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287)
287화 – 세 번째 데모니움
#1
아덴을 시켜, 모두를 찾게 만든 마누스.
다행히 빠진 이들은 없었고, 모두 기숙사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다.
‘설마, 오늘도 탑에 오르자는 말을 하는 건 아니겠지?’ 하는 표정의 피어슨.
다른 이들 역시 아직 회복이 덜 되었는지, 꽤 피곤한 기색이었다.
오늘까지는 푹 쉬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 마누스.
이제 데모니움이 오는 만큼, 충분한 휴식은 필수였다.
일단 마누스는 오늘, 홀로 탑을 오를 생각이었다.
마석은 많이 모을수록 좋은 상황이었으니.
“이제 데모니움이 올 것 같으니, 간단한 브리핑을 하려고 불렀다. 그리고, 우리들이 더 강해져야 하는 이유도 생겼고.”
“더 강해져야 하는 이유?”
“그래. 사태가 생각보다 심각한 것 같더군.”
알라노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지금도 생각한 것보다 훨씬 위험하다며.
그런데 또 위협이 닥쳤다고?
“무슨 일이기에 그래?”
“맞아요, 선배. 저희 진짜 불안한 거 알아요?”
“휴…… 어디까지 강해져야 하는 걸까요.”
마누스는 동료들의 정신력이 제법 소모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 이쯤에서 한 번 고비가 올 때가 되었지.
그래도 인내하고 버텨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이 급격하게 변하는 정세에 적응할 수 있을 테니까.
마누스는 그들을 격려해 주었다.
“지금도 잘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부턴 외부의 적도 신경 써야 할 테니 말해두는 거다.”
“외부의 적이라면…….”
“역시, 가문들이 눈치챈 걸까요?”
“그래. 그 중심에는 에레시스가 있지.”
에레시스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아이들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아덴 역시 그 말을 듣고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지금까지 잠잠하던 에레시스가, 이제야 모습을 드러내는 이유가 무얼까.
마누스에게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그래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케일에게 물어, 그림자 가문과의 분쟁을 부추겨야 할까.
아니면 어떤 방법으로든 추격대를 꾸려야 할까.
그녀의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에레시스의 활동이 많아질수록 아카데미를 노리는 가문 역시 많아지겠지.
‘갈수록 적이 많아지는 구조라니, 정말 골치 아프군요.’
그들을 암살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이전에 겪었던 전투를 생각하면 한계가 보였다.
트레버 교수였지.
그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땐, 자괴감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때, 마누스가 입을 열어 그녀를 불렀다.
“아덴, 고민이 많아 보이는군.”
“예. 그들을 암살한다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겠으나, 아무래도 지금 제 실력으로는…….”
“무리할 필요는 없다. 불의의 일격에서 지켜주기만 한다면, 나머진 우리가 할 수 있으니.”
그녀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자신 역시 강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있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선 더욱 강력한 힘이 필요했으니.
‘이제부터는 저도 탑에 올라야겠군요.’
예로부터 약점이었던 마나의 부족함.
그걸 해결할 방법은 역시, 마석의 꾸준한 흡수뿐이라고 생각했으니.
마누스와 함께 탑을 오를 때만 마석을 흡수한다면, 아이들의 성장도 방해하진 않으리라 생각했다.
마누스는 그녀를 바라보며 이따 얘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저 눈빛, 잘 알고 있었다.
강해지는 걸 원하는 눈빛.
자신의 부족함을 받아들이는 눈빛이었으니.
“그리고 가장 중요한, 데모니움에 관한 이야기를 하겠다.”
“체스…… 라고 했었죠?”
“그래, 아르카나 ‘황제’는 소수정예의 데몬을 데리고 다닌다. ‘폰’부터, ‘룩’, ‘퀸’까지 있지.”
“으흠…… 전투가 생각보다 어려울지도 모르겠는데요?”
마누스는 알고 있는 패턴을 대충 설명해 주었다.
마나를 한꺼번에 사용하지 말 것.
각 기물에 맞는 마법을 사용할 것.
그리고 절대, 본체가 나오기 전까지 퀸을 상대하지 말 것.
“이것만 지키면 그다지 어렵지 않은 싸움이 될 거다.”
“지원군이 조금 있었으면 좋겠네요. 기물이 다 저흴 향해 달려드는 건 아닐 테니.”
“그러게. 양동작전이라도 하면, 골치 아파지겠는데.”
마누스 역시 동의하는 바였다.
원작에서는 모든 기물이 플레이어에게 쏟아졌으나 지금은 모르지.
데모니움의 목적은 자신들이 아니라 탑, 그리고 사도인 것 같았으니.
탑이 무너진다면, 현실에서의 아카데미는 어떻게 되는 거지?
마누스는 인비데아를 떠올렸다.
그녀라면, 확실히 도움을 줄 수 있겠지.
거기다 아덴까지 합세한다면 여기저기서 들이닥치는 기물을 어떻게든 막을 수 있으리라.
에레시스는?
그들은 어떻게 나올까.
“일단 너희들은 휴식을 취하거나 마석을 더 모으거나, 마음대로 움직여라.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만 생각해.”
“알겠습니다.”
“으읏, 나는 탑을 좀 더 오르려고. 아직 부족한 게 많은 것 같아서.”
니아는 기지개를 켜며 탑을 오르고 싶다 말했다.
아나이스와 케일, 멜라니 역시 동참했다.
기예르모도 마찬가지.
체력은 충분히 회복되었으니, 다시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뭐야, 이러면 저만 빠지기 좀 애매한데요?”
“아 맞다, 피어슨. 우리 이제 아침마다 단련하자.”
“으잉? 단련?”
케일이 말을 꺼냈다.
피어슨은 당황한 채로 그녀를 바라봤다.
아니, 우린 마법사잖아?
“응, 너, 저번에 보니까 엄청나게 힘들어하던데, 확실히 체력단련을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
“아니…… 그건 단순히 오래 있어서 그런 거 아닐까? 응? 나도 열심히 한다고.”
“할 거지?”
케일의 눈동자가 어딘가 이상했다.
피어슨은 아나이스를 바라봤지만, 그녀 역시 진지하게 단련을 고민하는 중이었다.
문제는 더욱 커지는데, 성장 속도는 슬슬 더뎌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고 있었으니.
조금 더 강도를 높이지 않으면, 강적에게 대처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극한의 상황에 내몰리게 되면, 결국 믿을 것은 자신의 몸뚱이와 마법 실력뿐이었으니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던 아나이스는 피어슨의 눈빛을 받자마자 단호하게 말했다.
“그래, 좋은 생각이네. 너도 매일 나와라? 응?”
“으으윽, 아나이스…… 너마저!”
“뭐든 해야 약점이 없어질 거 아니야. 빌빌거리다 죽고 싶어?”
“그래…… 뭐든 해야지. 어제는 진짜 죽는 줄 알았으니까.”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더 강해져야 한다는 쪽으로 넘어갔다.
피어슨은 고개를 끄덕이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 이렇게 모여 있어도 세상을 구하려고 하는 거잖아? 열심히 해야지.”
“잘 생각했어. 거절하면 묶어서라도 데려오려고 했는데.”
“하하, 내가 또 분위기 파악 하나는 잘하잖아.”
전혀 아닌 것 같았지만, 그러려니 했다.
향상심이 느껴지는 분위기로 전환된 것 같아, 마누스는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침체되었던 분위기가 휴식을 통해 어느 정도 완화된 것 같았으니.
마누스는 조용히 아이들 곁을 떠났다.
그런 그의 뒤로, 아덴이 조용히 따라붙었다.
“공자님.”
“음?”
“이젠 저도, 따로 탑을 오르고 싶습니다. 학생분들이 오르지 않을 때, 따로 올라가실 일이 있다면 불러 주십시오.”
“그래. 알았다. 그럼, 내친김에 오늘 다녀올까?”
“좋습니다.”
어차피 방학이라 메이드가 할 일이 거의 없었다.
데모니움이 올 때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
그들은 오늘도 준비를 철저히 했다.
#2
며칠이 더 지났다.
버클리 가문 역시 안정적으로 복구 작업이 끝나가는 중이었다.
카이사르의 일 처리는 그야말로 신속하고 정확했다.
오히려 마탑에서 친필로 감사 인사까지 전했을 정도이니, 버클리 가문 입장에서는 정말 옳은 선택이었다.
복구 작업을 지켜보던 클라리나는 돌연,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전에 겪었던 현상을 확인하기 위해, 오늘은 무조건 아카데미에 갈 생각이었다.
자신이 할 일이 거의 마무리되었으니, 이제 아카데미로 가야겠지.
“가주님.”
“무슨 일이냐. 몸은 좀 괜찮고?”
“네. 문제없어요. 저, 며칠만 아카데미에 다녀오겠습니다.”
“아카데미에?”
클라리나의 대화 방식은 항상 비슷했다.
직설적으로 꽂아 넣어, 답을 이끌어내는 것.
일단 자신이 원하는 것부터 말하는 것이 그녀의 화법이었다.
그래서 항상 에즈라 가주는 이유를 물어봐야 했다.
“왜 아카데미에 가겠다는 것이냐. 편입이라도 할 생각인가?”
“아뇨. 알아볼 것이 있어서 가보려고 합니다. 최근에 기묘한 일을 좀 겪어서요.”
“기묘한 일이라…….”
“제 성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습니다.”
에즈라는 별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면, 요즘 이상한 현상들이 종종 보고되고 있다지.
에레시스라는 집단도 기승을 부리고…….
세상이 좀 이상해졌다는 건,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확실했다.
그런 환경에서 아카데미는 좋은 안식처이자 젊은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쉘터였다.
어마어마한 교수진, 이사장, 그리고 황제의 비호를 받고 있었으니까.
차라리 그쪽에 있다면, 안전에 관련해서는 이곳보다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 침입을 당한 이상, 이곳은 이제 전장이 될 확률이 높다. 차라리 아카데미로 보내는 게 안전할지도 모르겠군.’
에즈라는 큰 착각을 하고 있었지만, 통상적인 개념은 맞았다.
아카데미는 중립지대이자, 유일한 교육기관이었으니.
“그래. 다녀오거라. 영지는 내가 어떻게든 살려 놓으마.”
“금방 다녀올게요.”
“기예르모에게도 안부 전해주고.”
“넴~!”
클라리나는 종종걸음으로 집무실을 떠났다.
그녀가 할 일을 끝마치고 짐도 다 싸고 텔레포트 마법진에 올라섰을 땐,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늦어질 줄 몰랐는데, 반겨줄 사람이 있으려나?
마누스는 계속 아카데미에 상주 중이라고 했으니, 괜찮겠지.
돌이라도 던져서 마누스를 깨울 작정이었던 그녀는 무작정 아카데미로 향했다.
그렇게 텔레포트를 무사히 마치고 아카데미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으어어어어-!]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하늘이 온통 암녹색으로 물들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