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295)
295화 – 빛과 어둠의 만남
#1
보렌스는 케일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그녀가 위대한 일을 행하고 있다는 것과 곧, 에레시스와 교단이 아카데미를 노릴 것이라는 첩보를 들고 왔다.
마침 케일의 호출 역시 있었다.
아카데미 기숙사의 옥상.
모두가 잠자고 있는 시각, 케일은 조용히 보렌스에게 편지를 내밀었다.
아군의 정보는 최대한 공유되어야 한다.
베니니타스가 했던 말이었다.
‘내가 전달해 줄 수 있는 게…….’
케일은 카이사르에서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얘기하기로 했다.
베니니타스의 목적은 카이사르를 안정케 하는 것이라고 했지.
성국의 움직임 역시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거, 카이사르 공작부인께서 전해 주시라고 했어요.”
“공작부인께서…… 알겠습니다. 그쪽과는 이따금 교류가 있었지요.”
“선배 가문이 도와주실 거예요.”
보렌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카이사르와의 협력이라면 절대 거부해서는 안 되겠지.
케일과 마누스의 사이 역시 제법 특별한 것으로 보였다.
본격적으로 정보전, 타 가문들과의 갈등이 시작되면 정말 엄청난 힘으로 작용하겠지.
끈끈한 유대만큼 든든한 건 없었으니.
케일의 앞날은 생각보다 밝은 것 같았다.
그리 심각하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그럼, 일단 편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케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보렌스의 행동을 가만히 기다렸다.
편지를 다 읽은 그가 화륵, 불을 일으켜 편지를 태워버렸다.
그리고는 그 내용을 케일에게 보고하기 시작했다.
“요점만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카이사르에서 정기적으로 전령을 보낸답니다. 접선 장소는 이곳, 아카데미입니다.”
“네.”
“저희가 해야 할 일은 케일 님을 보좌하는 것, 그리고 외부에서의 위협을 색적하는 것입니다.”
“직업 처리하진 않으시나요?”
“자잘한 일은 처리할 테지만, 그림자는 외부에 드러나서는 안 되는 법. 케일 님께서 고생해 주셔야 할 때도 있을 겁니다.”
마누스가 들었다면 서브 퀘스트 라인의 확장이라며 고개를 끄덕였을 내용이었다.
자잘하게 돈 되는 임무만 해 왔던 케일이었다.
지금은 세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임무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직접 움직이는 편이 전력 보존에서는 더 좋겠지.
마누스 선배 역시 학기 중에도 자주 왔다 갔다 했으니, 자신 역시 똑같은 방식으로 해결하면 될 터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수님들과도 상담해야겠지.
“그럼,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그리고, 곧 성녀가 이곳으로 올 겁니다.”
“성녀……요?”
“그렇습니다. 악마를 처단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그러는 것이 좋겠죠.”
“알겠어요. 선배랑 한번 만나 보도록 할게요.”
보렌스는 고개를 숙였다.
몸을 돌려 손을 휘젓자, 작은 마법진이 그의 몸을 감쌌다.
그림자 가문 전용 마법, 공간 이동이었다.
성녀라…….
과연 그녀가 도움이 될까?
케일은 조용히 성녀라는 존재에 대해 고뇌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등장이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궁금해졌으니까.
#2
새하얀 색에 금빛 문양이 그려진 마차가 출발했다.
텔레포트 마법진을 사용해도 되지만, 성녀는 굳이 그러지 않았다.
어차피 성전이 선포된 이상, 이 땅의 악마는 모두 근절해야 한다.
그러니, 느긋하게 가며 악마를 정화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어차피 지금 아카데미는 방학이라고 들었다.
개강하는 날까지 천천히 아카데미로 향할 생각이었다.
그녀가 마차 안에 들어가, 눈을 감았다.
‘신탁이 있었죠.’
천사가 내려와 말했다.
아카데미에 거대한 힘이 잠들어 있다고.
그걸 깨우려는 이에게 신벌을 내려야 한다고.
그리고, 검은 머리에 푸른 눈동자를 조심하라고 했다.
‘대륙에 그런 외모를 지닌 이들은 딱 한 군데밖에 없는데…….’
카이사르.
위대한 가문이라 칭해지며, 악마의 재능을 이어받았다고 전해지는 가문.
그들에게 말 못 할 비밀이라도 있는 것일까?
성녀, 데네브는 눈을 떴다.
오색으로 빛나는 그녀의 눈동자가 찬란한 빛을 뿌렸다.
“출발하겠습니다.”
“그러세요.”
마차가 천천히 움직였다.
덜컹거리는 감촉을 느끼며, 데네브는 들뜬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악을 처단하기 위해 얼마나 오래 수련했던가.
모의 전투만 수천, 수만 번을 치렀다.
신성 마법만 몇 년을 연습했던가.
실전이 아무리 처음이라지만, 실전처럼 수련한 성과를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다.
중간에 습격자 정도는 만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녀는 창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그녀의 바람은 얼마 있지 않아 이뤄졌다.
[그우우우우…….]소름 끼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를 호위하는 이들은 모두 성기사 내지는 성투사였다.
신속하게 전투 태세를 갖춘 그들은 성녀를 보호하기 위해 대형을 짰다.
“성녀님. 적입니다.”
“적? 정체가 뭐죠?”
“악마 소환의 부산물인 것 같습니다. 저희가 처리하겠습니다.”
“아뇨, 제가 나서죠.”
그녀는 마차의 문을 열고 사뿐히 내렸다.
들뜬 기분을 꽉 억누른 채, 데네브가 정말 맑고 고운 목소리로 말했다.
“앞으로 긴 여정을 함께할 분들에게 벌써 체력낭비를 시킬 순 없습니다.”
“성녀님…….”
성기사 한 명이 감동 받은 듯, 투구 안쪽으로 반짝이는 동공을 드러냈다.
성녀, 데네브는 그들을 바라보며 작게 미소 지었다.
동시에 수도 없이 연습했던, 신성 마법을 끌어다 썼다.
신성 마법은 성국의 존재에게만 허락된 것.
부정한 것을 물리고 이 땅에 빛을 가져다줄 힘.
그녀가 눈을 뜨고 손을 휘젓자, 황금빛 물결이 주변을 뒤덮었다.
[크산토스]황금빛 파도는 주변에 있는 부정한 것들을 모두 지워냈다.
악마의 부산물이었던 것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무려 5클래스의 신성 마법.
아무리 실전 경험이 없다고 해도, 재능이 깡패면 답이 없는 법이었다.
“자, 그럼 다시 가죠. 자잘한 전투는 제게 맡겨 주세요.”
“……알겠습니다. 성녀님.”
가벼운 손짓만으로 순식간에 고위력 신성 마법을 써간 데네브.
그녀의 모습을 보며, 성기사들은 작게 감탄했다.
정작 다시 마차 안에 들어간 데네브는 작게 한숨을 쉬었지만.
‘위력 조절이 힘드네.’
조금 더 팡! 하고 터지는 것을 원했는데, 너무 느린 것 같았다.
멋있게 퍼엉!
그런 걸 생각하고 있었는데 말이야.
객관적으로 그녀가 보여준 신성 마법은 또래 중에선 절대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
대륙 전체를 찾아봐도 비슷한 수준은 주름이 자글자글한 사람들밖에 없을 정도였으니.
하지만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본인은 성녀.
행동 하나하나에서 남들의 시선을 빼앗고 존경심을 일으킬만한 인물이어야 했다.
그렇게 믿고 살아왔으니까.
“후…… 조금 더 연습이 필요하겠어.”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적을 상대할까가 아닌, 어떻게 하면 더 화려하고 멋지게 보일까.
그녀의 머릿속엔 그런 생각만이 가득했다.
#3
어두운 공간.
누군가 비척거리며 팔을 휘둘렀다.
쿠와앙-!
그 여파는 상당했다.
일대가 흙먼지로 뒤덮였고, 누군가가 휘두른 팔에 주변은 움푹 패여 있었으니까.
그는 자신의 팔을 내려다보더니 히죽 웃었다.
거뭇거뭇, 흉측한 비늘이 돋아나 있었지만 괜찮았다.
대신, 이 엄청난 힘을 얻지 않았던가.
“이거라면…… 이제 굽신거릴 필욘 없지.”
“그래요. 엑스퍼트, 그것도 마스터 직전까지의 힘을 얻었군요.”
“흐…… 드래곤의 힘이 대단하긴 해.”
팔에 비늘이 돋아난 이는 클레아.
방금 죽은 드래곤의 힘을 흡수한 참이었다.
이곳은 참으로 신기한 곳이었다.
무한하게 강해질 수 있는 곳이었으니까.
그의 옆에 있던 예언자가 작게 웃었다.
드래곤의 힘을 얻었다.
그러니, 이제 내분을 만들겠지.
‘적을 무너뜨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안에서부터 균열을 일으키는 거지요.’
니아는 분명 대단한 전력이었다.
공격력의 주축을 맡고 있는 마법사.
그리고, 적의 방어를 무시할 수단까지 지닌 사람이었다.
그녀의 시선을 가문으로 돌리고, 그 틈에 사도들을 박멸할 계획이었다.
‘2대를 세워? 웃기지 마라지.’
그녀의 입술이 비틀려 올라갔다.
정말 같잖은 생각이었다.
사람들은 이미 타락하고 무너졌다.
모든 것을 무로 돌리고 다시 세워야 온전해질 정도로.
그렇게 깔끔을 떨던 성국 조차 지금은 부패와 부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숨기고 있는 것일 뿐, 결국 본질은 똑같다는 것.
내분은 정해져 있는 것이다.
“자, 이제 그대가 할 일을 하세요.”
“그러지.”
“아직 부족합니다. 힘을 더욱 키워야 할 겁니다.”
“시간은 얼마나 남았지?”
이곳에 있는 불길한 기운만 아니라면, 평생 이곳에서 힘만 키워도 될 것이다.
하지만, 그놈이 있는 한, 조심해야겠지.
흉흉한 악귀, 그 자체인 놈과 마주해서는 안 될 터다.
예언자는 그 사실을 당부해 주었다.
“검은 머리의 푸른 눈동자를 가진 사신을 조심하십시오.”
“검은 머리의 푸른 눈동자…… 마누스를 얘기하는 건가?”
“아닙니다. 그는 사신이 아니지요.”
아직 다 자라지도 않은 애송이에게 사신의 칭호를 부여하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더 큰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는 걸, 예언자는 느낄 수 있었다.
끝없는 증오와 원망을 몸에 두른 채, 제물을 향해 무한히 배회하는 자.
그를 마주하지만 않으면 될 것이다.
그 외에는 뭐…… 상관없었다.
“지금은 진짜 드래곤의 힘이 아닌, 비룡종의 힘을 흡수했지요. 언젠가 진짜 드래곤의 힘을 계승해야 할 겁니다.”
“알고 있다. 나는 조금만 더 있다 나가지.”
“오래 있다 보면, 세상이 당신을 집어삼킬 겁니다. 부디 조심하시길.”
클레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야, 알아서 조절해야지.
그는 계속해서 사냥감을 찾아다녔다.
예언자는 그런 그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곧, 시작되겠군.”
조금만 더 있으면 그분들이 오실 거다.
그때까지만 시간을 끌면, 이제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되겠지.
“빛과 어둠이 만나는 날, 세상은 큰 혼돈에 빠지리라.”
“그 끝엔…… 거대한 폭발과 무(無)로 돌아갈 일만 남았으리니.”
그녀의 읊조림은 아무도 모르게 퍼져나갔다.
마치, 이 세상의 끝을 예언하듯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