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33)
제33화
33화 – 재앙에 앞서
#1
3학년 수업은 매우 흥미롭게 끝났다.
4클래스.
그 이상에서도 통하는 이론들이 칠판에 빼곡히 적혀 있었다.
마누스는 당연하게도 모든 내용을 이해했다.
‘이걸로 속도가 더 빨라지겠어.’
이제 부족한 것들을 채울 시간이었다.
마석이 더 필요했다.
더 많은 마력을 가지고 싶었다.
오늘의 목표는 25층.
‘그리고 슬슬 버스 기사 하나를 키워야겠지.’
다른 일행에게는 미안한 말이었지만, 오늘은 딱 한 사람만 키울 생각이었다.
미래를 대비하는 일은 꽤 고독했다.
혼자만 알고 있는 사실들이 시시각각 다가올 때마다, 부담감은 배로 번졌다.
마음 같아선 주인공들에게 모두 털어놓고 싶었지만, 그래서야 이야기가 제대로 흘러가지 않겠지.
게임은 주인공들에게 항상 질문을 던졌다.
선택을 강요하고, 정답이 없는 선택지들을 던져, 꾸역꾸역 나아가도록 했다.
‘알라노, 베로니카.’
이번 에피소드에서 감정선이 깊게 드러나는 두 캐릭터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나은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 간섭할 필요가 있다.
직접 게임을 플레이할 때와 다른 점이라면, 선택지로 인한 결과들을 모두 알고 있다는 것.
더불어, 주인공이 아닌 제3자라는 점이다.
많은 희생자를 낳는 에피소드.
누군가는 스토리를 적어 내려갈 때, 오직 주인공과 주변 인물에게만 집중했을지도 모른다.
그 이면에 대해서 생각한 것은, 딱 한 줄의 대사였다.
[당신들은, 내가 어떤 짓을 했는지 알지 못하겠지요.> [아무도 모르게 업적을 세우고 자만심에 취해 있는 당신들 뒤에서,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그녀의 처절한 외침은 무얼 의미했던 것이었을까.
왜, 그녀가 플레이어들과 다른 길을 걸어가야 했을까.
수많은 회 차를 거듭하며, 마누스는 생각했었다.
베로니카.
축제가 일어났던 밤에, 그녀는 무얼 했을까.
‘그걸 막는다면, 그녀의 운명이 바뀔지도-.’
주인공은 주인공이 해야 할 일을 하면 된다.
그 뒤의 이야기들.
방치된 이들의 이야기에서도 간섭이 필요하다.
비극은 줄어들수록 좋다.
마누스의 지론이었다.
생각을 접어 두게 만드는 목소리, 항상 쓰고 있는 향수의 내음이 오감을 자극했다.
“마누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곧 닥칠 밤에 대해서.”
“또 많은 사람들이 죽겠지?”
마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새하얀 은빛 머리칼이 바람에 나부껴, 그녀의 얼굴을 드러냈다.
그녀 역시 죽음에 대해선 민감하게 반응한다.
-학생회장이라는 지위 역시, 그녀의 감정을 극대화하는 데 한몫했겠지.
장례식에서 통곡하던 그녀의 모습은, 이곳으로 날아오기 전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던 명장면이었다.
얼음 공주라고 불렸던 알라노가 그렇게 서럽게 울 줄이야-.
그런 장면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마누스 본인이 간섭해야 할 일 천지였다.
“적어도 이곳에선, 참사를 막을 거다.”
“방법이라도 있어?”
“탑.”
저주받은 탑이지만, 동시에 가능성을 품고 있는 곳.
오늘은 그곳에 다시 올라, 필요한 것들을 가져와야 했다.
마누스는 품속에서 전해지는 금속의 감촉을 느꼈다.
-비록 죽음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었지만, 모든 해결책은 그곳에서 나온다.
필요한 물건도, 강해질 수단도, 심지어 스토리의 핵심 아이템까지.
탑을 오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알라노.”
“-응?”
“탑, 같이 가지.”
그리고, 그녀에게 전수해야 할 것도 많았다.
실질적 리더로서, 그녀는 더 강해질 필요가 있었다.
무력했던 자신에게 자괴감을 가지지 않도록, 더욱 몰아붙일 타이밍이었다.
적어도 오늘, 그녀의 레벨을 20 정도까지만 끌어올린다면 좋겠는데-.
-마누스의 사악한 계획을 모르고 있는 알라노는 밝은 얼굴로 되물었다.
항상 홀로 다니던 마누스가 같이 가자고 하다니!
드디어 동료들과 교류를 하려는 걸까?
“정말? 같이 올라가는 거지?”
“그래. 우리 둘만.”
“-어?”
이게 무슨 소리야?
설마 한가롭게 옛 분위기를 내자고 하는 건 아닐 거다.
그럴 거였으면 정말 운치 있는 곳에서 보자고 했겠지.
마누스의 푸른 눈동자가 알라노를 응시했다.
왠지, 데몬보다 더 무서워 보이는 건 착각일까?
그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가르쳐 줄 것이 많으니, 꼭 오도록.”
“…….”
그녀는 선뜻 답할 수 없었다.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압박감이 그녀의 입술을 굳게 막았다.
마누스가 그녀를 똑바로 바라봤다.
저도 모르게, 알라노가 한 발자국 물러났다.
“믿고 있겠다.”
“-알았어.”
결국, 알라노는 대답하고 말았다.
그녀 앞에 기다리고 있는 건, 가혹한 사냥과 끝없는 노다가뿐임을 알고 있었을까?
이마에 한 줄기 식은땀이 흐른 것은 착각이 아닐 터다.
#2
심야.
마누스는 탑을 오르기 위해 채비를 갖췄다.
암녹색으로 변한 세계 아래, 그는 죽음의 탑에 입성했다.
그 뒤를 따라온 알라노.
1학년 동료들은 어제 일도 있고 하니, 푹 쉬어 두라고 일렀다.
꿀꺽-.
알라노는 황금빛 시계를 바라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맨 처음 탑에 발을 들였을 때가 생각났기 때문일지도.
“둘이서 오른다니, 역시 조금 무리하는 거 아닐까?”
“괜찮다. 아르카나와 약점은 모두 꿰고 있으니까.”
“……그래. 가자. 마석이라도 잔뜩 흡수해야겠네.”
좋은 마음가짐이다.
탑에 들어갈 땐, 항상 이득을 생각하고 들어와야 하는 법.
마누스가 조용히 웃었다.
“가지. 오늘은 가능한 한 올라갈 수 있는 곳까지 간다.”
“조금이라도 무리한다면, 내가 직접 널 끌고 내려올 거야.”
“그럴 일은 없을 거다.”
무리는 내가 아니라 네가 할 거니까.
마누스는 뒷말을 삼킨 채 전송 장치로 향했다.
보스를 클리어한 층마다 설치되어 있는, 일종의 빠른 이동 시스템.
탑은 두 사람을 집어삼켜, 죽음으로 인도하려 했다.
도착한 층은 17층.
마지막으로 보스를 잡았던 층이었다.
“간단히 브리핑하지. 이 앞부턴 ‘법황’ ‘절제’ 아르카나가 추가로 등장한다.”
“약점은?”
“빙결, 전격, 물리 계열. 파악은 네가 해라. 일정한 법칙이 있을 테니까.”
알라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계속 생각했었다.
왜 마누스는 굳이 오늘, 자신을 홀로 탑에 불러내었는가.
확신을 가지지 못했던 생각들이, 지금 이곳에서 단단하게 그 의미를 찾아갔다.
많은 이유를 생각했었다.
밀회를 즐기려는 건가? 라는 생각도 아주 조금은 포함되었지.
‘날 강하게 만들고 싶구나.’
의욕이 샘솟았다.
그래,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선 강해져야 한다.
가문에서는 아직 그녀를 꽃처럼 키운다.
하지만,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선 화려하기만 해선 안 되겠지.
누구보다 그녀 본인이 잘 알고 있었다.
“좋아. 해 보겠어.”
“가자.”
누군가 장미를 조형할 때, 항상 빼먹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가시.
날카롭고, 치명적인-.
그러면서도 아름다운 꽃을 지킬 수 있는 가시.
지금 알라노가 조형해야 할 것은, 아름다운 꽃이 아니었다.
어떠한 위협에서도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가시.
그녀는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인지했고, 그 누구보다 효율적으로 가시를 빚어낼 것이다.
#3
[킥킥-!]아르카나 특유의 소리가 귓가를 자극했다.
푸른 가면이었다.
‘8’이라는 숫자가 뇌리에 박혔다.
[키이익-!]화염이 번졌다.
발을 놀려, 열기를 피한 알라노가 주특기인 빙결 마법을 선보였다.
[글라치에]얼음 망치가 그녀의 손에 단단히 들렸다.
가까운 거리에서 싸우는 마법사의 정석을 보여 주듯, 그녀의 몸짓은 빠르고 간결했다.
허리를 비틀어 휘두른 망치가 가면을 깨부쉈다.
[키이이익-!]“법황 8은 얼음 속성이 약점인가. 대충 감을 잡았어.”
벌써 20층을 주파하는 중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른 채, 그녀는 마나를 사용하고 채우고를 반복했다.
수도 없이 많은 데몬들을 잡았다.
알라노는 확실히 천재였다.
게임 속 세상답게, 데몬들에게는 법칙과 기믹이 존재했다.
가면의 색, 숫자.
아르카나의 종류와 생김새.
‘이제야 눈에 들어오다니. 나도 아직 멀었어.’
데몬을 쓰러뜨린 후, 알라노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 근처, 조금 위에 아주 강력한 존재가 기다리고 있음을.
“위쪽에 강력한 존재가 느껴져. 곧 도착하겠는데?”
“정확하다.”
마누스 역시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알라노의 교육은 착실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전투를 거듭할수록 전반적인 능력이 우상향을 그렸다.
마법 선택, 발현.
약점 포착, 조준.
마나의 분배와 체력 조절까지.
역시 훈련 중 가장 좋은 것은 실전이었다.
“둘이서 해결할 수 있겠지?”
“날 믿어라.”
마누스가 바로 앞에 보이는 계단으로 걸어 올라갔다.
알라노가 그 뒤를 따르며 전투를 복기했다.
생각해 보니, 마누스가 제대로 된 마법을 쓴 경우가 있던가?
그가 충분히 마나를 비축해 두고 있다면, 강적을 만나더라도 여유가 있겠지.
조금 괘씸하기도 해, 잠시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힘들었던 순간은 분명히 있었다.
그런데도 도와주지 않았다는 건-.
“마누스.”
“음?”
“너는, 내게 바라는 것이 많은가 봐?”
마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고개를 돌리고 되물었다.
“많이 부담스럽나?”
“어? 아니-. 그런 건 아니야. 단지…… 네 기준을 알고 싶을 뿐이지.”
“내가 없을 때, 나만큼 해 주길 바라고 있다.”
그의 말을 듣자마자 들은 생각은, ‘무섭다’였다.
마치 훌쩍 떠나 버리려는 사람처럼,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알라노가 불쑥, 그의 손목을 잡았다.
떨리는 그녀의 눈동자에서 간절함이 묻어 나오는 것을 확인한 마누스가 미소 지었다.
그녀는 옛날에 무슨 일들을 기억하고 있을까.
저 눈동자에 들어 있는 추억은 무얼 말하고 싶은 걸까.
“어디 가거나 하는 건 아니다. 이젠 홀로 나아가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뿐이지.”
“-그런 거지? 그렇게 믿고 있으면 되는 거지?”
“그래.”
알라노의 손이 떨어졌다.
다시 힘을 찾은 그녀의 발걸음이 계단을 디뎠다.
홀로 나아가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말.
-그 말이 알라노의 가슴에 작은 불을 지폈다.
두 사람은 파죽지세로 20층부터 24층을 공략했다.
과연 그녀의 레벨은 몇일까?
구체적인 스테이터스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게임과 달리, 여긴 그런 친절한 장치는 주어지지 않았다.
마누스는 두 눈에 보이는 장면과 피부로 느끼는 감각만으로 그녀의 성장을 잡아내야만 했다.
예상컨대, 알라노의 현재 레벨은 약 20 초반.
이 정도라면, 충분히 서포트받을 수 있다.
‘레벨이 오르면 스킬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질이 주어지지. 아쉽지만 큰 서포트는 바라지 못하겠어.’
예상보다 더욱 빠른 성장 속도에, 계산이 틀렸음을 인정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시간 날 때 버프 마법이나 공격 마법 몇 개를 더 익히라고 독촉했을 텐데.
아카데미물을 표방하고 있는 만큼, 스킬은 직접 공부해서 배워야 한다는 설정.
때문에 공략에 맞춰 마법을 공부하고, 연습하고, 실전에 써먹을 수 있을 정도까지 수련해야 한다.
“준비됐지?”
“이럴 줄 알았으면 마법 몇 개 더 익히고 올 걸 그랬어-.”
알라노 역시 마누스와 비슷한 심정이었는지, 작은 푸념을 늘어놨다.
괜찮다.
시험해 보고 싶은 것이 몇 가지 있었으니까.
되도록 탑에서 주인공이 되는 건 피하려고 했지만-.
운명에 간섭하기 위해선, 때로 주인공보다 더 튀어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거대한 석상이 두 사람을 내려다봤다.
“간다.”
“-그래.”
2학년 최강자들의 콤비.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치러지는 합동 시험이 시작되었다.
【25층 파수꾼과의 결투 시작!】
『절제 – 2 : 고귀한 석상』
[알라노의 재능이 일부 개화되었다.> [알라노는 3클래스 마법 중 일부 배울 수 있게 되었다.> [알라노의 레벨이 올랐다.> [알라노 :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