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303)
303화 – 참전, 그리고 연합
#1
방대한 양의 선택지가 있으면, 취사선택을 하는 것이 정말 힘들다.
마누스도 마찬가지였다.
이 게임에는 정말 많은 스킬이 있었고, 정말 짜증 나는 스킬들이 많았다.
속된 말로 ‘개사기 스킬’이 즐비한 보고에 발을 들여놓으니, 오히려 혼란스럽달까.
마누스는 급한 대로, 한 가지 스킬을 먼저 습득하기로 했다.
이전부터 꼭 배우고 싶었던 스킬.
제 7사도가 가지고 있는 스킬이며, 아슬아슬하게 살아나갈 수 있는 캐릭터를 무차별하게 죽였던 기술이기도 했다.
[영혼의 타격]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았더냐. 겨우 살았다고 안도했겠지. 너희들의 그릇은 고작 그것밖에 안 되는 것이니라. 하찮은 것들.] [나, 프리실라는 너희들의 오만함과 나태함을 벌하고자 이렇게 선언하노라.] [피했다고 피한 것이 아니며, 견뎠다고 견딘 것이 아니다. 실낱같은 희망을 산산이 짓이겨주마.] [모든 공격 시 70%의 위력으로 한 번 더 공격한다.] [이 공격은 똑같은 위력과 효과를 지닌다.]진짜 말도 안 되는 사기 스킬.
플레이어블 캐릭터에 이딴 스킬을 넣어둔다면, 공략의 재미가 확 떨어졌을지도 모르는 스킬.
처음 보고에 들어왔을 때, 마누스는 이 기술이 위쪽에 있는 걸 언뜻 보았다.
수백, 수천 년을 기다려야 얻을 수 있었던 스킬이었지.
그런 스킬을, 생각만으로 간단하게 얻어버린 거다.
고작 습득권 하나를 사용해서.
전투는 점점 격렬해지고 있었다.
그래, 누구 말마따나 이 사태부터 진정시켜야겠지.
“두 번 연속 공격이라…….”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히 겁도 없이 이곳으로 쳐들어온 적들에게 철퇴를 내려줄 생각이었다.
걸음을 옮기니, 벌써 한바탕 하고 있는 교수와 아이들이 보였다.
마누스는 조용히 힘을 집중했다.
들끓는 마나와 영혼에 각인된 능력이 마법진을 짜 올렸다.
사도의 능력은 원작에서도 손꼽히는 것들이었다.
오랜 시간을 살아오며 키워온 능력이었으니, 위력과 효과는 절륜했다.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스킬 한 번으로 부쩍 강해졌다는걸.
“수가 엄청 많은데?”
“교수님들! 잔챙이들은 저희에게 맡기세요!”
“오냐, 너희들, 잘 살아 돌아왔구나!”
“그럼요!”
이때만큼은 제니퍼의 무서움이 든든함으로 바뀌었다.
그녀와 거리낌 없이 대화하는 건 마누스밖에 없을 줄 알았는데, 이런 상황이 되니 누구나 그렇게 되고 있었다.
전장에서의 소통은 그 무엇보다 중요했으니.
교수들의 시선이 데모니움과 거대한 언데드에게로 향했다.
굳이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휘두를 순 없지.
지원군이 도착했으니, 교수들이 본격적으로 날뛰기 시작했다.
“잔챙이들부터 치워볼까.”
마누스 역시 마법을 완성했다.
이번에는 [디비누스 아스타]를 조금 더 개량한 버전이었다.
[트리플 스프레드] [누멘] – [솔라리오] – [볼카누스]무려, 6클래스 마법의 트리플 캐스팅.
신성 마법, 화염 마법, 그리고 전격 마법까지.
완숙한 마도사, 그 너머로 향하고 있는 마누스의 실력이 제대로 발휘된 순간이었다.
성창.
신의 힘에 근접한 천사들이나 사용할 법한 백열의 창이 손에 쥐어졌다.
‘후…… 조금 무리했나.’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래도, 홧김에 해본 것 치고는 성공적이었다.
어째, 사도나 보스를 클리어하면 지닌바 힘이 대폭 강해지는 것 같았다.
착각일까?
아마도 아니겠지.
‘사도를 잡을 때마다 한 단계씩 뛰어오르는군.’
이 거대한 성창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무척 궁금해졌다.
마누스는 조용히 걸어가, 아카데미 쪽으로 달려오는 거대한 언데드를 바라봤다.
시체 골렘.
저번에도 상대한 전력이 있는 녀석이었다.
그때는 6클래스 마법으로 한 번에 없앴지.
지금은 어떨까.
마누스의 힘을 느낀 이들이 고개를 돌렸다.
특히, 예언자는 그를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가공할 만한 힘. 역시, 카이사르일까요.’
예상보다 그 힘이 웃돌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오차 범위 안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성창을 냅다 던지기 전까지는.
마누스가 제니퍼에게서 배운 것은 단순히 격투술과 마투학, 이 두 개가 전부는 아니었다.
육체를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
그것이 단순히 주먹을 내지르고 뛰어다니고 대련하는 것보다 힘들었다.
인간의 힘이란, 제법 대단한 것이어서, 잠재력이 무궁무진했다.
그 포텐셜을 모조리 끌어올리는 것.
그것이 제니퍼 교수와의 수업에서 가장 열심히 배웠던 것이었다.
“터져라.”
그리고 지금, 그 정수가 그대로 녹아든 마법이 쏟아졌다.
백색의 기둥이 터져서 올라왔다.
고오오오오오-!
폭음이 아닌, 진동으로 이뤄진 충격이 온몸을 강타했다.
귀는 이미 먹먹해졌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목표로 했던 언데드는 이미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아이들은 마나의 폭풍에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려 보호했고, 교수들은 깜짝 놀라 뒤를 바라봤다.
“이야, 저거 누가 그런 거요, 트레일 교수인가?”
“아닐 겁니다. 트레일 교수는 지금 다른 놈을 상대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네. 그럼…… 제자 놈이겠군.”
이제 제자라고 부르기에도 멋쩍은 수준까지 올라왔다.
폭발이 가라앉았다.
언데드의 수가 너무도 많아, 뻥 뚫린 자리를 순식간에 그대로 메웠다.
하지만, [영혼의 타격]은 이런 상황을 노린 것이었으니.
“충격에 대비해라.”
마누스가 안심하는 아이들 앞에서 방어 마법을 전개했다.
아이기스, 신의 방패라고 불리는 다섯 장의 꽃잎이 연약한 아이들을 지켜주었다.
콰아아아아앙-!
2차 폭발.
다시금 일어난 폭발에, 아이들은 눈을 감고 몸을 숙였다.
눈을 감지 않고 상황을 지켜본 이는 셋.
니아와 케일, 그리고 기예르모였다.
특히, 니아는 마법의 위력을 느끼곤 전율했다.
이거, 드래곤의 힘을 각성한다고 해서 따라갈 수 있는 위력일까?
다시금 거대한 벽이 느껴졌다.
“하…… 그래도 든든하긴 하네?”
“네?”
“아니야. 나도 얼른 따라가야지. 케일, 우리 둘이서 몰래 특훈 하자.”
“갑자기요?”
“저걸 보고도 나태해질 거니?”
폭발의 여파가 잦아들고, 남은 것은 없었다.
아직 언데드가 꾸역꾸역 몰려들기 시작했지만, 그 기세는 많이 줄었다.
모두 마누스의 마법 한 번으로 이뤄낸 성과였다.
“……오늘은 이쯤 해서 물러나야겠군요.”
예언자는 멍하니 중얼거렸다.
그녀가 종을 들려고 하는 순간, 섬뜩한 목소리가 들렸다.
“너구나?”
#2
“이게 다 무슨 일이더냐.”
“이제, 새로운 시대가 열리겠군요.”
“뭐? 클레아, 무슨 소리냐. 갑자기.”
아브렐 가문의 가주는 묘하게 침착한 아들, 클레아를 바라보며 물었다.
요 며칠, 클레아의 상태는 묘하게 이상했다.
행정의 전반적인 부분을 책임지는 아들이 자리를 비우는 일이 잦았다.
당장에는 상관없었지만, 조금씩 처리되지 않고 쌓여가는 부분이 많아졌다.
그렇게 하나씩 비틀리고 삐걱대기 시작하니, 결국 대외 활동에만 모습을 드러내는 가주가 직접 행정을 처리해야만 했다.
결국, 아브렐 가문은 여태 클레아에 의해서 굴러가고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아브렐 가문 역시 변화를 맞이해야 할 겁니다.”
“뜬구름 잡는 소리구나. 그것보다, 요즘 외출이 잦던데, 무슨 일이 있던 게냐?”
“아닙니다. 그저…… 머리가 복잡해 잠깐 바람 좀 쐬고 오는 시간이 많아졌을 뿐이죠.”
“음…… 그래.”
가주는 별 말없이 넘어갔다.
어딘가 께름칙했지만, 물증은 없었으니까.
그는 암녹색으로 변한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런 세상으로 변해서야, 니아가 가문을 잘 이끌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군.”
“……아버지.”
“왜 그러느냐.”
뒤를 돌아보니, 스산한 표정의 클레아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중이었다.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 역시 행정가일 뿐, 무력이 강한 가주가 아니었으니.
클레아는 어딘가 멍해 보이는 표정으로 말했다.
“정녕 이 가문은, 니아의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그 아이가 드래곤의 피를 가장 짙게 물려받았으니, 당연하지 않느냐.”
“그놈의 피……. 헌신은 제가, 아버지가 더욱 많이 했는데, 겨우 그깟 피 때문에 가문을 통째로 넘겨주는 것이, 정녕 옳은 일입니까!?”
아브렐 가문은 본래 그랬다.
정점에 오른 이를 모든 이가 섬기는 구조.
그것이 아브렐 가문의 힘이자 진리였으며, 수백 년 동안 이어졌던 기조였다.
그런데, 지금 가장 아끼는 아들이 이에 반하는 말을 한다고?
가주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극심한 분노가 느껴지는 표정이 함께했다.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너, 지금 무어라 말했느냐.”
“그게 맞냐고 물었습니다. 아버지도, 저도 피는 없었지만 능력이 있습니다. 마법사를 육성하고, 거대한 상단을 꾸리고, 외교하고, 정치하고! 그 모든 것은 니아가 아니라, 저 클레아가 이뤄낸 겁니다!”
“그래, 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아브렐이 아니지 않으냐! 그렇게 된다면, 우린 그저 잘 나가는 귀족 나부랭이에 불과한 것-크억!”
그것은 붉은 눈동자였다.
세로로 쭉 찢어진, 붉은 눈동자.
삐죽삐죽, 검은 비늘이 돋아난 팔뚝이 가주의 목을 우악스럽게 잡아 들었다.
명백한 하극상.
하지만, 이곳에 가주를 도와줄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갑작스러운 사태로 인해, 모든 가신이 외부로 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흔한 호위 기사 역시 없었다.
그것은 클레아가 손을 써두었다.
부자지간의 긴밀한 이야기는 호위 기사의 눈을 잠시 바깥으로 돌리는 좋은 명분이었으니.
“그래서 안 된다는 겁니다. 아브렐 가문은.”
“너…… 언제부터…….”
“이제 제가 할 일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아버지.”
바로, 당신의 자리를 계승하는 것이죠.
클레아의 눈동자가 살벌하게 빛났다.
그건 마치, 폭룡이라고 불렸던 [클레아모스]의 눈동자와 닮아 있었다.
으득-.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아브렐 가문의 주인이 바뀌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