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294)
294화 – 그림자가 일렁이기 시작한다
#1
그림자 가문.
그들은 어둠 속에 숨어, 세상의 모든 것을 지켜보는 이들이었다.
케쉬완.
어둠 속에 숨어, 빛을 보조하는 이들은 언제나 신비한 존재들이었지.
베니니타스 역시 알게 모르게 그들의 도움을 받곤 했다.
돌이켜보면 인력이 필요한 순간, 혹은 시간이 조금 걸리겠다 싶은 일들에 늘 의문의 인물에게 도움을 받곤 했으니.
그들의 뒤를 쫓다 보니, 자연스럽게 케쉬완이라는 이름에 닿았다.
‘그리고, 저 아이가 그들이 후원하는 소녀라는 것.’
그녀는 왜 그들이 자신에게 호의적인지 의아해했다.
소녀는, 자신은 어떤 인생이기에 암약하는 이들이 자신을 도와주는 걸까.
그걸 알아내기 위해, 베니니타스는 징검다리를 놓기로 했다.
케일.
저 아이라면 그림자 가문과의 연결고리가 되어줄 것 같았으니.
그래서 진심이 담긴 서신을 준비했다.
조금 있으면, 케일이 도착하겠지.
‘그 아이를 이용하는 것 같아 조금 걸리지만…….’
케일에게 있어서도 마냥 나쁜 일은 아닐 터다.
마누스가 아끼고 있는 후배라고 했지.
그렇게 말하니 더욱 관심이 집중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어머니의 마음인가 보다.
편지를 만지작거리고 있자, 노크 소리가 들렸다.
“케일 님이 오셨습니다.”
“아, 들어오세요.”
그녀의 전담 메이드장이 직접 안내한 케일.
문을 열고 들어오는 작은 소녀의 모습은 어째, 자신의 어렸을 때 모습과 비슷한 느낌을 풍겼다.
마법이나 무력, 그 어떤 것에도 소질이 없었던 자신과 달리, 케일은 이미 대마도사가 될 재목이었으니.
꾸벅, 예를 갖춰 인사하는 케일의 모습을 보니 절로 미소가 피어올랐다.
케일은 어리둥절한 표정, 긴장한 모습으로 그녀 앞에 섰다.
무려 공국의 안주인이었다.
황제의 품을 벗어났다면 일국의 왕비가 되었을 신분이니, 긴장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공작부인을 뵙습니다.”
“이렇게 따로 불러내서 미안하구나. 부담 갖지 말고 앉으렴.”
“……네.”
그렇게 말하고는 있지만, 케일은 뻣뻣한 동작으로 앉아야만 했다.
새삼, 마누스가 얼마나 대단한 집안의 아들인가를 느끼면서.
베니니타스 역시 자리에 앉았고, 곧바로 다과가 준비되었다.
향이 그윽한 허브차와 쿠키.
모두 카이사르령에서 손수 만들어낸 것들이었다.
호록, 차를 들이마시자 향긋한 향이 몸 전체로 퍼지는 것 같았다.
작게 감탄하고 있자, 베니니타스의 이야기가 들렸다.
“나는 세상 돌아가는 일을 알아내는 것이 직업인 사람이란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케쉬완이라는 이름을 들으며 살아왔지.”
“…….”
케일의 두 눈이 커졌다.
암약하는 가문이라 아무도 모를 줄 알았는데, 의외로 벌써 아는 사람이 존재했다니.
아니, 어쩌면 그저 드러내야 했기에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카이사르 가문이 가진 힘과 명성은 이용 가치가 충분하니까.
베니니타스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케일의 표정 역시 조금 더 진중하게 변했다.
“거기서 빛의 가문의 자제일지도 모르는 자를 후원하기 시작했다는 것 역시 알고 있단다.”
“그…… 학술회에서 있었던 일 때문인가요?”
“그게 결정적인 단서긴 했지. 그들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유가 무엇이겠니.”
“그렇군요. 맞아요. 그들은 제 후원자가 되어주기로 했어요. 제가 빛의 가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솔직한 대답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확실히 이 케일이라는 꼬마 숙녀는 어렸을 때의 자신과 닮았다는 걸 느꼈다.
[제 능력을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제가, 공자님을 보필해드리겠습니다.>라베스와 처음 만났을 때의 기억이 잠시 떠올랐다.
그때는 정말, 목숨 아까운지도 모르고 내지를 때가 많았지.
결과적으로는 그 선택과 무모함이 지금 이 자리를 만들어냈지만.
케일 역시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섭도록 놀랍고 정확한 여자의 촉이었다.
그녀는 대화를 이어갔다.
“그래서, 비밀리에 만나 너희들을 도와주고 싶구나. 내 아들이 아끼는 후배들…… 동료들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너를 위해서라도.”
“저,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는 일개 평민일 뿐인데, 이렇게 잘해주시는 이유를…… 여쭤도 될까요?”
“안 될 것이 뭐가 있겠니. 나도 평민이었단다. 길거리에서 소매치기나 하던, 그런 아이.”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그녀가 평민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자세한 내막은 몰랐으니까.
어쨌든, 그녀 역시 자신만큼 기구한 삶 속에 살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이토록 기품이 넘치고 자애로운 모습이라니.
보통 그런 삶을 겪으면 보상 같은 걸 받고 싶지 않을까?
케일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베니니타스의 말을 경청했다.
“우리 둘째 아들은 참 말썽꾸러기였지. 어머니 된 사람으로서 가슴이 아팠단다. 하지만…… 그 아이가 왜 말썽을 피우는지 알았기 때문에 차마 말리지 못했어.”
이건, 내 유약한 성격 때문이겠지.
그녀가 덧붙였다.
그 고귀한 마누스가 원래는 망나니에 폭군이었다는 사실은 케일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본래 재능을 피워내지 못했다고 했던가.
1학년 때의 성적만 본다면 그게 아니었던 것 같았지만, 모종의 이유가 있었겠지.
어쩌면 이사장님은 그걸 알고 계실지도.
어쨌든, 마누스에게도 아픈 과거가 있다는 사실을 듣자 케일의 기분이 가라앉았다.
“지금은 아이의 옆에 좋은 친구들, 후배들, 선배와 사람들이 있더구나. 그래서 고마울 뿐이란다.”
“아…….”
“그 무엇보다 진실한 믿음이 필요했는지도 모르지.”
조금만 더 기다렸으면 찬란하게 피워냈을 재능.
하지만, 카이사르라는 이름 아래 재능의 피어남을 강요했었지.
모든 가문 일원들이 그의 개화를 기다려주지 못했다.
돌이켜보면, 더욱 가슴 아픈 일이었다.
“네가 끝까지 마누스를 도와주었으면 좋겠단다. 내 그 어떤 지원도 아끼지 않을 테니.”
“네. 이미 그러기로 마음먹었는걸요.”
“후후, 고맙구나. 자, 이건 내 본론. 케쉬완에게 내 편지를 전해주었으면 좋겠단다.”
“아카데미에 돌아가면 바로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전달해드릴게요.”
카이사르의 인장이 찍힌 편지를 아공간 주머니에 넣는 케일.
두 사람은 그 뒤로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헤어졌다.
케일은 마누스를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도 분명히 아픈 과거를 지니고 있었으니.
#2
“무탈하십시오. 두 분. 그리고 형, 누나도.”
“그래. 잘 지내거라.”
“무리하지 말고.”
마누스는 배웅을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아카데미로 떠날 시간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마누스와 케일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
더러는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마차에 오른 채 무사히 텔레포트 마법진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그들이 완전히 떠나간 뒤, 라베스는 베니니타스에게 물었다.
“준비한 것은 잘 전달했소?”
“네. 저 아이가 케쉬완에게 전달할 예정입니다.”
“성국도 움직인 것 같더군.”
“종소리가 희미하게 울려 퍼지더군요. 악마들이 준동했으니, 성국이 깨어나는 것도 일은 아니겠죠.”
라베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성국의 개입이라…….
그렇다면 성녀가 움직이겠군.
성국의 수장은 교황이었지만, 행동대장은 성녀였으니.
아카데미도 많이 혼란스러워지겠지.
교단, 그리고 에레시스 역시 더욱 음지로 숨어들어서 교묘하게 움직일 터다.
이미 계획이 많이 어그러진 듯한데……그럴수록 더욱 조심해야 하는 법이었다.
궁지에 몰린 미치광이들은 어떤 짓을 저지를지 모르기 때문에.
움브라들을 더욱 활발하게 움직여야 할까.
“당신은 어떻게 하고 싶소.”
“지금은 지켜봐야죠. 저희 대신 움직이려는 이들은 많아요. 아마 이제, 폐하도 움직이실 겁니다.”
“그대 말대로 하지.”
“후후, 언제나 믿어주셔서 감사해요. 지금은 경계를 강화하고 영지를 지키는 데 주력하시죠.”
라베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카데미에 파견된 움브라의 숫자를 조금 늘리기로 결정했다.
대장은…… 그래, 아덴이 좋겠군.
그렇게 카이사르의 은밀한 그림자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3
아카데미에 도착하니 익숙한 풍경이 마누스를 반겼다.
오늘은 푹 쉬고, 내일부터 탑 공략을 재개할 생각이었다.
아직 사신도 잠잠하고…….
컨디션만 완전하다면 요번 주 안에 사도를 끝장낼 수 있겠지.
마누스는 그리 생각하며 조용히 방으로 올라갔다.
스르륵, 홀로 방에 있자 그림자 안에서 아덴이 튀어나왔다.
그녀는 어디서 들고 왔는지 모를 편지 한 장을 건네주었다.
“가주님의 전언입니다.”
“직접 말씀하시면 될걸, 고생만 하시는군.”
“아무래도 저와 관련된 일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아덴과 관련된 일이라…….
마누스는 편지를 뜯어 내용을 살펴봤다.
움브라, 그림자들을 늘린다는 내용.
그리고 그들의 통솔권은 모두 아덴에게 맡긴다는 내용이었다.
확실히 아덴이 있으니 움브라가 활동하기 편한 건 맞지.
매력적인 환경일 터다.
하지만, 걸리는 것이 하나 있었다.
‘이제 가문들과의 싸움이 벌어질 텐데…… 움브라들이 먼저 이곳에 있다는 걸 들키게 된다면 명분을 주게 되겠지.’
그러니 신중하게 배치할 필요가 있었다.
압도적인 힘으로 찍어누르는 것이 아닌 이상, 마누스 본인에게 기습이나 함정은 통하지 않았다.
그 점을 십분 활용해야겠지.
그리고 어제 들려온 종소리.
그건 분명, 성국의 움직임을 뜻하는 트리거였다.
그렇다면 새로운 캐릭터 하나가 등장할 시기라는 것.
“성녀가 아카데미로 오겠군.”
“성녀라면…….”
“차기 교황이지. 그들에게 그림자의 존재를 들키면 곤란해질 거다.”
“그렇군요.”
마누스는 결정을 내렸다.
아덴, 그리고 유사시에 전령 역할을 해줄 한 명을 제외하고는 그림자를 모두 내보내기로.
물론 가문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아닌, 적재적소에 배치해서 위기를 막아내야겠지.
“지금부터 움브라의 편성을 새롭게 개편한다.”
“하명하십시오.”
마누스는 명령을 내렸고, 아덴은 그것들을 철저히 이행하고자 했다.
그리고, 그 시각 케일은 그림자의 가문을 만나는 중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