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32)
제32화
32화 – 하녀장 베로니카
#1
아카데미의 일상은 여느 때와 같이 흘러갔다.
2학년 전원이 복귀했고, 알라노 역시 훌륭하게 그 임무를 완수했다.
해리슨이 내린 임무는 무려 언데드 소굴을 토벌하는 것.
그곳에서 알라노는 무지막지한 마법 실력을 뽐내며 멋지게 제 실력을 발휘했다.
변화는 곳곳에서 일어났다.
B반은 멜라니가 서서히 장악 중이었으며, 그녀도 탑에 대한 존재를 알았다.
“이상으로 보고를 마칩니다.”
“이상 현상에 대한 조사라……. 아쉽지만, 그것은 나중으로 미뤄야겠네.”
“-예?”
이사장실.
그곳에서는 베로니카가 보고를 올리고 있었다.
그녀는 기숙사뿐만 아니라 아카데미에서 일어나는 전반적인 일을 관리, 감독하는 일을 맡고 있었다.
하녀장의 역할은 생각보다 더 많았으며, 귀족들도 그녀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위치에 있었다.
그런 인물의 요청을 단칼에 잘라 낸 닉스 이사장.
그는 쓰고 있던 안경을 추켜올리며 상황을 설명했다.
“이제 곧 ‘코르푸스’의 밤이 시작되는 건 알고 있을 걸세.”
“아 벌써 때가…….”
“그때를 대비해야 하네. 죽음이 드리우고 있으니까. 미토스 아카데미라고 해서 안전한 것은 아니지.”
“이해했습니다. 그럼,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베로니카가 고개를 숙였다.
닉스 이사장은 떠나려는 베로니카를 잠시 붙잡았다.
잠시 코르푸스의 밤에 대해 생각하느라 중요한 물음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이는 정말 중요한 문제였다.
“제국 황실에선, 아직 움직임이 없는 거겠지?”
“그렇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녀는 잔잔한 웃음을 보이며 문을 열고 나섰다.
이사장에게 보고한다면, 뭔가 확실한 답이 나올 줄 알았는데-.
그녀의 인상이 조금 구겨졌다.
항상 웃는 그녀의 표정에 금이 간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누군가 본다면, 또 이상한 소문이 돌겠지.
베로니카는 얼른 표정 관리를 하며 주변을 휙휙 둘러봤다.
‘아-.’
저 멀리, 마누스가 걸어오는 중이었다.
혹시 봤으려나?
괜히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는 자신이 조금 한심했다.
본래 이런 곳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지?
자리가 사람을 바꾼다고, 항상 평화로운 곳에서 아이들과 부대끼며 살다 보니 성격이 너무 유해진 건 아닐까 싶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공자님.”
“좋은 아침.”
기분 전환 삼아 인사를 건네니, 저쪽에서도 똑같은 인사가 돌아왔다.
그녀의 걸음이 다시 한번 멈췄다.
이상했다.
“-오늘따라 기분이 좋아 보이시네요.”
“평범하다.”
“인사를 건네는 것이 처음이라-.”
마누스가 옅은 웃음을 지었다.
이 간 큰 튜토리얼 보스는, 세계관에서도 꽤 강한 축에 속했던 베로니카한테 겁도 없이 덤볐던 놈이다.
성격을 죽이고 사는 베로니카여서 망정이지, 시간이 조금만 어긋났어도 다음 날 시체로 발견되었을 것이다.
-요새 부쩍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아, 물론 이성적인 관심이 아니라 새롭게 변한 ‘마누스’에 대한 관심이겠지.
마누스는 그녀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랬군. 내 주의하지. 홀로 생각할 것들이 많아서.”
“아, 그러실 필요는-.”
“하녀장을 무시할 사람은 아카데미 내에 아무도 없지 않던가. 그럼.”
그저 할 말만 하고 지나간 마누스.
하지만, 그 몇 마디가 베로니카에겐 정말 크게 다가왔다.
하녀장.
그 위치에서 근무한 지도 어언 10년이 넘어갔다.
남들이 이 아카데미에 들어올 나이가 되었을 때, 그녀는 이곳 하녀장으로서의 임무를 맡았다.
수도 없이 많은 귀족이 그녀를 깔보고, 하녀처럼 대했지만, 꾹 참아 왔다.
그중에 최악?
-단연코 카이사르 마누스라고 할 수 있었다.
‘정말, 인격이 바뀐 것 같네.’
누군가 영혼이라도 집어넣은 것 같은 느낌.
설마 흑마법사의 술수에 말려서 강제 전이라도 당했으려나?
그러기엔 그의 실력이 너무도 뛰어났다.
“저렇게 대놓고 말씀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후후-.
말 한마디로 인해 이렇게 기분이 좋아도 될 일인가?
암살자로서 키워졌지만, 사람의 인격을 버린 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인격을 버리지 않았기에 더 높은 위치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무인에게도 감정은 중요한 요소였고, 기계적으로 수련만 해서는 경지가 올라가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것도 그즈음이었다.
그녀는 마스터다.
-어린 나이에 올랐지만, 글쎄.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차라리, 오늘 있었던 인사가 더 인상 깊을 정도.
그녀에게 마스터란 존재는, 딱 그 정도였다.
#2
이사장실에 들어선 마누스는 어제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고했다.
새로운 전력, 그리고 리비에 대한 처우.
탑의 조사까지 순조로운 상황이었으니.
닉스 이사장은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지만, 오히려 전력이 늘어 버리는 꼴이 되었다.
라우어 가문은 결국 몰락의 길을 걷겠구만.
“잘해 줬네. 자네도 이번에 다이아 등급의 임무를 수행했다지? 축하하네.”
“아닙니다. 이제 그 밤이 오겠군요.”
“그렇네.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는 중이야.”
[코르푸스의 밤].통칭, 망자들의 축제.
유일하게 무언가를 지켜야 하는 이벤트이며, 전 대륙에서 가장 기피되는 시기.
21년 만에 돌아오는 축제의 밤이 딱 이 시기에 겹쳤다.
대륙의 망자들이 일시에 일어나, 산 자를 향해 원망을 쏟아 내는 이벤트.
그렇게 한번 후련하게 쏟아 내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진다는 설정이다.
죽음의 신이 자신의 백성을 늘리기 위해 안배한 것이라고 하는데…….
‘개뿔, 그냥 그 당시에 타워 디펜스가 유행해서 그렇지.’
랜덤 어쩌구 디펜스.
그 당시 꽤 유행하던 게임이었다.
각종 만화를 소재로 한 디펜스 게임이었는데, 개발자가 그걸 감명 깊게 했나 보다.
순전히 억지 설정이었지만, 이벤트 안에 있는 내용만 놓고 보자면 꽤 잘 그려졌다.
탑을 등반하는 것이 아니라, 디펜스 게임으로 밀고 나가도 좋았겠다는 평가를 받았던 스토리.
본격적으로 세계관이 어두워지는 시점이기도 했다.
“조금 더 철저하게 준비하셔야 할 겁니다.”
“미토스 아카데미는 제국의 황실군도 함부로 뚫지 못하는 곳이네. 걱정할 필요는 없어.”
마누스는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생각했다.
단순히 며칠 견디면 되는 수준이 아니다.
미토스 아카데미에 내린 재앙이 될 것이니까.
단순히 미래를 알고 있다는 말로는 개연성이 부족하다.
적어도 경각심 정도는 가지게 해야 할 텐데-.
그래, 그런 방법이 있었지.
“카이사르 가문에서 내린 계시이기도 합니다. 이번 밤은 아주 끔찍할 거라더군요.”
“……카이사르에서?”
마누스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만능 치트 키 카이사르의 이름을 빌리면 된다.
그의 아버지는 인외의 경지인 7클래스 마법을 완벽히 익힌 남자다.
그가 싼 똥은 마나로 만들어져 있다고 해도 믿을 사람이 수두룩하단 얘기지.
대충 둘러대도 믿을 거란 얘기다.
“자네는 가문과 엮이는 걸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알겠네. 조심하도록 하지.”
“그럼, 가 보겠습니다.”
“멜라니 학생은 탐사에 동참하겠다고 하던가?”
“-아주 훌륭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더군요.”
닉스가 흡족하게 웃었다.
그러고 보니, 3학년 수업을 함께 듣길 원했다지?
역시 카이사르의 핏줄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문이 닫혔다.
마누스는 3학년 교실로 향했다.
오늘은 2학년 수업이 아닌, 3학년 수업을 듣는 날이었다.
‘기대되는데.’
전에는 생각도 하지 않았던 학업의 즐거움.
점차 이 세계에 적응해 나가는 자신을 볼 때마다, 진짜 마누스가 된 기분이었다.
“마누스 학생?”
“……안녕하십니까.”
익숙한 얼굴이 그를 알아봤다.
원소학 교수, 트레일이었다.
그가 성큼성큼 마누스의 곁으로 다가왔다.
푸른 호수를 닮은 눈은, 그 옛날 먼발치에서 바라봤던 라베스 공작을 빼다 박았다.
이 총명한 학생은, 이제 본격적으로 비상할 준비를 마쳤다.
그렇다면, 미토스 아카데미의 교사 된 입장으로 해야 할 일은 한 가지.
“오늘 제 수업 듣죠? 전에 보여 주었던 마법 실력이라면, 따라오시는 데 문제없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이 학생, 묘하게 성격이 변한 것 같은데-?
긍정적인 방향이니, 굳이 신경 쓸 필욘 없겠지.
트레일은 이 학생이 어디까지 올라갈지 궁금했다.
그 쟁쟁한 형제/자매들을 제치고 어쩌면…….
“3학년 수업은 본격적인 고급 마법을 배우는 시간입니다. 아 그리고, 오늘 새로운 학생이 수업을 들을 겁니다.”
마누스는 당당하게 걸어, 트레일 교수 옆에 섰다.
3학년 학생들의 눈이 커졌다.
하나같이 비슷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카이사르 마누스다. 잘 부탁하지.”
“와-. 우리가 선배인데?”
“근데 좀 마음에 드는데?”
“이번에 4클래스 마법도 썼다며? 그러면 뭐……, 인정이지.”
누군가 손을 불쑥 들었다.
교수님이 눈빛으로 그의 발언권을 허락했다.
아카데미 학생에게 가장 큰 사안이라고 하면 역시 성적이다.
경쟁자, 그것도 카이사르라는 어마어마한 녀석이 끼어드는 사건이었다.
-당연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확실히 해야지.
“쟤는 성적에 반영되지 않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성적은 2학년 기준으로 책정됩니다. 여러분은 안심하셔도 됩니다.”
오오-.
학생들이 낮게 감탄했다.
그래, 이래야 정상적인 거지.
제아무리 3학년이어도 감히 카이사르의 재능과 맞설 사람은 없었다.
그저 지식을 탐닉하러 온 손님.
미치도록 부러운 재능의 주인공.
마누스의 위치는 딱 그 정도였다.
“수업 시작하죠. 마누스 학생도 편한 곳에 앉으세요.”
터벅터벅 걸어가는 마누스에게 수많은 시선이 꽂혔다.
호기심, 부러움, 약간의 경계 등등.
‘여전히 부담스럽네.’
마누스의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봤지만, 내면 깊숙한 곳에는 부담스러움이 느껴졌다.
버릴 수 없는 근본적인 자아가 느끼는 거겠지.
마누스는 자리에 앉아, 주변을 둘러봤다.
‘여기엔 원작에 나오는 인물은 없으니, 맘 편하게 수업을 들을 수 있겠어.’
간섭하지 않아도 되고, 오롯이 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시간이라는 것.
그는 오랜만에 제대로 된 수업을 들었다.
트레일 교수의 3학년 수업은, 그 질부터 달랐다.
마법진을 구축할 때 신경 써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 마법진을 효율적으로 구축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4클래스, 그 이상 고위 마법을 사용하는 자들은 어떤 방법으로 사용했는지.
“실제 마법사들이 사용했던 술식을 분석했습니다. 그들과의 인터뷰도 제법 나눠 봤습니다만, 아직 자료가 부족하긴 하군요.”
열정적인 트레일 교수의 수업.
이는 광란의 밤이 오기 전, 마누스에게 새로운 경지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그의 머릿속이 새로운 지식으로 꽉 채워졌다.
‘재밌네.’
이곳에 와서야, 학업에 열중하게 된 마누스였다.
지난날의 허송세월을 만회하려는 듯, 그의 손과 머리는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