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326)
326화 – 에레시스의 진짜 힘
#1
타나토스의 능력은 공간 왜곡과 필중.
원작에서는 이 능력이 무조건 적중하는 것으로 구현되었다.
강력한 공격력에 피할 수 없는 판정.
누굴 때릴지도 모르니, 머리를 정말 잘 써야 하는 보스전이었지.
그런 보스가 아군으로 등장할 때의 기분은 어떨까.
무척이나 든든하지 않을까?
지금 알렉스가 딱 그런 기분이었다.
몰아치는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악마.
“통쾌하군. 아주 통쾌해.”
“이럴 시간 없습니다. 빨리 마무리하고 전진해야 합니다.”
“……나도 알고 있네.”
알렉스는 검의 손잡이를 으스러져라, 움켜쥐었다.
짧은 시간 받았던 모욕을 되갚아줄 차례였으니까.
아몬은 예측 불가능한 각도, 타이밍으로 들어오는 공격을 막는 데만 급급했다.
그간 능력을 사용해서 막아냈는데, 그게 통하지 않으니 순수한 감각과 실력으로만 상대해야 하니까.
그래서인지, 반응 속도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 보였다.
손발 중 하나를 묶어놓고 싸우는 것과 다름이 없었으니.
“뭐야, 꽤 시시하잖아.”
“…….”
“이제 뭐 어떻게 할 거지? 조금 더 보여봐라. 군단이라든가, 그런 거 없나?”
가면을 쓰고 있는 두 눈빛이 스산하게 빛났다.
그 냉철함 속에는 일말의 즐거움이 스쳤다.
아몬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했던 짓을 똑같이 당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래, 지금 자신도 농락당하고 있는 거다.
철저히.
“흐……, 다 나의 업보로군.”
“딱히, 업보가 아니어도 그랬을 테지만.”
“하지만, 너희들이 이 전쟁에서 이길 가능성은 한없이 낮을 테지.”
“글쎄…… 과연 그럴까?”
여우처럼 쓰여 있는 가면 밑으로 드러난 타나토스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 미소는 확실히 비웃음이었으니.
아몬 역시 마주 웃었다.
저들은 아직 ‘그분’의 진짜 힘을 모른다.
오랜 시간 축적해 온 분노와 차곡차곡 쌓아온 복수의 칼날은 결코 무디지 않았으니.
오죽하면 계약하러 온 그에게 마계의 지배자들이 거듭 되물었을까.
정말, 그가 행하려는 것이 맞냐고 말이지.
‘이미 목표는 달성하고도 남았다.’
아몬은 속으로 생각하며 마지막 수를 꺼내기로 했다.
솔직히, 이것도 그저 발악에 그칠 뿐, 저들에게 유효한 피해를 주긴 어려울 터다.
아직 세외의 존재가 뿌려준 권능은 유효했으니까.
새삼 교황의 역량이 얼마나 대단한지 깨닫게 되었지만, 그게 뭐 대수인가.
어차피 모든 것은 그분 앞에서 힘없이 스러져갈 텐데.
아몬은 남은 마나를 모조리 쥐어짜, 게이트를 열었다.
마계와 이곳을 연결하는 통로.
대기하고 있던 40개의 군단이 우르르 쏟아져 나올 것이다.
[키이이이익-!]군단장을 비롯한 수많은 악마의 병력이 대기하는 중이었다.
악마의 대공이란, 이런 힘을 가진 존재였다.
타나토스가 낌새를 눈치채고 몸을 움직였으나, 악마의 권능, 그 자체를 막아낼 수는 없었다.
세계에 기묘한 법칙이라도 있는 걸까, 아무리 타나토스라도 아몬의 마지막 권능은 막아내지 못했다.
“…….”
“사태가 더욱 심각해진 것 같은데, 어쩔 생각이오.”
“그대는 가장 믿을 만한 사람 셋을 데리고 적의 수뇌부를 쳐라.”
“당신과 남은 내 부하들로 충분하다는 소립니까?”
알렉스가 기운이 빠진 아몬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몇 초만 지나면 악마들이 쏟아져 나오겠지.
이럴 때 천사들이라도 강림하면 좋으련만, 아직 그쪽은 소식이 없는 것 같았다.
타나토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히 시간을 끄는 것이라면 가능하지. 우리도 준비해 둔 것이 있으니.”
“……알겠소. 그러면 당신을 믿으리다.”
“그래.”
검을 쥔 타나토스는 공간을 베어, 아몬의 목을 베었다.
권능이고 뭐고, 이미 모든 기운을 쏟아부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아몬.
그의 최후는 제법 허무했다.
하지만, 그가 남긴 쓰레기는 결코 허무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대단한 사도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오게 할 정도였으니.
“정말이지…….”
[진격하라!] [드디어 중간계다!]군단장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전투에 미친 종족이어서일까, 아니면 정복감에 휩싸여서 그런 걸까.
악마들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전투욕을 불태웠다.
“그래도 이 정도로 그쳐서 다행인가.”
타나토스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다른 사도는 지금, 적이 남긴 수를 하나씩 깨부수러 가는 중이었으니.
그들의 실력이라면, 적어도 전황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으리라.
#2
“이거 놀랍군.”
“와…… 당신이었어?”
“너희들도 제법 놀란 것 같은데, 맞나?”
성국 본대의 압박이 줄어들었을 터다.
사천왕이라고 불리는 이들 중 두 명이 사도의 손에 쓰러졌으니까.
하지만, 희생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행동하는 인물 때문에 분위기는 어색하게 흘러갔다.
힘의 사도, [길티어]는 눈앞의 인물을 보고서 깜짝 놀랐다는 표정을 지었다.
상대방은 초대 교황.
이 세계를 굽어보는 이들에게 가장 먼저 축복을 받은 자였으니까.
초대 교황 [그레고리].
장렬히 전사한 줄 알았던 그가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도, 인류의 멸망을 기도하는 쪽으로.
“설마, 동시대의 사람일 줄은 몰랐는데.”
“나도, 너희들이 사도가 될 줄은 몰랐다.”
“그럼…… 전대 사도들을 죽여서 꼭두각시로 만든 것도 네가 꾸민 짓인가?”
그레고리 교황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행동에는 망설임이나 죄책감, 미안한 감정이 전혀 들어있지 않았다.
어딜 가느냐고 물었던 것에 대답하듯, 평온한 표정이었다.
길티어가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왜, 네가 이 세상의 주인이라도 되게?”
“그것도 나쁘지 않겠군. 하지만, 모종의 거래가 있었네. 난 그것을 위해 정화를 할 생각이고.”
“모종의 거래라……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건 아니리라 믿는다.”
교황은 작게 웃었다.
아마 맞을 것이다.
신들.
정확히는, 상위 차원에 있는 이들과의 거래였으니까.
이 세상에 종교를 퍼뜨려 세뇌하는 것 정도야, 초대 교황이었던 이에겐 식은 죽 먹기였다.
성국을 만든 것도 바로 자신이었으니.
본래는 이 거래를 거절하려 했었다.
그래도 자신이 만든 세상이었고, 성국이었으니까.
“이 세계는 슬슬 정화가 필요하지. 너무 오래 지나 썩었거든.”
“그래서 거래를 했다? 상위 차원에 있는 이들과?”
“그래. 어차피 새 시대에 누가 필요하겠는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것이 좋지.”
“미친놈이…….”
길티어의 눈빛에 흉포한 마나가 감돌았다.
분노를 이기지 못해, 날뛰는 마나가 그의 전신을 감쌌다.
미쳤다.
그래, 이 교황은 지금 이 세계에 있는 이들을 그저 자원 취급한 것과 다름없었다.
그래서 이런 만행을, 아주 오랜 시간 저질러 온 것이겠지.
“본래는 자멸하게 두려고 했지만, 너무 강력한 변수가 생겼네. 마누스라고 했던가?”
“그래서 직접 나섰다?”
“그런 셈이지. 자…… 이 정도면 정보 전달은 끝난 것 같은데. 감정도 대충 싸울 만 해졌고.”
교황, 그레고리는 허허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회백색으로 물든 초대 교황의 전투 갑주가 생성되었다.
본래는 성스러운 황금색과 하얀색으로 물들었어야 할 갑주가 탁한 회색으로 변질한 것.
그것은, 타락의 상징이자 위험한 존재와의 거래가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그의 손에 들린 것은, 교황의 장례식 때 순장되었던 전투용 창.
지팡이로도 쓰였던 성유물이었으며, 초대 교황의 상징과도 같은 물건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지팡이에서는 압도적인 신성력이 뿜어져 나왔다.
그레고리는 신성력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사도들은 신성력에 아주 취약하다지. 맞나?”
“당연하지. 근데, 그것도 다 옛말이야.”
길티어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옆에 있던 사도 역시, 마나를 끌어올리며 전투 준비를 끝마쳤다.
타나토스가 온다 한들, 이길 수 있을까?
전 사도가 달라붙어도 이길 수 있을지 없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사내였다.
그럼에도 전투는 불가피하겠지.
이 자가 전장으로 넘어가는 순간, 성국은 멸망하기 직전까지 내몰리거나 멸망할 테니까.
사도들은 전투를 준비했다.
[이젠 숭고한 희생이 뒤따를 때입니다.>누군가의 말이 떠올랐다.
꽤 오래전에 들었던 말 같은데…….
그때는 코웃음 쳤던 말이었다.
왜 우리가 희생해야 하냐며 한 귀로 흘렸더랬지.
그때 칸타티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제야 깨달았다.
숭고한 희생.
그것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버팀목이 되어 달라는 뜻이었겠지.
뜻을 알았으니 실천하는 일만 남았다.
#3
제국의 어느 가문.
그곳에 거대한 무리가 등장했다.
제국을 내부로부터 뒤흔들기 위한 존재들.
그들이 어느 가문으로 도착하자, 모두가 긴장한 상태로 맞이했다.
포털의 구조는 양날의 검이었다.
어디든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지만, 내부에서의 침입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는 구조물.
그래서 제국은 제국민 외에는 사용할 수 없도록 막아 두었지만, 그것도 배신자가 있으면 무색한 법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던 북부의 군단장이 입을 열었다.
“역시, 제국 내부는 따듯하군.”
“일단 빠르게 태세를 정비하고 신호를 주고받아야 할 겁니다.”
“그래. 그러지.”
“본대는 이미 출발했다고 합니다.”
그들은 단순히 내부만 흔드는 것이 아니었다.
외부에서도 시선을 돌릴, 정확히 말하면 전력을 돌려버릴 본대가 남하하는 중이었다.
전술의 가장 기초적인 방법.
내부와 외부를 동시에 흔드는 방법이었다.
어차피 물량으로 싸우는 시대는 지났다.
지금은 강력한 대마도사나 마스터급 전력 한 명이 물량보다 더욱 중요한 시대가 되었으니까.
북부에도 강력한 이들은 많았고, 그들 중심으로 꾸린 본대도 만만찮은 전력이었다.
“적어도 3대 가문 중에서 두 개는 위로 올라가야 할 겁니다.”
“그래. 그러길 바라야지.”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