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313)
313화 – 마지막을 준비하기 위한 발걸음
#1
황제는 정복자의 눈동자를 마주했다.
이젠 유령 도시로 변해버린 드레고니아.
그곳을 정복하겠다고 온 카이사르 가문.
그가 라베스 너머에 있는 이들을 바라봤다.
전대 가주에게 핍박받거나 선택받지 못했던 이들.
그들이 장성하여 늠름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다.
마누스의 이모, 숙부들인가.
“전쟁을 일으키겠다는 이야기로군.”
“폐하께 누가 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잠시 걷지.”
황제는 호위 기사도 물리고 라베스와 함께 걸었다.
황제의 직속 군대와 카이사르의 군대는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어색하게 서 있었다.
그중 아는 사람들은 눈빛으로 인사를 주고받았다.
지금은 전시에 준하는 상황이기에,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으니.
한편, 나란히 걷던 라베스와 황제는 삭막한 도시 풍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금은 황제와 가신이 아닌, 브레들리와 라베스로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했다.
그래서 호위까지 물리고 둘만의 시간을 마련한 것.
“지금은 친우로 돌아가지. 듣는 사람도 없으니.”
“……그럴까.”
라베스는 웃음을 머금고 브레들리가 보는 광경을 함께 보았다.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황제가 된 친우의 말을 들어보기로 했다.
“우리 가문은 대대로 예언을 중시하며 살아왔네. 제국은 쪼개지고 거대한 위협이 들이닥친다고 했는데, 마치 지금을 보는 듯하군.”
“그래서, 어쩔 생각인가. 황제가 직접 움직이기엔, 신경 써야 할 곳이 한두 곳이 아닐 텐데.”
“고민 중이라네. 자네를 검으로 사용해, 새로운 연방국으로 만들지 말지.”
라베스는 웃음을 흘렸다.
역시, 황제는 자신이 이곳까지 오리라는 것도 예측하고 있었는가.
항상 현기를 머금고 있는 브레들리의 눈동자는 왕국이 제국이 될 때도 이렇게 빛났었다.
그의 결정은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고, 수많은 가문들을 복속시켰다.
그래서 거대한 틀 안에 가문들을 가둬놓을 수 있었지.
카이사르도 마찬가지였다.
“이젠 제국의 틀이 조금 작아져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네.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하되, 지금까지의 관계로 다져진 신뢰를 믿어야지.”
“참으로 낭만적인 소리를 하는군.”
“후후…… 그렇게 되도록 힘써왔네. 자네만 하더라도 그렇지 않은가?”
틀린 말은 아니라, 라베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황제가 했던 작업은 그런 것이었다.
위대한 가문이라 부르며 위상을 높여주고, 황제 본인과의 신의를 두텁게 만드는 것.
이득을 좇으면서도 황제와 감정적으로 부딪치지 않을 상태를 만들어 두는 것.
그가 황제가 된 이래, 가장 많이 신경 쓴 부분이었다.
그렇기에 제국은 교단이 나타나기 전까진 끈끈한 왕권을 유지하는 중이었다.
황제는 귀족의 편의를 최대한 봐주었고, 그들이 성장할 수 있게끔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주었다.
그러면서도 위엄을 잃지 않았으니, 이상적인 군주라 할 수 있겠지.
“여태 잘 벼려냈으니, 이젠 휘두를 차례겠지.”
“그 선두에 자네가 서 주게. 그렇다면, 독립을 약속하지.”
“……나쁘지 않은 생각이군. 해리슨과 알레온은 가만히 있을까?”
그들도 카이사르 못지않게 대단한 가문이었다.
당연히 언젠가는 독립한다는 꿈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겠지.
알게 모르게 견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카이사르만 왕국으로 발돋움한다면?
팽팽하게 유지하고 있던 균형이 와르르 무너질 테고, 제국은 혼란으로 치달을 수 있었다.
편애란, 그런 결과를 낳을 수 있는 법이니.
어쩌면 왕국으로 발돋움하려는 카이사르를 끌어내리려 물어뜯을 수도 있겠지.
쓸데없는 분쟁은 피하는 것이 옳다.
심지어, 그것이 위대한 가문들이라면 더욱.
“그들은 걱정하지 말게. 그리고 방법도 있지 않은가. 자네가 싫어하는 방법이긴 하지만.”
“……혼사를 말하는 거군.”
“그래. 그렇게 한다면, 카이사르의 입지는 더욱 높아지겠지.”
“이렇게까지 해서, 우리 가문을 키우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물어도 되겠나?”
브레들리는 작게 웃었다.
의도를 말해주는 것은 정확하면서도 확실한 협상 방법이었으니.
상대방이 자신의 친우인 만큼, 확실히 알려줄 생각이었다.
누가 듣는다면, 당장 생각을 철회하라고 할 만큼, 위험한 생각이긴 했다.
“이제 제국의 역할이 끝날 것 같기 때문일세. 큰 몸집은 필요 없지.”
“…….”
“꽤 놀란 표정이구만. 우리는 거대한 위협에 맞서기 위해 존재한 가문이었고, 이제 그 목적을 이룰 때가 되었지.”
“그렇군. 그래서 쪼갤 생각인가?”
“본래 있던 자리로 되돌려 놓는 거지. 자유롭게.”
“……네 뜻이 그렇다면야.”
라베스는 친우의 의견을 존중해주기로 했다.
결과는, 후대가 알려 주겠지.
황제는 라베스에게 말했다.
“잡설이 길었군. 내 허락하겠네. 어디, 정복자의 힘을 마음껏 발휘해보게.”
“분부대로.”
황명이 떨어질 것이다.
카이사르의 명분은 충분해졌다.
#2
“여길…… 들어가야 한다고요?”
“그래.”
“에헤이, 농담이죠? 진짜 여길 들어가요?”
“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 요새 점잖게 대해줬더니 다시 기어오르는군.”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죠! 여길 어떻게 들어가요!?”
피어슨이 버럭 소리쳤다.
숨이 턱턱 막히는 어둠.
자신을 잃어버릴 것 같은 짙은 어둠이 깔려 있는 문이었다.
검은 바탕에 붉은 무늬가 새겨진, 아주 거대한 문 안에는 어마어마한 적들이 있겠지.
사실, 마누스도 피어슨의 반응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도 실제로 보고 나서는 꽤나 놀랐으니까.
이곳에서 마지막까지 있어야 한다 이거지.
좋다.
어차피 원작에서도 만렙까지는 이곳에서 놀았으니까.
랜덤성이 강한 지상과 달리, 이곳은 구역이 정해져 있었다.
담당 구역 보스 역시, 정해져 있었고.
자, 그럼 이제 아껴두었던 스킬 선택권 하나를 사용해야겠지.
왜 그 녀석이 굳이 두 개를 주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심리도 꿰뚫어 본다 이건가.’
마누스는 조용히 눈을 감고 스킬 선택권을 사용했다.
제일 처음은 검색부터 해야겠지.
‘검색, 승리의 찬가’
[검색 결과 : 1건] [승리의 찬가 : 999년] [승리의 찬가] [전투에서 승리한 자, 환희의 송가를 올려라. 목소리가 하늘 높이 닿을 때까지 힘차게 울어라. 찬가가 하늘에 닿는 순간, 너희들은 그분의 축복을 얻으리니.] [모든 영광을 그분께 돌리면, 응당 축복을 내려 주시리라.] [전투가 끝난 후 모든 상태 이상, 체력, 마나 회복]간단하지만, 그야말로 엄청난 효과.
후반에 주인공 일행이 무한히 강해질 수 있는 원동력이자, 무려 몇 주 동안의 노가다를 해내야만 얻을 수 있는 스킬.
조건도 까다로워, 발매 후 몇 년이 지나도록 아무도 얻은 사람이 없었던 스킬.
그리고 성녀를 반드시 파티에 포함해야만 얻을 수 있는 스킬이기도 했다.
그런 스킬을 아무렇지도 않게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검은 인영의 의도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마누스는 망설임 없이 스킬을 습득했다.
곧이어, 그의 뒤로 은은한 후광이 비추기 시작했다.
본래 성녀가 배우는 스킬이지만, 마누스가 배워 성녀의 효용 가치가 떨어졌다.
‘이걸로 하나는 끝났고…….’
나머지 하나는 첫 전투가 끝난 후에 해결할 생각이었다.
원작에서도 딱 한 번만 쓸 수 있는 노가다용 아이템.
페널티가 상당했지만, 반드시 성공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아이템이기도 했다.
일단 맛보기로 첫 데몬과 싸워 봐야겠지.
“여길 무사히 통과한다면, 트레이스도 별것 아닐 거다.”
“……정말이요?”
“그래.”
“하긴…… 그래 보이네. 니아 선배가 불을 켜고 달려들겠는걸.”
“일단 첫 전투만 치러보고 다시 나온다. 그 후에는 선배와 합류해서 가도록 하지.”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누스가 앞장서서 문을 열었다.
쿠구구구구-!
본래 열리지 않아야 했던 문이 열렸다.
압도적인 마나가 그들을 짓눌렀지만, 그럼에도 나아가는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딱 한 번의 전투.
그것만 버텨내면, 이들은 몰라보게 달라지리라.
한 발자국, 심연 안쪽으로 들어서자 마누스의 앞에 메시지가 떴다.
[히든 퀘스트 발생!] [당신은 심연으로 발을 들였습니다. 이곳에 있는 죄수들을 모두 처리해, 강력하고 위대한 힘을 얻으십시오.] [또한, 유패된 수호자들과 겨뤄 왕이 될 자격을 증명하십시오.] [보상 : ???]‘이건…….’
모든 데몬 처리, 그리고 수호자들과의 결투?
수호자들이라…….
짐작 가는 바가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그들을 이길 수 있을까?
그건 해 봐야 아는 거겠지.
마누스는 말없이 메시지창을 무시하고 걸어갔다.
일행 역시 마나를 잔뜩 끌어올린 채 그의 뒤를 따랐다.
지금까지는 별 긴장감 없이 전투에 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달랐다.
“후…….”
누군가의 떨리는 숨소리가 긴장감을 더욱 끌어올렸다.
은은하게 빛이 들어오는 곳 너머, 거대한 기운이 느껴졌다.
맨 뒤에서 상황을 보고 있던 에머슨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 저, 저기, 적이 있어요. 그런데…….”
“어느 정도로 강하지?”
“지, 지금까지 만났던 어떤 적보다…… 강해요.”
“데모니움 보다도?”
“……네.”
죽은 자들 중에서도 가장 잔인하고 끔찍했던 이들만 모아둔 곳이 바로 심연이었다.
에머슨이 저런 말을 하는 것도 당연했다.
마누스는 이들에게 지시했다.
앞으로 자주 쓰게 될 전술이었으며, 반드시 이길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공격력은 강하지만, 이곳에 나오는 적은 모두 정해져 있었다.
유저들은 최적의 루트와 필요한 마법들을 준비한 공략집을 내놓기도 했다.
그걸 달달 외웠던 마누스의 기억 아래, 공략하지 못할 건 없었다.
“전격 마법으로 가장 강한 걸 준비해라. 보이면 바로 쏴야 하니까.”
“네!”
마누스의 착실한 교육 끝에, 이제는 한마디만 해도 망설이지 않는 경지에 이른 동료들.
파지지지직-!
동시에 울리는 전격 마법의 발동 소리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저 모퉁이를 돌면 세 마리의 데몬이 한꺼번에 나타날 것이다.
마누스는 필승의 전략을 들고 모퉁이를 돌았다.
이곳 데몬의 평균 레벨은 90.
압도적인 레벨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건, 약점을 노려 한 번에 없애버리는 것뿐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