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292)
292화 – 최강자의 벽
#1
베니니타스는 누굴 만나든 보이는 것이 있었다.
그 사람의 본질.
이 사람이 대충 어떻게 행동할지 보이는, 원초적인 감각이었다.
아들, 딸을 낳았을 때도 그런 감각은 유지되었다.
그런데, 딱 두 사람은 예외였다.
둘째 아들, 마누스.
그리고 황제.
이 두 사람은 자신의 감각으로도 앞날을 바라볼 수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오늘, 그런 사람 한 명이 또 생겼다.
“신기하네요.”
“뭐가 말이오?”
“저 아이,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어요.”
“흠…… 특별한 아이라는 것은 확실하군. 마법 실력을 보면 알겠지.”
베니니타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범상치 않은 아이라는 건 확실했으니.
심성 자체는 착한 아이 같았다.
마누스가 가장 아끼는 후배라고 했으니, 인성에 하자가 있거나 하진 않겠지.
하지만, 그 속내는 완벽하게 알 수 없었다.
그녀가 무얼 노리고 접근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
항상 완전히 일이 풀릴 때까지 의심하는 버릇은, 카이사르의 명줄을 아직도 탄탄히 유지하는 비결이었다.
“제가 계속 지켜보고 있을게요.”
“부탁하지.”
“네. 그래도…… 나쁜 기운은 느껴지지 않아요. 출생의 비밀도 있는 것 같은데, 그분들을 좀 만나봐야겠네요.”
“그림자 가문 말인가.”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암암리에 움직이는 조직은 몇 알고 있었다.
그림자 가문 역시 마찬가지.
무언가를 찾고 있고, 그게 세계정세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 같아 두었었다.
존재만 알고 있고 간섭은 하지 않는, 그런 관계.
아마 그쪽에서도 카이사르가 주시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겠지.
접선하는 것은 쉬운 일일 터다.
“폐하께서도 궁금해하실 거예요.”
“그렇겠군. 확실히, 저 둘에게는 묘한 공통점이 보여.”
케일, 그리고 마누스.
가볍게 마나를 움직이며 몸을 풀고 있는 두 사람에게 시선을 고정한 라베스 역시 느꼈다.
케일이라는 소녀가 마누스의 패턴을 대부분 따라 하고 있다는 사실.
마나의 배열, 마법진을 맺어가는 과정 등등.
어설픈 구석도 있었지만, 나이를 생각하면 정말 놀라울 정도의 성취.
앞으로 더욱 발전할 것을 생각하면, 정말 최강자 타이틀을 저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 세대를 거듭할수록 발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그럼, 다녀오겠소.”
“후후, 아이들이라고 방심하다가 다치면 안 돼요?”
“그럴 사람으로 보이던가.”
두 사람은 간단히 농담을 주고받다가 연무장으로 다가갔다.
깔끔한 고기와 여러 채소, 달콤한 디저트까지 모두 먹은 후라, 적당히 기분이 좋았다.
이제 두 사람의 성취가 얼마나 되었는지 확인할 차례였다.
분명, 지난번에 보았을 때와 많이 달라지니 모습이었다.
“준비는 다 되었느냐.”
“예, 가주님.”
라베스가 모습을 드러내자, 연습하던 것을 멈추고 바로 선 두 사람.
연무장에는 셋뿐만 아니라 여러 식솔들이 모여 있었다.
마탑에서 근무하고 있던 에이버를 비롯한 몇몇 마법사.
기사단을 꾸리고 있는 이들 중 간부.
몇몇 근무하고 있던 병사.
마지막으로 인비데아를 비롯한 형제, 자매들이었다.
“웨이, 너는 안 봐?”
“저도 보고 싶은데, 해야 할 일이 많아서요. 결과 들려주시지요. 영애.”
“그래, 고생해.”
아쉽게도 웨이는 해야 할 일이 있어 대련을 직관하지 못했다.
라베스는 주변을 여유롭게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모일 이들은 전부 모인 것 같으니, 해봐야겠지.
“그럼, 마음 놓고 공격하거라.”
쿠우우우-!
라베스는 나른한 표정 그대로, 마나만 살짝 끌어 올렸다.
그 기운을 정면으로 받은 케일은 순간 무릎을 꿇을 뻔했다.
이건, 어제 싸웠던 데모니움보다도 압도적인 기운이었으니.
“흐읍…….”
이 정도 마나, 이 정도 기운은 겪어보지도 못했다.
교수님 정도면 이러했을까?
미지의 적이라면, 이렇게 강했을까?
아니, 그 어떤 적도 이 정도 압력을 뿜어내진 못할 것 같았다.
동시에, 지금 그녀가 얼마나 나약한지도 깨달았다.
일반 마법사들 사이에선 강한 편이겠지.
하지만…… 케일이 바라보는 시선엔 일반 마법사는 들어오지 않았다.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이들.
그들과 비견될 적과 싸우기 위해선, 지금 여기서 무너질 순 없었다.
“대단하구나. 보통 마법사들이라면 게거품을 물었을 텐데.”
“저는…… 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
미칠 듯한 압박감 속에서도 그녀는 정신력을 끌어올렸다.
두 눈이 붉게 변했고, 자신을 짓누르는 마나를 억지로 밀어냈다.
그 와중에 캐스팅까지 선보였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딱 한 번의 마법.
케일은 그 마법에 전력을 담기로 결정했다.
파지직-!
그녀가 생각한, 가장 강력한 조합.
당연히 라베스에게는 닿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해 봐야 해.’
이런 극한의 상황에서 가장 집중력이 필요한 마법을 성공한다면, 앞으로 그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으리라.
케일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그리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마나가 움직이는 모습을 본 라베스가 눈에 이채를 띄었다.
일부러 살짝, 아니 꽤 부담스러울 수준까지 마나를 끌어올렸다.
그럼에도 저렇게 마법을 펼칠 수 있다는 건, 확실히 대단한 집중력과 재능이었다.
그 형태 또한 이례적이었다.
‘마법을 부수고, 새로 만드는 건가. 나도 못 하는 짓을 하는군.’
라베스는 정통 마법사였다.
원소의 조합을 통해 위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마법사.
특히 전격과 화염 마법은, 그 대단한 해리슨조차 막아낼 수 없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런 라베스 역시 서로 다른 두 마법의 합성은 꿈도 꾸지 못하는 일이었다.
그냥 그랬다.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세상이, 법칙이 그렇게 정해두었으니까.
아쉬워할 건 없었다.
저건 극히 성장하기 힘든 타입의 마법사였으니.
“모든 마법에 통달해야 할 이유가 그곳에 있었군.”
마나를 다루는 기술.
마법진에 대한 이해.
그 마법진에 넣어둔 마나를 세심하게 조절하는 능력까지.
본디 가진 힘보다 압도적인 위력을 내게 해 주었지만, 그만큼 짊어질 것도 많은 방식.
라베스는 거기까지 파악했다.
그 순간, 케일의 마법이 얼추 완성되었다.
[더블 스프레드] [아르도르] – [타이폰] [칼로르]거대한 뱀 모양의 마법이 완성되었다.
5클래스 더블 캐스팅으로 완성된, 지금 케일이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마법.
그 모습을 본 이들이 입을 떡 벌렸다.
5클래스를 더블 캐스팅한 것도 모자라, 그 마법으로 새로운 걸 창조했다.
이건, 이들이 전혀 볼 수 없었던 마법 구성이었다.
특히 에이버의 놀람은 더욱 거대했다.
티란니스 역시, 깜짝 놀랐다.
‘마누스와 똑같은 방식의 마법이군.’
그도 에이커 영지에 가서 본 적이 있었다.
말도 안 되는 능력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걸 사용하는 자가 또 나타날 줄이야.
그의 눈이 가늘게 변했다.
인비데아는 이미 본 것이라 별 감흥이 없었지만, 케일의 성장세는 확실히 눈여겨볼 만한 것이었다.
‘우리 동생은 팔자도 좋지.’
평민인데 저런 능력을 가진 이가 있다.
그녀를 카이사르 가문에 흡수할 수만 있다면, 어마어마한 전력이 생기는 거겠지.
잘하면 분가를 통해, 새로운 세력을 만들어낼 수도 있겠고.
확실히 평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재능이었다.
부모님은 뭔가 아시는 눈치였는데…… 그게 뭔지를 모르겠단 말이지.
인비데아는 팔짱을 끼며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나도 분발해야겠는걸.’
조금 있으면 저 후배들에게 따라잡힐 판이었다.
명색이 최고의 마법사 가문인데, 후배에게 따라잡히면 꼴이 말이 아니게 될 터다.
슬슬 자신도 탑을 오르고 싶었다.
그곳에 있는 마석을 흡수하면, 부족한 부분을 채워 넣을 수 있으리라.
한정된 자원을 독식하는 구조이니, 지금 이득을 취하지 않으면 사달이 나리라.
벌써 다른 가문들도 움직이기 시작한 것 같던데…….
그녀는 후끈한 열기를 견디며 마법을 바라봤다.
“오라.”
라베스가 손짓하자, 케일은 마법을 사출했다.
콰아아아아아-!
주변이 주홍빛으로 물들 정도로 거대한 불꽃이 라베스에게 쇄도했다.
그때까지, 라베스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가주는 속으로 고민했다.
과연, 어떤 방식으로 마법을 파훼해야 한계를 넘을 방법을 보여줄까.
그녀에게 제시할 길이 어떤 방식이어야 할지, 라베스는 잠시 고민했다.
짧게 생각하고 결론을 맺은 그가 손을 휘저었다.
대기에 있는 마나가 빨려 들어가며 케일의 마법을 우그러뜨렸다.
그래, 말 그대로 우그러뜨린 것.
“헉…….”
완벽한 형상이었던 마법이 대기의 마나로 인해 우그러지는 모습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김밥 옆구리를 베어 문 것처럼 이리저리 패인 케일의 마법.
더 이상 마법의 구조를 유지할 수 없었던 불덩이가 허공에서 사그라졌다.
케일은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봤다.
그건 마누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저게 바로 원작에서 설명된 대마도사의 경지.
자신의 마나가 아니라, 외부의 마나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경지였다.
“좋은 마법이구나. 조금만 더 노력하면 마도사가 될 수 있겠어.”
“가, 감사……합니다.”
“내가 보여준 것은 바로 너희들이 닿아야 할 목적지다.”
외부의 마나를 이용하는 방법.
인간이 가진 마나의 총량은 자연에 비하면 너무도 부족해, 마법사들이 고안한 경지.
바로 대자연, 이 세상에 있는 마나 자체를 이용하는 방법이었다.
다만, 그곳까지 올라가는 것이 무척 어렵고, 세기의 천재들이나 가능한 방법이라 문제였지.
그런 점에서, 라베스는 현존 최고의 마법사라는 타이틀에 어울렸다.
마누스와 케일, 그뿐만 아니라 여기 모인 모두가 인정하는 부분이었다.
라베스는 이미 지쳐버린 케일에게 회복마법을 걸어주었다.
“자, 이제 네 선배가 당장 닿아야 할 길을 보여줄 거다. 마누스, 이리로 오거라.”
“……예.”
마누스는 그 누구 앞에서도 긴장한 적이 없었지만, 이번엔 예외였다.
말도 안 되는 기행을 보고 나니, 지금까지 자신이 익혀 왔던 것들이 다 부질없어 보인달까?
그런 기분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려 할 때, 라베스의 말이 다시 들렸다.
“다시 말하지만, 내가 보여준 길은 너희가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경지다. 그 길은 멀고도 험한 길이지.”
“…….”
“그러니 끊임없이 정진하거라. 지금은 그 길의 중간을 보여주겠다.”
세계 최강의 마법사에게 받는 과외.
그건 물질적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녔다.
마누스는 배운다는 마음가짐으로 아버지 앞에 섰다.
오늘따라, 아버지의 눈빛이 더욱 빛나 보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