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30)
*****************************************************
****************************************************
제30화
30화 – 네 욕망은 그게 아니잖아
#1
어딘지 모를 탑 내부.
마누스는 어질어질한 머리를 부여잡으며 일어섰다.
옆에는 아직도 정신 차리지 못한 리비가 널브러져 있었다.
어디쯤일까.
높이를 가늠해 보고자, 근처에 있는 창문으로 향했다.
기괴한 모양의 달.
멈춰진 구름.
‘꽤 높이 올라온 것 같은데.’
어림잡아 20층 내외.
위층은 보스를 잡기 전까진 올라갈 수 없으니, 최고 높은 곳이어도 25층을 넘기진 않았으리라.
통신 구슬을 작동시켜 보았다.
“마누스다. 들리는 사람은 응답하도록.”
“-들립니다! 여긴 피어슨! 와, 저 혼자 떨어졌는데요, 몇 층인지도 모르겠어요! 이러다 저희도 조난당하는 거 아닙니까?!”
“대기하도록.”
이것도 이벤트의 일종이라고 취급된다면, 길잡이는 자신이 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고?
이럴 때를 대비해서 길잡이 마법을 익히지 않았던가.
[둑스]희미한 마나의 빛이 떠올랐다.
과감한 시도를 할 때는, 언제나 대비를 해 두어야 한다.
술식의 성능은 충분히 검증됐다.
“……으-.”
“일어나라.”
“여, 여긴-, 여, 여기가 어디-.”
“이동한다. 죽고 싶지 않다면 빠르게 움직여라.”
리비는 벌떡 일어섰다.
어질어질한 머리를 부여잡을 틈도 없었다.
마누스는 폭군이라는 이름답게 가차 없었다.
둘은 이동을 시작했다.
리비는 잔잔하게 떨리는 몸을 가누며 주변을 둘러봤다.
분명 아카데미 내부에서 들어왔는데, 전혀 다른 공간이었다.
-대체 여긴 어디고, 이들은 어째서 이런 곳을 아는 걸까.
궁금증은 많았지만, 그녀는 무언가를 물어볼 처지가 아니었다.
“선배! 여긴 아나이스예요! 전 케일이랑 같이 있어요!”
“금방 가겠다.”
“그런데, 데몬들이 좀 많네요! 빨리 오셔야 할 것 같아요!”
마누스는 고개를 끄덕이고 걸음을 빨리했다.
길은 보인다.
모든 팀원들을 안전하게 지상까지 데려가는 데 필요한 건, 시간이었다.
#2
[큼!] [큼큼!]멜라니는 위기에 봉착했다.
가면을 쓰고 있는 괴생명체.
괴상한 소리는 공포감을 극대화시켰다.
‘술식, 술식을 짜야-.’
머리가 새하얗게 변했다.
알고 있는 술식과 마법은 분명히 있었으나, 마나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마법사의 기본 소양은 집중력과 참착할 줄 아는 정신 상태였다.
전투는 언제, 어디서 벌어질지 모르는 일.
가혹한 환경에서도, 마법사는 이성을 잃으면 안 된다.
멜라니는 그런 점에서, 마법사로서의 재능이 없는 편이었다.
-얼른 도망가!
-위험해!
-위험하잖아!
우리가 도와줄게-.
그러니, 더 이상 거부하지 마-.
정령들의 속삭임이 커졌다.
멜라니는 애써 그들의 소리를 무시하며 마나를 짜 올렸다.
빠지직-.
그녀가 알고 있는 공격 마법은 보잘것없는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할 수 있었다.
아니, 해야만 한다.
“제발-.”
[큼큼-!]가면들이 점점 포위망을 좁혀 왔다.
수많은 실패 끝에, 멜라니는 가장 기초적인 마법을 완성할 수 있었다.
[아우라]바람이 몰아쳤다.
세찬 바람은 가면을 덮쳤다.
하지만, 수많은 가면 중에 쓰러진 녀석은 단 하나도 없었다.
성큼성큼 다가오는 가면의 존재들.
멜라니의 심장이 터질 것처럼 빠르게 뛰었다.
왜 쓰러지지 않는 거야-?!
‘어떻게 해야-.’
[큼-!]거대한 톱니바퀴처럼 생긴 녀석이 달려들기 위해 기이한 소리를 내었다.
기이이잉-!
전조.
공격이 시작되려는 건 알았지만, 멜라니는 무얼 해야 하는지 몰랐다.
‘죽는-.’
“어이어이-! 내 친구한테 무슨 짓이야-!”
콰르르륵-!
조잡하지만 확실한 화염 마법이 작렬했다.
화염에 휩싸인 톱니바퀴 괴물이 애처로운 비명을 질렀다.
[크으으음-!]“오, 녀석의 약점은 화염 속성인가 본데, 멜라니! 괜찮냐?”
어둠 속에서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동아리에서 친해진 사람 중 한 명, 피어슨이었다.
한 줄기 빛과 같은 존재감이 멜라니에게 닿았다.
“으윽, 이거 너무 많은데?”
눈앞에 있는 녀석들만 해도 대략 열 마리 정도.
게다가 뒤쪽에서도 가면들이 계속 몰려오고 있었다.
멜라니는 피어슨을 보고 화색이 돌았다.
“피, 피어슨-.”
“괜찮아? 어디 다친 덴 없고? 여긴 피어슨, 지금 멜라니를 찾았습니다!”
조그마한 구슬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피어슨.
혼자 온 것이 아님을 깨달은 멜라니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모두들, 구하러 와 준 거구나-.
안도감에 다리가 풀릴 것 같은 것도 잠시, 이어지는 피어슨의 말에 다시금 정신이 번쩍 들었다.
피어슨은 홀로 있을 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물이었으니까.
“여기 사방이 적이거든요? 빨리 와 주셔야 해요! 도망치는 것도 불가능하다구요!”
“최대한 버텨라.”
치직-, 하는 소리와 함께 들린 것은 무뚝뚝하고 위엄 있는 목소리였다.
마누스.
그 철인 같은 자도 자신을 구하러 와 준 건가?
멜라니는 이를 악물었다.
어떻게 해야 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옆에 있다면 들리겠군. 멜라니.”
“에? 아, 네! 드, 들려요.”
“정령을 거부하지 마라. 네 재능은 기껏해야 보조 마법만 쓰는 게 아니니까.”
“-하지만.”
뭘 안다고-.
멜라니는 순간, 반발심이 들어 소리칠 뻔했다.
그녀의 소심함, 그리고 마누스라는 존재가 아니라면 그러했을 것이다.
정령은 위험한 존재다.
동화책에서나 나올 법한 성스럽고 자연에 한없이 가까운 존재가 아니라고.
이들은 살육을 일삼고, 계약자에게 나쁜 마음을 심어 주려는 이들이라고.
그렇게 외치고 싶었다.
“정령은 인간의 마음을 대변하는 존재다. 네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면, 평소에 위험한 생각을 품고 있다는 뜻이겠지.”
“아니에요-!”
멜라니가 두 눈을 감고 소리쳤다.
아니야-.
나는 친구들에게 그런 감정을 품지 않았어!
상인의 가문 밑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보았다.
머릿속으로 헤아릴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났음에도, 그녀의 머릿속에는 증오가 피어나지 않았다.
더럽고 추악한 감정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나는 폭군이라고 불렸지. 지난 1년간, 날 증오하고 있는 이들도 많을 거다.”
“…….”
“난 아직도 얼간이들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들을 향해 호의를 베풀지도 않을 거다. 지금 구슬을 들고 있는 녀석처럼-.”
“엑? 선배, 너무한 거 아닙니까?!”
피어슨이 반발하거나 말거나, 마누스는 계속 말을 이었다.
그래, 모든 사람은 잘못을 하며 살아간다.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모든 사람에게, 모든 행동을 옳게 가져갈 수는 없다.
“싫어하는 녀석들이 있으면 싫어해라. 화를 내고 싶으면 내라는 거다. 정령들이 대신 화를 내 주진 않아.”
“…….”
멜라니는 고개를 푹 숙였다.
싫어하는 이들은 잔뜩 있었다.
그저 도덕적이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외면하고 있었을 뿐이다.
[간섭이 시작되었습니다.]-그래!
-우리가 도와줄게!
-네가 손해 볼 필요가 뭐가 있어!
정령들이 그녀의 주위를 맴돌았다.
가면들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피어슨이 다시 불길을 쏘아 냈다.
[크으으음-!]“어이 멜라니! 꾸물거릴 시간 없다고! 정령이든 뭐든, 지금은 힘이 필요해. 여기서 죽을 생각은 아니겠지?!”
“-당연하지.”
마나가 요동쳤다.
멜라니는 자신의 주변을 맴도는 정령들을 바라봤다.
이젠 정말 시간이 없었다.
마법을 잘 못해도, 괜찮은 걸까?
정령이 있다면, 괴롭힘당하지 않아도 되는 걸까?
“으아아아-! 멜라니이이이이-! 나 죽어어어-!”
[큼-!]데몬의 공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온갖 마법들이 날아왔고, 피어슨은 엣지를 펼쳐 겨우 막고 있을 뿐이었다.
꽃잎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이젠, 정말로 결단을 내릴 때였다.
멜라니가 손을 내밀었다.
“힘, 빌려줘.”
-좋아! 이때를 기다렸어!
-네 앞길을 막는 것들, 다 부숴 버려!
정령이 멜라니에게 쇄도했다.
그녀의 신형 위에, 푸른 마나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멜라니 전용기 : 잉코르포로]-우리의 지식은 곧 네 지식.
-우린 인간의 마법은 쓰지 않아.
-정령의 힘으로 적들을 부숴 버려!
꾸드득-.
멜라니의 가녀린 두 주먹에 힘이 실렸다.
머릿속에서 미친 듯이 반복되는 영상은, 꿈이 아닐 터다.
그녀의 눈동자가 푸르게 빛났다.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알겠어.”
집중력이 약해, 마법을 사용하지 않아도 싸울 방법은 많다.
그녀의 진짜 재능은-.
“흐아압-!”
콰아아아앙-!
푸른 주먹이 섬광을 만들었고, 데몬 하나의 가면이 산산이 부서졌다.
피어슨이 입을 떡 벌리고 파격적인 광경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 가녀린 여인이, 맨주먹으로 데몬을 격파하는 모습이라니!
“서, 선배, 이거 맞아요? 메, 멜라니가-.”
“시끄럽고, 그녀를 도와줘라.”
“아, 넵-!”
피어슨은 자신의 주특기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버프 마법이 멜라니에게 쏟아졌고, 그녀는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그래, 그녀의 포지션은 ‘탱커’ 혹은 ‘근접 딜러’.
정령을 이용한 압도적인 신체 능력 강화.
방어력과 물리 공격, 거기다 속성까지 더해지는 범용성을 갖춘 캐릭터다.
제대로 각성한 멜라니는 그동안의 울분을 풀듯, 미친 듯이 적을 분쇄했다.
-공격은 우리가 막아 줄게!
-가서 다 부숴 버려!
-네 욕망에 충실해!
데몬 역시 마법과 물리 계열 스킬을 사용했다.
지금 눈앞에 있는 데몬은 ‘전차-9’.
하급에 속한 데몬이지만, 비전투 인원이 모두 무찌르기엔 무리가 있는 녀석들이었다.
“죽어어-!”
“……무서운 처자였네.”
콰앙-!
그녀가 가면을 향해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데몬이 비명을 지르며 터져 나갔다.
화르르륵-!
화염의 정령이 힘을 주었다.
[인챈트 : 샐러맨더]멜라니의 분홍 머리칼이 붉게 물들었다.
화염의 정령, 그 자체가 되어 버린 멜라니의 일격.
데몬들은 화염에 휩싸여 펑펑 터지기 시작했다.
“……이야, 진짜 대박이네.”
“무사한가.”
뒤쪽에서 마누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척이나 반가운 소리였다.
피어슨이 푸후-. 한숨을 쉬며 뒤를 돌아봤다.
“선배. 진짜 죽다 살아났습니다요. 근데 정령의 힘이라는 게…… 저렇게 무지막지한 거였습니까? 워낙 희귀해서야 원-”
“확실하게 보조해라. 이제 아나이스와 케일을 찾으러 가야 하니까.”
“알겠슴다.”
마누스가 전투에 가세했다.
콰르르르-!
3클래스 마법이 전장을 휘저었고, 데몬들이 순식간에 녹아 없어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던 리비가 털썩, 주저앉았다.
멜라니의 찬란한 모습을 보며, 그녀는 뚝뚝 눈물을 흘렸다.
옆에 있던 피어슨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보고 있냐? 저렇게 멋있는 애를 죽이려고 한 거야, 넌.”
“아니야…….”
“으휴. 네가 열심히 해서 극복할 생각을 해야지, 남을 끌어내리면 너도 같이 추락하는 거 모르냐?”
리비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자신은 어떻게 될까.
멜라니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여러모로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이윽고, 전투가 끝났다.
마나를 상당히 많이 소모한 멜라니가 쓰러질 듯 비틀거렸다.
속이 다 시원한 전투였다.
마음속에 있었던 응어리가 씻은 듯이 없어진 기분.
-정말 상쾌했다.
“선배. 감사합니다.”
“저 애는 어떻게 할 거지?”
멜라니가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처연한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리비가 있었다.
그녀의 눈빛에 은은한 분노가 깃들었다.
『이벤트 분기점』
[멜라니 각성 → 정령사] [멜라니가 동료로 합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