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333)
333화 – 헛되이 죽어간 영혼을 기리며
#1
케일은 눈을 감고 마석의 웅혼한 힘을 받아들였다.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용사, 그전에 있던 용사, 거슬러 올라가, 초대 용사까지의 힘이 모두 모여 있는 마석이었으니까.
동시에 의아함도 들었다.
용사에게 힘을 준 누군가.
흔히 세외의 세력이라고 불리는 이의 행동은 자신이 생각한 것과 많은 괴리가 느껴졌으니.
용사에게 말하길, 자신의 종이 되라고 말했다.
자신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이 땅에 자신의 힘을 내보이라는 것.
[그래서 너는, 나를 따르고 숭배하는 이들을 많이 만들 거라.>정의를 부르짖거나 선의를 베풀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저, 철저하게 자신의 이익을 늘리려는 이.
세이크리아라는 신은, 그저 용사를 도구 취급하며 그에게 힘을 나누어 주었다.
하지만, 그 힘은 진짜였다.
자신의 힘을 휘두르는 이는 그 어떤 장애물도 없었다.
엄청난 힘.
새하얀 빛이 일어나는 곳이면, 항상 세이크리아의 이름이 칭송받았다.
하지만…… 그 용사들의 말로는 제법 비참했다.
[이제 넌 늙고 병들었으니, 쓸모가 없구나. 자원으로서 가치는 뛰어났으나, 이제는 수명이 다하였어.>그녀의 울림은 섬뜩했고, 차가웠다.
성국을 만들어낸 용사는 그렇게 버려졌다.
수명을 다한 용사들은 그렇게 세월 속에 사라졌다.
순교라는 이름으로.
그렇게 이어져 오던 용사의 맥.
그중 한 명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후손을 남겼다.
용사의 피가 담긴, 특별한 힘을 담은 후손.
그 후손이 바로, 빛의 가문의 시초가 되는 인물이었다.
[너는 절대, 성국의 도구가 되지 않게 살아가거라. 여길 떠나 살아.>그렇게 만들어진 작은 가정은 신의 눈을 피해, 가문을 일구고 마법사로 살아갔다.
일부러 그 재능과 피를 옅어지게 만들면서.
그 끝에, 바로 자신이 있었다.
‘엄마…… 아빠…….’
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한 어머니와 아버지.
그들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모든 힘이 전수되었다.
그것은 일종의 내단이자, 기억과 힘의 덩어리였다.
용사부터 시작해, 빛의 가문의 가신들이 모은 힘.
그렇기에, 그 힘은 능히 세외의 존재에 닿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들이 깨우친 진리, 그들이 깨우친 지혜.
모든 것들이 케일이라는 이름 아래 들어왔다.
더불어, 자신의 성도 찾을 수 있었다.
아르카누스 케일.
그것이 잊었던 자신의 이름이었다.
[끝난 것 같군.] [드디어, 새로운 시대의 탄생인가.]케일의 눈동자에 광채가 깃들었다.
그것은 세이크리아의 힘이자, 그녀가 가진 힘의 변질이었다.
이미 분리되어 독자적으로 성장한 힘.
그렇기에, 오직 빛의 가문만 소유할 수 있는 힘이기도 했다.
그녀가 카덴차를 사용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이 힘이 뒷받침되어서겠지.
마누스는 진정한 힘을 깨우친 케일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간 뒤에서 잘 밀어주고 앞에서 끌어준 보람이 이곳에서 느껴졌으니까.
“이제 다 끝났군.”
“오라버니.”
“감상은 어떠냐.”
“아주…… 좋아요.”
케일의 눈동자가 두 드래곤을 눈에 담았다.
분명 거대한 존재이긴 하지만, 이제는 자신이 훨씬 위에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알베도가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하나는 끝났군. 이제 다른 하나만이 남았어.] [그렇군요. 시작할까요?] [그러자고.]두 드래곤이 영문 모를 말을 내뱉었다.
마누스는 잠자코 두 존재의 말을 들었다.
또 어떤 일이 벌어지려고 하는가.
이미 케일은 완성된 전력이었다.
그러니, 남은 것은 자신이겠지.
저 둘이 자신에게는 어떤 시련을 내려줄까.
[케일. 너는 이제 위로 올라가 빛에 있는 이들을 도와라.] [마누스는 이제, 그릇을 채워야 하니까.]“이제 이별인가요?”
[그건 아니다. 마지막으로 할 일이 남았잖느냐.]케일은 불안한 듯, 알베도에게 물었고 아직 이별이 아니라는 답을 들었다.
그녀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 위에서 엄청난 힘이 느껴지긴 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궁금했으니, 직접 동료를 이끌고 올라가 확인하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그러면…… 얼른 끝내고 와요. 오라버니.”
“그러지.”
“아 그리고…….”
케일은 마누스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그의 볼을 두 손으로 잡았다.
입술에 닿는 감촉은 제법 부드러웠다.
마누스는 자신을 바라보는 여인의 웃음을 홀린 듯 바라봤다.
“저 혼자는 힘든 거 아시죠?”
“……그래.”
“얼른 와요.”
케일은 문을 열고 사라졌다.
그때까지, 마누스는 멍하니 그녀가 사라진 곳을 바라봤다.
그 모습을 전부 바라본 두 드래곤은 마누스를 놀리듯 말했다.
[원래 대척점에 있어야 할 놈들이 이렇게 사이가 끈끈해서야…….] [좋을 때 아닙니까.] [그 아이도 한자리 내줘야겠지?]알베도의 말이 끝나자마자, 마법진이 공간 전체를 잠식했다.
이건, 새로운 수호자를 뽑아내는 의식이자 모든 것의 마무리를 위한 행동.
오랜 시간 전, 죽음의 신 모르스가 수호자들과 계약한 내용을 드디어 이행할 시간이었다.
[모르스. 그대와의 계약이 이행됩니다.] [새로운 시대를 위해, 우리는 숭고하게 희생하리니.] [이제, 새로운 세대가 이 세계를 이끌어 갈지어다.]두 드래곤의 합창과 함께 세상이 변했다.
마누스는 어두운 복도에 덩그러니 떨어졌다.
[그으으…….]그 끝에는,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2
[왔구나. 우리의 유일한 후손.] [그간 얼굴을 보여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우리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어서 말이죠.]니아는 갑작스러운 빛에 저항하지 못하고 어디론가 빨려 들어갔다.
시야가 복구된 곳을 보니 거대한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는 두 마리의 드래곤이 니아를 내려다보는 중이었다.
그 압도적인 존재감에 니아는 입을 벌리고 드래곤들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간 고생이 많았겠는데?] [그러게 말입니다. 마누스가 억지로 끌고 오긴 했지만, 그래도 자격이 되니 다행이군요.]니아는 아직도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감을 잡지 못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꿈인가?
그저 멍하니 드래곤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아이야. 이제부터 너는, 이 세계를 지키는 수호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의 마지막 부탁이자, 모르스와의 계약의 끝입니다.]“아, 아니! 잠깐만요. 그러니까…… 두 분은 일단 진짜 드래곤이신 거죠?”
[그렇지.]알베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드래곤의 고개가 숙여졌다.
아주 작은 인간에게 눈을 맞춘 드래곤 로드 알베도.
은빛 비늘이 반짝이며 니아의 시선을 강탈했다.
“저는…… 앞으로 뭘 하면 되나요?”
[우리의 뒤를 이어주거라. 너를 버리려 했던 세상을, 네가 지켜주면 된다.]“그러면…… 저는 뭘 할 수 있게 되나요?”
니아는 본능적으로 물었다.
드래곤의 뒤를 잇는다는 건, 정말이지 뜬금없는 말이었다.
알베도는 작게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며 말했다.
[네가 죽은 드래곤의 영혼을 흡수한 것,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단다.] [이제 마지막 한 조각만이 남았죠. 두 개의 살아있는 드래곤의 영혼. 그것이…… 당신의 마지막 열쇠입니다.]“제가…… 잘 할 수 있을까요?”
빛과 어둠의 드래곤이 니아에게 다가왔다.
너무도 갑작스러운 일이었지만, 그녀도 느끼고 있었다.
이건,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걸.
드래곤이 살아있었다는 것도 놀라웠고, 그들이 갑자기 찾아온 것도 놀라웠다.
“이게 운명이라는 건가요?”
[운명이 아니라 기회지.] [선택만 하면 된답니다.]“자격은…… 이미 증명된 건가요? 마누스나 케일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아서요.”
알베도가 다시 웃었다.
클레아모스 역시 웃었다.
그녀는 사실 자격 따위는 필요 없었다.
니아가 가져야 할 자격은 딱 한 가지.
올바른 마음가짐과 사명감뿐이었다.
사실 그게 제일 어렵지.
사람이라는 건, 정신머리를 똑바로 유지하는 것을 못 하는 생물이니까.
알베도가 말했다.
그녀의 자태는 그 어느 생물보다 당당하고 도도했다.
[우리의 허락이 곧 자격이고, 우리의 전이가 곧 힘의 각성이지.] [맞습니다. 우리는…… 이제 너무 오래 살았거든요.] [사실 다시 살아갈 수는 있지만, 그러기엔 너무 따분했단다.]골방에 틀어박혀 보드게임만 하고 있던 나날이 그렇게 즐겁진 않았으니까.
오랜 기다림 끝에 찾은 안식이었다.
이제는 푹 쉬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다.
“제가 두 분의 힘을 받아들이면, 마누스의 일을 도울 수도 있나요?”
[그렇겠지? 수호자는 명계와 현계를 왔다 갔다 할 수 있거든.]“그럼 할게요.”
니아는 두말하지 않고 말했다.
마누스의 곁에서 그의 일을 도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받아들일 이유는 충분했으니까.
그 모습을 본 알베도가 깔깔 웃었다.
이번 세대의 아이들은 이 세계를 확실하게 지킬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마저 들었으니까.
#3
[크아아아아아-!]사념이 담긴 힘이 쏘아졌다.
그것은 억울함과 비통함이었다.
마누스는 방벽으로 그것을 막은 뒤,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이제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죽은 자의 왕이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왜 자신에게 이런 능력이 주어졌는지.
처음부터, 여기까지 정해놓은 거란 말이지?
‘그래도, 이런 낙하산이라면 괜찮지.’
이건 이용당한 게 아닌, 정당한 승계였으니까.
사념이 담긴 공격이 마누스의 손짓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였다.
이건 자신이 채워야 하는 억울함.
자신이 채워야 하는 신민들.
가져야 할 올바른 힘이었다.
[그어아아아아아-!]트레이스.
아니, 수많은 유저가 죽였던 마누스가 그 억울함을 휘둘렀다.
죄가 있다면 있고, 없다면 없는 운명이겠지.
분명 억울했을 터다.
사람이란, 본래 자신에게 한없이 관대한 생물이었으니.
그렇게 생각해도 마누스의 죽음은, 확실히 덧없는 희생이었다.
이제는 그 넋을 기리며 품어줘야 할 때가 되었다고 느꼈다.
“모두 끄집어내라. 네 넋은 내가 기려주마.”
그릇을 채워 넣는 일이자, 명계의 왕으로서 처음 맡는 임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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