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40)
제40화
40화 – 그녀가 울게 하지 않기 위해서
#1
보상.
간단하다면 간단한 전투였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전혀-.
일개 학생이 마스터를 상대로 버틴 전투다.
물론 베로니카가 평범한 암살자와 같았다면, 죽는 것은 여지없는 사실이었을 거다.
마누스는 천천히 메시지들을 읽어 나갔다.
중요한 분기 몇 가지가 포함되어 있었는지, 흥미로운 사실이 제법 있었다.
[S1 클리어] [점수를 계산합니다.] [베로니카 생존 / 베로니카 위장 / 5클래스 마법 사용 / 베로니카의 본명 확인] [종합 : S+] [보상 : 마석 결정 XXL] [100일 이내 스킬 선택 습득권 1장] [세계선의 방향이 변화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시련이 닥쳐올 것입니다. 자신만의 결말을 향해 정진하세요.]‘오히려 좋아.’
100일 이내 스킬을 골라서 선택해 습득할 수 있는 것.
또한, 마석 결정 XXL.
무려 6클래스 마법 1번.
5클래스 마법 10번 정도의 용량이다.
저걸 흡수한다면, 마나 때문에 스킬 사용을 못 하는 일은 없다고 봐야지.
저거다.
극후반부에 플레이어블 캐릭터들이 먼치킨을 찍는 이유.
마석 결정만 몇 개 흡수하면 사기급 스킬들을 남발할 수 있으니까.
“이제 저는 어떻게 할까요?”
“죽어야지.”
무심코 답했다.
베로니카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깃들었다.
그래, 이제 베로니카는 죽는다.
그리고 아덴으로 다시 살아갈 것이다.
베로니카, 아니 아덴은 그렇게 결정했다.
“알겠습니다. 베로니카는 죽고, 아덴으로 다시 태어나겠습니다.”
“나는 이제 성벽으로 간다.”
“저는-.”
“수습하고, 위장을 준비하도록. 이사장님께 알리면 될 거다.”
아덴은 고개를 숙였다.
잔디를 밟는 소리가 멀어졌다.
마누스는 전장으로 향했다.
본인의 이야기를 끝냈으니, 남의 이야기에 간섭할 차례였다.
안배는 모두 마쳐 두었지만, 변수는 어디에서나 생겨난다.
그 변수를 차단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고, 그걸 위해 자신이 움직일 차례였다.
많은 이들이 죽을 거다.
대지에 흘릴 피는 악당들의 것이면 충분하다.
선한 자들의 피가 흩뿌려질 필욘 없다.
그리고 그걸 위해선, 그 무엇보다 압도적인 힘이 필요했다.
‘바로 써야겠어.’
스킬 목록을 불러왔다.
필터를 거쳐 후보를 뽑았다.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마주하게 될 적을 생각했다.
수많은 망자들.
죽음의 신을 섬기는 자들.
악마와 계약한 자들과 탑에 서식하는 데몬-.
[계시록의 뜻] [아아, 그렇게 말했다.] [두 신이 격돌하는 날, 하늘에선 수많은 천사와 악마가 서로 뒤엉킬 것이다.] [하늘에선 천상의 뿔피리 소리와 지옥의 송가가 끊임없이 퍼질 것이다.] [각자의 뜻을 위해 파견하는 다섯 기사가 지상에 있는 이들을 덮쳐, 자신의 군대로 만들 것이며, 죄가 있는 이들은 모두 재가 되리라.] [우리는 그 예언을 믿어야 하며, 항상 독실한 믿음으로 뜻을 받들리라.]계시록.
신성한 마법을 쓰는 사제들이 읽는 경전의 본질이자 언젠가 이 세상의 끝이 오면 들이닥칠 광경에 대한 예언서.
지구에도 비슷한, 아니 이 계시록의 원류가 된 서적이 있다.
[요한계시록>성서에 담겨 있는 서적은 진위 여부 따위, 알 수 없는 글이지만 이곳에선 다르다.
믿음은 곧 환한 빛으로 나타났고, 계시록의 뜻은 빛 속성 마법을 증폭시켜 주는 스킬이 되었다.
효과 역시 단순했다.
[빛 속성 마법 공격력 +30%]언제나 마누스가 외치는 부분이 있다.
간단한 효과가 곧 가장 뛰어난 효과다.
마누스는 주저 없이 스킬을 습득했다.
[계시록의 뜻 습득] [모든 빛 속성 마법에 추가 공격력 30%] [해당 효과는 타 부스트 스킬과 중복 적용됩니다.]패시브가 많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했다.
덕지덕지 발라 놓은 패시브는, 1클래스 마법을 5클래스급 마법으로 둔갑시키니까.
‘그것도 배울 수 있는 캐릭터가 정해져 있지만.’
오직 주인공.
주인공 캐릭터만이 그 모든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러니 애지중지 키워야 할 것이다.
다른 이들 역시 그가 보지 못한 가능성이 잠들어 있을 수도 있겠지.
‘역시, 난 이곳이 좋아.’
조금은 뒤틀린, 그러나 올곧은 욕망이었다.
#2
망자의 밤.
그것은 누군가에겐 끔찍한 트라우마의 밤이었으며, 누군가에게는 멋진 수련의 장이었다.
마법사들은 성벽 위에 서, 스멀스멀 기어 오고 있는 망자들을 향해 마법을 퍼부었다.
으레 이런 식이었다.
미토스 아카데미 근처는 분쟁이 없는 지대.
주기적으로 교수들이 나서 몬스터 역시 청소해 두기 때문에 강력한 존재가 없었다.
누군가 끼어들어 판을 망치지 않는 이상, 그저 좋은 연습 무대일 뿐이란 거다.
“마나를 어떻게 분배해야 하는지 생각하고 날려라!”
“무조건 강한 마법만 날린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전황을 읽고, 상황에 맞는 마법을 고르는 능력을 기르세요.”
교수들은 학생들을 감독하며 마법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전황은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알려 주었다.
학생에게 실전은 매우 귀한 경험이었다.
그건 현장에서 발로 뛸 기사, 수호자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빨리빨리 움직여-! 보급 그따위로 하면 다 굶어 뒈진다!”
“가서 검부터 휘두를 생각이냐! 그딴 정신머리로 무슨 검을 휘두르냐!”
“마법사들 방해 안 되게 가려야지! 방패 각도 조절해!”
고성이 오갔다.
학생들은 갑옷을, 중갑을 입고 연신 뛰어다녔다.
혹여 날아오는 투사체는 수호자가 처리했다.
그것이 수호자가 해야 할 일이었으니.
보디가드를 모티브로 제작했다고 하는 수호자는 그 이름에 걸맞게 철통같은 방어력을 자랑했다.
형형색색의 마법이 대지에 떨어지는 일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그 혼란 속에, 알라노는 목청을 높여 외쳤다.
“발사-!”
콰콰콰콰-.
언데드.
망자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마법인 화염 속성이 대지를 불태웠다.
그녀가 지휘하고 있는 곳은 북쪽 관문이었다.
황무지였고, 예전에 거대한 숲이 있는 곳이기도 했다.
아직까지는 별다른 일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중이었다.
‘조금 있으면 자정.’
마누스는 자정을 조심하라 일렀다.
그녀는 불안한 눈빛으로 뒤를 올려다봤다.
우뚝 솟아 있는 탑.
자정이 되면, 저 탑에서 무언가 쏟아지지 않을까.
저 높은 탑에서, 자신들을 향해 죽음이 쏟아져 내리진 않을까.
그녀는 두방망이질 치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켜야만 했다.
“선배. 이제 곧-.”
“알고 있어. 다들 긴장해.”
궁금했다.
지난 코르푸스의 밤에는 어떻게 되었을까.
탑은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전에도 분명 시간과 시간 사이의 간극이 존재했겠지.
-만약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이 모든 광경이 멈춰야만 했다.
마누스는 어디까지나 자정을 조심하라고만 했지, 모든 것을 막아 내란 소린 하지 않았다.
그녀는 탑에 다녀온 직후, 항상 가지고 다니던 시계를 꺼냈다.
-이제 세계가 멈춘다.
“지금-.”
찰칵.
시계가 멈췄고, 세상이 암녹색으로 변했다.
오늘은 유난히 붉은 달이 떠 있었다.
마치 죽음의 신이 그 눈동자를 떠, 망자들이 일어나는 밤을 지켜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모두 멈췄어.”
멈췄다.
망자의 군세, 흘러가는 바람, 냄새.
그 소란스럽던 소리까지.
모든 것이 멈췄다.
“……침식이 건물 전체에?”
“여기 봐! 이거 꼭-.”
그들이 본 것은 거대한 공동묘지 같은 광경이었다.
붉은 공동묘지처럼 새빨간 관이 우수수 서 있었다.
마치 영혼을 관 속에 집어넣은 것 같달까.
보기만 해도 오싹한 광경이었다.
“이거…… 만약에 죽으면 어떻게 되는 거야?”
누군가의 말에, 모두의 머릿속에 섬뜩하고 끔찍한 상상이 스쳐 지나갔다.
“일단 모이자.”
1학년 후배, 그리고 알라노가 모였다.
케일은 아직까지 동아리실에 남아 있었다.
그들은, 성벽 위에 늘어진 영혼의 관들을 바라봤다.
마치 수백, 수천의 드라큘라가 잠들어 있는 것같이 주르륵 놓인 관,
하나씩 볼 땐 실감이 안 나지만, 이렇게 한꺼번에 시야를 가득 메우니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피어슨이 긴 한숨을 흘리며 말했다.
“그래도, 한숨 돌릴 수 있게 되었으니 다행입니다. 으아-. 보조 마법이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는데.”
“후우-. 그러게요. 아직 케일도 안 왔고……. 마누스 선배는 뭘 예견한 걸까요?”
“이사장님께 듣기론 카이사르 가문에서 무언가를 예견했다고 해. 그래서 마법진도 특별하게 손봤다고 하는데…….”
모든 것이 멈춰 버린 지금에서야, 별 의미가 없었다.
1학년과 알라노.
그들은 탑을 바라봤다.
다행히 탑은 잠잠해 보였다.
궁금증이란 감정이 가라앉고, 안도감과 피곤함이 몰려올 때, 그들은 방심했다.
적당한 긴장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만으로 감당하기엔 너무도 큰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사건의 시작은 언제나 작은 방심에서부터 오는 법.
[아아아아아아아-!]들려야 할 리 없는 망자의 소리가 들렸다.
모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저, 저게 뭐야.”
“용족…… 아니, 드레이큰가?”
드레이크.
과거, 수백만 년 동안 룩스 대륙을 통치했던, 그러나 저주를 받아 버린 존재.
지상 최강의 몬스터로 군림하고 있으며, 그 개체 역시 대륙 전체를 통틀어 일만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청렴한 구역에 드레이크라고?
일행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사실인지 묻고 싶었다.
잠시 사고가 정지되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정신 차려! 그냥 드레이크는 아니야. 레서…… 아마도 해츨링이겠지.”
“움직이는 거라면, 누, 누군가의 소환수일까요?”
멜라니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물었다.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게다가, 이 멈춰 있는 시간에 움직일 수 있는 건, 같은 선택받은 자들뿐.
알라노는 비상한 머리로 생각했다.
상황은 절로 맞아떨어졌다.
마누스가 왜 조심하라고 했는지, 또 케일에게 신성 마법을 익히라고 했는지.
-게다가 자신을 빛 속성 마법에 취약한 몬스터에게로 인도한 것까지.
“일단 막을 수 있는 건 우리뿐이야. 마법진도 작동되지 않는 것 같아.”
“그럼, 저, 저걸 맨몸으로 막아요?! 드레이크잖아요! 4클래스 마법사도 못 비빌 놈이라구요 저건-!”
“그러면, 도망치고 나머지 다 죽일까?”
알라노의 눈빛이 사나워졌다.
마치 마누스가 분노할 때의 그 눈동자를 보는 것 같아, 피어슨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녀는 수많은 관을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
알라노 본인이 생각하는 끔찍한 상상이, 현실로 이뤄지게 놔둘 순 없었다.
어쨌든, 저걸 막아야 한다.
웬만한 공성 병기만 한 저 괴물은, 곧바로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었으니까.
콰앙-! 콰앙-!
압도적인 덩치 위에, 로브를 뒤집어쓴 인영이 보였다.
마법사들 모두 마나를 사용해 저 멀리 있는 실루엣을 똑똑히 봤다.
회색 로브.
그들은 죽음의 신을 상징하는 엠블럼을 새겨 넣었다.
“모두 전투 준비해.”
“-알겠습니다.”
마법을 장전하고, 전투태세를 갖췄다.
쿠웅-.
거대한 성벽은 제아무리 드레이크라고 해도, 쉽사리 뚫지 못할 정도로 견고했다.
지형의 이점을 살리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믿었다.
믿는 걸 넘어, 반드시 그런 결과를 만들어 내야 했다.
수많은 학생, 교사들의 목숨이 달려 있는 일이다.
이건 연습이 아니었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드레이크가 멈췄다.
그 위에 있는 인영이 말을 걸어왔다.
마누스였다면, 그 말을 듣지도 않고 마법을 쐈겠지.
하지만 이들은 아직 경험이 부족한 학생들이었다.
당황과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일단 보고 있었다.
드레이크 위에 있는 자가 천연덕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는 죽음의 신을 섬기는 자. 그의 성소를 찾아 먼 길을 헤매고 있는 나그네입니다.”
“여긴 그런 곳이 아닙니다. 그보다…… 당신이 이 침식을 일으켰나요?”
히죽, 그는 대답 없이 웃었다.
그것으로도 답은 나왔다.
“오오, 이런 이런, 여러분은 아직 모르고 계시는군요. 이곳이야말로, 제가 오랜 기간 찾아오던 성소입니다.”
보이십니까-!
저 우뚝 솟은 탑!
죽음의 기운이 가득 들어 있는, 저 탑이이-!
로브를 뒤집어쓴 자는 미친 듯이 웃으며 소리쳤다.
그들이 상상했던 미친놈이 실제로 나타난 것.
그가 다시 차분하게 말했다.
“그러니 비켜 주십시오. 저는 성소에 들어가서 확인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 드레이크를 얌전히 돌려보내고, 정식 절차를 밟으면 들여보내 주겠습니다.”
저 인간을 탑에 들여보내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시련이 닥쳐올 것 같았다.
알라노의 직감은 제법 정확한 편이었고, 그 직감이 경고 등을 매우 밝게 점등하는 중이었다.
로브를 뒤집어쓴 이가 다시 말했다.
“하-. 신성한 장소를 점거한 것도 모자라, 제 통행을 방해하겠다고요? 안 돼요. 안 되죠. 안 됩니다! 당신들은 이단이로군요. 파수꾼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어.”
두 눈이 붉게 충혈되고, 불길한 마나가 솟구쳤다.
알라노는 지식이 많았고, 스멀스멀 피어나는 마나의 종류를 구분해 말했다.
“-흑마법사. 모두들 준비해. 드레이크는 빛 속성 마법과 화염 속성 마법이 약점이야.”
“알겠습니다.”
“고작 그런 힘으로는 절 막을 수 없습니다. 보여 줘야겠군요. 에레시스 신도의 힘을-.”
그의 말이 끝나기 전에, 새하얀 빛줄기가 하늘에서 내리꽂혔다.
콰우우우우-.
실로 대단한 위력이었다.
모두의 시선이 뒤쪽으로 향했다.
“-저 왔어요.”
새하얀 마나를 몸에 두르고 있는 자가 성벽 위로 올라왔다.
지금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자.
-실로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반나절 만에 3클래스 마법을 익힌 케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