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335)
335화 – 이제 끝내자
#1
힘에는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보병이 전차를 이기지 못하는 것처럼.
어린아이가 장성한 데다 무장한 어른을 절대 이기지 못하는 것처럼, 법칙이 존재한다.
싸움은 적어도 나와 상대방이 동등한 무장, 동등한 힘을 가지고 있을 때 성립되는 것.
그레고리는 싸움 자체가 성립되지 않으리라 봤다.
자신은 갑옷을 입은 군인이고, 상대방은 어린아이였으니까.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세이크리아, 그리고…… 수호자들인가?]저들 역시 무장을 갖췄고, 위협적인 무기도 들었다.
이제 누가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 된 것.
거기다, 숫자까지 많았다.
이제부터는 진심으로 싸워야 할 정도로 급변했다.
콰아아아아앙-!
거대한 마법이 그를 후려쳤다.
몇 클래스 마법일까?
어떤 속성의 마법이지?
그런 걸 생각할 시간도 없었다.
[제법…….]“제법 정도가 아닐 텐데?”
쉬이이이이-.
온몸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그레고리.
케일은 멈추지 않고 마법을 난사했다.
용사의 힘은 그런 것이었다.
몇 클래스인지도 모를 마법을 아무렇지도 않게 난사하는.
이 세계의 절반, 아니 전부를 불태울 정도의 마나를 아무렇지도 않게 쓰는 존재였다.
반격해야 했지만, 소용없었다.
케일의 존재는 그레고리 같은 이를 때려잡기 위해 힘을 받았으니.
계속해서 날아오는 마법에, 그레고리는 방어하기 급급했다.
[이거, 안 되겠군.]이변이 일어난 것은 한창 몰리고 있을 때였다.
2대1.
그것도 대등한 힘을 가진 존재들끼리의 싸움이었으니, 숫자가 부족한 쪽이 당연히 밀리는 형국이었다.
케일의 마법을 얻어맞고 주르륵 밀려난 그레고리.
하늘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무척 섬뜩했다.
철판을 그득그득 긁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늘이 더 많이 쪼개지며 붉은 빛기둥이 더 많이 쏟아졌다.
“케일.”
“네. 긴장해야겠어요.”
“일단, 마누스가 도착할 때까지는 우리가 시간을 벌어야 해.”
“없이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또 다른 강적이 내려왔다.
세이크리아?
그 여신에게는 기대하지 않는 편이 훨씬 낫겠지.
세계를 사고파는 장사치다.
직접적인 도움을 바라는 것은 애초에 생각도 하지 않는 편이 좋았다.
빛줄기에서 쏟아지는 건, 마계의 모든 주민이었다.
상급 악마부터 하급 악마까지.
그야말로 악마의 파도랄까.
디레 교단이 꿈꿔왔던 모습이 이런 모습이겠지.
[이 정도 가지고 되겠는가. 바알.] [기다리거라. 나의 숙주를 내보낼 테니.]마신이라는 자가 직접 강림하는 것이 아니어서 다행이랄까.
케일은 뒤를 돌아봤다.
함께 싸워온 이들이 손을 번쩍 치켜들고 외쳤다.
“여기는 우리한테 맡겨!”
“잘 싸워라!”
“다들, 고마워.”
뒤를 든든하게 맡길 수 있는 존재들.
그들이 있기에 맘 놓고 싸울 수 있었다.
케일은 다시 한번 마법진을 짜 올렸다.
찬란하게 빛나는 여섯 개의 마법진이 하늘을 물들였다.
그녀가 가진 재능의 끝.
마누스가 여기까지 바라보고 끌어 주었던 바로 그 경지.
열심히 뿌려왔던 씨앗이, 드디어 발아해 탐스러운 열매를 맺었다.
[핵사곤 스프레드] [디비누스] – [포네타] – [퀴담] -[아볼레오] – [푸스티스] – [글라디우스]신의 징벌은 악을 멸하는 철퇴와 검일지니.
신의 힘을 직접 휘두르는 자가 대행자로 나서리라.
여섯 개의 구절이 한 가지로 합쳐져, 거대한 결과를 만들었다.
마법의 인과율을 무시하는, 오직 빛의 가문만이 쓸 수 있는 권능.
법칙을 무시해야 벌할 수 있는 적도 있는 법이다.
지금 케일의 마법이 딱 그랬다.
쿠르르르릉-.
하늘에서 벌이 내린다.
그것은, 이 세계의 신이 직접 내리는 신벌이었으니.
[신의 징벌]세상이 환한 빛으로 물들었다.
암녹색 하늘을 지워버리듯, 모든 것을 벌하면서.
#2
“이제 다 끝났나.”
[그르륵…….]“고생했다. 나 대신 이 짐을 끝까지 짊어져서.”
[천……만에…….]트레이스의 목소리는 마누스 자신을 닮아 있었다.
전생의 목소리 같기도, 현생의 목소리 같기도 했다.
이제 힘을 대부분 넘겼다.
그래서인지, 끔찍했던 트레이스의 모습은 힘없는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는 숨을 몰아쉬며, 얌전히 앉아 있었다.
마누스는 그 옆에 함께 앉아, 그의 마지막을 지켜보는 중이었다.
“내가 뭘 해줬으면 좋겠나.”
[이제…… 더 이상 죽는 내가 없길…….]“그러지.”
트레이스가 원한 것은 그것이었다.
또 어디선가 마누스가, 자신이 죽어 가겠지.
게임을 산 이가, 혹시 다시 플레이하던 이가, 누군가에게 추천받아 프롤로그만 플레이하던 이가 마누스를 또 죽이겠지.
그런 일을 없애 달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마누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위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말했다.
“이제 슬슬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눈썰미도 좋군 그래.”
“아까부터 보고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흐흐, 그래. 내가 어떻게 해주면 좋겠나?”
그것은 게임의 운영자이자 개발자.
이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수많은 시간을 할애한 인물이었다.
마누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트레이스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제 그를 떠나보내야 하니, 마지막 소원을 들어줘야지.
트레이스는 손을 잡고 비척비척 일어섰다.
개발자는 말했다.
“조금 뼈아픈데…… 나름대로 돈을 많이 벌고 있었거든.”
“이제 가야 할 양반이 그런 말을 해도 되나?”
“흐흐, 내 밑에 직원이 몇 명인데?”
“그럼…… 다음 게임을 개발하면 되겠군. 아주 스케일이 크게.”
개발자가 웃었다.
“그것도 좋겠지. 사실, 이미 틀은 만들어 놨어. 이건…… 단순한 프롤로그일 뿐이니까.”
“그럼, 이제 예고편은 끝인가.”
“그래. 더 큰 [게임>이 기다리고 있을 거다.”
네가 참여하는 건, 자유겠지만.
개발자는 마누스를 보고 웃었다.
그가 손을 휘저었다.
변화가 시작되었다.
#3
[접속이 종료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마법 용사의 아카데미’를 플레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못다 한 이야기는 차기작, ‘내가 뽑은 백만 소환수’에서 이뤄집니다.]“어? 아니 미친! 이게 뭐야!”
모니터 앞에서 한창 패드를 누르고 있던 남자가 비명을 내질렀다.
아니 X바, 아직 프롤로그도 못 깼다고!
이제 말이 되냐!?
“아니…… 이게 뭐야?”
아무리 재실행을 해봐도, 똑같은 얘기만 나왔다.
지금까지의 서비스를 모두 종료한다는 내용.
더 이상 플레이할 수 없다는 내용.
그리고, 차기작에서 더욱 큰 이야기가 풀어진다는 내용.
남자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친구에게 추천받아서 산 지 10분 만에 환불하게 생겼으니까!
쩝, 그는 입맛을 다셨다.
혹시 자신만 이런 상황이 있는 건 아닐지, 궁금해서 커뮤니티에 접속해 보았다.
[ㅅㅂ 실화임?] [아니 개 뜬금 섭종이라고?] [패키지 게임인데 뭔 섭종이여?] [어이가 없넼ㅋㅋㅋ 이거 나만 그런 거 아니지?]커뮤니티에 들어가니 자신과 똑같은 경험을 한 이들이 우후죽순 글을 올렸다.
남자는 어처구니가 없어, 결국 환불 신청을 걸어야 했다.
신청을 위해 구매 사이트에 들어가니, 다음과 같은 공지가 떠 있었다.
[게임 서비스 종료 및 환불 안내] [안녕하십니까. 갑작스러운 소식을 전하게 되어 ……중략…… 구매하신 모든 플레이어에게 일괄 환불 처리되오니,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저희 게임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만간 좋은 소식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오…… 일괄 환불? 그래도 해주긴 하네.”
게임사의 통 큰 인심에 혀를 내둘렀다.
그래도 뭐, 유료 스킨이나 아이템을 사용한 건 벌었으니 괜찮으려나?
남자는 이내 관심을 끄고 다른 일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재밌는 게임이야, 얼마든지 있었으니까.
모든 사람들은 그랬다.
잠시 관심을 가졌을 뿐, 이내 입금된 돈으로 또 다른 재미를 찾아 결제했다.
사람들에게 잊혀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4
[고마워.]“나도 이젠, 모든 권한을 넘겨줘야겠군. 이 세계를, 잘 부탁하지.”
“……고맙군요.”
“잘해보라고.”
모든 것이 사라졌다.
그들의 힘은, 고스란히 자신 안에 들어왔다.
삐이이이이-.
동시에, 저편에 있는 자신의 육체가 완전히 숨을 거둔 것이 느껴졌다.
아마, 장례식에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겠지.
남아 있는 가족도 없었으니까.
그보다는 이곳에 머물면서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하는 편이 나았다.
마음만 먹으면 놀러 갈 수도 있겠지만, 딱히 그러고 싶은 마음은 없달까.
[각성을 완료했습니다.] [모든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죽음의 왕이시여, 계승을 축하드립니다.] [명칭이 변경됩니다.] [카이사르 마누스 -> 죽음의 왕 마누스]자신의 능력은 축복이 아니었다.
필연이었다.
스킬을 습득하는 능력은 수많은 플레이어가 죽인, 이 세계에서 죽어 간, 이들의 것들을 취하는 행위였으니.
수많은 죽음 속에 거둬간 원한을 다루는 일이기도 했다.
막대한 양의 힘이 느껴졌다.
이제, 이 세계를 원래대로 돌려놓아야겠지.
자신이 있는 한, 이 세계를 어찌하진 못할 것이다.
가자, 이제 끝내러.
그의 신형이 어둠 속에서 사라졌다.
#5
[크으윽…….]“징하네. 아직도 안 죽었어?”
[부족하구나. 부족해.]“역시, 마누스가 와야 하나?”
2대2의 싸움은 아주 치열했다.
케일과 니아는 혼신의 힘을 다해 전투를 벌였지만, 서로의 힘은 비등했다.
저 바알의 숙주라는 놈.
저놈이 문제였다.
숙주라는 놈이 저렇게 강해도 되는 거야?
덕분에 미증유의 마나를 쏟아부어도 애꿎은 지형만 갈아엎을 뿐, 실질적인 타격이 없었다.
끝나지 않을 싸움.
영원히 반복될 것 같은 상황에, 변수가 필요했다.
여기 있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마누스의 존재라고.
“아직도 싸우고 있나?”
기다리던 목소리가 들렸다.
탑의 문이 열리고, 검은 머리칼의 푸른 눈동자를 지닌 이가 등장했다.
정말, 오래도 걸린 등장이었다.
[결국…….]그레고리는 푸욱, 한숨을 쉬었다.
결국, 자신의 뜻이 좌절되었음을 깨달았으니.
탑에서 마누스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멍이 숭숭 뚫린 하늘은 썩 보기 껄끄러웠다.
그 모습을 본 바알의 숙주가 말했다.
마누스는 하늘 너머, 자신의 본체를 보고 있었으니.
[이거, 곤란하게 되었군.] [바알. 계약을 어길 생각은 아니겠지.] [당연히 어겨야지. 네가 죽으면 어차피 계약은 없던 일이 될 테니.] […….]자신을 조롱하듯 말하는 바알의 숙주.
그 모습에, 그레고리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마누스는 하늘 너머에 있는 바알을 바라보며 한마디를 던졌다.
“알았으면 꺼져라.”
[훗, 나중에 보지. 그때는, 정식으로 붙어 보자고.]“원한다면.”
[미안하지만, 쓰레기 청소는 맡기겠다. 다 들고 가기엔 너무 많아서 말이야.]“그러지.”
쓰레기들은 남겨진 악마들을 뜻했다.
하도 많이 쏟아냈으니,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들이 되어버렸다.
마누스는 아직도 살아 있는 칸타티와 칼리고스를 바라봤다.
칼리고스는 한쪽 팔이 없어진 와중에도 낫을 굳건하게 들고 있었다.
바알의 숙주가 허물어지듯 쓰러졌고, 육신을 조종했던 영혼이 빠져나갔다.
동시에 마누스의 입이 열렸다.
[회복]마누스의 입에서 언령이 쏟아졌다.
드래곤만의 전유물이었던 스킬이었지만, 그에게는 종족의 장벽이란 것이 없어진 후였다.
[감사드립니다. 왕이시여.]칼리고스의 신체가 언제 그랬냐는 듯, 말끔하게 회복되었다.
뿐만이 아니라 소진되었던 마나 역시 완벽하게 채웠다.
그는 고개를 조아리며 왕에게 경의를 표했다.
“너희가 고생 좀 해줘야겠다.”
[분부, 받들겠습니다.]마누스가 미소를 지으며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두 손을 들어, 가볍게 손뼉을 쳤다.
가벼운 소리와 함께, 하늘이 푸르게 변했다.
“쓰레기는 쓰레기통으로 보냈으니…… 이제 처벌해야지.”
마누스의 섬뜩한 말이, 그레고리의 귓가에 틀어박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