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290)
290화 – 새로운 동료, 새로운 적
#1
클레아는 보았다.
세계의 진실, 동생이 철저하게 감추려 하는 비밀을.
그들은 힘겨운 싸움을 하는 것 같았다.
자신들이 막아야만 하는, 일종의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위태로워 보이기도 했고, 전율이 일기도 했다.
클레아는 두 주먹을 꾹 쥐었다.
자신에게도 저런 힘이 있었다면, 자신도 용감하게 맞서 싸울 것이다.
하지만…… 본인은 지금 힘이 없었지.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었다.’
니아가 아니라, 자신이 저기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위의 인정을 받으며 당당하게 서 있는 이는 바로 자신이어야 했다.
하지만, 무심한 하늘은 그에게 재능을 물려주지 않았지.
동료들의 인정을 받지도 못하며 항상 가문의 사무 일을 처리하는 자신.
당당하게 마법을, 힘을 뽐내며 웃을 수 있는 동생이 부러웠다.
그 영광, 그 명예를 온전히 거머쥘 수 있는 것은 동생이 아니던가.
그래, 한때는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었다.
자신에겐 피의 축복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젠 다르지. 나도 올라갈 방법이 생겼다.’
아닌 줄로만 알았다.
자신은 다른 권력자들과 다르다고 생각했다.
욕심 없이, 오롯이 가문을 위해 헌신하는 사내라고, 그렇게 생각하며 살았다.
그것은 어찌 보면, 한심한 자신의 처지를 스스로 위로하는 생각들이지 않을까?
그것을 깨달은 순간, 클레아의 마음속에 잠겨 있던 욕망이 꽃을 피웠다.
본래 가져야 할 것들을 가지고 싶었다.
본래 위치에 있어야 할 것들을 돌려놓고 싶었다.
그것은 모두 자신의 것들이어야 마땅했으니.
“들어가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따라오시길.”
“예.”
그래서 그는 누군가와 계약을 맺었다.
아니, 계약이라기보단 상호보완적 관계라고 해야 할까.
그가 원하는 것을 얻어주는 대신, 가문의 힘을 조금 빌려주기로 했다.
아주 조금, 정보를 주는 것부터 시작하기로 했지.
아직 클레아는 잘 몰랐지만, 그것은 끝도 없는 늪의 초입이었다.
선을 한 발자국 넘는 순간, 단단했던 모든 방벽이 허물어지기 마련이니까.
너무 교묘한 수법에, 그 뛰어나다고 하는 클레아 공자 역시 순식간에 넘어갔다.
‘쉽구나. 이런 한심한 인간들이 지배하는 세상 따위, 없어지는 것이 옳다.’
예언자는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했다.
죽음 앞에서는 모든 것이 평화롭다.
모든 것이 평등하다.
그렇기에 죽음으로 세상을 정화하고, 새로운 세상을 빚어야 함이 옳다.
지금의 세상은 너무도 추악하고 더러웠으니까.
난잡한 정의가 난립하고 추악한 악이 판친다.
천사와 악마는 이곳, 중간계를 노리며 시도 때도 없이 충돌했다.
“그럼, 공자님. 따라오시지요.”
예언자는 그런 속내를 감추고 걸음을 옮겼다.
한창 전투가 벌어지는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 지구라트를 향해서.
기척을 죽이고 조용히 이동하는 것이었기에, 아무리 마누스라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들은 그렇게, 탑으로 향했다.
#2
[구오오오오-!]쿠우우웅-!
빨리 끝날 줄 알았던 전투가 의외로 질질 끌렸다.
일행들도 꽤나 지친 기색이 다분했다.
두 번이나 다시 일어난 퀸 때문에 여간 애를 먹은 것이 아니었다.
원작에는 아예 없는 패턴이라, 마누스도 몇 번이고 임기응변을 짜내야만 했다.
모든 데이터가 들어 있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틀에 맞춰서 행동하다 보면, 돌발상황에 대처할 수 없을지도 모르니.
‘후우…… 감각을 더 키워야겠어.’
어느 패턴이 나오든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판단력, 순발력.
그런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원작에 있지 않은 패턴으로 가득 차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경지가 필요했다.
그가 마음을 다잡고 있는 사이, 아이들이 킹의 목숨을 끊었다.
케일의 멋진 카덴차로 마무리 지은 것.
데모니움은 거대한 비명을 지르며 없어졌다.
시체도 남지 않고 없어진 잔해 속엔, 거대한 마석과 아티팩트가 덩그러니 떨어져 있었다.
“어라? 이건 또 뭐지?”
“뭐가?”
“이거 봐, 책이 떨어져 있는데?”
마누스는 책을 들고 조잘거리는 아이들을 향해 다가갔다.
책?
그렇다면…… 설마 스킬북이 벌써 떨어지는 건가?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건만, 의외였다.
“스킬북이로군.”
“……네?”
“스킬북. 이걸 펼치면 책에 각인되어 있는 마법이나 기술, 마나 운용 방식 등이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방식의 아티팩트다.”
“와…… 그럼 사기 아니에요?”
정확히는 드래곤들이 지식 전수를 위해 만들어낸 아티팩트라고 할 수 있겠지.
어쨌든, 지금은 구하지도 못할 물건이며, 작은 마을 하나를 통째로 살 수 있을 만한 거액의 물건이었다.
하지만 스킬북은 판매가 불가능하며, 스킬북을 얻으려면 꼭 누군가가 사용하거나 재조합을 통해 다른 무언가로 바꾸는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나중에 가서는 전부 해금되지만, 지금은 유효한 옵션을 취하고 아니면 비축해두는 식으로 써야 했다.
이사장인 닉스가 판매가 불가능하겠다고 딱 잘라 말할 것이니, 딱히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
“그래도 적성에 맞는 것만 골라 배우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래야겠죠. 괜히 잡스러운 지식이 들어갈 바엔, 안 배우는 것이 좋으니까요.”
“그럼, 일단 전리품을 회수하고 돌아가자. 모두 고생했다.”
“와아, 벌써 세 마리째! 얼른 팍팍 해치우자고요!”
이제 4분의 1밖에 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탄력이 붙었다.
2학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아이들이 강해지길 시기.
세계관 최강자 중 한 명으로 이름을 날릴 정도로 성장하는 이들이었다.
속도가 빨라졌으니, 아마 성장하는 속도 역시 빨라지겠지.
1년이 지난 다음에는 이 아이들 모두, 마스터급의 강력함을 가지고 있을 터다.
본격적인 성장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선배, 고생하셨어요.”
“그래. 너도 고생했다.”
케일은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이, 주변을 둘러보던 클라리나가 방패를 갈무리하고 마누스에게로 다가왔다.
그녀의 눈망울은 호기심, 경악, 그리고 의구심으로 가득했다.
“너희들 진짜 대단하네. 여태 이런 애들이랑 싸우고 있었던 거야?”
“어…… 이분은?”
“인사해라. 기예르모의 누이이자 버클리 가문의 장녀, 버클리 클라리나다.”
“안녕~. 다들 반가워!”
클라리나는 발랄하게 손을 흔들며 웃었다.
다른 아이들 역시 눈을 끔뻑거리더니 인사를 건넸다.
버클리 가문의 공녀.
허투루 볼 사람이 아니었다.
겉으로는 발랄하지만, 싸우는 모습을 보니 기예르모보다 저돌적이면 저돌적이었지, 못하진 않았으니까.
평소엔 재밌지만 눈 돌아가면 미친년으로 돌변하는 사람.
딱 클라리나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반갑습니다. 공녀. 해리슨 가문의 알라노라고 해요.”
“아브렐 가문의 니아입니다.”
…….
이런저런 소개가 이어졌다.
클라리나는 한 명 한 명, 반갑게 인사한 뒤에 한 마디를 덧붙였다.
“다들 말 편하게 해. 선배도 아니고…… 앞으로 동료가 될 사이인데.”
“그나저나 여긴 어떻게 온 거야?”
기예르모가 물었다.
클라리나는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었다.
그들은 멍하니 이야기를 듣다가 갑작스레 선택되었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자고 있는데 선택되었다라…….
어디서 많이 보던 패턴이었다.
“그러고 보니, 인비데아 선배님도 그러지 않았어?”
“맞다. 비슷한 경우였지.”
“신기하네.”
이 또한 원작에는 없던 이야기.
확실히 동료 캐릭터가 늘어나는 것은 좋을 일이었다.
이제 2학기가 되면, 또 다른 동료가 추가될 테니까.
전위가 많다는 건, 그만큼 마누스가 제 실력을 발휘하기도 좋다는 뜻이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며, 마누스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거처 문제는 어떻게 하지?
아니면 바깥에서 활동하는 용병으로 써야 할까?
답은 생각보다 금방 나왔다.
“메이드 숙소에 자리가 빕니다. 일단 그곳에서 지내지는 건 어떨는지요.”
“난 딱히 상관없어.”
“그러면, 그쪽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클라리나는 저 멀리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가방 쪽으로 향했다.
케일은 그녀를 바라보다, 알 수 없는 위기감을 느꼈다.
어째, 마누스 옆에는 여자만 느는 것 같단 말이지.
“선배.”
그래서 말했다.
어차피 예정되어 있는 일.
빨리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누스가 그녀를 바라봤다.
케일은 그에게 바싹 붙어 마누스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는 말했다.
“얼른 공왕님을 뵈러 가요. 기다리고 계실 텐데.”
“……그래, 너무 늦으면 뭐라 하겠구나.”
“응? 공왕님? 카이사르 공왕님?”
“그래.”
클라리나는 케일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리고는 피식 웃었다.
이거, 아무래도 미리 꼬리 치고 있던 것 같던데…….
뭐, 상관없었다.
하지만, 케일과 마누스가 꼭 붙어 있는 모습을 보자니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
이게 그 질투라는 감정일까?
“아하…… 그렇구나? 이거 의외네.”
“아버지께서 마법을 봐주시기로 했거든.”
“오…… 하긴, 확실히 재능있어 보이더라.”
“재능 있는 정도가 아니지.”
찌릿, 클라리나가 묘하게 케일 편을 드는 마누스를 째려봤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곤 몸을 돌렸다.
뭐, 공작가 자제에게 첩 하나 더 있다고 해가 되는 세상은 아니었으니까.
“좋아. 그럼, 잘 다녀와. 난 쉬고 있을게.”
“오늘 도와줘서 고맙다.”
“뭘, 생명의 은인에게 이 정도는 기본 옵션이지.”
그녀는 휘적휘적 걸어가며 손을 흔들었다.
참, 여자지만 당차고 발랄한 사람이었다.
그렇게, 세 번째 데모니움 토벌전이 끝났다.
#3
다음날.
케일과 마누스는 니아에게 전권을 맡기고 카이사르 공국으로 향할 준비를 마쳤다.
아덴 역시 그림자가 되어, 그들을 따라나섰다.
케일은 묘하게 긴장한 모습이었는데, 마누스가 그 모습을 보고 슬며시 물었다.
“긴장되나?”
“네? 네. 당연하죠. 최고의 마법사를 뵈러 가는 길이잖아요.”
“언젠간 네가 뛰어넘을 수도 있을 거다.”
“……그럴까요?”
케일은 정말로 의구심이 드는 표정으로 물었다.
마누스는 가볍게 끄덕였다.
아버지 역시 그 나이 때에는 이루지 못한 것들을, 우리는 이뤄내고 있었으니까.
두 사람의 발걸음이 공국에 닿았다.
정말 긴 인연의 시작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