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299)
299화 – 숭고한 희생을 할지어다
#1
인간형으로 보이는 청년은 머리에 비스듬히 가면을 올려놓은 채였다.
은둔자, J.
한쪽 눈동자는 안대에 가려져 있었다.
원 아이드 잭.
그 붉은 눈동자가 마누스 일행을 바라봤다.
정말이지, 성장 속도가 무서운 아이들이었다.
그래, 이것 역시 안배고 인과율이겠지.
정해진 형태로 돌아가는, 일종의 이야기일까.
청년은 알 수 없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그리고…… 드래곤의 힘을 이어받은 아이도 반갑구나.”
“…….”
니아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고개를 숙이고 극도의 예를 취하려던 것을 겨우 막아냈다.
마누스는 그 모습을 보고 그녀에게 물었다.
지금 이곳에서는 힘들면 빠지는 것이 맞았으니까.
“어떻게 하실 겁니까.”
“뭘 어떻게 해. 여태 잘 해왔잖아?”
“무리라고 생각되면 빠져야 합니다.”
“알았어.”
그르렁거리는 원 아이드 잭의 마나가 흉포하게 일렁였다.
그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었으니까.
인과율이니 희생이니…….
그딴 것들이 뭐가 중요하던가.
자신들은 암브레시아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태어난 존재.
그분의 뜻이 아니라면, 솔직히 당장에라도 칸타티를 썰어버렸을 것이다.
숭고한 희생보다, 그에겐 암브레시아의 존재가 더욱 중요했으니.
“여러분이 형장을 잔뜩 들쑤신 덕분에, 죽은 자들의 도시가 위협에 떨고 있습니다.”
“너희들이 세계를 멸망시키려 한다며? 그런데 가만히 있을 수 있겠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군요. 우리가 세계를 멸망시키려 한다…… 그런 건 관심 없습니다.”
“너에게나 관심이 없는 거겠지.”
원 아이드 잭은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지금 저들이 무얼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길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려주는 사람이 있어야 바로 걸어갈 수도 있는 법.
그는 사도 암브레시아를 바라봤다.
“놔둬라. 그러다 절벽 아래로 떨어지면 그때 후회하겠지. 지금 자신들이 걸어가는 길이 어딘지도 모르는 놈들이라니. 생각보다 더 한심하군.”
“뭐야!?”
발끈한 피어슨이 마나를 피워냈지만, 마누스가 그를 막아섰다.
여기서는 대화가 조금 더 필요할 것 같았으니.
“우리가 뭘 잘못 알고 있다는 건지 궁금하군. 탑은 가만히 놔두면 현실로 범람할 거다.”
“음, 그건 부정할 수 없군. 하지만, 그렇다고 이곳을 없앤다? 그건 누가 결정한 것인가. 그대야말로 현실에서 범람하고 있는 침입자가 아닌가.”
“모호한 말이로군. 지키려고 하는 것과 침입하는 자. 너희는 분명, 죽음의 신을 강림시키려 하고 있지.”
사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게 된다면 드래곤이 없는 지금 산 자들의 세계는 붕괴할지도 모르겠지.
저들이 저렇게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것도 전부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지.
“그래. 수호자가 없는 지금 현실은 무척 위험하지. 허나…… 네가 그쪽에서 위협하고 있는 건 마음에 들지 않는군.”
“내가?”
“그래. 너는…… ■■■■■지 않는가. 이런, 아직은 말하면 안 되는 사실이었나?”
암브레시아는 재밌다는 듯, 낄낄 웃었다.
마누스는 인상을 찌푸리며 무슨 일인지 생각해야만 했다.
역시, 자신에 대한 비밀이 있었는가.
“잡담은 끝이다. 네놈들이 걸어가는 길은 충분히 존중해 주도록 하지. 숭고한 희생이라…… 그렇게 원한다면 해 주겠다.”
“먼저 상대하겠습니다.”
“그래, 수준 파악 좀 하자꾸나.”
전투가 시작되었다.
원 아이드 잭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콰드드드득-!
살갗을 뚫고 나오는 거대한 날개.
인간의 피부에서, 흉포한 야수의 피부로 변하는 모습.
‘저건…….’
마누스는 이전, 파수꾼이 있던 장소에서 분석했던 것과 비슷한 광경임을 깨달았다.
그곳에 있는 잔재와는 전혀 다른 기운이긴 했지만, 이런 식의 전투가 일어났겠지.
그는 신경 쓰이는 정보들을 접어두고 마나를 피워냈다.
모두가 전투 위치로 향했다.
마누스는 가장 자신 있는, 그리고 강력한 마법을 펼쳤다.
어차피 용종의 방어력을 뚫기 위해서는 큰 거 한 방 날려주는 것이 좋았으니.
“시간을 벌어 줘라.”
“알았다.”
기예르모가 앞으로 나섰다.
말로만 듣던 용종이라니.
그는 방패를 꽉 움켜쥐고 단단히 자세를 취했다.
버프 마법이 주르륵 둘러지고,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었다.
니아는 이를 악물고 마법을 짜 올렸다.
본능적인 거부감을 억누르는 건, 제법 힘든 일이었으니.
그럼에도 그녀는 이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하극상을 벌였다.
[마누비아] [알투스]개전을 알리는 마법이 쏘아졌다.
황금빛 전격이 완연한 드래곤의 모습을 갖춘 [잭]을 가격했다.
콰지지직-!
전격이 흐르고 나직한 울음이 흘렀다.
[크르르르…….]전위 두 명은 그의 날개 쪽으로 자리했고, 단단한 수호자 둘이 잭의 정면을 맡았다.
드래곤의 약점은 날개, 그리고 배.
뛰어난 항마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었다.
마누스가 작전을 하달했다.
“천천히, 위력을 집중해 공격한다.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할 거다.”
“알았어!”
마법사들이 일제히 마법을 짜 올렸다.
그 사이, 드래곤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거대한 앞발이 클라리나와 기예르모의 방패를 후려쳤다.
쿠와아앙-!
성벽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주르륵 밀려나는 두 수호자.
압도적인 질량에서 오는 차이는 어쩔 수 없었다.
“어우, 찌릿한 거 봐, 동생아. 적당히 흘려야겠다.”
“그러지.”
그래도 두 사람은 투지를 불태우며 용의 앞을 막아섰다.
마누스는 패턴을 생각하며 무려 6클래스 마법 두 개를 연달아 펼쳤다.
[더블 스프레드] [솔라리오] – [템페스타테스] [빅토르 볼카누스]정복하는 거대한 폭풍과 불의 신이 강림했다.
주변을 온통 환하게 비추는 열기.
바닥이 끈적일 정도로 압도적인 열기를 뿜어내는 마법이 완성되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열풍이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다들 뒤로 물러나라.”
콰아아아아-!
마법은 주변에 있는 산소를 모조리 빨아들이며 나아갔다.
본능적으로 방어 마법을 걸지 않았다면, 같은 일행마저 소멸할 정도로 강맹한 위력.
클라리나는 방패로 몸을 가리며 입을 쩍 벌렸다.
‘뭐야, 쟤, 원래 저렇게 괴물이었나?’
자신이 알고 있는 마누스와 갭이 너무 큰데?
저 드래곤보다 아군의 마법이 더 위험하다니.
아무리 피아를 구분하는 마법이라지만, 여파는 대단했다.
[크르르르륵…….]6클래스 마법을 정통으로 맞았는데도 아직 살아있는 걸 보면, 저쪽도 만만치는 않은 것 같았지만.
쯧, 저쪽에서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위력 하나는 인정해야겠군.”
용의 사도가 가볍게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제아무리 말 안 듣는 측근이라지만, 이렇게 한방에 무력화되어버릴 줄은 몰랐다.
벌써 이 정도까지 도달했는가.
어찌 보면 잘 된 걸지도 모르지.
“녀석의 뜻대로 흘러가게 두는 건 마음에 들지 않지만…….”
[명하노라, 그대, 회복할지어다.] [용언 : 회복]그것은 전지전능한 힘.
주변에 있던 마나가 그의 의지를 받들어, 상처 입은 용을 치유했다.
반칙 수준의 압도적인 능력.
오직 드래곤, 혹은 그에 준하는 이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언령이었다.
압도적인 화력보다 무서운 것은 장기전이었다.
이들의 마나는 한정적이었으니, 내구가 강하면 뚫어낼 수 없을 테니까.
하지만, 마누스는 오히려 입가에 미소를 매달았다.
“이제 네 번 남았나?”
“…….”
아무리 변수가 많다고 해도 기본적인 틀과 패턴은 변하지 않는다.
그것이 원작의 법칙인 거지.
게임을 무수히 많이 플레이한 과거의 마누스.
그는 사도의 모든 것을 꿰뚫고 있었으니, 저자는 귀중한 것을 날려 먹은 거다.
“얼른 처리하고 상대해주지.”
물량의 무서움이 바로 이거다.
체력을 보존하면서 비슷한 수준의 공격을 날려댈 수 있다는 것.
그 뒤로, 잭은 만신창이가 될 때까지 계속해서 날아오는 공격에 당해야만 했다.
#2
사도와의 전투가 한창일 때.
세계가 변했다.
암녹색으로 물든 세계는 누군가에겐 축복이었으니.
“때가 되었군요.”
쿠우웅-!
거대한 발걸음이 대지를 가르며 나아갔다.
전차를 연상케 하는 거인.
네 발로 엉금엉금 기어가는 거대한 맹수.
그들은 아무것도 없는 아카데미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정말 이걸로 되는 건가?”
“그래요. 저 탑, 그리고 사도들이 없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그래야?”
“우리의 대의를 이룰 수 있지요.”
저 안에 있는 인물들은 위험한 이들이었다.
지금이 적기.
지금까지 일정한 주기로 하수인을 내보낸 까닭이 무엇이던가.
바로 지금을 위해서였지.
“그들은 자만심에 빠져 있습니다. 루틴을 정립하고 계획대로 착착 움직인다고 생각하겠죠.”
“그렇군.”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지.
반대로 말하면, 적응한 환경이 깨지는 순간 큰 혼란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뜻.
예언자는 이때를 노린 것이기도 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전쟁의 서막을 올릴 때다.
그들은 진실에 가까이 다가갔을까?
그렇다면, 지금 탑에서 저렇게 씨름하고 있지도 않았겠지.
혼돈 속에 빠져 죽어라.
“다들, 돌격하세요.”
[우어어어어어어-!]그것은 본격적인 전쟁의 서막.
세계를 멸망에 빠뜨리려는 이들의 개전이었다.
#3
“성녀님, 이건……?”
“노닥거릴 시간이 없겠군요. 어서 가죠.”
세상이 변한 것은 성녀도 인지했다.
과연, 이건 어떤 현상일까.
다른 이들도 혼란에 빠졌다.
한 번도 이렇게 변한 적은 없었으니.
“지금부터 전속력으로 달려, 아카데미로 갑니다.”
“알겠습니다!”
세상의 변화는 급작스러웠지만, 모든 것은 이유가 있는 법.
같은 시각, 인비데아 역시 하늘을 올려다보는 중이었다.
“얼마 전에도 변했거늘…… 이번에도?”
“공녀님! 지금 밖이……!”
“그래, 알고 있다.”
게다가 지금은 자신만 이곳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모든 이가, 모든 이가 이곳에 있었으니.
“허 참…… 빨라도 너무 빠른 것이 아니더냐.”
“가주님께 보고드리러 가야겠다. 가자.”
“예.”
모든 이가 알아버렸으니, 이제 각국이 움직이겠지.
황제 폐하께서도 슬슬 움직일 것이다.
이 상황이 어찌 흘러가려나.
인비데아의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