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35)
제35화
35화 – 고독한 암살자
#1
마누스는 안락한 침대에 누워, 오늘 있었던 성과를 되짚어 보았다.
[마법사의 마음가짐]중첩해서 마법을 사용할 때 추가 공격력이 붙는 스킬.
거기다 [공격의 소양].
모든 공격력 +30%라는, 아주 심플하고 사기적인 스킬.
꽤 걸릴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기회가 빠르게 찾아왔다.
내일 이 시간이면 스킬이 완성되어 있을 테니, 느긋하게 다음 스킬을 살펴봤다.
‘오늘 있었던 전투, 마나가 상당히 모자랐지. 방벽의 내구도 역시 생각보다 부족했다.’
숨이 가빠 오고 머리가 지끈거리는 경험은 썩 좋은 기분이 아니었다.
체력, 그리고 유지력.
하이 레스티오만 믿고 싸우기엔, 제법 힘들다는 결론이 나왔다.
사기캐가 되어야 한다.
카이사르로서 살아남기 위해선 말이지.
홀로 네임드를 격파할 수 있을 때까지, 내실을 다지고 싶었다.
‘내실 하면 패시브지.’
5클래스 마법까진 공통으로 배우는 마법이다.
그 이후로 올라가면 고유 마법이 등장할 테고, 그때 가서야 액티브 스킬을 습득하면 된다.
지금은 더 편안하고 강력하게 마법을 펼칠 수 있는 것만 생각할 때였다.
‘이걸로 결정하자.’
마누스는 두 가지 스킬을 고른 후에 스르륵, 잠에 빠져들었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 그는 더욱 괴물이 되어 가는 중이었다.
#2
어두운 밀실.
하녀장의 임무는 밤이 늦도록 끝나지 않았다.
기숙사를 체크하고, 빨래는 잘되었는지, 혹시 세탁물이 섞이진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다음 날 아침을 위한 식재료는 잘 있는지, 혹 방비가 비는 곳이 없는지, 아픈 인원은 없는지도 체크해야 했다.
돌아가며 불침번을 서는 경비들이 꾸벅 인사했다.
베로니카는 웃는 얼굴로 그들의 인사를 받아 주었다.
발소리를 내지 않으며, 그녀는 경비들의 얼굴 하나하나를 체크했다.
변수는 없어야 한다.
이곳은 대륙 전역에서 온 귀족가의 자제들이 머무는 곳.
혹여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그 책임은 온전히 자신이 져야 할 테니.
‘오늘도 이상 없군요.’
사뿐거리는 발걸음이 기분 좋게 떨어졌다.
킁킁-.
방으로 돌아가던 와중, 익숙하면서도 역겨운 향을 맡았다.
그녀의 발걸음이 멈췄다.
‘벌써 그날…….’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노라면, 불현듯 자신이 누구인지를 자각하게 해 주는 향이었다.
더없이 행복한 나날은 환상이라고 세뇌하듯, 일정한 시간마다 찾아온 현실이기도 했다.
본래 방으로 향해야 할 발걸음이 틀어졌다.
그녀가 향한 곳은 아카데미 내에서도 아는 자가 극히 드문 곳이었다.
규모가 거대하면 으슥한 곳은 생기기 마련.
자연스레 발걸음이 뜸해지는 곳이었다.
“황궁에서의 칙령입니다.”
“받았습니다. 가 보세요.”
작은 종이 하나를 받았을 뿐인데, 그 손이 무척 무거워진 것은 착각일까.
멀거니 서서, 종이를 확인했다.
황실의 인장이 찍혀 있는, 그저 단편적인 명령만 적혀 있는 쪽지였다.
『축제의 밤.
제거 대상.
…….
…….
카이사르 마누스.
…….』
그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지금, 황실에선 전쟁을 바라고 있는 걸까?
아니면, 라베스 공작이 황제에게 큰 불경이라도 저지른 걸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이유라도 물어보고 싶건만.’
파스슥-.
머릿속에 정보를 입력한 뒤, 종이를 바스러뜨렸다.
복잡했다.
모든 것이 다.
차라리 학생들을 돌보며 사는 삶을 택하고 싶었다.
설령 기억과 실력을 모두 잃어버린다고 해도, 그편이 좋았다.
어울리지도 않는 메이드복을 입었던 이유 역시 그 때문이었으니.
‘아-. 먹고살기 힘들다.’
그녀는 사뿐사뿐 움직였다.
고민해야만 한다.
티 나지 않게, 그리고 확실하게 없앨 수 있는 방법을.
[하녀장을 함부로 대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그의 마지막 말이 맴돌았다.
자신은 이미 불량품이었다.
암살자로 키워진 주제에, 사사로운 정에 휘둘리고 있었으니.
하지만, 자신이 베로니카로 있을 수 있는 이유 역시 이런 감정 때문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누군가를 붙잡고 물어보고 싶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하냐고.
어떻게 하면, 아무도 다치지 않고 끝낼 수 있느냐고.
하지만, 그녀 곁에는 그 누구도 존재하지 않았다.
항상 밝은 얼굴로, 모든 학생들과 마주하는 자리였지만-.
정작 그녀 곁에서 힘을 주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방으로 들어갈 때까지 베로니카를 발견한 자는 아무도 없었다.
광란의 밤까지, 이제 고작 일주일 남았다.
#3
3학년 수업을 마친 마누스는 곧바로 전공 수업을 듣기 위해 자리를 옮기는 중이었다.
오늘부터 탐사가 재개된다.
케일, 아나이스, 피어슨, 멜라니.
초반 4인 파티는 꽤 안정적으로 돌아갈 터다.
알라노에게 일러두었다.
그들을 따라가며, 그녀가 배웠던 것들을 가르쳐 주라고.
‘잘해 내겠지.’
오늘부터 일주일.
준비해야 할 것이 산더미였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아직 간섭 중이려나.’
보통 어떤 인물에 대한 간섭이 끝나면, 일정한 보상이 들어온다.
정말 게임 같은 시스템이었다.
요 며칠 전, 그런 메시지가 떴었다.
간섭이 시작되었다고.
누구에 대한 간섭인지, 어떤 간섭인지 알 수 없었다.
안면을 트고 있는 인물, 혹은 게임 내 등장한 인물 중 하나겠지.
-좋지 않은데.
“선배! 안녕하세요!”
“오늘 방과 후에 사슴반이랑 모의 대련 하기로 했는데, 봐주실 수 있나요?”
이건 본래 주인공에게 일어나야 할 이벤트인데-.
아나이스가 초롱초롱한 눈동자로 자신에게 말했다.
그녀의 옆에는 언제나 붙어 다니는 일행들이 있었다.
수호자들과의 모의 대련이라.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는데.
지금 이들의 실력을 파악하는 것도 나쁘진 않아 보였다.
마누스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와아-! 진짜요? 이거 소문내도 되죠?!”
“경거망동하지 마라.”
마누스는 그렇게 말하고 그들을 지나쳤다.
사슴반.
누군가를 지키는 수호자의 제안으로 시작되는 막간 이벤트.
이곳에서 어느 선택지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후에 영입할 동료가 결정된다.
수호자는 멜라니처럼 정령의 힘을 빌린 탱커가 아닌, 순수하게 방어만을 위해 교육받는 이들이었다.
지키기 위해 훈련하고, 지키기 위해 수업받는 이들.
현대로 따지면 보디가드였다.
‘슬슬 그놈이 나타날 때가 되었지.’
수호자 중에서도 탑에 진입할 이들은 나온다.
미토스 아카데미는 마법사 양성 아카데미가 아니었으니까.
그중에서도 꽤 쓸 만한 녀석이 이번 이벤트를 통해 등장하지.
눈도장이라도 찍어 둘 겸, 참관하는 것도 나쁘진 않아 보였다.
훗날을 위해서라도 조언 몇 마디 정도는 괜찮으리라.
아직 수업이 끝나려면 시간이 있었다.
‘서브 퀘스트를 위한 녀석들도 키워야 하긴 하겠지.’
탑 공략조가 아닌, 외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처리하는 자들.
그들 역시 공략에 꼭 필요한 이들이었다.
간섭할 이가 많다는 건, 그만큼 자신이 강해진다는 뜻이다.
2군도 꼭 필요하다.
게임에서는 1군을 돋보이게 만들어 주는 이들이었지만, 현실에선 어떨까.
그들 역시 감정이 있는 이들이니, 많은 것을 느낄 터다.
‘복잡하네-.’
그건 나중에 생각해도 되겠지.
일단 지금은 지식을 탐닉하고 싶었다.
더불어, 슬슬 체력 단련도 시작해야 한다.
마법사이지만, 앞으로 싸울 데몬과 빌런들은 그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 테니까.
그리고 체력 단련실에서만 만날 수 있는 인물도 존재하고.
이래저래 생각할 것들을 정리하며 걷다 보니, 익숙한 인물과 마주했다.
멜라니와는 전혀 다른 결의 분홍 머리칼.
-베로니카였다.
‘좀 이상한데.’
저 멀리서부터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야 할 베로니카다.
그녀는 그렇게 설정되어 있는 캐릭터니까.
하지만, 그녀는 마치 감정을 잃은 사람처럼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제 곧 화려한 꽃이 필 시기였다.
매달마다 다양한 꽃이 피는, 마법에 걸린 나무.
그녀는, 거대한 나무를 조용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베로니카.”
“-아, 마누스 공자. 안녕하세요.”
슬쩍 놀라고, 살풋 웃는 모습이 조금 어색했다.
이건 마치-.
“컨디션이 안 좋은가 보군. 무언가 고민이 있는 것 같은데-.”
“아닙니다. 개인적인 일이라서요. 어찌 공자님께 제 사사로운 감정을 밝히겠습니까.”
잠깐 찔러본 것치곤 꽤 격렬한 반응이었다.
고개를 숙이고, 한 발자국 떼어 낸 걸음이 더욱 가벼워졌다.
마누스는 게임 내 내용을 기억했다.
[베로니카는 멀거니 큰 나무를 구경하곤 한다.> [누군가를 죽여야 할 때면, 으레 하는 행동이었다.> [저 나무는, 아카데미에서 죽은 영혼을 먹는다는 전설이 있는 나무.> [그녀가 아카데미에 내에 있는 이들을 죽일 때면, 그달에는 유달리 화려하고 예쁜 꽃이 피었다.>누군가의 명령.
아카데미 내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사고.
그걸 묵인하는 자들.
빌런이, 몬스터가 들어올 때마다 죽어 나가던 이들.
그 모든 것엔, 베로니카가 관련되어 있었다.
황궁은 미토스 아카데미를 단순히 교육의 장으로 보지 않는다는 걸, 유저들은 그곳에서 알게 된다.
실로 잔혹한 이야기였다.
‘어차피 이번에 그녀와는 부딪쳐야 한다.’
그렇기에 준비할 것들이 많았다.
순수한 실력으론 베로니카를 이길 수 없었다.
부드러운 미소와 순해 보이는 얼굴 뒤엔, 마스터라는 칭호를 달고 있는 여인이었으니까.
그러니, 사냥해야 한다.
대결이 아닌, 사냥.
그녀를 제압하고, 운명에 간섭하기 위해선 너무 많은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옳았다.
“밤이 기대되는군.”
“-예?”
“아무것도 아니다.”
마누스는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문득, 뒤를 돌아 베로니카에게 말했다.
그녀의 시선은 어느새 다시 나무로 향해 있었다.
“베로니카.”
“-예, 공자님.”
“그간 미안했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도록.”
“―아닙니다.”
그녀의 눈빛이 잘게 흔들렸다.
이내, 베로니카는 더없이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처연해 보이는 그 모습을 보며, 마누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어떠한 일이든, 한 가지는 꼭 도와주도록 하겠다.”
“…….”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고 있을 뿐.
마누스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멀어져 가는 소리에, 베로니카가 잘게 떨리는 숨을 토했다.
-어찌 저라고 그러고 싶지 않겠습니까.
감정을 가진 암살자라는 건, 생각보다 고달프답니다.
그러지 마시지요.
제게 온정을 베풀면 안 됩니다.
꾸욱-.
치맛단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저는, 당신을 죽여야 합니다. 공자님.’
그러니, 계속 폭군으로 남아 주십시오.
저에게 그랬던 것처럼, 계속해서 폭정과 핍박을 일삼아 주셔야 합니다.
그래야, 저도 암살자로서의 소임을 다할 수 있을 테니.
-망설임 없이 죽인다는 건,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다.
더군다나 아무도 없는 자신에게 슬쩍 손을 내민 자라면 더욱.
그녀의 시선이 사라진 마누스의 등을 좇았다.
그토록 싫었던 그의 모습이, 이젠 조금씩 눈에 밟히기 시작했다.
-최악의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