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330)
330화 – 각성, 죽음의 왕
#1
그곳은 황량한 땅이었다.
심연에서 빛이 들어오는 곳이 얼마나 있을까.
인공적인 태양과 달빛이 없었다면, 일행도 오랜 시간을 버티기 힘들었겠지.
그런 빛이 아닌, 자연광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았다.
“어서 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황량한 대지에 푸른 하늘.
사막과 가까운 곳에 우뚝 서 있는 두 사람이 케일과 마누스를 맞이했다.
항상 골방에만 틀어박혀 있던 두 사람이었는데, 이런 곳에서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화이트, 드래곤 로드인 알베도가 말했다.
“깜짝 놀랐지?”
“정체를 밝힐 수가 없어, 지금까지 간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해하시길.”
그 뒤로 블랙, 클레아모스가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수호자.
그들은 이 땅을 수호하기 위해 사명을 부여받은 이들.
중간계의 수호자이자, 외세의 침략을 막아내는 존재였다.
알베도는 그 사실을 천천히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마누스와 케일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덤덤히 들으며, 전후 사정을 조합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죽은 자의 왕이…… 사실은 나쁜 존재가 아니었다는 거군요?”
“그래. 산 자와 죽은 자의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그저 육체가 ‘살았냐, 죽었느냐’뿐이니까. 그들을 관리하는 존재가 모르스였지. 하지만…… 외부 세력이 이 차원을 정복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어.”
“그게 천사와 악마……인가요?”
알베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조금 더 복잡하지만, 어쨌든 그들 역시 전쟁에 가담한 건 사실이었으니.
아직 이들이 접한 것은 딱 그 정도였다.
그리고, 그 정도만 접하는 것이 좋았다.
“이 세계의 독립을 얻는 대신, 드래곤들이 희생해야 했지. 이건 복잡한 얘기니까…… 그냥 우리가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관리자가 필요하단 얘기를 하고 싶었어.”
“마누스 오라버니는, 그럼 어떻게 되는 거죠?”
“일이 아주 많아지겠지? 그거 말고는 뭐…….”
“다시, 만날 수 있는 걸까요?”
화이트는 거침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만날 수야 있겠지.
얼마나 오래 걸리느냐가 관건이겠지만.
“마누스. 너 일 열심히 해야겠다?”
“……그럴 생각입니다.”
생각보다 자신을 기다리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니, 뭐가 됐든 일을 빨리 끝내야겠지.
“그럼, 마지막 시험을 시작하자고. 그 목걸이 있지? 그건 그릇을 완성해 주는 매개체야. 그 누가 됐든 ‘그릇’이 되지.”
“그릇을 채우는 것과는 별개의 이야깁니까?”
“그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야.”
알베도는 마나를 일으켰다.
끝이 보이지 않는 지평선.
그 땅 전체가 떨릴 정도로 거대한 마나였다.
알베도는 모든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초월자이자, 모든 드래곤을 통솔했던 로드였다.
일족의 수장이며, 수호자들을 지배하는 자이기도 했다.
그리고 클레아모스는 어떤가.
광룡이라 불리며, 자신에게 거짓된 말을 일삼는 아첨꾼의 사지를 찢어발겼던 폭룡이었다.
“견딜 수 있겠어?”
“……이 정도는 문제없죠.”
그런 두 초월자의 힘 앞에서도, 마누스와 케일은 꼿꼿하게 서 있었다.
동시에 마누스에게 엄청난 메시지가 떴다.
[각성 퀘스트] [본인의 각성을 이끄십시오.] [진정한 죽음의 왕이 되어, 모든 스킬을 다루십시오.] [보상 : 마누스 -> 죽음의 왕 마누스] [모든 스킬의 습득 시간이 사라집니다.]‘미친.’
한 세계의 관리자라는 건, 그런 걸 뜻했다.
모든 것을 관리하고, 자원으로 쓸 수 있는 자.
지난 세계에서 수도 없이 죽었던, 죽였던 이들의 모든 것을 자원으로 쓸 수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마누스가 선택한 길이었다.
‘트레이스.’
문득, 아직도 탑 안에서 방황하고 있을 이가 생각났다.
수많은 죽음을 겪었던 육체.
정신이 붕괴되어, 오로지 복수만을 꿈꿨던 사신.
이제 모든 것이 끝나면, 그에게도 안식을 되찾아 주겠노라 다짐했다.
“시작할까? 목적의식은 충분하지?”
“가겠습니다.”
“먼저, 이 상태의 우리를 꺾어 봐.”
종목은 마법 대전.
어떤 방법으로든 두 사람을 쓰러뜨려야 할 거다.
케일과 마누스 역시 마나를 끌어올렸다.
파지지직-!
케일의 등 뒤로, 다섯 개의 마법진이 형성되었다.
펜타곤 캐스팅.
다중 캐스팅의 정점이라고 불리는 다섯 개의 마법진.
“시작하지.”
마누스는 앞으로 달려 나가며 몸에 화염을 둘렀다.
그 모습을 본 클레아모스 역시, 주먹에 마나를 두르며 마주 달려 나갔다.
마법과 마법, 마투와 마투.
비공식 세계관 최강자들의 대결이, 바로 여기서 시작되었다.
#2
성국과 에레시스의 전투가 한창일 때, 그레고리는 아브렐 영지로 돌아왔다.
그 중심에는 아직도 결계가 쳐져 있었고, 주변을 지키는 이들이 서성이는 중이었다.
그레고리는 그들을 지나쳐 결계 안쪽으로 들어왔다.
예언자, 실비아에게 준 종은 자신이 손수 만든 아티팩트였다.
그 마법의 출처가 자신이었으니, 결계를 뚫는 것도 쉬운 일이지.
안쪽으로 들어오니, 성을 꽉 채우는 크기의 알이 두근거리는 중이었다.
그래, 이만하면 됐다.
“이제 슬슬 마무리 지을 때가 되었군.”
그레고리는 맥동하는 숙주의 알을 어루만졌다.
도저히 이 세상이 품을 수 있는 힘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이 정도 힘이라면, 수호자는 물론이고 차원 너머에 있는 자들도 협상 테이블에 앉힐 수 있을 터다.
이제 마지막 명령을 내릴 때가 되었다.
자원은 자원으로 쓰일 때 가장 가치 있는 법.
지금 전장에서 무의미하게 피를 흘리고 있는 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은 자아가 있는 지원일 뿐, 그 이상의 가치는 없었다.
“나도 글렀군. 신이 본다면 분명 칼을 빼 들겠지. 배신이라면서.”
그레고리는 중얼거리며 독백했다.
하지만, 과연 신이 자신을 만나면 칼을 빼 들까?
그럴 것 같진 않다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세상을 굽어보는 신은 바쁘고, 할 일도 많았으니까.
그는 자조적인 웃음을 짓고 마지막 명령을 위해 정신을 집중했다.
자, 이제 전쟁의 피날레를 장식할 시간이었다.
[모두, 이 세상의 새로운 탄생을 위해 죽어라.]그것은 최후이자, 최초의 명령.
이 세상을 다시 리셋시킬 명령이었다.
그 말이 방아쇠가 되어, 전쟁의 판도를 뒤집기 시작했다.
#3
싸움은 격렬했다.
적아를 구분하기도 힘든 전장에서, 빛과 어둠의 무리가 뒤엉켜 싸우고 있었다.
교황은 이제, 자신의 체력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별동대는 잘하고 있을까?
사도들은, 약속대로 그들을 돕는 중일까?
그녀의 믿음에 실낱같은 균열이 생겨났다.
그 순간, 전장에 변화가 찾아왔다.
불길함이 느껴진 것은 한순간이었다.
교황은 시선을 내려, 전장을 쳐다봤다.
그리고 경악했다.
[우어어어어어어어어!]언데드와 악마의 군단이었지만, 그들은 일정한 대열을 갖추고 싸웠다.
궁병은 뒤에, 검병은 앞에.
기본적인 대열을 지키면서 싸웠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너 나 할 것 없이 무조건 돌격했다.
심지어는 같이 진군하던 악마에게도 달라붙기 시작했다.
대체 왜 이러는 걸까.
갑작스러운 변화는 사람의 인지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이건…….’
교황은 경험에 의거, 최대한 빠르게 행동의 원인과 결과를 추론했다.
언데드가 앞뒤 가리지 않고 돌격하는 이유는 딱 한 가지뿐이었다.
몸을 불살라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는 것.
그래서, 껍데기로서의 쓸모를 다하는 것.
[모두 방어 태세로! 도망쳐라!]교황은 반사적으로 소리쳤다.
그 말을 들은 병사들 역시 일순간 당황했다.
명령을 받고 머리로 이해하고 몸으로 이행하려는 순간은 너무도 길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병사들은 그대로 달려드는 언데드에게 노출되었다.
[우어어어어어어-!]미친 듯이 달려드는 껍데기의 파도.
사지가 찢기고 땅을 기어도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시체들.
그들이 어떻게든 성국의 대열을 돌파한 것은 찰나의 순간이었다.
그리고-.
콰아아아아앙-!
콰앙-!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장렬히 산화하는 망자들.
그들은 한이라도 풀 듯, 살아 있는 자들을 길동무로 데려갔다.
비단, 그건 이곳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다.
#4
거대한 폭발이 일어난 직후, 라베스는 방어 마법을 해제하며 주변을 둘러봤다.
불의의 기습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으나, 성을 끼고 있는 이들은 피해가 별로 없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왜 상대는 자신들에게 돌격하지 않고, 주변에 있는 인간에게 돌격했을까.
언데드는 적아를 가리지 않고 가까이 있는 산 자에게 달려들었다.
그렇게 모든 것을 불사른 언데드 덕분에, 적군의 피해가 더욱 컸다.
“어째서 이런 선택을 한 걸까요?”
“알 수 없군요. 하지만…… 우발적으로 그러진 않았을 거란 건 확실하죠.”
“설마…….”
끔찍한 풍경이었다.
신음하는 적군은 사지가 찢겨 고통스러워하거나, 애초에 시체도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갈가리 분해되었다.
치열한 공방 중에 일어난 일이라,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당한 적군.
설마 같은 편이 뒤통수를 후려칠지는 몰랐는지, 그야말로 궤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다.
영혼을 볼 수 없는 라베스였지만, 그 희미한 기운까지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게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설마, 이들도 제물이었던가.”
“제물이라면…….”
“누군가를 부르기 위한, 제물이겠지요.”
이만한 영혼이 필요한 제물이 어떤 걸까.
라베스는 얼굴을 굳히고 함정에 빠졌다는 걸 깨달았다.
이 모든 것은…… 누군가의 거대한 계획이었음을 알았다.
그리고 그 계획이, 제국과 성국의 전력을 분산시키려고 했다는 것 역시.
그걸 깨닫자마자 변화가 찾아왔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고 했던가.
쿠구구구구구-!
진원지가 어디인지 모를 떨림.
세계 자체가 공포에 몸을 떠는 것 같은 울림에, 두 대공은 서로를 바라봤다.
그러고는 말했다.
“아무래도, 심각한 일이 벌어진 것 같군요.”
“동감입니다.”
숙주가 깨어났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