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334)
334화 – 용사, 강림
#1
트레이스의 공격이 있을 때마다 마누스는 그 원한을 흡수했다.
차곡차곡 쌓인 원한은 그릇을 채웠다.
그릇이라는 건, 정말로 깊고 거대해서 쉽게 채울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마누스는 차곡차곡 그릇을 채워갔다.
이곳도 심연에 속해있다면, 시간은 아직 충분할 터다.
그러니 끝까지 빨아먹어, 녀석의 죽음을 모두 흡수할 생각이었다.
트레이스는 계속해서 공격했다.
마치, 자신의 억울함을 풀 듯이.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군.’
처음에는 죽음의 힘을 다루는 것이 어색했다.
평생 마나도 없이, 평범한 삶을 살았던 인생이었다.
빙의한 후에도 마나라는 힘만 다뤄왔지, 다른 힘은 다뤄보지 못했다.
이 죽음의 힘이라는 건, 일종의 재령(載寧)이었다.
산 자가 죽은 자로 넘어올 때, 못다 한 꿈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은 한이 되어 일종의 에너지가 되는데, 그걸 자신이 흡수하여 영혼을 깨끗한 상태로 만들어주는 원리였다.
“아직도 남았나.”
[크어아아아-!]콰아앙-!
휘두른 손짓에 원념이 가득 서렸다.
마누스는 여유롭게 받아넘기며, 또 한 번의 힘을 흡수했다.
여유가 제법 생긴 그는 데몬과 데모니움, 그리고 사도의 기원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가면은 아마 죄수의 징표겠지.
그들이 가진 원념이 가면이 되어 그들을 억죄었을 것이다.
데모니움은 전대 사도라고 했었나.
‘원작에서는 이런 자세한 설명이 없었으니…… 확실히 DLC는 DLC라고 할 수 있겠네.’
쿠아아아앙-!
복도가 쩌렁쩌렁하게 울릴 정도로 거대한 힘의 충돌이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런 힘엔 쪽도 못 쓰고 당했을 것이다.
고작해야 6클래스 마도사가 이 정도의 힘을 감당할 수는 없겠지.
이제는 안다.
이 힘을 다루는 일은 오직 그만이 할 수 있는 것임을.
결국, 트레이스의 상대는 자신과 알라노뿐이었겠지.
궁극적인 스토리는 알라노와의 무엇이었겠지만……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성은 얼추 이뤄진 것 같은데.’
그것도 아니라면, 트레이스의 문제를 해결한 뒤에 제대로 각성하려나?
그런 건 잘 모르겠다.
알라노 역시 무사히 이 세계를 살아갈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한 거지.
애초에 우리들이 모인 이유가 그것이었으니.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보자. 네 모든 것을 부딪쳐 봐라.”
[으아아아아아-!]할 줄 아는 거라곤, 원한에 찬 고함을 지르며 자신의 힘을 휘두르는 것밖에 못 하는 자.
불쌍한 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이제는 거둬야겠지.
마누스의 눈이 푸른 빛으로 빛났다.
이제, 자신의 각성을 끝낼 차례였다.
그릇을 가득 채우기 위해서는 아직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다.
아직 그 시간이 남아 있다면, 최대한 활용해야겠지.
아직 마누스의 그릇은 완벽하지 못했다.
#2
[흠, 겨우 이것밖에 안 되는 건가? 사도의 힘도 사실 별것 아니군.]재앙의 힘은 완벽했다.
아니, 저걸 완벽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이 세상의 힘이 아닌 것 같은, 그저 다른 차원에 있는 존재처럼 강력했다.
인간의 마법이 아무리 발전한다 한들, 거대한 자연재해는 이길 수 없듯이…….
[우리는 그저, 그릇을 채우기 위한 도구일 뿐이지.]칼리고스는 낫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인간들은 이미 자신의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어떠한 법칙으로 인해 공격이 닿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는 뒤쪽으로 물러난 상황이었다.
대신 그레고리와 사도의 전투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언데드를 착실하게 처리하는 중이었다.
성녀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고, 사도들 일곱 중 다섯이 죽었다.
남은 것은 칸타티와 칼리고스.
칸타티는 방어에 특화된 마법을 사용, 거의 모든 공격을 차단할 수 있었고 칼리고스는 상대방에게 직접적인 타격이 가능했다.
[흐음…… 안쪽에서 너희의 왕이 탄생하는가? 괜찮다.] [그 오만이 당신을 죽이겠군요.]칸타티가 개 모양의 입을 비틀어 웃었다.
그레고리 역시 비슷하게 웃었다.
여유 있는 자는 누구인가.
그건 결과가 말해 줄 것이다.
[어쨌든, 너희 둘만 없애면 이 세계에서 나를 방해할 건 없겠지. 너희가 목이 빠져라 기다리는 이가 나오기 전에 이 세계는 없어질 터다.]칼리고스는 말없이 낫을 겨누고 힘을 끌어냈다.
그래.
그레고리의 말대로, 이젠 시간이 없었다.
사실상 두 사도가 죽으면 그를 막을 이는 없었으니까.
칼리고스는 힘의 차이를 진즉에 알고 있었다.
‘시간이 없습니다.’
허세는 곧 들통날 터다.
이제는 정말, 시간 싸움이었다.
[그럼, 이제 죽어라.]칼리고스의 낫이 허공을 갈랐다.
공간 자체를 집어삼켜, 육체를 갈라버리는 칼리고스의 고유 스킬.
공간이 갈라졌다.
그렇지만, 그레고리는 이미 그곳에 없었다.
그의 낫이 춤을 추듯 흩날렸고, 공간이 쩍쩍 갈라져 우주로 보이는 세계의 바깥이 보였다.
기묘한 흡인력이 그레고리를 빨아들이려 했으나, 그는 어떻게든 버티는 중이었다.
[아에르 – 엑스티오]존재를 세계에서 추방하는 즉사기.
즉사의 조건은 딱 한 가지였다.
이 세계에 사는 이들일 것.
그레고리의 육신은 이미, 이 세계의 것이 아니었다.
그러니 즉사는 무리.
대신 엄청난 피해를 입히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레고리는 완전히 피하진 못했는지, 여기저기 피를 흘리고 있었다.
확실히, 최강의 사도는 뭔가 달라도 다른 모양.
[이거, 제법이로군.]그레고리는 조용히 웃으며 손을 뻗었다.
하늘 위로 손을 올리니, 공간이 열렸다.
칼리고스는 그 밖에 있는 존재를 느끼고는 얼굴을 굳혔다.
그레고리가 왜 이렇게 자신만만한가 했더니, 세외의 신과 손을 잡았을 줄이야.
콰아아앙-!
검붉은 빛줄기가 쏟아졌다.
칼리고스가 방금 있었던 곳에 떨어진 빛줄기는, 라베스가 온 힘을 다해 사용했던 마법보다 위력적이었다.
“저건…… 스치기만 해도 없어지겠는데?”
“우리는 어떤 싸움을 하고 있는 겁니까?”
“뭐…… 저기는 저쪽이 알아서 하겠지. 우리는 우리 것이나 신경 쓰자고.”
이쪽도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영혼 없는 망자들이 계속 들이닥쳤으니까.
첩첩산중이라고 했던가.
빛무리가 사그라든 곳에서, 악마들이 튀어나왔다.
[이건 맡기지.]“젠장-.”
쏟아져나오는 악마들.
그건, 마치 이 세상을 집어삼키겠다는 의지로 가득 찬 악의였다.
[이제 이 세상은 한 번 정화될 것이다.]그레고리는 그렇게 말하고는 기운을 모았다.
사도조차 버틸 수 없는 기운.
그냥 단순히 기운을 모아서 압축해 쏘아내는 것이었지만,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는 힘을 지닌 기운이기도 했다.
정면으로 막는다면 사도의 몸이 부서질 것이고, 피한다면 이 일대가 모두 날아가겠지.
그 사이에 있을 피해는 감히 짐작조차 하지 못할 것이고.
그레고리는 정확히 인간들과 사도를 정 조준했다.
피한다면, 아마 저들은 모두 세상에서 지워질 터다.
[어디, 네 선택을 보자꾸나. 사도.]칸타티가 앞으로 나서, 칼리고스를 가로막았다.
이제 쓸모를 다했으니, 자신은 퇴장할 차례였다.
[뒤를 부탁합니다. 칼리고스.] [그러지.]그레고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건 단지 시작에 불과하거늘, 벌써 이렇게 눈물겨운 장면을 연출하면 되나?
앞으로 흘릴 눈물은 더욱 많을 텐데 말이야.
[잘 가라.]그가 던질 수 있는 건 비웃음이 담긴 말일 뿐.
그레고리의 공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가 등에 업은 이는 [바알].
현재 마신이라고 불리는 마계의 관리자였다.
그런 이가 힘을 더하고 있으니, 아무것도 없이 힘을 막아내는 사도들은 저항할 수 없으리라.
이제 그만 가라.
콰아아아아아아아아-!
검붉은 빛이 칸타티를 향해 날아갔다.
온 세상이 붉게 물들었다.
#3
온 세상이 붉게 물들었지만, 빛의 기둥이 모든 것을 파괴하진 않았다.
그럴 수 없었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이겠지.
칸타티는 눈을 슬며시 떴다.
다행히, 아직 살아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이지?
“늦지 않았네.”
“그러게요. 괜찮아요?”
[호오…….]칸타티는 눈앞에 있는 사람들을 보며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설마, 이 정도까지 강해져서 돌아올 줄이야.
심연에 보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는가.
“케일, 괜찮아?”
“그렇게 뛰쳐나가면 어떡해?”
“하하…… 미안해요. 좀 급해서.”
“우리는 뭐 하면 되지? 저건…… 조금 위험해 보이는데.”
케일과 니아는 그레고리를 바라봤다.
그의 공격은 확실히 위협적이었지만, 못 받아칠 것도 없었다.
이게, 자신의 세계를 위협하는 원흉.
에레시스의 수장이자, 거대한 전쟁의 시초인가.
“당신 때문에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데, 맞아?”
[그렇다. 덧없이 쓰러질 인생들이었지.]“이기적이네.”
케일은 조용히 뇌까린 뒤, 마법진을 펼쳤다.
여섯 개.
동시에 여섯 개나 되는 마법진이 허공에 그림을 그렸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이들은 경악했다.
딱 한 달이었다.
한 달 만에 이 정도 성취를 이뤄서 나온다고?
저 수준은 이미…….
“우리를 아득히 뛰어넘었군요.”
“그러게 말이오.”
“어머니. 어머니도 여기 계셨네요.”
해리슨 공작이 놀랐고, 라베스가 그 뒤를 이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 곁으로 알라노를 비롯한 일행이 다가왔다.
버클리 영주는 훌쩍 변해버린 아들, 딸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이거…… 다들 몰라보게 강해졌군.”
“우리 없이 잘 버티고 있었어요? 아버지?”
클라리나가 씩 웃으며 말했고, 기예르모는 여전히 묵묵하게 서 있었다.
라베스는 가족들의 상봉을 지켜보다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어 입을 열었다.
이곳에는 자신의 아들이 없었으니까.
“마누스는 어디 있는지 아느냐.”
“아, 걔는 조금 늦을 거예요. 처리할 일이 있다고 해서…….”
“걱정 마세요, 대공님. 그는…… 여기 있는 누구보다 강해져서 올 겁니다.”
알라노가 차분하게 답해 주었다.
이제는 해리슨 공작과 언니 동생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변한 알라노.
그녀가 차분히 말하니, 문득 마누스의 변화가 궁금해졌다.
“마누스도 많이 변했겠군.”
“대공님을 무척이나 닮았답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그는 눈을 돌려 케일을 바라봤다.
여섯 개의 마법진을 한꺼번에 다루는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마법사의 정점을 보는 것 같았다.
그 옆에 있는 여인은 또 어떤가.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언어는 드래곤의 것.
두 드래곤의 영혼을 흡수한 니아는 완벽한 각성을 이뤘다.
아마 마누스의 상태창에는 이렇게 떴겠지.
[차원의 수호자 : 니아]라고.케일의 마법이 더없이 커졌다.
그걸 본 그레고리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세이크리아…….]외세의 힘은 외세의 힘으로.
용사와 악마의 격돌이 시작되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