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321)
321화 – 비밀이 탄로 나는 순간이 관계에서 가장 위험할 때다
#1
산토레오는 암녹색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대체,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이렇게 변했는가.
아카데미에서 내려온 휴학 서신 역시, 처음에 보고서는 꽤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가문에서는 그저 예상치 못한 일에 대비하라는 말뿐.
산토레오는 오늘도 열심히 검을 휘두르며 그들을 떠올렸다.
비약적인 성장.
눈에 띄지도 않았던 이들이 한 번에 강자 반열에 들었지.
그 비밀이 무엇일까, 항상 고민하면서도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방학이 지나면, 그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아니, 그럴 수는 없을 거다.”
대답을 바라고 중얼거린 것은 아니었지만, 듣기에 꽤 불쾌한 답이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소리의 근원지를 바라봤을 때, 산토레오는 억지로 기분을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아버지가 그런 이야기를 던졌으니까.
알레오 공작.
황제의 검술 스승이자 위대한 검가의 주인이기도 한 이였다.
그가 저벅저벅 걸어오며 아들 앞에 섰다.
그리고는 다시 한번 절망적인 상황을 일깨워 주었다.
“지금 이대로라면 네가 그들을 따라잡을 수 없을 거다. 영원히.”
“……정진하겠습니다.”
“아니, 네 노력은 충분하다. 단지…… 그보다 효율이 좋은 물질이 있어서일 뿐이지.”
“네?”
알레오 공작은 반전을 주었다.
상실감에 빠지려 했던 아들을 보니, 헛웃음이 나왔다.
이대로 시간이 지났다면, 알레오 가문은 자연스럽게 도태되었겠지.
단지 이 물질 하나를 갖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이걸 보아라.”
“이게…… 무엇입니까?”
“마석이라고 하더구나. 순수한 마나를 담고 있는 돌이지.”
“처음 보는 물건이네요.”
알레오 공작이 건넨 마석을 받아든 산토레오.
암녹색 빛을 받아, 요사스러운 빛을 뿜어내는 보석 안에는 소량의 마나가 찰랑이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묘한 아름다움을 주는 물건이었다.
알레오 공작이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마석은 가공하기에 따라 마나를 증진시켜주는 포션을 만들 수도 있고, 일시적으로 신체 능력과 마법 위력을 증가시키는 포션을 만들 수도 있다고 하더군.”
“허어…….”
“그리고 이론적으로는 이 안에 있는 마나를 흡수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다.”
“이론적으로요?”
알레오 공작의 고개가 위아래로 움직였다.
이 마나를 꾸준히, 그리고 대량으로 흡수했다면 비약적인 성장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산토레오는 마누스를 떠올렸다.
이룩한 클래스에 비해서 압도적인 마나량을 보유한 마도사.
처음엔 그저 카이사르이기에 그런 줄만 알았는데…….
이 마석을 보고 나서는 조금 생각이 바뀌었다.
혹시?
“그럼, 비약적으로 강해진 이들이 이 마석을 섭취, 아니 흡수했다는 겁니까?”
“그렇다고 할 수 있지. 그래…… 일명 선택받은 아이들이랄까.”
“그래서…….”
“지금은 전시에 준하는 상황이다. 폐하께서도 서신을 보내왔지. 그 전에, 우리는 닉스 이사장을 만나러 갈 것이다.”
“마석 때문에 그러시는 거군요.”
“그렇지.”
산토레오는 마석을 꾹 쥐었다.
그래, 이것 때문에 그렇게 강해질 수 있었던 건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이건 특권이자 권리였다.
먼저 찾은 권리, 그리고 이득을 취할 권리.
선택받은 소수만이 마석을 직접 흡수할 수 있다면, 그것 역시 타고난 재능이라고 봐야겠지.
못 먹어 보는 열매를 찔러보는 것보단, 열매를 취할 다른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낫다.
이것은 알레오 가문의 철칙이기도 했다.
“함께 가자. 그리고 혹시 모르니, 마석은 흡수해 보거라.”
“예.”
“우린 폐하를 위해 움직일 테지만, 그렇다고 도태되지도 않을 것이다. 위대한 가문의 자리는 누구도 넘볼 수 없음이야.”
“물론입니다. 제가 기대에 부응해 드리겠습니다.”
“음.”
산토레오는 마석을 가볍게 쥐고 마나를 느꼈다.
그리고는 마나를 자신의 몸속으로 유도해 보았다.
그러자 마석에 담겨 있는 마나가 모조리 빠져나오는 것이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등을 돌렸던 공작이 다시 돌아본 것도 당연했다.
그는 마나의 유동에 민감한 검수였고, 작은 변화도 포착할 수 있는 초인이었으니.
산토레오 역시 어안이 벙벙한 모습으로 텅 비어버린 마석과 자신을 번갈아 가며 바라봤다.
순식간에 흡수해버린 마나는 모두 산토레오의 체내로 들어갔다.
“어…….”
“정녕 흡수한 것이냐?”
“예, 그런 것 같습니다.”
“허어…… 그렇다면…….”
“저도, 명분이 생긴 것 아니겠습니까?”
알레오 공작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이로써 명분은 충분히 입증되었으니.
“가자.”
“예. 가주님.”
이로써 가문이 다시 한번 날아오를 때가 되었다.
자신은 아니겠지만, 아들의 대에서는 더욱 위대하고 견고한 가문이 되어 있겠지.
알레오 공작은 그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2
아카데미.
그곳에는 각 가문의 인파가 몰려, 혼란스러운 상황이 되어 있었다.
닉스 이사장은 창밖으로 광장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의 역할은 이곳을 외부인으로부터 지키는 것.
하지만, 지금 이 상황은 그로서도 감당하기 힘들 지경이었다.
소문이 퍼져버렸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설마 이렇게 걷잡을 수 없을 인파가 모일 줄은 몰랐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닉스 이사장의 뒤로, 트레일 교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나가서 교통정리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사장님.”
“후우…… 그래야겠죠. 가시죠.”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마석.
그것은 센세이션 그 자체였다.
마석만 있으면, 마석을 흡수할 수만 있다면 가문을 키우고 세력을 불리는 것도 일은 아니었으니까.
각 가문의 마탑, 시험해보고 싶다는 이들, 더러는 아티팩트를 사겠다는 사람들까지.
그렇게 각자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 모인 이들이 여기 있었다.
이 탐욕의 장을 어떻게 통제하면 좋을까.
닉스 이사장은 일단, 마석이 통용되는 것 자체를 막을 방법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적어도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사용되는 것만은 막아야 할 터다.
“마석 자체를 통제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자격 있는 이들만 가지고 가야 한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습니다.”
“동의하는 바입니다. 흡수할 수 있는 이들에게만 공급하고, 희소성을 만들어야겠지요.”
“이사장님의 언변을 믿어야겠군요.”
이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말로 잘 설득하지 않으면, 폭동이라도 일으킬 기세였다.
그나마 이곳이 황제가 직접 관리하는 곳이라, 이 정도일 것이다.
기숙사 밖으로 나오자, 닉스 이사장을 발견하고 아우성치는 이들이 보였다.
“이사장! 마석에 대해 설명해 주시오!”
“그렇소. 정말 이곳에서 신물질을 독점했다는 것이 사실이오?”
“아티팩트 역시 발굴된다고 들었소만.”
닉스 이사장은 확성기 역할을 하는 아티팩트를 꺼내 든 뒤, 입을 열었다.
일단 그들을 진정시키는 것이 우선이었기에, 모든 것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갔다.
“마석은 바로 저 아카데미 본관, 아니죠, 이제는 탑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나왔습니다.”
“탑?”
“그걸 발견한 이들은 이 침식지대에 자의로 들어올 수 있는 이들이었죠.”
“이곳에 의도적으로?”
“예. 일단 이곳부터 제대로 설명해야겠군요.”
이사장은 천천히 침식지대에 관한 것을 밝혔다.
그곳의 문을 볼 수 있는 자들에게 탐사를 맡겼고, 더욱 강한 적을 처리하기 위해 마석을 흡수했던 것까지.
몇 가지 사실은 제외하고 말했지만, 이들을 진정하게 만드는 덴 충분한 언변이었다.
“저 역시 불안하고 안타까운 사실이었습니다. 어른들은 제대로 들어가지도 못하는 곳에 아이들끼리만 보낸다니…… 그렇게라도 힘을 키우지 않았다면, 애꿎은 이들만 목숨을 잃었겠지요.”
“…….”
무어라 할 수 없는 언변.
아이들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접근은, 완벽하게 먹혀들었다.
이사장은 다소 잠잠해진 이들을 향해 다시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전 세계가 이렇게 변한 이상, 여러분들에게 마석에 관한 정보를 풀어놓을 생각입니다.”
“허…….”
“그게 정말이오?”
“그렇습니다.”
그들은 저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찌 보면 안타까운 현상이었으니까.
최선을 다했다고 말해도 할 말 없겠지.
그렇게 분위기가 이사장이 주도하는 대로 넘어가기 직전,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렸다.
“그건 궤변이오. 허울 좋은 변명에 불과하지.”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누군가 딴지를 걸고 나섰다.
사람들은 그를 바라봤다.
후드를 눌러 쓰고 있는 이.
이사장은 그가 수상했지만, 대놓고 반박할 수는 없었다.
자칫 잘못하면 이사장이 권력을 업고 핍박한다는 오명을 쓸 수 있었기에.
말도 안 되는 일처럼 보여도 가문끼리, 그리고 욕심 많은 이들끼리 작당하면 헛소문은 금방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래서 조용히 물었다. 왜 그러느냐고.
“그렇다면 왜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는가. 왜 다른 방법은 생각하지 않았는가. 다른 좋은 가문들에게 맡겨, 함께 연구해야 할 일을 독단적으로 처리했는가에 관한 이야기는 어디다 팔아먹었소?”
“듣고 보니 그렇구려.”
“충분히 알릴 수 있는 일이었소. 그리고 다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이기도 하였소!”
이사장은 작게 한숨을 쉬며 눈을 감았다.
그래.
바로 이런 놈들 때문에 알리기 꺼려했던 것이다.
어떻게든 아카데미를, 자신들을 악의 축으로 몰아가려는 이들.
그가 막 입을 열려고 했을 때, 입구에서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건, 이사장이 하려고 했던 말을 그대로 말하는 내용이었다.
“당신들 같은 무뢰배가 꼬일까 봐 그랬겠지. 버러지 같은 놈들!”
“뭐라!?”
“어떤 놈이…… 엇.”
“아, 알레오 가문?”
휘황찬란한 황금색 드레이크.
제국에서, 아니 세계에서 가장 검을 잘 다루기로 소문난 이의 등장이었다.
좌중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위대한 가문 중 하나의 수장이 직접 찾아왔기에.
반면, 닉스 이사장의 표정은 딱딱하게만 굳어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