 케일이 조용히 손짓하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둘이서만 따로 얘기하자는 뜻이겠지.
훌륭하게 보디랭귀지를 활용한 의사소통에 성공한 케일은 니아와 함께 다른 일행들의 귀를 피했다.
니아는 케일에게 궁금하다는 듯, 눈을 문지르며 물었다.
이 귀여운 후배가 어떤 말을 하려는지 궁금했으니.
“무슨 일인데 그래?”
“저기, 요즘 마누스 선배, 엄청 지쳐 보이지 않아요?”
“지친다기보단, 좀 조급해 보이긴 하더라.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긴 해.”
“어차피 내일 쉬니까, 같이 바람이나 쐬러 가요.”
니아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애들은?’이라고 물을 정도로 눈치가 없진 않았다.
사실, 니아 본인도 마누스와 시간을 보내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었으니까.
그녀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참에 다른 영지로 놀러 가는 건 어떨까?
버클리 영지에서도 큰일을 치르고 왔다고 들었다.
거기다 충격적인 소식까지 전해져, 마누스의 마음도 많이 답답할 테지.
“그래,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잖아. 바람 쐬고 오는 것도 좋겠지. 케일, 너 바다 본 적 있어?”
“바다요? 아니요. 바닷가 근처에는 살아본 적도 없어요.”
“흐흐, 아브렐 가문은 바다로 통하는 큰 강 옆이라, 갈 수 있는데. 어때?”
“당일치기 여행인가요?”
니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생각을 정리하는 것만큼 좋은 기분전환도 드물 것이다.
카이사르 역시 바다와 거리가 먼 영지이니, 좋아할지도 모르겠다.
케일과 니아는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고 마누스가 나오길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누스는 더 새로운 기운을 풍기며 로비에 등장했다.
케일은 보였지만, 니아에겐 보이지 않는 문.
그래서인지, 니아는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렸다.
“정말 신기하단 말이지. 어디서 저렇게 뿅뿅 들어갔다 나오는 거지?”
“두 사람, 아직 안 돌아갔습니까?”
마누스는 그녀의 중얼거림을 듣고 고개를 돌려 말했다.
케일과 니아는 서로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마누스에게 슬며시 다가가, 악마의 유혹을 펼치기 시작했다.
“마누스. 우리 내일 놀러 안 갈래?”
“지금 이 시국에, 놀러 간다고요?”
“그래. 우리 영지에 끝내주는 곳이 있거든? 거기서 머리 좀 식히고 오자.”
“음…….”
마누스는 뜬금없는 제안에 고민하기 시작했다.
요즘 쉼 없이 달려오긴 했지.
한 번쯤 숨 돌리는 것도 필요한 시기긴 했다.
마음에 걸리는 것은 데모니움의 습격.
‘사실 이 정도면 안정적이긴 하지.’
공략법도 알고 있고, 멤버의 레벨도 충분했다.
그래, 방학도 됐는데 너무 일만 하는 것도 좋지 않으니까.
마누스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오, 정말!? 나랑 케일이랑, 너만 가는 거다?”
“네. 그러시죠.”
두 사람은 밝게 웃었다.
바다!
갑작스럽지만 바다를 보러 가게 되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