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305)
305화 – 가족이 제일 무서울 때가 있는 법
#1
인간관계는 정말 어렵다.
당최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모를 족속들인지라, 속내를 모두 파악하기가 너무도 어렵기 때문이다.
잘 지내던 이가 갑자기 등에 칼을 꽂을 수도 있으며, 연고가 없다고 생각한 이가 아주 중요한 사람으로 변모할 수 있다.
그중 가장 짜증 나는 종류는 무엇일까.
사람은 정으로 움직이는 동물이라고 한다.
오랜 시간 봤을수록, 정이 차지하는 비율은 높다.
니아도 마찬가지였다.
엄청나게 만족스러운 관계는 아니었지만, 가족이라는 끈끈한 정으로 살아온 세월이 있는 가족들.
“하…… 진짜.”
그런데, 그런 가족이 자신을 향해 칼을 들이밀었다.
그것도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찾아가지도 못하게 막으면서!
그녀의 표정이 점차 일그러지고, 눈빛이 황금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극심한 분노에 의해 발현된 힘.
당장 쏟아낼 곳이 없는 그녀는 마나만 줄기줄기 뿜어대며 씩씩거리기 바빴다.
이대로 있을 수 없다.
당장 가문으로 찾아가, 물어봐야 할 것이 산더미였다.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니. 잠깐만.”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힘을 비축하고 가야 할 터다.
최악의 사태까지 가정한다면, 에레시스가 개입하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없었으니.
일단 마누스에게 얘기하는 편이 좋으려나.
니아의 머리가 복잡하게 돌아갔다.
그녀는 침대에 걸터앉아, 아공간을 열었다.
마누스가 자신에게 주었던, 드래곤의 정수.
심장처럼 맥동하는 기운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이걸 사용하면…… 더 강해질 수 있을 거야.’
마누스의 지론이 있었다.
강대한 힘은 그 어떤 시련이든 돌파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
선택해야 할 때는, 도리어 상대방을 협박해야 한다는 것.
과감하게 나아가야 상대방에게 얕보이지 않는다는 것.
‘내가 선배인데 말이야, 마누스에게 배움이나 받고.’
그녀는 실소를 지으며 드래곤의 정수를 흡수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방법을 취해야 하는지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니아는 그 누구보다 드래곤의 피를 진하게 이은 여인이었으니.
맥동하는 힘이 서서히 그녀의 심장으로 빨려 들어갔다.
“후우우우우-.”
그것은 용왕의 힘.
지금은 노쇠하고 늙은 힘이었지만, 한때 [로드]라고 불렸던 이의 기억.
니아는 그의 기억과 지혜, 힘과 의지를 이어받았다.
한때, 수호자라고 불렸던 자의 힘이었다.
이것은 암브레시아의 의지.
일반적인 강함을 초월한 드래곤의 의지는 본래 있던 시스템마저 뒤틀어버렸다.
거대한 울림이 발생했다.
가만히 쉬고 있던 마누스에게도 메시지가 전해졌다.
[비틀림이 발생합니다.] [간섭을 확인합니다.] [아브렐 니아의 능력이 대폭 강화됩니다.] [아브렐 니아의 각성 퀘스트가 클리어 처리됩니다.] [단, 개화에는 시간이 걸립니다.]“이게 무슨…….”
방에서 마석을 흡수하고 어떤 스킬을 배울지 고민하고 있던 마누스에게, 갑자기 나타난 메시지는 당혹스러운 것이었다.
아니, 갑자기 이런 메시지가 왜 뜨는 거지?
마누스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읽어 나갔다.
[보상 : 모든 공격이 적의 방어력을 30% 무시합니다.]“이건 이것대로 좋네. 그런데…… 니아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그 역시 거대한 힘의 준동을 느꼈다.
기예르모를 훌쩍 뛰어넘는 각성의 여파.
이게 완전한 각성이 아니라면, 분명히 시스템이 안배한 때가 있는 거겠지.
이용당하는 것 같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일단은 강해지는 것이 좋으니까.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선 마누스는 니아의 방으로 향했다.
본래 남자가 여성 기숙사에 들어가는 건 교칙에 어긋나는 짓이지만, 지금은 예외적인 상황이었으니.
교수와 동행하면 괜찮겠지.
밑으로 내려간 그는 의외의 인물을 발견했다.
“네놈도 느꼈구나.”
“제니퍼 교수님. 몸은 괜찮으십니까?”
“오냐. 여성 기숙사는 원래 들어가면 안 되는 거, 알고 있지?”
“이상한 짓은 하지 않을 겁니다.”
정색하며 진지하게 말하는 마누스에게 피식 웃어 보이는 제니퍼 교수.
다 좋은데, 이놈의 제자는 고리타분하고 재미없는 것이 문제였다.
그렇다고 천박하게 나대는 것보단 훨씬 낫지만.
그녀가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농담도 못 하겠구나. 에잉, 말년에 말동무라고 얻은 제자 놈이 이렇게 재미없어서야…….”
“얼른 가시죠. 경박한 것보단 진지한 것이 좋겠죠.”
“무슨 말도 못 하겠구나. 가자, 가.”
으휴.
두 사람은 여성 기숙사로 향했다.
제니퍼는 건물 앞에서 큰소리로 외쳤다.
기숙사가 쩌렁쩌렁하게 울릴 정도로 커다란 포효였다.
[들어간다! 마누스랑! 홀랑 벗고 있는 녀석들은 냉큼 안으로 들어가!]이 정도로 경고했는데도 난감한 모습을 보이는 건, 이제 저쪽 책임이었다.
그렇게 건물 안쪽으로 들어선 두 사람.
다행히 멀리 갈 필요 없이, 보고 싶던 인물을 마주할 수 있었다.
한 손에는 구겨진 편지를 든 채, 살기를 풀풀 날리는 여인.
니아가 씩씩거리며 기숙사 밖으로 나오고 있었으니.
로비에서 딱 마주친 마누스는 바뀐 그녀의 기색을 보고는 작게 감탄했다.
확실히 성장했다.
그냥 성장 정도가 아니라 마도사의 경지에 오를 정도로 성장했다.
성장 루트가 완전히 달라서 그런 거겠지.
‘역시 드래곤의 후예답군.’
차근차근 올라가는 인간의 성장방식과는 달리, 드래곤의 성장방식은 레벨업과 마찬가지였다.
일정량의 경험치를 얻으면 뿅! 하고 강해지는 것.
그것이 드래곤의 성장 방법이었다.
드래곤의 본체는 세월을 경험 삼아 강해졌지.
니아는 드래곤의 정수를 흡수하고 드래곤들이 가진 세월을 얻었다.
정수란 그런 것이다.
흔히, [드래곤 하트]라고 불리는 녀석이기도 하지.
짐작하건대 자신이 니아에게 준 것은 용왕, 암브레시아의 하트일 것이다.
“강해졌네요.”
“나, 가문에 가 봐야 해.”
“서신이군요. 무슨 내용이 있었습니까?”
“아버지가 돌아가셨어. 그리고…… 날 적으로 간주하겠대.”
마누스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예상 가는 시나리오가 있긴 했다.
설마, 예언자의 손길이 아브렐 가문에게 미칠 줄은 몰랐지만…….
그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아브렐 가문은 거대한 가문이었다.
그들을 따르는, 따라야 하는 가문들 역시 정말 많았다.
이건 일대 혼란을 가지고 올 사건이었다.
어쩌면…… 강대한 제국에 금이 갈 수도 있었다.
“제가 함께 가죠. 가서, 무슨 일인지 알아보고 옵시다.”
“응, 도와줘.”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니아의 눈망울은 간절하게 마누스의 도움을 바라고 있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제니퍼 교수가 물었다.
“내 도움은 필요 없느냐?”
“에…… 너무 민폐가 아닐까 해서…….”
“얘한테 그러는 건 민폐가 아니고? 같이 가 주마. 옆에서 지켜보고만 있겠다. 그러면 함부로 움직일 수 없겠지.”
“감사합니다.”
니아는 분노를 감추고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갑작스럽게 결정된 아브렐 가문으로의 여정.
마누스가 준비를 위해 다시 기숙사로 돌아가는 순간, 이제는 제법 알아볼 수 있는 메시지가 그를 반겼다.
[?? : 발생합니다.] [검은 용] [목표 : ■■의 멸?] [보상 : ????]“흠…….”
마누스는 천천히 조각난 퍼즐을 맞춰보았다.
검은 용.
이건 필시 아브렐 가문의 누군가를 이야기하는 거겠지.
그리고, ■■의 멸망일 것이다.
최악의 경우…….
“일단 아브렐 가문으로 가야겠어.”
그곳에 가면, 모든 것이 선명해지리라.
이제 시스템은 좀 안 나타났음 좋겠는데 말이야.
“아덴, 이번엔 너도 함께 간다.”
[알겠습니다.]그림자가 일렁였다.
만반의 준비가 끝났다.
이제, 드래곤을 잡으러 가야지.
#2
다시 평화로움이 돌아온 시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이들이 죽었다.
황제는 그것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침식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런 방법이 있었나.
“폐하. 수습이 얼추 끝났다고 합니다.”
“그래. 고생했소.”
“어찌하실 겁니까?”
“그대는 어찌했으면 좋겠소?”
황제는 조용히 물었다.
들려온 목소리는 무척 아름다웠다.
황제의 연인이자 반려, 황비가 고개를 들어 입을 열었다.
“지금이야말로 제국의 세력을 한곳으로 모을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기둥들이 움직일 때인가.”
“예. 하지만…… 믿을 수 있는 자는 없겠지요. 카이사르 대공을 제외하면.”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이제 얼음의 가문이라 불리는 해리슨 역시 믿을 수는 있을 터다.
마누스를 직접 본 레이첼 대공이 그를 지지하고 나설 테니까.
“해리슨, 카이사르…… 이 둘만이 우릴 위해 움직일 것이오.”
“아브렐은 어떻습니까?”
“그래, 병력을 소집해야 할 이유가 늘었군.”
황제가 씁쓸하게 웃었다.
아브렐 가문은 위대한 가문이었던 적이 있었다.
그의 눈동자는 별을 읽었다.
밝게 빛나던 별자리가 검게 물들었다.
저건 분명, 황제의 곁을 지키던 별자리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제는 가장 큰 이빨이 되겠지.
별자리들을 집어삼키는 어둠이 몰려오는 중이었다.
황비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들렸다.
“어찌 군사를…….”
“반란을 진압해야 하는 건, 황제의 의무요.”
“반란이요. 별자리가 바뀐 겁니까?”
“그렇소. 무구를 준비해 주시오. 이번엔…… 직접 출정할 터이니.”
“그럼, 저도 함께하겠습니다.”
황제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있으면 상당히 수월하겠지.
하지만, 국정을 위해 힘써줄 이가 필요했다.
황비는 최고의 전략가였으며 최고의 전사였다.
또한, 최고의 정치가이기도 했다.
제국의 안주인.
그것은 일개 공국의 안주인보다 훨씬 수라장이었으니.
황제는 역경을 모두 이겨내고 황비의 자리에 오른 여인을 믿었다.
“황궁을 부탁하겠소.”
“……예.”
“내 일이 끝나면 옛 친구들을 데려오지. 꼭 약조하리다.”
“부탁해요. 베니 동생이 보고 싶네요.”
“후후, 그러지.”
황제는 떠나기 전까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빛에 가려진 별빛들이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거대한 별이 구름을 향해 전진하는 것도 보였다.
그 별이, 어둠을 몰아낼 수 있기를.
“예언자를 잡으러 가야겠군.”
드디어 숨죽이고 있었던 황제가 움직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