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310)
310화 – 사도 회담
#1
어지럽게 변하는 정세.
이제 방학도 거의 끝나갔지만, 다음 학기를 진행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참상 아닌 참상을 겪고 돌아온 제니퍼 교수는 모든 것을 이사장에게 보고했다.
상황을 접한 닉스 이사장은 땅이 꺼지라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학기는 넘겨야겠군요. 아카데미의 전통이 그러하니.”
“좋은 생각입니다. 국가 간의 전쟁, 혹은 그에 준하는 상황 시에 무기한 휴교……였지요?”
“그렇습니다. 재학생 모두에게 전언을 넣어야겠군요.”
“황제 폐하께서 움직이셨으니, 명분은 충분합니다.”
닉스 이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는 1학기 내내 일반적인 학생들로는 절대 통과할 수 없는 시험들을 내곤 했지.
그 이유가, 바로 이곳에 있었던가.
닉스 이사장은 황제의 뜻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신은 그저 그들의 의지에 의해 도와주는 사람이었을 뿐.
아카데미를 계속 운영하기도 뭐하니, 일단 쓸데없는 이들은 모두 쳐내야겠지.
문제는 다른 가문들이 무력 시위를 하는 경우였다.
‘그때는 폐하께서 직접 움직이시겠지.’
아직 황제의 출정 소식을 듣지 못한 닉스 이사장은 하루빨리 황제가 나서, 정세를 안정화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이미 전 세계로 어둠이 내려앉았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침식지대를 불러올 수 있는 능력까지 발생한 이상, 인류의 전력을 더욱 결집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욕심에 눈이 멀어 단합하지 못한다는 것.
인간의 욕망은 생각보다 더 깊고 어두웠으니, 반드시 문제가 생기리라.
강력한 두려움 앞에 무릎 꿇지 않는 이상, 결집은 요원한 일이겠지.
‘그래도, 해야만 한다.’
이사장은 제니퍼 교수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서신을 적었다.
아카데미 이사장이라는 자리.
그 자리를 십분 활용해 가문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할 터다.
이미 소문은 막을 수 없다.
그러니, 아카데미를 전쟁터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 고군분투해야 했다.
부디 이곳이 계속 평화의 장소로 남아 있기를.
이사장은 그렇게 바라며 서신을 적어 내려갔다.
#2
“고생하셨어요. 선배. 니아 선배도 괜찮아요?”
“응…… 아니, 안 괜찮아. 나는 조금 들어가 있을게.”
“네에…….”
아카데미로 돌아온 마누스와 니아.
두 사람을 맞이해 준 동료들은 어딘가 심란해 보이는 니아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가문에서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저렇게 심각할까.
그래도 항상 밝은 얼굴이었는데 말이야.
케일은 궁금증을 담아 마누스를 바라봤다.
하지만, 직접 물어볼 수는 없었다.
니아 선배가 때가 될 때 모두 알려 주리라는 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으니.
그런 걸 묻는 대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이젠 어떻게 하죠? 탑은 계속 올라야 할까요?”
“그러는 게 좋겠지.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저녁은 새롭게 바뀐 탑으로 가 보려고 한다.”
“좋아, 찬성.”
가만히 듣고 있던 클라리나가 말했다.
이제 막 합류했지만, 탑에 대한 흥미가 마구 솟아나는 참이었다.
제대로 된 전투를 경험하고 싶기도 했고.
그밖에, 마석을 흡수하며 성장하는 재미도 느껴보고 싶었다.
다른 이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보다 강함에 목말라 있는 이들이 이곳에 모인 이들이었다.
마누스는 준비가 끝나는 대로 출발하기로 했다.
“그럼, 로비에서 모이지. 나는 먼저 가 있겠다.”
“그래. 금방 갈게.”
“케일, 너는 나와 함께 가자.”
“네.”
왜 마누스가 자신을 따로 불렀는지 바로 알아챈 케일.
다른 이들은 들어갈 수 없는 방에 들어가기 위함이겠지.
블랙과 화이트를 만난 지도 꽤 오래전이었으니.
두 사람은 걸음을 옮겨 비밀의 방으로 향했다.
“선배는 다시 고대 마법을 익힐 건가요?”
“그럴 생각이다. 부탁할 것도 있고.”
“저도 이번엔 5클래스까지 익혀 보려고요.”
“그래.”
마누스는 원작에서도 제대로 된 정체가 언급되지 않은 두 사람을 떠올렸다.
과연, 두 존재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것도 끝에 다다르면 알 수 있겠지.
‘그보다, 나더러 모든 것을 이어받으라니……. 나보다 열심히 플레이한 유저들도 분명 있었을 텐데.’
궁금증은 아직도 건재했다.
비밀은 무엇일까.
제작사는, 무슨 생각으로 게임을 만들었던 걸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역시, 이야기의 끝에 다다라야겠지.
두 사람은 말없이 걸었다.
이제는 이런 침묵이 그다지 어색하지 않았다.
함께 걷고 있는 것만으로도 제법 안정감이 느껴졌으니까.
케일은 케일 나름대로 마누스에 대해 알아가는 중이었다.
‘선배는 가끔, 이렇게 정신없이 생각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게 아니라 고민할 거리가 워낙 많아서 그런 거였지만, 방해하지 않으니 좋긴 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비밀의 방을 찾아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미리 서 있던 블랙이 두 사람을 맞이했다.
여러 가지 보드게임을 즐기는 것이 유일한 낙인 두 사람.
이제는 마누스와 케일을 기다리는 것 역시, 그들의 즐거움이 되어버렸다.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건, 제법 설레는 일이었으니까.
“어서 오세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둘 다, 괜찮아요? 탑이…….”
“저희는 괜찮습니다. 오히려 조금 편해졌달까요.”
블랙은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두 사람을 바라봤다.
저 안쪽에서 화이트가 어슬렁어슬렁 걸어 나왔다.
잠을 자고 있던 건지, 아니면 그저 뒹굴거리다 나온 건지 머리가 부스스한 것이 눈에 띄었다.
그녀는 하품을 하며 손을 휘적휘적 흔들었다.
“여, 오랜만이야. 탑이 좀 어수선한 것 같던데, 어때?”
“맞습니다. 밖의 상황도 그다지 좋진 않아요.”
“그래……. 하필 이 시기에 그런 일들이 벌어지네. 잠자고 싶은데.”
“조금만 참으십쇼, 화이트. 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화이트는 느릿하게 두 눈을 끔뻑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 일이 빨리 진행되고 있으니, 조금만 더 참으면 되겠지.
자신들의 정체를 밝힐 때가 왔음을 생각한 화이트.
하지만, 아직 두 사람의 실력은 한참 모자랐다.
“그래서? 그냥 대화나 하러 온 건 아닐 텐데, 무슨 일로 왔어?”
“마법을 배우러 왔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필요한 아티팩트를 제작하려고 합니다.”
“오, 좋아. 잠 좀 깨겠네.”
마누스는 6클래스 고대 마법을 배웠다.
그 이름은 바로 [인-이라스].
광역 폭발 마법이었으며, 아무런 속성이 없기에 순수한 방어력에만 영향을 받는 마법이었다.
고대 마법들은 대부분 위력 증폭의 재료로 쓰였다.
‘신성 마법이나 전격, 화염 마법이랑 조합하면 웬만한 녀석들은 한 방에 없어지겠군.’
복잡한 마법진을 한 번에 이해하며 생각했다.
6클래스 마법부터는 후반부까지 쓰이는 조합이 많았다.
마나와 출력만 올리면, 얼마든지 써먹을 수 있었으니.
사실상 1회차에선 6클래스 마법으로만 보스를 상대해야 했을 정도.
‘7클래스까진 익혀두고 싶지만…….’
그건 조금 더 나중의 이야기.
마법진을 눈에 담으며, 마누스는 더욱 성장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사도들이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다 됐지? 그럼 제작은 뭘 할 건데?”
“감옥이 필요합니다. [전이 보옥]을 만들어 주시면 됩니다.”
“전이 보옥? 그거…… 재미있네. 골치 아픈 녀석이 있나 봐?”
“그런 셈이죠.”
전이 보옥.
예언자를 잡을 때 필수로 챙겨가야 하는 아티팩트.
특정 턴마다 무적 상태로 회복하는 패턴을 가진 예언자였다.
이곳에서는 그냥 어디론가 도망가는 것으로 구현된 듯한데, 도망가는 패턴을 차단하는 아티팩트였다.
도망, 소환 빼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보스.
소환은 무력으로 해결하면 그만이었고, 도망은 이 아티팩트로 봉쇄해야 했다.
그러면 이벤트성으로 쉽게 넘어가는 보스전으로 전락하지.
“만들려면 시간이 좀 걸리는데, 내일 다시 찾으러 와.”
“알겠습니다.”
“오늘 용건은 끝?”
“할 말이라도 있습니까?”
화이트는 하품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블랙은 아직 하고 싶은 말이 남아 있는 모양.
그가 마누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밖의 상황을 주시하십시오. 그리고…… 이제 선택의 때가 올 겁니다.”
“당신은 미래를 알고 있는 듯한 말투로 얘기하는군요.”
“미래를 정확하게 볼 수는 없습니다. 조금 특별한 눈과, 보이는 것이 남들보다 조금 많다는 것이 특별한 점이죠.”
“그렇군요. 선택이라…… 잘해보겠습니다.”
블랙은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디, 이 남자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선택을 하길 바랐다.
그렇게, 오랜만의 만남은 끝났다.
#3
“올라가자.”
“이게 더 을씨년스럽네. 사람이 한 명도 살지 않는 도시라니.”
[살지 않는 게 아닙니다. 여러분의 눈을 피해 숨어있을 뿐.]중얼거리는 피어슨의 말에 반응한 건, 다름 아닌 칸타티의 목소리였다.
모두가 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봤다.
정면, 시장의 거리처럼 생긴 곳 모퉁이에서 칸타티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어서 오십시오, 죽은 자들의 나라에.]그들은 이곳을 관리하는 자.
왕의 부활을 기다리며 나라를 관리하는 그들의 이름은 사도였으니.
칸타티는 전령이자 책사.
그가 마누스에게 시선을 고정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마누스 님, 그리고 케일 님. 잠시만 동행해 주시지요.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우리가 왜 그래야 하지?”
“사도들의 의중이,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그건 그렇군.”
칸타티는 작게 웃었다.
그가 들고 있던 지팡이를 한 번 내리치자, 주변 환경이 바뀌었다.
고급스러운 응접실.
그리고 보이는 이질적인 풍경.
[나머지 분들은 송구스럽지만, 이곳에서 대기해 주시길. 안전한 곳입니다. 해를 입을 염려는 안 하셔도 됩니다.]“……정말 믿어도 되는 거야? 우리, 여기 싸우러 왔잖아.”
“지금은 기다리도록. 어차피 의견이 맞지 않으면 원 없이 싸워야 할 테니까.”
“좋아.”
약간 불만인 듯, 클라리나가 팔짱을 끼고 물었지만, 마누스의 말에 금방 전투 의지를 풀었다.
마누스는 케일과 함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그 뒤를 칸타티가 따라나서며 입을 열었다.
[이쪽입니다.]긴 복도 끝에는 검은색 바탕에 푸른 장식으로 꾸며진 문이 있었다.
안쪽에서는 짙은 어둠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래, 이건…….
[이곳에서, 사도 회담이 이뤄질 겁니다.]모든 사도들이 모인 곳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