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307)
307화 – 강림, 그리고 소환
#1
쿠구구구궁-.
지진이라도 난 듯, 거대한 진동이 울렸다.
꿈틀거리는 그림자를 한번 바라본 마누스는 진동이 일어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방금 그 소리는 분명, 니아의 메시지 마법이었을 것이다.
벌써 당하진 않았겠지.
‘마음을 먹은 건가.’
이렇게 대놓고 도와달라고 할 줄이야.
퍽 자존심이 강했던 여인인 줄 알았는데, 쌓아두었던 인맥을 활용하는 방법을 알았다.
더없이 순수하기에 저런 부탁이 가능한 거겠지.
또한, 마누스라는 인간을 굳게 믿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고.
“교수님은 어쩌실 겁니까?”
“아브렐 가문은 이미 정상이 아닌 듯한데, 폐하가 화내시려나?”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이미 이곳은 에레시스의 전초기지가 되어버렸으니까.
황제가 시시비비를 올바르게 가려내지 못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거든.
그의 말을 들은 제니퍼 교수가 몸을 풀며 답했다.
“몸은 안 쓰면 녹이 스는 법이지. 가자.”
“예.”
최강의 전력 둘이 함께했다.
거기에 안전을 보장해 줄 암살자도 한 명 있었다.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두 사람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으리라.
마누스는 작은 창문을 열었다.
저 멀리서 소란이 이는 것이 느껴졌다.
니아의 마나가 아주 짙게 퍼지는 중이었다.
목표를 잡았으니, 곧바로 향해야겠지.
파지지직-!
그의 주먹에서 푸른 전격이 피어났다.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제자의 성취를 확인한 제니퍼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누스는 주먹을 힘껏 내질렀다.
콰아앙-!
“뭐야!”
“습격이다!”
“방향은?”
“별관! 별관 쪽이다!”
“설마!?”
분주하게 움직이는 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기본적으로 가문에서 짓는 성체, 건물은 마법이 깃든 건축물이었다.
어지간한 충격으로는 흠집조차 나지 않는, 그런 벽을 지닌 건물이라는 것.
그런 건물에서 굉음이 났다는 건, 꽤 강력한 마나로 충격을 가했다는 말이었다.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전력은 모두 저쪽에 몰려간 줄 알았는데, 의외로 강력한 이들이 보여 조금 놀랐다.
그래봐야, 지금 마누스와 제니퍼 앞에서는 다 거기서 거기였지만.
“길을 튼다면 곱게 가 주마.”
“아브렐 가문에서 소란을 피우고도 그런 말이 나오는가!”
기사 한 명이 검을 뽑아 들며 마누스를 위협했다.
그가 말한 것도 맞는 말이긴 한데, 오히려 명분은 이쪽에 있었다.
결국, 명분은 얼마나 입을 잘 놀리느냐 싸움이었기에.
마누스는 이전 생에서 회사에 다닐 때, 이런 상황을 수도 없이 겪었다.
서로 명분을 세워, 체면치레를 하려는 모습.
이득을 빼앗으려는 모습.
그런 것들이 너무 질렸었는데, 지금은 어떤 상황이 와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원래 이기기만 하는 게임이 재밌는 법이다.
“그대들은 가문의 후계자, 공녀와 함께 온 손님을 감금했다. 또한, 가문에서 위협이 벌어지고 있는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카이사르, 그리고 아카데미를 향한 선전포고라고 봐도 되겠지.”
“무, 무슨 그런 망발을-!”
“망발인지 아닌지는 내가 결정한다.”
옆에서 흡족한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제니퍼 교수.
평소에는 깔끔하고 얌전한 학생인데, 한번 스위치가 켜지면 폭군의 기질이 그대로 드러났다.
어처구니없는 말들이었지만, 마누스가 하니 그런대로 납득이 가는 상황.
기세 하나만으로 아무렇게나 뱉은 말을 유의미하게 만드는 것도 카이사르가 가진 힘이었다.
“비키거나 비참하게 땅을 나뒹굴거나. 선택해라.”
“그대를 보내줄 순 없소.”
“그 대가는 전쟁이겠군.”
아브렐 가문이 카이사르 가문의 둘째 공자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이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였다.
마누스는 비웃음을 매달고 손가락을 까딱였다.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도발이었지만, 기사의 자존심은 그 정도에 스크레치가 날만큼 연약했다.
투구 안쪽으로 보이는 기사의 눈동자에 살기가 담겼다.
이것으로 먼저 공격한 것에 대한 정당방위도 성립.
마누스는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적당히 하거라.”
“노력해 보겠습니다.”
마누스가 가장 좋아하는 마법은 전격 마법이었다.
특히 마투학을 사용할 때는 더욱 그랬다.
초인적인 빠르기와 만화에서나 보았던 타격감이 그대로 느껴졌으니까.
화염 마법은 너무 허무했고, 빙결 마법이나 바람 마법은 재미가 없었다.
빠르기와 파괴력을 모두 추구하는 전격 마법이야말로, 마누스가 원하는 형태의 싸움을 이상적으로 구현할 수 있었으니.
그의 몸에서 푸른 전격이 폭발적으로 튀었다.
기사들 역시 저것이 무엇인지 안다.
“긴장해라!”
“마투학이다! 기사라고 생각하고 대처해!”
지휘관들이 그렇게 말했다.
기사를 상대하듯이 대처하라.
그래, 마투학을 모르는 이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완벽하게 틀린 접근이었다.
“이거, 세계에 마투학을 다시 가르쳐줘야겠네.”
“동감입니다.”
콰르르르릉-!
거대한 전격이 근접전을 대비하고 있던 기사들 절반을 휩쓸었다.
마법진을 사용한 것도 아닌데, 4클래스 마법을 쓴 것처럼 주변이 초토화된 모습.
벙찐 병사들과 기사들 앞으로 마누스와 제니퍼의 신형이 도달했다.
마투학은 전사의 전투 방식과 완전히 다르다는 걸 모르다니.
“공부 좀, 더 해라.”
“이런 X-!”
콰아아아앙-!
거대한 전격의 주먹이 기사를 짓뭉개는 걸 시작으로, 본격적인 전투에 들어섰다.
#2
암녹색, 그리고 검은빛이 합쳐진 마나 덩어리가 니아를 향해 날아갔다.
니아는 특기인 전격 마법을 휘둘러 공격을 쳐냈다.
가당치도 않다.
평생 앉아서 행정을 돌봐온 오라비가 이렇게 능숙하게 마나를 다룬다니.
“하하! 보았느냐! 이게 바로 드래곤의 힘! 나에게도 드래곤의 힘이 흐르고 있다는 증거이다!”
“마법도 다루지 못하는 주제에, 무슨 드래곤의 힘이야. 같잖아서 정말-.”
“정제된 것보다 날것의 마나가 더욱 흉포할 때가 있는 법이지. 마법이란 걸 사용하면 속도가 떨어지니까.”
맞는 말일 수도 있다.
마법이란, 날뛰는 마나를 마법진으로 정제하여 형태와 위력을 갖추는 작업이었으니.
하지만 또 틀린 말이기도 했다.
가공이란, 날것보다 훨씬 가치가 높아지는 경우가 있었기에.
가공이라는 작업 자체가 가진 가치.
그것을 간과한다면, 세상은 이만큼 발전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마법이란 학문도 마찬가지였다.
가공을 하는 사람을 기술자로 부르고, 그 경지가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이들에겐 이렇게 말한다.
“그렇다면 보여주지. 숨 쉬는 것처럼 마법을 펼치는 자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그거 기대되는구나.”
그 단어는 [장인].
마법을 짜 올리고 수도 없이 발현했던 마법사들.
마나를 가공하는 장인들은 이 세상에 몇 명 되지 않았다.
파지지직-!
황금빛.
거기에 용왕의 힘까지 담긴 검붉은 빛이 발광했다.
드래곤의 힘을 잔뜩 흡수한 니아의 경지는 일반적인 마법사를 한참 뛰어넘었다.
상식 밖의 방법으로 힘을 얻은 클레아와 달리, 그녀는 정통적인 방법으로 힘을 계승했으니까.
장인의 실력이 발휘되었다.
세간에서 그런 경지를, 마도사라 칭한다지.
[용언 : 증폭] [익투스] [알투스]화려한 가공의 현장.
거칠고 날뛰는 마법을 화려한 기교로 정제한 그녀의 솜씨는 가히 장인의 수준에 닿아 있었다.
콰지지지지직-!
용언은 의지의 힘.
용왕의 의지가 담긴 전격이 위험하게 꿈틀거렸다.
저릿저릿한 마법의 힘에 반응한 클레아가 반사적으로 마나를 휘둘렀다.
“흥-.”
채찍처럼 길게 뽑아낸 전격이 장내를 휩쓸었다.
코웃음 한 번으로 휘두른 전격의 채찍이 거칠고 투박하기 짝이 없는, 그야말로 싸구려 마나를 흩어 놓았다.
그녀는 보았다.
클레아모스의 기운이 느껴지긴 했지만, 저건 가짜라고.
광룡, 클레아모스는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눈을 가졌다고 하지.
그가 광룡으로 불렸던 이유는 자신의 앞에서 거짓을 고하는 이가 너무도 많아서였다고 들었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있는 이는 무언가.
“진실과 거짓도 구분하지 못하면서, 위대한 드래곤의 존함을 입에 담는 것도 웃기네.”
그녀의 마법이 클레아를 향해 날아갔다.
적의 방어력을 완전히 무시하는 공격.
그 어떤 항마력도 통하지 않는 마법을 막아내는 방법은 단 하나뿐.
같은 수준의 힘으로 받아치는 것이었다.
옆에서 몰래 지켜보고 있었던 여인이 나선 것은 그때였다.
저 마법을 막기엔, 지금 클레아의 힘이 너무도 부족했으니.
모습을 드러내는 건 이르지만, 어쩔 수 없지.
이곳은 오늘, 제물의 땅으로 변모할 테니까.
[강림하라.]딸랑-.
종소리가 퍼졌다.
그것은 새로운 세계를 여는 초인종이자, 세계를 잠식하는 근원.
멸망으로 이끄는 군세를 부르는 자명종이었으니.
순식간에 세계가 암녹색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황금빛 전격을 막아줄 고깃덩어리가 클레아의 앞에 소환되었다.
[내 앞으로 등장하라. 군세여.]여인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쿠르르릉-!
하늘에서 천둥이 울리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니아는 자신의 마법을 직격으로 맞은 것이 일반적인 언데드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것은 반쯤 부서진 가면을 쓰고 있는 데몬.
그중에서도 제법 강한, 파수꾼의 형태를 띠고 있는 데몬이었다.
그녀가 옆에서 종을 울리던 여인을 바라보며 이죽거렸다.
“……너구나?”
“생각보다 일찍 대면하게 되었군요. 아브렐 니아. 드래곤 로드의 후계자여.”
“뭐? 드래곤 로드의 후계자?”
목숨을 겨우 부지한 클레아가 분한 듯이 중얼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그는 신경 쓰지 않고 대화를 이어갔다.
“그대 역시 사도가 안배한 인물이겠죠. 제 예언대로라면 본디 세계에서 잊혀졌어야 할 인물이었는데…….”
“마누스가 좀 대단하거든.”
“그렇게 대단한 사람도 당신을 구하진 못할 겁니다.”
완벽하게 격리된 공간으로 그녀를 끌어들였으니, 그 누구도 그녀를 구할 순 없으리라.
그게 예언이었고, 그게 예언자가 계획한 것이었다.
하지만, 악역의 예언은 언제나 빗나가는 법.
콰아앙-!
문이 열리고 두 사람이 들어왔다.
“도와주러 왔습니다. 니아 선배.”
“누가 누굴 구하지 못할 거라고?”
예언자의 눈동자가 잘게 떨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