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325)
325화 – 사도와 악마의 차이점
#1
교황.
그 너머에 있는 존재의 권능은 상상을 초월했다.
지금이라면 깨달음 없이도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를 넘볼 수 있을 것 같았으니.
사실, 저 위에 계신 분들의 시선으로는 이런 것도 별것 아니었던 걸까.
알렉스는 검을 휘두르며 그렇게 생각했다.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검이 상대방의 공격을 막아냈다.
거센 공격을 유려하게 받아내는 자신의 몸뚱이가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공격은 또 어떤가.
한 번 휘두를 때마다 대기가 떨리고 공간이 진동했다.
“제법이구나. 어떤 신의 가호를 받았는지 몰라도, 제법이야.”
현현한 악마가 그렇게 말할 정도라면, 확실히 성능은 대단했다.
아니, 그저 힘만 놓고 본다면 전 세계에서 자신을 막을 수 있는 자는 거의 없을 거다.
그 정도로 대단한 축복이었고, 대단한 힘이었다.
하지만, 무식한 힘만 있다고 해서 승리를 거머쥘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쥐새끼같이 피하기만 하는군.”
“흐흐, 난 바보가 아니야. 그 무식한 힘에 정면으로 부딪치는 것 자체가 미련한 짓이지.”
“…….”
알렉스는 이를 악물었다.
그래, 자신의 약점은 알고 있었다.
지금 휘두르고 있는 힘의 원천은 자신이 아니었으니, 언젠가는 꺼져가는 촛불처럼 없어져 버릴 것이다.
그 전에 승부를 보고 싶었지만, 적 말대로 바보가 아니었다.
40개의 군단을 부리는 수장답게, 악마는 교활하고 치졸했다.
당하는 처지에서는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런데도, 알렉스는 조급하게 마음먹지 않았다.
‘성하의 은총이 얼마나 갈지 모르겠군. 지금으로서는 없어질 것 같진 않다.’
교황이 내리는 은총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힘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 때 밀어붙여야 승산이 있을 터다.
체력 안배는 나중에 해도 늦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나름대로 보급품이라는 것이 존재했으니.
‘뒤쪽은 문제없고…… 본인만 잘하면 되는군.’
악마들과 일대 결전을 벌이고 있는 부하들은 모두 잘해주고 있었다.
수도 없이 몰려드는 악마들을 상대로 도륙하고 있는 별동대.
조금 있으면 정리가 완전히 끝나겠지.
상황 파악이 끝난 알렉스는 다시금 검을 잡고 악마에게로 돌진했다.
결정타를 먹이려는 사람과 피하려는 악마.
둘의 결투는 지지부진하게 이어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사도들은 쯧쯧, 혀를 찼다.
“기술이 너무 차이 나는데?”
“당연한 일이지.”
“어떻게 할 거야? 묶어둔 사이에 우리가 갈까?”
사형수의 사도는 고개를 저었다.
전력을 온존하는 것이 좋은 판단이었다.
상대방의 전력은 아마, 저게 다겠지.
나머지는 본대를 지휘하느라 정신이 없는 것 같았다.
“슬슬 난입해도 되겠군.”
“좋아. 이때를 기다렸지.”
“상대는 아몬이다. 몇 초뿐이지만 미래를 예측할 수 있으니 완벽하게 합공해야 할 거야.”
“네가 있는데 뭔 소용이야? 타나토스.”
사형수의 사도, 타나토스가 작게 웃었다.
하긴, 그것도 그렇지.
사형수 앞에서 미래를 예측해봤자, 떨어지는 것은 언제나 자신의 목이었으니.
그가 일어나 거대한 낫을 들었다.
“그럼, 이제 악마 사냥을 시작하자.”
“좋아.”
사도들이 움직였다.
#2
“크윽-.”
“흐흐, 고작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주제에 힘을 가지고 날뛰고 있었구나.”
모든 공격이 막히는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기가 막히게 속여, 빈틈을 찔러도 모두 알고 있었다는 듯 피하는 악마.
알렉스는 자신이 가진 기술, 힘을 모두 동원했지만 악마는 비웃듯 모든 것을 파훼했다.
심지어는 자신을 가지고 놀고 있다는 느낌까지 받았다.
무인으로서, 이만한 수치가 어디 있을까.
알렉스는 이를 악물고 침착하게 검을 휘둘렀다.
그럴수록 더욱 냉정하게 검을 휘두르려 했다.
하지만, 아몬에게 단 한 번의 유효타도 허용하지 못했다.
“힘만 좋으면 뭐 하나. 힘을 제대로 다루지도 못하고 기술도 부족하거늘.”
“정면으로 부딪치길 꺼리는 악마 주제에, 입은 살아 있구나.”
“흘흘, 그런 도발도 상대방에게 위협이 되는 수준에 도달하고서 해야지.”
아몬의 능력을 파훼할 방법은 간단했다.
절대 피할 수 없는 공격을 날리는 것.
몇 초의 예지력을 뛰어넘는 범위의 공격을 날리거나, 교묘한 협공으로 완벽한 물리력의 한계를 노리거나.
절대 피할 수 없는 공격을 날리면, 고작 몇 초의 예지력으로는 절대 파훼할 수 없을 터다.
문제는 알렉스 홀로 그런 공격을 만들어낼 수 없다는 것이겠지.
홀로 검을 휘둘러서는 절대로 그런 공격을 퍼부을 수가 없었다.
“경. 저도 돕겠습니다.”
“……알았다.”
악마를 정리하다 말고 온 실력자.
이 별동대의 2인자라고 할 수 있는 이가 옆에 섰다.
한 명의 공격이라면 막거나 흘릴 수 있겠지만, 두 사람이라면 어떨까.
아몬의 눈빛이 진중하게 가라앉는 것이 보였다.
저 눈빛은 누군가를 죽이겠다는 걸까, 아니면 위기에 몰려 긴장하는 걸까.
진짜 의중은 알 수 없었지만, 지금부터 전투 양상이 바뀔 것이라는 건 확실했다.
알렉스가 먼저 달려 나가고, 그의 뒤를 따라 다른 성기사가 보조를 맞췄다.
아몬 역시 흑염이 이글거리는 창을 굳게 움켜쥐고 알렉스를 향해 쇄도했다.
“흐-.”
그의 웃음은 어떤 의미였을까.
결과는 머지않아 드러났다.
콰아아아아앙-!
처음으로 맞붙은 그들에게서 굉음이 퍼져나갔다.
꽤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도 충분히 알 수 있을 만큼, 굉장한 소리였다.
“흠…… 이제야 제대로 시작되었나.”
“역시, 아몬의 계약자를 보낸 건 최적의 수 같습니다.”
“힘은 충분히 빼놓을 수 있겠지.”
에레시스의 교주이자 교황.
그는 진동하는 기운을 느끼며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설마, 세외의 세력이 간섭할 줄은 몰랐으니까.
강력한 변수였다.
이곳에 개입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설마 이토록 강력하게 개입할 줄은 몰랐다.
만약 마주하게 된다면, 자신도 어느 정도 출혈을 감수해야 할 정도의 변수일까.
아마도 그 힘이 오래 유지된다면, 그러겠지.
“아몬의 계약자가 오래 끌어야 할 텐데 말이다.”
“그럴 겁니다.”
“그럼, 본인도 슬슬 움직일 준비를 해 볼까.”
교황은 흘흘 웃으며 걸음을 옮겼다.
별동대를 상대한다고 했으니, 약속을 지켜야겠지.
저런 힘과 마주한 아몬은 결코 오래 버티지 못할 테니까.
또 다른 변수가 있을 수도 있으니, 그 시간은 더욱 단축될 것이다.
아무리 세외의 힘을 빌려온들, 지금 자신을 이기진 못할 것이다.
그것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왜냐면, 자신도 그만큼 오랜 기간 준비해 온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반드시 이긴다.
그것이야말로 이 세상에 자신이 아직 남아 있는 이유이기도 했으니까.
#3
강력한 힘의 격돌 끝에, 알렉스는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완벽한 타이밍에 공격을 쏟아붓고, 드디어 악마의 목을 벨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순간, 아몬이 숨겨둔 무기가 등장했다.
“크아아악-!”
“마론 경!”
“크흐흐흐, 내가 이 정도도 예상하지 못하고 덤빈 줄 아느냐?”
허공을 찢고 나타난 흑염의 창.
아몬이 끝까지 아끼고 있던 한 수가 바로 여기서 드러났다.
가슴 정중앙이 꿰뚫린 성기사, 마론이 피를 울컥 토하며 고통스러워했다.
교활한 악마, 아몬은 그들을 제대로 농락한 것.
“이런, 분노가 몸을 잠식하고 있나 보구나. 그런 정신으로 어디, 악마를 상대할 수 있겠느냐? 나, 미래를 점치는 악마를?”
“너만큼은, 내 손으로 징벌하고 말겠다. 네놈만큼은-!”
“크흐흐흐! 재미있구나, 재미있어! 어디 한번 해 보거라. 본인은 도전을 좋아하는 편이니-.”
알렉스는 차오르는 분노를 검에 담아 휘두르려 했다.
하지만, 그 전에 나서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럼 어디, 우리 도전도 좀 받아 줄래?”
그건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였다.
스걱-.
공간 자체가 일그러지며 참격이 아몬의 뿔을 갈랐다.
죽은 조직이 아닌, 아주 중요한 기관인 악마의 뿔.
비명을 지르며 떨어져 나간 아몬.
덕분에 알렉스는 성기사 마론을 챙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악마를 상대하던 치유사 한 명이 헐레벌떡 달려와, 마론의 상처를 돌봤다.
“……젠장, 악마의 기운 때문에 치유가 어렵습니다. 출혈도 너무 심하고…… 이대로라면!”
“괜찮으니, 최선을 다하게. 무조건 살려야 하네!”
“알겠습니다.”
으득-.
알렉스는 아직 유지되는 축복을 등에 업고 검을 잡았다.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누가 도와줬는진 몰라도, 흐름이 이쪽으로 넘어왔으니.
“그대는…….”
“사도다.”
눈앞에 보이는 인물에게 물었더니 돌아오는 짧은 대답.
사도.
교황이 말했던 이들이 등장했다.
솔직히 기대하지 않고 있었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도움을 줄 줄이야.
사실 어째서 진즉에 오지 않았느냐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꼿꼿이 서 있는 사도.
그는 여유로운 모습으로 아몬을 바라봤다.
“크흐…….”
“사실 조금 놀랐어. 목을 베어버릴 생각이었는데 말이지.”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군. 설마…… 사도라니.”
“얼른 끝내자고.”
사형수의 사도, 타나토스.
자, 이제 악마 사냥을 시도할 차례였다.
사형 집행인은 사형수를 목매달아 죽인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터다.
아몬은 고통을 떨쳐내고 이를 악물었다.
타나토스.
범죄자의 영혼을 심연으로 처박아두는, 잔혹한 사형 집행인.
그의 칼날이 악마의 영혼을 수거하기 위해 춤췄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