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298)
298화 – 용의 사도
#1
82층.
헉헉거리는 숨소리가 연신 들렸다.
막강한 적과의 조우는 풀어졌던 긴장감을 바짝 조여 주었다.
쉴 틈 따위는 없었다.
부글거리며 끓어오르는 용암이 그들을 녹여버리기 위해 달려들고 있었으니까.
“뛰어, 뛰어!”
“으으-! 진짜 힘든데!”
“회복 마법 걸어줄게, 얼른 뛰자.”
쓸데없이 마나를 사용하는 건 좋지 않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아낌없이 퍼부었다.
강제로 쌩쌩해진 이들은 다시 발을 놀려, 용암으로부터 멀어졌다.
선두에서 달리던 클라리나가 멜라니에게 물었다.
“저기, 원래 저런 애들이 득실거리는 곳이야?”
“네? 아니에요. 저 친구…… 아니, 저 괴물만 다른 거죠.”
“그렇구나. 진짜 깜짝 놀랐거든.”
“저만큼 강한 개체도 찾아보기 힘들 거예요.”
멜라니의 말들은 어딘가 씁쓸해 보였다.
클라리나가 아무리 명랑하고 쾌활한데다 아무 생각 없어 보이는 발언을 던지는 성격이라지만, 눈치까지 없는 건 아니었다.
대가문의 장녀는 원치 않아도 보고 들은 것이 많았으니까.
그래서 입을 다물었다.
더 물어봤다간 전투에 영향이 미칠 것 같아서.
작은 한숨을 삼키고 있을 때, 알라노가 뒤에서 입을 열었다.
“악연이지요. 중간에 쉬는 공간이 나옵니다. 그때 설명해 드릴게요.”
“어…… 그래요. 고마워요.”
다른 사람에게는 반말이 툭툭 튀어나왔지만, 유독 알라노는 어려웠다.
지금 그녀의 기분이 굉장히 좋지 않아 보인다는 것 역시, 클라리나가 존댓말을 한 이유 중 하나였다.
괜히 기분 나쁜 상대를 자극할 필욘 없으니까.
“계속 움직이지. 트레이스 건은…… 일단 안전한 곳에서 상의해 보자고.”
마누스의 말이 옳았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고, 앞만 보고 달려 나갔다.
트레이스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엔, 이곳은 너무 위험한 곳이었으니.
‘슬슬 아이템을 만들 때가 됐네.’
마누스는 본능적으로 마법을 쏘아내며 생각했다.
블랙과 화이트.
그들이 만들어내는 마도구가 필요했다.
다른 차원에서 온 존재라면, 다른 차원으로 보내버려야지.
막대한 양의 마석이 필요하지만, 며칠만 고생하면 충분히 벌 수 있을 정도.
필요한 재료 역시 아카데미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아이템 합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블랙과 화이트의 컨디션이지, 재료의 희귀성이 아니었으니.
트레이스,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학살한 원한.
‘이것도 새로운 스토리였던 건가.’
이런 것이 DLC라면, 충분히 호평받을 만한 스토리였다.
이걸 자신이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도 중요한가?
그것까진 잘 모르겠네.
마누스는 해결방안을 생각하며 달리고 또 달렸다.
“아침마다 체력단련 하길 진짜 잘했네.”
“그러게. 맨날 징징거리더니.”
“읏, 무슨 징징거렸어!? 조금 투덜거린 거지! 마법사는 원래 뒤에서 지원하는 직업이라고!”
“그래서, 마누스 선배랑 멜라니를 그렇게 고생시키는 거야? 응?”
피어슨 담당 일진인 아나이스는 오늘도 열심히 그를 말로 때렸다.
덕분에 경직되었던 분위기가 다소 풀어졌다.
그렇게 89층에 도착한 이들.
“……응?”
“여기 분명…… 파수꾼이 있는 곳 아닌가요?”
“그러게.”
그리고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도착한 곳은 분명, 거대한 홀이었다.
그간의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확실히 이곳은 파수꾼이 지키고 있어야 할 공간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텅 비어버린 공간만이 존재했다.
“잠시만요.”
뒤에서 열심히 따라오고 있던 에머슨이 주변을 휘휘 둘러보며 앞으로 나섰다.
마누스 역시 공간을 훑었다.
뒤이어, 아덴 역시 그림자 안쪽에서 스르륵 나타났다.
“다들 쉬고 계세요. 잠깐 살펴볼게요.”
“그래.”
“그럼, 아까 못했던 얘기, 마저 들어도 될까?”
클라리나는 궁금증이 다시 올라온 듯, 슬쩍 손을 들며 말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고, 적당히 자리 잡고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니까 어떻게 된 거냐면…….”
가장 입담이 좋은 피어슨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세 사람은 공간에서 있었던 일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특히 아덴은 추적과 분석의 달인이었으므로, 이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금방 유추할 수 있었다.
“전투가 일어났군요. 꽤 치열했어요.”
“역시…… 그렇죠? 누가 이곳에서 전투를 치렀을까요?”
“글쎄…… 그거까진 알 수 없겠지만, 인간이 아닌 것 같은 마나의 잔재가 남아 있습니다.”
마누스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마나를 완벽에 가깝게 탐지할 수 있는 그는, 여기저기 남아있는 흔적을 보고 알았다.
이거, 절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마나가 아니었다.
혹시 내분이 일어났나?
‘그건 아닐 것 같은데.’
그 순간, 마누스에게 기다리던 메시지가 떠올랐다.
[DLC 스토리가 시작됩니다.] [S.?? : שנאת אחים] [누?가Ω 막〓라.] [보상 : ???]‘뭐야 이건.’
여기저기 일그러진 텍스트가 보였다.
일단 스토리가 시작된 것 같기는 한데…… 지금까지 본 적 없었던 형식의 테스트였다.
버그인가?
아무리 그래도 현실인데, 시스템이 오류를 일으킬 수 있는 건가?
‘일단 진행하는 수밖에.’
스토리와 상관없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생겼다.
보상은 둘째치고,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철저히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터다.
여기저기 발톱 모양으로 할퀴어진 흔적이 있었다.
그을린 자국, 패인 흔적이 보였다.
괴수와 괴수가 싸운 듯한 흔적들.
일단 지금 결론지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쩝, 마누스는 입맛을 다셨다.
이곳도 용종 파수꾼이었다면, 확실히 니아의 전력을 올릴 수 있었을 텐데.
“경과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마도 파수꾼 쪽이 패배한 것 같네요.”
“가면 조각인가.”
“예. 희미하게 죽은 자의 마나가 느껴집니다.”
파수꾼의 가면이 깨져, 나뒹구는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패배해, 죽은 것.
그렇지 않다면 곧 수복해서 여길 떴거나, 지키고 있었겠지.
파수꾼을 죽인 자는 과연 어떤 존재일까.
‘칸타티인가? 아니…… 그는 사도인데.’
에레시스는 직접 들어올 수 없고.
아니, 아니지.
마누스는 에레시스의 누군가를 떠올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있다, 그들이 들어올 수 있는 방법이.
“에레시스일 수도 있겠군.”
“에레시스요? 하지만…….”
“보통의 방법으로는 들어올 수 없지. 보통의 방법으로는 말이야.”
그렇다는 건, 보통의 방법이 아닌 특별한 방법으로 들어왔다는 이야기다.
마누스는 빌런, [예언자]를 떠올렸다.
나그네만큼이나 짜증 나는 존재였지.
메인 빌런 중 한 명이었다.
마누스도 익히 알고 있을 만큼 유명한 존재이기도 했고.
딱 세 개.
그녀가 빌런을 지구라트 안쪽으로 들여보낼 수 있는 횟수였다.
‘하나는 미아 교수였고, 다른 하나는 자신이 썼을 것이다.’
남은 하나.
그것이 어떤 존재인지는 회차마다 랜덤으로 정해졌다.
아카데미의 교수일 수도 있었고, 일개 평민일 수도 있었다.
그게 누군지에 따라 전투 양상이 완전히 뒤바뀌었지.
그나마 다행인 것은 레벨 스케일링이 적용되어 스탯 자체는 비슷하다는 것.
문제는 그들이 본래 가지고 있던 스킬이 무엇이냐에 따라 난도가 확 달라진다는 것.
거기까지 생각하자, 전장이 새롭게 보였다.
“미아 교수, 다들 기억하겠지?”
“네. 기억해요.”
“그녀와 비슷한 방법으로 들어왔을 가능성이 크다. 그녀가 연구원이었다면, 이번에는 전투 요원이겠지.”
그것도 아주 강력한.
에머슨의 고운 아미가 찌푸려졌다.
이건 생각보다 더욱 심각한 일이었으니까.
단순히 적이 늘어난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성장 재화를 빼앗길 수도 있다는 것.
이제부터 치킨런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소리였다.
“안 그래도 페이스가 빠른데…… 더 빨라져야 할까요?”
“그거까진 아직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파수꾼을 빼앗긴다면 큰 손해로 이어질 거다.”
“아무래도 그렇겠죠.”
특히, 그곳에서 나오는 재료들은 장비를 강화하는데 필요한 것들이었다.
구닥다리 장비로 사도를 상대해야 한다는 말이기도 했지.
마누스는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이럴 때 칸타티라도 와서 힌트를 주면 좋으련만…….
“선배, 문제가 심각해요?”
“아무래도 긴장해야 할 것 같아.”
“그러면 이러고 있을 시간도 없겠네요.”
심각한 낌새를 느낀 것인지, 케일이 다가와 물었다.
마누스의 이야기를 들은 그녀의 눈빛이 진지하게 변했다.
지금 이대로 있을 수는 없다는 건가.
생각해보면, 케일도 마누스 자신과 점점 닮아가는 것 같단 말이지.
“어서 가는 게 좋을까요?”
“아니, 이 위로는 딱히 손해 볼 게 없다. 푹 쉬고 사도를 만나러 가는 것이 훨씬 좋을 거다.”
“그럴게요. 선배도 얼른 와서 쉬어요.”
케일이 마누스의 손을 잡고 이끌었다.
묘하게 적극적으로 된 건, 착각일까?
마누스는 그녀의 힘에 이끌려 옹기종기 모여있는 곳에 도착했다.
“마누스, 어떻게 됐어?”
“잠깐 설명해 드리죠.”
마누스는 나름 분석한 이야기를 내놓았다.
모든 추측을 들은 이들의 표정은 다시 안 좋아졌다.
클라리나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어째, 안 좋은 일이 겹치네.”
“괜찮다. 트레이스와는 당분간 동선이 겹치지 않을 테니.”
“그러면 다행이긴 하지만…….”
에레시스의 인물이 탑에 들어왔다니, 다시 숨 막히는 긴장감 속에 탑을 올라야 한다는 말이었다.
강해져야 하는 건 물론, 난데없는 기습까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
어째, 가면 갈수록 전투는 어려워지는 것 같았다.
“푹 쉬고, 오늘은 사도를 만나러 가지.”
“좋아요.”
일단은 눈앞에 있는 적부터 해치워야 한다.
그래야 뭐든 대비할 수 있겠지.
#2
100층.
사도 암브레시아는 적의 기척을 느꼈다.
칸타티가 다녀간 뒤, 그의 마음은 뒤숭숭하기만 했다.
정말, 그가 말하는 것들이 모두 이뤄질까?
기약 없는 약속을 지켜야 하는 운명이라…… 회의감이 몰려오는 것도 당연했다.
일단 만나보면 알겠지.
“왔군.”
그가 눈을 들어, 열리는 문을 바라봤다.
검은 머리에 푸른 눈동자.
암브레시아는 옆에 서 있던 이에게 말했다.
“네가 먼저 상대해라.”
“알겠습니다. 주군.”
“용의 후예도 있군. 가서 진정한 용이 무엇인지 보여주거라.”
고개를 숙인 그의 측근이 서서히 걸음을 옮겼다.
사도 암브레시아.
그의 또 다른 이름은 용의 사도.
드래곤의 힘을 받은 사도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