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286)
286화 – 이제 준비해야 할 시간
#1
이런 말이 있다.
가족끼리는 절대 같이 일하지 말라고.
아무리 가족이라도 통장은 절대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고.
니아는 그런 말을 믿지 않았다.
인자하지만 똑 부러지는 아버지.
내조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어머니.
기 싸움은 하지만, 언제나 가문을 생각하는 이모들까지.
거기에 혈육이자 가장 믿고 의지했던 사람인 오라버니까지 있어 정말 행복했는데.
“후우…… 진짜. 갑자기 왜 저러는 건지 모르겠네.”
클레아의 태도는 니아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갑자기 비밀에 대해서 캐내지 않나, 침식지대에 대해서 무언가를 알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거기에 어떤 존재들이 있는지, 자신이 지금 어떤 고난을 이겨내고 있는지까지는 알 수 없겠지.
이참에 확 던져놓고 고생 좀 시켜보고 싶었다.
인간은 본래 겪어보지 않으면 잘 모르지.
일단 이 상황을 마누스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나저나, 지금 마누스는 어디 있을까?
‘오늘은 아티팩트도 안 가져왔는데…… 하아.’
이 드넓은 도시를 일일이 걸어 다니면서 찾는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어쩔 수 없지.
지금은 아카데미에 돌아가서 기다리는 수밖에.
그녀는 좋은 기분으로 나왔다가 최악의 기분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이게 다 침식지대, 탑, 데몬, 그리고 빌어먹을 호기심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냥 아무것도 모르고 평화롭게 살았다면, 이렇게 모든 것이 틀어지지 않았을 텐데.
그녀는 마누스의 말이 생각났다.
[세상이 선배를 배척할지도 모릅니다.>“……진짜 그렇게 되려나.”
후회하기엔 이미 늦었지.
니아는 머리를 긁적이며 의미 없는 한숨을 내뱉었다.
그러고 보니, 그 동화책.
아카데미 도서관에도 있었던가?
수상한 내용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러니 그것도 찾아봐야겠지.
갑자기 할 일이 많아진 느낌이었다.
이와 같은 정보가 여기저기 새어 나가기 시작한다면…….
마누스가 말했던 것처럼 끝없는 욕망이 아카데미로 몰려들 것이다.
그때가 되면, 진짜 무력밖에는 믿을 게 없어지겠지.
“후우…… 진짜 내가 어쩌다 이런 팔자가 되어서는!”
그녀는 작은 푸념과 함께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그런 니아의 뒷모습을, 저 멀리서 클레아가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장남의 두 눈에는 그간 보이지 않았던 감정이 둥둥 떠다니기 시작했다.
#2
그 시각, 마누스는 케일과 커피를 마시는 중이었다.
이렇게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이, 지구에 있을 때가 생각나곤 했다.
그때는 홀로 나가서 여유로운 시간조차 보내지 않았었지.
만날 사람도 없었거니와 딱히 그러고 싶지도 않아서였다.
항상 그러면서 시간을 보냈었는데, 바닷바람을 맞으며 카페에 앉아있는 것도 썩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환경이, 그리고 사람이 달라져서일지도 모르지.
“슬슬 돌아갈까요?”
“그러지. 푹 쉬어 두어야 또 탑을 오를 수 있을 테니.”
“선배, 원래는 홀로 올라가려고 하셨죠.”
“그래.”
마누스는 숨김없이 대답했다.
그녀와 니아가 오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조급함을 버리지 않았더라면 그랬겠지.
아마 지금도 열심히 탑을 오르고 있지 않았을까.
케일은 그 모습을 보며 말했다.
“다음부터는 저도 데려가 주세요.”
“……너를?”
“네. 그렇게 무언가를 하고 싶다면, 한 명보단 두 명이 나을 것 같거든요.”
“생각해 보겠다. 하지만…… 네가 힘들어 보이면 두고 갈 거다.”
“운동 열심히 해야겠는데요?”
안 그래도 이번 등반을 통해 느꼈다.
생각보다 마법사는 체력이 좋지 않았고, 앞으로는 더 많은 체력이 필요하다는걸.
자신도 마투학을 배워볼까 싶었지만, 그것보단 극기를 더욱 키워서 극한의 상황에서도 움직이고, 캐스팅할 수 있도록 운동할 생각이었다.
“피어슨이 걱정이로군. 나중엔 더 복잡해지고, 길어질 텐데.”
“음…… 그냥 다 같이 아침마다 훈련하는 게 좋겠어요.”
“다들 널 욕할지도 모른다.”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그런 거라도 해야죠. 히히.”
짓궂은 말을 던진 케일이 슬며시 마누스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그의 어깨, 옷 부분을 슬쩍 잡았다.
“마지막으로 바다 한 번만 구경하고 가면 안 될까요?”
“좋은 생각이다.”
마누스는 그녀의 미약하고 하찮은 힘에 이끌려, 선선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주 작은 터치였지만, 케일은 그녀의 의지대로 움직여 주는 마누스에게 묘한 감정을 느꼈다.
조금은 친밀해진 기분이랄까.
둘만의 시간을 조금씩 늘려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케일은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항구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오가는 고성.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은 둘과 달리, 무척 고되고 꾀죄죄한 모습이었다.
문득, 케일은 마누스에게 어린 시절을 물었다.
“선배가 어렸을 땐, 어땠어요?”
“잘 기억나지 않는군.”
“그렇구나…… 저는 이곳저곳 많이 떠돌아다녔거든요.”
케일은 중얼중얼,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시작했다.
불우했던 시절, 이곳저곳 떠돌아다녔지만 그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던 때.
그러다가 이사장님이 자신을 찾아,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고생 많았겠군.”
“딱히 그렇지도 않아요. 마법을 할 줄 알았을 때부터 괴롭힘은 없었거든요.”
“이사장님은 어떻게 널 찾으신 거지?”
“그건…… 누군가가 제 존재를 말씀해 주셨다고 했어요. 아마도, 그림자 가문에서 움직인 것 아닐까요?”
일리가 있었다.
처음 듣게 되는 그녀의 과거.
원작에서도 깊게 다뤄진 적 없는 스토리.
케일에 대해서 무언가 더 알 수 있다면, 앞으로 그녀와 지내는 데 더 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으리라.
마누스가 무어라 말을 꺼내려 할 때, 마누스의 앞에 어지러운 메시지 창이 떴다.
갑작스러운 일이라, 그도 반응하지 못하고 가만히 메시지를 읽어야만 했다.
[세계선이 크게 변화합니다.] [준비하십시오. 결말이 더 빠르게 다가옵니다.] [새로운 적이 나타납니다.] [이젠 가문들과도 맞서야 할 것입니다.]“이건…….”
“선배?”
“얼른 아카데미로 돌아가자.”
“네? 가, 갑자기요?”
“그래. 알아봐야 할 것이 생겼다.”
다급한 마누스의 말에, 케일은 얼떨떨하게 답할 수밖에 없었다.
내심 조금 섭섭한 마음도 들었으나, 마누스의 표정을 보고는 차마 그런 티를 낼 수 없었다.
그의 얼굴은 조금 과장을 보태서 하얗게 질려 있었으니까.
마누스는 덥석, 그녀의 손을 잡고 빠른 걸음으로 텔레포트 정거장으로 이동했다.
케일은 얼떨결에 끌려가면서도, 마누스가 잡은 손의 온기를 기억하려 애썼다.
그와는 처음으로 이렇게 손을 잡아 보는 것이었으니.
#3
아카데미.
니아, 그리고 마누스 일행은 거의 동시에 아카데미에 도착했다.
그녀는 마누를 보자마자 헐레벌떡 달려와, 오늘 있었던 일을 말해주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케일 역시 그녀의 말을 경청했다.
“마누스. 큰일 났어.”
“무슨 일입니까.”
“아무래도 가문에서…… 탑의 존재를 알아차린 듯 해.”
“생각보다 이르군요.”
“그뿐만이 아니야. 우리의 상황을 그린 것 같은 책이 있었어.”
마누스는 책이라는 단어에 반응했다.
설마-.
“그 책, 혹시 드래곤과 관련된 책 아닙니까?”
“어? 맞아. 어떻게 알았어? 너도 혹시 그 책 보고 그간 우리에게 알려준 거야?”
“뭐…… 아니라고는 할 수 없죠. 하지만, 생각보다 너무 이르군요.”
마누스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했다.
그도 알고 있는 사실.
본래라면, 1년 뒤에 나타났어야 할 책이 지금 나타났다.
그렇다는 건, 그 책의 주인공 역시 나타났다는 뜻이겠지.
“에레시스의 예언자가 벌써 나타날 줄이야.”
“예언자?”
“그 책은 세상에 몇 권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내용 모두가 진실이지도 않고요. 그건 일종의…….”
“일종의?”
마누스는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두 사람은 본능적으로 그를 쫓았고, 마누스는 걸음을 옮기며 나머지 이야기를 꺼냈다.
“포교 활동을 위한 예언섭니다. 성국에서 쓰이는 성서와 비슷한 이야기들로 구성된.”
“아…… 그렇다면?”
“에레시스는 저쪽 세계의 존재를 알고 있으니, 당연히 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겠죠.”
“그, 그렇다면 드래곤 얘기는?”
마누스는 니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한 마디는 니아의 정곡을 찔렀다.
“지금 선배의 힘이 어디서 나온다고 보십니까.”
“그야 마……석인데, 아닌데, 분명히…….”
그래, 니아도 기억하고 있었다.
탑을 오를 때마다 강해지는 힘.
마석을 흡수하는 것보다, 그녀에게 더욱 중요한 것은 바로 드래곤 형상의 파수꾼을 잡는 일이었다.
책에 있는 그 말은, 진짜였던 거겠지.
“어, 어떻게…….”
“에레시스는 꽤 오래전부터 있었던 집단입니다. 아마 많은 연구를 했겠죠. 직접 탑으로 들어가는 건 하지 못했어도, 정보를 얻을 순 있었을 겁니다.”
“어, 어떻게 정보를 얻었을까?”
“희생자.”
니아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갑자기 들어온 정보들을 정리해야 하는데, 워낙 충격적인 정보라 그럴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희생자는 그저 세상에서 사라지는 불쌍한 영혼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마누스의 말을 듣고 나니, 조금 생각이 달라졌다.
“그렇다는 건…… 데몬이 밖으로 나갈 수도 있지만, 반대로 사람이 들어갈 수도 있다는 거야?”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도 그런 셈이니까요.”
“하지만, 그들이 힘을 가지고 있다면 얘기는 달라지잖아.”
“오히려 그러면 더 좋은 실험체가 생기는 거겠죠. 희생자들은 탑 안쪽으로 들어갈지도 모르니. 그들에게 간단한 정신계 마법만 걸어 둬도…….”
얼마나 많은 이들이 희생되었을까.
얼마나 많은, 재능있는 이들이 실험을 당하다가 죽었을까.
그것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게, 끔찍한 저주를 받은 채로.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어쩔 수 없죠. 에레시스가 포교 활동에 나선 이상, 아카데미는 본격적으로 전쟁터가 될 겁니다.”
“…….”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언제나 같습니다. 힘을 키우고, 세력을 늘리고, 탑을 공략하는 겁니다.”
주변의 정세가 어지러워졌다고 해서 목표가 바뀌는 건 아니었다.
가는 길이 조금 험난해졌을 뿐, 가야 할 목적지는 똑같았으니.
조금 더 빨리 걸어야 하고,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만 빼면 일정은 똑같았다.
마누스는 여태 해왔던 연단이, 쉽게 무너지지 않으리라는 걸 믿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