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311)
311화 – 밝혀지는 진실
#1
검은색 바탕에 푸른색 장식.
그것은 마치, 마누스가 가진 색과 비슷한 느낌을 자아냈다.
검은 머리에 푸른 눈동자.
그것을 상징하듯 채색된 공간은, 마치 자신에게 헌정한다는 느낌을 받았으니.
그럴 리는 없겠지.
그냥, 그런 느낌을 받았을 뿐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존재감을 뿜어내는 이들이 있었다.
마누스에겐 무척이나 익숙한 얼굴들이었다.
‘실제로 보니 더욱 박력 있는 모습이군.’
공기를 은은하게 짓누르는 마나의 흐름이 느껴졌다.
만약 꾸준히 성장하지 않았다면, 케일도 버틸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중압감이었다.
안내한 칸타티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입을 열어, 소개했다.
[인사하시지요. 후계자십니다. 이분들은 이곳, 도시의 관리자들입니다.]“이 애송이가…… 후계자라고?”
“말이 안 되는군. 하지만…… 또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가장 먼저 말문을 연 이는 새하얀 냉기를 머금고 있는 여인, 서리 여왕 [애쉬퍼]였다.
본래는 용암 스테이지 다음에 있을, 다섯 번째 사도였지.
적으로 만났어야 할 이를 이렇게 앞에 두고 있으니, 어색하기만 했다.
다음으로 말을 꺼낸 자는 아홉 번째 사도, [가브리엘]이었다.
거짓된 성자.
강력한 신성 마법을 사용하는 주제에 사도인 녀석이었다.
신성 마법만 주구장창 익혀온 이들에게 한 방 먹이는 보스로 등장했었지.
게임사는 바보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 사도이기도 했다.
“반갑소. 후계자시여. 나는 열두 번째 사도, [칼리고스]라고 합니다.”
“……반갑군.”
가장 상석에 위치한 사도, 칼리고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적의는 없는 것으로 판단한 마누스 역시, 짧고 굵게 입을 열었다.
과연, 이들은 어떤 목적으로 이곳에 모였을까.
짐작 가는 것들은 있었다.
확실히, 밖에서 일어난 사태 때문이겠지.
거기까지 생각한 마누스는 의문점을 떠올렸다.
사도와 인간이 적이 아니라면, 희생자는 무엇이며 세계는 왜 멸망하는 것일까.
흘러나오는 것들을 막지 못한다면, 적이 아닌 의미가 있을까?
오늘 이곳에서 그런 점들을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루한 이야기가 되겠군. 어쩌면 흥미로울 수도 있고.’
진실에 다가간다면,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뚜렷하게 보이리라.
정확한 방향을 잡기 위해서라도, 진실은 반드시 알아 둘 필요가 있었다.
마누스는 사도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적이 아니라면, 지금부터 내가 궁금해하는 것에 대한 답을 들려줬으면 좋겠군.”
“물론, 그러기 위해서 당신을 불렀소. 멸망의 씨앗이 강림한 이상, 이제 우릴 막고 있던 제약은 모두 사라졌으니.”
“인과율, 뭐 그런 걸 말하는 건가?”
칼리고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기다란 장발에 일반적인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
그가 들고 있는 대형 낫은 뉴비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더랬지.
물론, 안 좋은 쪽으로.
인과율이 둘의 접촉을 막고 있었다라…….
어떤 것이 올바른 길인지 알 수가 있어야지.
마누스는 칼리고스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기로 했다.
“안드레아는 자신의 식물만을 사랑한 나머지 처참한 최후를 맞이했지. 미궁을 지키던 마티아는 선대를 극성으로 섬기던 이라, 그 누구의 침입도 허락지 않겠다며 내려갔소.”
“그래서…….”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케일이 무언가 떠오른 듯 중얼거렸다.
그래. 삼 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그들은 열심히 탑을 올랐다.
그곳에서 정확히 없애버린 사도의 수는 단둘.
한 명은 마누스를 콕 집어 죽이려고 했고, 다른 한 명은 인과율의 도움이 없었다면 죽이지 못했을 거다.
결국, 마누스 일행이 진짜 힘으로 처리한 사도는 마티아 한 명뿐이라는 것.
처음부터 무모한 도전이었을지도 모른다.
이 모든 것들은.
“사도는 결코 약하지 않소. 그 둘이 예외적인 케이스였지. 지금 여러분은 성장이 더욱 필요한 시기요. 물론, 속도가 결코 느리다고 볼 순 없겠지만.”
“사도인 너희들과 동맹을 맺게 된다면, 마석은 어디서 구할 수 있지?”
“그것은 걱정하지 마시오. 가면을 쓰고 있는 주민들. 그들은 모두 선대 왕을 섬기거나 죄인들이니까.”
그 목숨을 마음껏 취할 수 있다는 건가.
이것 역시, 원작에서는 나오지 않은 설정이었다.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것이 잘못된 것일까?
“그렇다면, 가장 강한 놈들이 있는 곳은 어디지? 그리고…… 이제 너희들은 무얼 할 것인가, 그것도 궁금해지는군.”
“우리는 우리의 존재 자체를 없애려 하는 에레시스, 그리고 외부의 침입자들과 전쟁을 준비할 것이외다. 그리고 새로운 왕을 세워, 경계를 명확하게 해야겠지.”
경계를 명확하게 한다.
즉, 죽은 자의 땅과 산 자의 땅을 명확하게 구분하겠다는 이야기였다.
앞으로 서로의 영역을 침범할 일도 없다는 뜻이겠지.
그렇게 된다면, 확실히 서로의 영역에서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을 터다.
본디 선택받은 자들이 모인 의미를 충족시키는 결말.
그렇게만 된다면 정말 좋겠지.
그렇게만 된다면 말이야.
“그걸 방해하려는 이들이 있겠군.”
“그렇소. 우린 지금 왕이 없어, 많이 쇠약해진 상태요. 밖으로 나간다면, 그 힘은 더욱 감소할 터.”
“그걸 우리가 채워줘야 한다?”
“정확하오. 그래서, 그들의 힘이 더욱 강해질 필요가 있소이다.”
제안했으니, 해결책도 마련해 왔겠지.
마누스는 칼리고스의 말을 조금 더 들어보기로 했다.
다행히, 저들은 일행이 성장할 방법을 마련해 가지고 왔다.
“탑의 지하, 그곳으로 들어가는 열쇠를 주겠소.”
“지하라…….”
심연이라 불리는 곳.
그곳에는 죽은 자들의 도시에서도 가장 위험한 범죄자를 가둔 곳.
그곳에 있는 마석 역시, 엄청난 크기와 마나 함유량을 자랑하겠지.
마누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하라면, 빠른 시간 안에 성장할 수 있었으니.
“시간은 얼마나 있지?”
“여름이 끝나기 전까지 최대한 전력을 끌어올리시오. 당신의 지금 힘이라면, 충분히 가능하겠지.”
“알았다.”
“전령은 여전히 칸타티가 맡아 줄 것이니, 외부를 부탁하겠소.”
마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도들은 그의 말에 따르는 듯, 별말 하지 않고 마누스를 보내주었다.
이제 진짜 종장에 다다랐다.
아카데미의 지하, 심연은 본디 특수한 조건을 만족해야지만 열리는 구간이었다.
그런 곳을 공짜로 열어 준다니, 이제 어마어마한 성장을 기대할 수 있게 될 터다.
썩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이제 열심히 노력해서 마지막 보스 전에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 것만 신경 쓰면 되겠지.
[그럼, 다시 안내해드리겠습니다.]“부탁하지.”
칼리고스의 말이 끝나자마자, 모든 사도가 일어섰다.
그리고 마누스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 길은 없었으나, 썩 기분 나쁜 건 아니었다.
나가기 전, 한 가지 더 물어보고 싶은 것이 생겨 고개를 돌린 마누스.
알라노, 그리고 자신과 지독하게 엮인 보스가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트레이스.
그는 과연 어떤 존재일까.
“탑에서 어슬렁거리는 녀석, 알고 있나?”
“알고 있소. [더미]들 말씀이신 것 같은데, 폐기물은 빨리 치워버리는 것이 좋을 것 같소이다.”
“폐기물이라…….”
“실패들의 모임이자, 수많은 후보군의 집합체이니, 당신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치워버리는 것이 좋을 것이오.”
마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칼리고스가 말하는 내용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알고 싶지 않은 진실이기도 했다.
결국, 이곳에서 그는 성공을 향해 전진하는 하나의 후보에 불과하다는 말이었으니.
‘이제야……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군.’
진실은 간단했다.
예상대로 이기도 했다.
그래, 자신이 성공 확률이 가장 높다 이거지.
그렇다면, 다른 희생자는?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도 다른 생명을 장난감이나 실험체처럼 대할 순 없는 법이다.
아무리 높은 사람이라도, 아무리 위대한 사람이라도 그럴 순 없는 법이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그게 암암리에 자행되고 있었다.
“가자.”
“……네.”
“얘기해줄 것들이 많겠어.”
“괜찮……은 거죠?”
“아주 멀쩡하다.”
화가 머리끝까지 뻗친 것 빼고는 모두 괜찮았다.
마누스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대기실로 향했다.
문을 열자, 자신과 케일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이 보였다.
‘그래, 일단은 성공해야겠지. 살아남아서 권력과 권한을 얻어야,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을 수 있을 거다.’
그렇기에 멈출 수 없었다.
끝까지 강해져, 그가 옳다고 믿는 곳까지 나아갈 생각이었다.
마누스가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이곳에 있는 동료가, 집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가족들이 그의 전부였으니.
#2
성녀는 보았다.
그림자가 꿈틀대고, 하나둘씩 일어서는 모습을 보았다.
성기사들이 신성력을 일으켰으나, 성녀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
그들에게는 적의가 없었으니까.
성녀, 엘리스가 물었다.
육안으로 보이지 않게 찾아왔다는 건, 그만큼 급한 일이라는 거겠지.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마치…… 거대한 적이 내려온 것 같은 느낌이랄까.
불쑥 솟아오른 자는 회색빛 두건을 쓰고 있었다.
왜 이곳에 찾아온 걸까.
“누구신지 밝혀야 할 겁니다.”
“저희는 그림자 가문입니다. 보렌스라고 하지요. 그대들을 도와 이단자들을 쫓기 위해서 이곳까지 찾아왔습니다.”
“그림자 가문…… 들어본 적 있어요. 저희는 아카데미로 가고 있습니다만.”
“그곳에서는 원하는 걸 찾기 힘드실 겁니다.”
성녀는 잠시 고민했다.
과연, 이 자의 말이 맞을까?
그녀는 거짓을 판별하는 힘 자체는 없었으니, 오직 감으로 행선지를 정해야 했다.
그림자 속에서 등장한 보렌스가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이걸 들어 주시고, 판단하시면 됩니다.”
그것은 성녀의 행선지를 바꿀, 아주 중요한 녹취록이었다.
마나를 주입하자,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