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327)
327화 – 마지막 조각을 향하여
#1
북부에서 압도적인 규모의 군대가 내려온다는 첩보가 들어왔다.
황제는 곧바로 카이사르와 해리슨에게 명령을 내려 국경을 지키도록 하였다.
포털을 이용하면 변경백의 영지로 곧바로 이동할 수 있었으니, 거리는 문제가 없었다.
적이 얼마나 강할지, 또 얼마나 집요하게 북부를 괴롭힐지가 요점이었다.
이미 북부에 있는 카이사르는 요새 하나를 배정받고는 가문의 병사들과 함께 근처를 방비하기로 했다.
아마도 공성전을 치러야겠지.
“공작님. 오랜만입니다.”
“레이첼 공작. 그간 강녕하셨소.”
“아무렴요. 난데없이 이런 사태가 되기 전까지는 평화로웠으니까요.”
성벽에서 북부의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는 라베스 옆으로 레이첼이 다가왔다.
그녀 역시 근처 성을 점거, 진을 치고 방어선을 구축하는 중이었다.
이곳까지 온 이유는 궁금한 것을 묻기 위함이었으니.
요 며칠, 아카데미에 있는 딸아이의 소식이 전혀 들리지 않고 있어서였다.
“혹, 마누스 공자의 연락을 받으셨는지요.”
“연락은 따로 없었지만, 아카데미에 잘 있는 것 같아 놔뒀소만.”
“흐음……. 그렇군요. 저희 딸도 연락이 안 되어서, 혹시나 해 여쭤봤답니다.”
“아무래도 무언가를 준비하는 것 아니겠소?”
레이첼은 그저 어깨를 으쓱이는 것으로 답했다.
그러고 보니 궁금하긴 했다.
자신의 아들은 뭘 하고 있는 걸까?
인비데아에게 물어도 잘 모른다는 답변만 돌아왔었지.
“아카데미에 있는 건 확실한 걸까요?”
“확신할 순 없지만, 그렇겠지요.”
“그는 아카데미에 있는 게 맞습니다.”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라베스 공작은 느릿하게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봤다.
언제 나타나나 주시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금방 정체를 드러냈다.
그는 절대자의 면모를 보였다.
갑자기 낯선 목소리가 들렸음에도 당황하지도, 적대감을 표하지도 않았다.
그저 덤덤히, 본래 알고 있었던 것처럼 정체를 물었다.
“그대는 누군가.”
“연인의 사도, 탈레아라고 합니다.”
“사도라……. 죽은 자의 왕이 부리던 이들을 말하는 겁니까?”
“예. 지금 왕은 없지만, 그를 모시고 있는 건 맞는 말이죠.”
사도.
평생 살면서 문헌으로밖에 접하지 못했던 이름이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했다.
하지만, 느껴지는 힘은 그다지 크진 않았다.
자신과 비등하거나 조금 아래?
오랜 시간을 살아왔을 사도일 텐데, 인간인 자신과 비슷한 힘이라니.
라베스는 언제든지 마나를 움직일 수 있도록 준비한 뒤에 탈레아의 말을 듣기로 했다.
탈레아는 전투 요원이 아닌 전령으로서의 역할이 더 강했다.
그녀의 능력 자체가 처음 보는 이들도 적개심을 갖지 않게 하는 것이었으니.
“그래서, 내 아들과 레이첼 공작의 딸은 아카데미에 있는 것이 확실한가?”
“예. 몰라보게 강해지고 있습니다. 곧…… 수호자들을 뛰어넘을 정도로 말이죠.”
“수호자라면…….”
“드래곤. 곧 그들과 자웅을 겨룰 겁니다.”
드래곤은 이미 예전에 멸종했다고 들었는데, 아직 살아있는 드래곤이 있었던가?
의문이 담긴 눈으로 바라본다는 걸 알았는지, 탈레아는 웃으며 진실을 전했다.
“죽은 자들이 살아가는 도시를 건설한 것이 바로 드래곤과 죽은 자들의 왕이었으니까요. 덕분에 이 세상에는 언데드가 사라졌었죠.”
“그렇군.”
지금은 아니지만…….
탈레아는 쓴웃음을 지으며 전령의 역할을 계속해서 수행했다.
어쨌든, 아드님이 잘 있다는 건 알려줘야 했으니.
“따님도 걱정 마시길. 그대를 뛰어넘는 빙결의 여제가 되어 돌아올 겁니다.”
“함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될까요?”
“예. 두 분은 함께 있고, 좋은 동료 사이이니까요.”
“그렇다면 안심이겠지만…… 그 말에 거짓은 없겠죠?”
탈레아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거짓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방법은 많다.
굳이 그런 걸 애써 증명하지 않아도 저 두 사람이라면 거짓인지 아닌지 알 수 있겠지.
탈레아는 마지막 말을 이었다.
“이제 마지막 전투가 시작될 겁니다. 두 분은 이곳의 일을 끝내시고 부디…… 아카데미로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카데미라…….”
“그곳에서 새로운 왕이 탄생할 테니까요.”
탈레아는 그 말을 끝으로 고개를 숙이고는 사라졌다.
스르륵, 꽃가루가 휘날리는 것처럼 사라지는 그녀.
두 공작은 전령이 전달한 내용을 가슴에 새겼다.
“그럼…….”
“일단은 믿어보도록 하지요. 다른 곳도 아닌, 아카데미라고 했으니.”
“눈앞에 있는 일부터 빠르게 처리해야겠군요.”
라베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황제와 얘기했던 내용들이 떠올랐다.
아마 지금쯤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을 테지.
그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떠올랐다.
#2
“쿨럭-.”
“후우……. 생각보다 애먹었군그래.”
“크흐흐……. 너도 제대로 된 몸 상태는 아니지?”
“부정할 순 없겠어. 사도의 힘이 이렇게 강할 줄이야.”
길티어는 울컥, 검은 피를 토해냈다.
악동처럼 웃는 그의 신체는 만신창이처럼 짓이겨져 있었다.
한쪽 팔은 날아갔고, 두 다리는 절단되었는지 깔끔한 단면이 보였다.
살아있는 자가 아니었기에 근육과 같은 장기는 보이지 않았지만, 마나가 계속 새어나왔다.
그의 뒤에는 전차의 사도가 시체가 된 채 사라지는 중이었다.
패배.
이제 곧 자신의 목숨은 사라지겠지.
하지만, 그레고리에게 아무것도 못 해보고 죽는 것은 아니었다.
그레고리 역시 만신창이였으니까.
신성력은 진즉에 고갈되었고, 육체 여기저기에 상처가 났다.
1대 사도와 달리, 2대 사도는 제법 강력했다.
예상치 못한 일격도 가지고 있어, 방심한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역시, 새로운 숙주가 없으면 힘들겠군.’
이 육체로는 힘들다.
어서 더 많은 양분을 빨아들이게 만들어, 새로운 육체를 차지해야 할 터다.
다시 눈을 들어보니, 이미 길티어의 숨은 완전히 끊어져 있었다.
두 사도의 영혼이 어디론가 흘러가는 것을 느꼈다.
그레고리는 그 방향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저쪽은 자신의 숙주가 아닌, 아카데미가 있는 곳 아니던가.
무언가, 숙주에게 갈 영혼들을 끌어들이는 중이었다.
‘내 마법을 방해할 정도로 대단한 인과율인가.’
그렇다면 한번 가 봐야지.
아카데미에 있는 거대한 탑.
그 안에 있는 것들을 치울 때가 된 것 같았다.
일단, 숙주부터 완성시키고 난 다음에.
“일단 회복을 위해 가야겠군. 다른 이들은…… 제물로 바치는 수밖에.”
지금도 저 멀리서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이들이 숙주의 힘이 되기 위해 몰려가는 중이었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되겠지.
북부에서도 많은 이들이 피를 흘릴 것이다.
그때야말로, 새로운 육체를 얻는 날이다.
신의 육체를 말이야.
#3
콰아아아아앙-!
흑색 화염이 도주하는 데몬을 태워버렸다.
이제는 도트 대미지를 넘어, 극한의 위력까지 갖춘 아나이스의 전용기.
앳된 얼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일행들이 마석을 회수했다.
“오늘도 끝. 이제 8층도 끝이네요.”
“고생들 했어!”
“아우, 내일은 푹 쉬자고요. 이제 9층으로 내려가려면.”
“그러자.”
아나이스가 뻑적지근한 몸을 풀며 웃었다.
마누스 역시 동감하는 바였다.
8층은 유난히 어려운 층계였다.
데몬의 수도 많았고 그 강함도 대단했으니.
최악의 범죄자라더니, 그게 진짜였던 모양.
원작에서는 알 수 없던 설정이 여기서는 드러나는 것 같아, 재미있기도 했다.
얼마나 지났지.
마누스의 신체는 이제 거의 완성된 기분이었다.
‘마나는…… 8클래스 정도 되려나.’
8클래스.
드래곤들이나 썼다는 전설의 경지.
심연에서의 수련은 지고한 경지까지 올라가는 것을 허락했다.
딱히 스킬이 없어도 이 정도 재능이라면, 충분히 올라갈 수 있는 경지였던가.
다른 이들도 자각은 하지 못했지만, 세계관에서 막을 수 있는 자가 얼마 되지 않겠지.
그렇게 휴식처로 돌아가려는 순간, 막대한 힘이 들어왔다.
[사도의 영혼이 각인됩니다.] [새로운 사도를 임명할 수 있게 됩니다. – 봉인] [사도의 능력이 계승됩니다. – 봉인] [사도의 스킬을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 봉인] [그릇을 완성하세요.]그릇의 완성.
마누스는 그것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아공간에서 꺼낸 오르카의 목걸이.
단 하나만을 남겨둔 아르카나.
이것이 모두 완성되는 순간, 새로운 경지가 눈앞에 도래할 것이다.
“오늘까지 겪었던 것들을 정리하고, 정비가 완료되는 대로 9층으로 향하자.”
“그래.”
“끝은 어디까지 있을까요?”
“엄청난 기운이 느껴지는 걸 보아, 조금 있으면 끝 아닐까?”
“그러게.”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
그들도 느끼고 있었다.
이 아래, 거대한 무언가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걸.
그 너머에는 익숙한 누군가의 기운이 느껴졌다.
블랙과 화이트.
마누스는 그렇게 알고 있는 이들의 기운이었다.
‘설마, 저 둘을 상대로 증명하라는 건가?’
블랙과 화이트는 원작에서도 떡밥만 무성했지, 밝혀진 건 아무것도 없는 이들이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강함이 어마어마하다는 것.
어쩌면 진짜 보스가 아닐까하는 의혹도 돌았었지.
DLC에는 그들의 정체가 시원하게 밝혀진다는 것 역시 기대하던 요소 중 하나였다.
이 DLC.
제작자가 진짜로 원하는 것은 무엇이었는지.
자신의 이야기가 다른 세상 사람들에게는 진짜 게임으로 나올 것인지도 궁금했다.
사실 어느쪽이든 상관없었다.
‘나는 나대로 잘 살아가면 되니까.’
마누스는 침대에 누우며 생각했다.
이제, 진짜 끝이 멀지 않았구나.
그렇게 얼마나 더 지났을까.
“후우……. 얘가 진짜 마지막이죠?”
“그러네.”
심연 9층의 마지막 적.
사상 최악의 범죄자이자 [용사]라고 불렸던 이.
아르카나 [사형수]의 파수꾼이 그들 앞에 서 있었다.
[크르르르…….]흑마법사들에게 잠식당해 폭주를 일으키고 죽었던 성국의 용사.
그가 신성력이 번뜩이는 검을 들어 일행을 겨눴다.
추정 레벨 98.
그 어마어마한 적이 마누스에게 달려들었다.
마지막 열쇠를 찾기 위한 전투가 시작되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