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322)
322화 – 선별 작업, 그리고 만남
#1
알레오 공작의 등장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곳에 왔을까.
또한, 어떤 소식을 듣고 왔을까.
모두가 놀라는 중이었다.
알레오 공작은 그랜드 마스터였다.
전 세계에 밝혀진 바로는 검으로 그를 대적할 자는 한 손에 꼽힐 정도라고 했던가.
공식적인 자리에 등장한 지 오래되었지만, 그의 위용을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 이가 아카데미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다니.
“알레오 공작?”
“저자가 여긴 어떻게…….”
“누군가 정보를 흘린 것 아니오?”
수군거리는 목소리가 커졌다.
후드를 쓰고 있던 이가 눈에 띄게 당황하는 것이 느껴졌다.
설마, 알레오 공작이 이렇게 빨리 등장할 줄은 몰랐기 때문.
병력과 함께 움직일 줄 알았는데, 단독으로 왔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건, 예상치 못한 변수이기도 했다.
그는 눈을 드러내며 알레오 공작을 바라봤다.
흔들림 없는 공작의 눈빛은, 마법사의 그것과는 전혀 달랐다.
음침하고 속을 알 수 없는 눈빛이 마법사라면, 공작의 눈빛은 그 어떤 위협에도 결정한 것을 밀고 나가려는 우직함이 있었으니.
“마석이란 물질은 참으로 귀하더군. 아카데미에서도 그간 정체를 숨기고 있을 만한 이유가 충분히 납득 가는 바이오.”
“……흐음.”
“크흠, 그, 그렇다면…….”
알레오 공작 같은 사람이 아카데미를 두둔하고 나섰으니, 반발하고 나섰던 이들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마석의 귀중함을 알고, 마석이 얼마나 위험한 물건인지 모르는 인간은 없었다.
누군가는 힘 있는 자들의 횡포라고 볼 수 있는 행동.
그럼에도 아무런 반발이 없었던 것은, 바로 알레오 공작이 가진 힘 때문이었다.
그랜드 마스터.
황제 역시도 존중해주는 인물이었다.
그에게 덤벼들 명분도, 힘도 없는 자들은 그저 고개를 숙일 수밖에.
홀로 다녀도 절대 급습하지 못하는 존재가 바로 그였으니.
“마석의 위험성은 다들 아시리라 생각되니, 긴말하지 않겠소. 나, 알레오 공작은 아카데미에서 엄격한 선별 작업을 통해서만 마석을 유통했으면 하는 바람이오.”
“엄격한 선별 작업이란, 무엇을 뜻하는 것입니까.”
알레오 공작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아마, 이사장이 생각하는 것과 별다를 건 없을 터다.
제한된 인원에게만 마석을 공급하자는 것은 같은 맥락이었으니.
“마석에는 특수한 기능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기능으로는 마나의 추출과 흡수이지요.”
“추출과 흡수?”
알레오 공작이 아닌, 다른 이가 물었다.
이사장은 가감 없이 얘기하기로 했다.
어차피 선택받은 이들밖엔 사용하지 못할 테니까.
‘그리고 내 예상이 맞는다면…….’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마석이 신물질이라고 믿고 있는 것.
그 자체가 거대한 착각이었으니.
마석은 새로운 물질이나 반드시 필요한 물질이 아니었다.
본래 있었던 물질이었고, 어쩌면 곧 사라질지도 모르는 꿈에 불과했다.
그때 가서 어떻게 반응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심지어, 어렴풋이 알고 있는 자신조차.
“선택받은 이들만이 마석에 있는 마나를 흡수할 수 있다, 이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일단 저 탑에 들어가는 것부터 시험해 봐야겠지요.”
“탑이라면…….”
“그곳에 들어갈 수 있는 이들이라면, 마석을 흡수할 수 있는 확률도 늘어날 테니까요.”
추출은 이미 생각해 둔 이들이 몇 있었다.
황실의 마탑, 그리고 몇몇 마탑에서만 연구하게 할 생각이었다.
무분별하게 퍼지면 어떤 부작용이 일어날지 모르는 일.
다양한 인원이 참여해서 연구하게 할 수 있도록 한다면, 그런 불상사는 조금이라도 줄어들겠지.
이사장의 완고한 뜻에, 다른 이들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설령 그들이 다른 뜻을 내비친다 해도, 현실이 허락하지 않았다.
원한다고 함부로 얻을 수 없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일까.
그들의 시선이 모두 탑으로 향했다.
“그럼…….”
“일단 들어가는 걸 기본적으로 생각해야겠군.”
“그게 1단계라 이거지.”
얼추 교통정리가 되었다.
알레오 공작은 조용히 웃으며 이사장 곁으로 다가왔다.
닉스 이사장은 작게 한숨을 쉬며 감사를 표했다.
의도야 어찌 되었든, 곤란할 뻔한 상황을 해결해 준 것이나 다름없었으니.
“감사드립니다. 공작.”
“별것 아니었습니다. 그보다…… 산토레오가 마석을 흡수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더군요.”
“오…… 그게 정말입니까?”
공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사장은 작은 마석을 꺼내 산토레오에게 건네주었다.
다른 이들은 모두 탑으로 향하고 있었으니, 지금은 괜찮겠지.
내로라하는 교수들도 실패한 흡수 과정이었다.
마누스와 그를 따르는 일행들만 가능한 줄 알았는데, 외부인도 가능한 인물이 있었다니.
마석이 올바른 일에 쓰인다면, 넘겨주지 못 할 일도 없었다.
이사장은 산토레오에게 말했다.
“흡수해 보겠나?”
“알겠습니다.”
산토레오는 자그마한 마나를 몸에 끌어들인다는 생각으로 흡수를 시작했다.
그러니 바로 오는 반응.
산토레오의 몸 안쪽으로 마나가 들어가는 모습이 정확히 보였다.
이사장은 텅 빈 마석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정말이었군요. 흡수를 할 수 있다면, 탑에도 들어갈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그곳에서 자력으로 마석을 구할 수 있다, 이 말입니까?”
“그렇겠지요. 하지만, 탑 안쪽은 매우 위험한 곳입니다. 적어도 파티를 꾸려서 가는 편이 좋을 겁니다.”
“흐음…… 일단 알겠습니다.”
알레오 공작은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사장은 그런 두 사람을 보고, 부탁하듯 입을 열었다.
이건, 정말 중요한 부탁이었으니.
“마석의 힘을, 이 세계를 지키는 곳에 써 주시기 바랍니다. 그릇된 힘을 탐하다 벌써 이런저런 사건이 많이 벌어졌거든요.”
“……노력하겠습니다.”
산토레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자신만의 정의가 있고, 무고한 이들을 위해 검을 휘두르겠노라 다짐했다.
제국의 검으로서, 제국을 지킨다.
제국의 모든 위협은 자신들의 검으로 근절한다.
이것이 알레오 가문이 있는 의의이며, 살아가는 이유였다.
그 다짐은 산토레오도 변함없이 이어가는 중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교육받아 왔으니까.
아버지, 할아버지…….
그들의 무용담을 들으며, 언젠가는 자신도 그들 이상으로 강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이 아이는 욕심보단 대의를 택할 성격이오. 너무 걱정 마십시오.”
“믿겠습니다. 워낙 갑작스럽게 일들이 벌어져, 정신이 없군요.”
“힘을 바라는 이들이 워낙 많기에 그러는 거겠죠.”
“…….”
이사장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내심 안도했다.
알레오 공작 역시, 수가 조금만 틀어졌어도 무력을 휘두를 것 같았으니까.
산토레오가 흡수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이상, 알레오 공작은 아카데미와 협조적으로 나올 테지.
일단 한시름 놓은 건가.
한 달 정도라고 했다.
마누스와 그 일행이 다시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그 정도라고 했었지.
벌써 일주일 정도가 흘렀다.
‘잘 지내고 있겠지.’
그들이야말로, 이 사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희망이었다.
부디 무사히 나오길.
이사장은 간절히 바랐다.
#2
마누스와 일행은 곤히 잠을 자는 중이었다.
끔찍한 범죄자들만 모아둔 심연.
그곳에서 얼마나 지냈는지, 시간은 얼마나 남았는지 감도 오지 않았다.
하루하루 강해지기 위해서 살아갔고, 그렇게 3층까지 내려왔다.
이들의 목표는 층계 전체에 있는 데몬을 모조리 없애고 가는 것.
그 과정에서 제법 위기도 있었지만, 마누스의 기지로 무사히 극복했다.
자신을 죽이지 못하는 시련은 결국, 자신을 강하게 만든다고 했던가.
시련을 극복할수록 부쩍 강해지는 이들을 보며, 마누스 본인도 흡족해했으니까.
“또 인가?”
“여, 안녕?”
“무슨 일이지?”
어두운 공간에서 더 어두운 실루엣이 나와, 말을 걸었다.
이제는 어두운 공간이라기보다, 회색에 가까운 공간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곳이었다.
게임의 제작자라고 했던가.
자신을 ‘새로운 왕’으로 만들려는 녀석이었다.
“오랜만에 얼굴 좀 보려고 왔지. 오르카의 목걸이는 다 채웠나?”
“이제 두 개 남았군.”
그간 데몬들을 상대하며 오르카의 목걸이 역시, 거의 완성했다.
3년이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였는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빨리 완성을 앞두고 있었다.
그가 마누스에게 말했다.
“오르카의 목걸이가 완성되는 순간, 네 그릇도 완성될 거다.”
“그릇이라…… 역시, 나는 이용만 당하는 건가?”
“음, 글쎄. 이후 네가 어떻게 할지는 온전히 네 몫이야. 마음만 먹으면 세계 정복도 가능하겠지.”
마누스는 모든 것은 자신의 의지대로 흘러간다는 얘기를 듣곤, 순간 많은 생각에 휩싸였다.
자신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할 수 있는 것들은 뭐가 있을까.
그런 생각이 수도 없이 휘몰아쳤다.
“나는 네게 몇 가지 부탁을 하고, 이 세계를 온전하게 만들려는 시도만 할 뿐이지.”
“그럼, 너는 어떻게 되는 거지?”
“나? 나는 제물이 될 것이다. 후계자를 위한 제물.”
후계자라면, 자신을 위한 제물인가.
마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관리자가 되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사도의 왕만 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것도 내 의지대로 되는 걸까?
“그럼, 하나만 더 묻자.”
“뭐든지. 지금이라면 거의 다 대답해줄 수 있겠군.”
“원래 내 육체는 어떻게 됐지?”
“원래라면…… 아, 지구에서의 육체 말인가?”
마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관리자는 조용히 웃으며 화면을 띄웠다.
홀로그램처럼 보이는 화면에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초라한 몸뚱이가 보였다.
병원에 누워있는 나약한 육체.
겨우 숨만 붙어 있는 상태인 자신의 육체가 보였다.
그가 말했다.
“영혼이 이쪽으로 넘어왔으니, 네 육체는 그대로 가사 상태에 빠졌지.”
“……그렇군. 그럼, 저쪽으로 다시 되돌아갈 수도 있나?”
남자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