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41)
제41화
41화 – 에레시스, 그 반역의 이름
#1
누군가 말한다.
이 세상은 무척 불공평하다고.
허나 누군가는 또 말한다.
모든 생명체에게 공평한 것이 하나 있다고.
-죽음.
만물에게 허락된 유일한 종착지.
영원이라고 믿을 만큼 오래 사는 생물은 있었지만, 죽음을 극복하고 영원을 살아가는 생명은 없다.
그들은 생각했다.
[죽음이야말로, 우리가 걸어가야 할 이상향이다.>죽음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진리이며, 그 죽음을 관장하는 신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신이다.
모든 불공평 속에, 공평함을 내린 죽음의 신은 존경받아 마땅하다.
누군가가 말한 이 말은, 세상 속 불공평함을 증오하던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었다.
세상을 향해 불합리함을 외치던 사람들이 음지에서 모여들었다.
죽음의 신을 찬양하고, 세상의 불공평함을 공평함으로 덮기 위해 모인 이들은 곧 거대한 단체가 되었다.
에레시스.
새로운 낙원을 꿈꾸는 이들은 자신들을 그렇게 불렀다.
부조리한 세상은 부패한 종교와 같다.
그러니, 자신들은 이 세상을 배신하고 이단아와 같은 삶을 살 것이라는 의지.
“-그대들은 부패한 세상에 순응했군요. 그렇다면 죽으십시오. 성소를 탈환하는 성전을 시작하겠습니다.”
파직-.
순백의 스파크를 흘리고 있는 괴인.
그는 한쪽 무릎을 꿇고 분노에 찬 눈동자를 들어 학생들을 바라봤다.
탑을 막고 있는 거대한 장벽이 거슬렸다.
성소를 막고 있는 거대한 장벽은 시련일 게다.
그렇담 악의 무리에게서 성소를 탈환하는 것은 그들의 의무이자 숙명.
나그네는 희열과 분노,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
“가서 부정한 것들을 모조리 쓸어버려라.”
으어어어어어어-!
거대한 죽음의 외침에 따라, 드레이크가 울부짖었다.
쿠웅-!
드레이크가 웅크렸던 몸을 일으켰다.
케일의 신성 마법이 분노를 촉발했는지, 흉포한 기색이었다.
로브를 뒤집어쓴 나그네는 번들거리는 눈동자를 내비치며 팔짱을 꼈다.
이제 성소를 막고 있는 장벽은 파괴될 것이다.
‘조금만 기다리십쇼. 나의 신이여-.’
드레이크는 드래곤의 화신.
그 옛날, 이 세상을 지배했을 정도로 강력했던 존재들이었다.
제아무리 어린 드레이크라도 성벽 정도야, 가볍게 날려 버릴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쿠웅-!
회백색, 탁한 동공이 멍하니 성벽을 응시했다.
살아 있는 자의 명령에 따라, 작은 드레이크는 그 육중한 몸을 성벽에 들이받았다.
콰아아앙-!
“이, 이러다 무너지는 거 아니에요?!”
“모든 게 멈췄다고 해도, 방벽에 부여된 마법은 멈추지 않았어. 그러니 버틸 수 있어. 그동안 우리는 드레이크를 잡으면 돼.”
“-죽일 수 있을까요?”
알라노는 이를 악물었다.
해내야지.
이 모든 사람들을 죽일 순 없었다.
한 사람이라도 구해야 한다.
“죽여야 해. 반드시.”
그녀의 몸에서 마나가 요동쳤다.
미토스 아카데미는 수많은 사람들의 터전이다.
미래로 향해 나아가는 발판을 무너뜨릴 순 없었다.
까드드득-!
시리도록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
그녀도 할 수 있었다.
다만, 언제고 위급한 상황이 닥쳤을 때를 대비해서 꺼내지 않았을 뿐.
‘아직 마누스만큼 능숙하게 처리할 순 없지만-.’
과부하가 걸릴 듯, 두통이 일었다.
콰르르륵-!
반대편 손에서 시뻘건 화염이 이글거렸다.
더블 캐스팅.
천재의 증표이자, 영광스러운 마법사의 상징.
두 가지 마법이 대지를 향해 나아갔다.
[이그니라] [글라치에]2클래스 마법의 더블 캐스팅.
얼음의 꽃은 바닥을 얼려, 기동성을 빼앗았다.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가 빙하 지대로 바뀌는 건 순식간이었다.
꾸드득-!
거체를 묶는 건 찰나였지만, 마법이 도달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했다.
드레이크가 화염에 휩싸였다.
알라노의 지휘는 1학년 후배들의 힘을 단결시킬 수 있었다.
아나이스 역시 2클래스 마법을 날렸다.
멜라니는 화염 정령 : 샐러맨더의 힘을 빌렸다.
피어슨과 케일은?
“케일! 한 방 크게 날려 달라고!”
“-준비됐어!”
케일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자-.
보여 줘라.
우리의 에이스.
마누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마법사.
[더블 스프레드] [도니움] – [이그니라]2클래스 빛 속성 마법 : [도니움].
2클래스 화염 속성 마법 : [이그니라].
이전, 마누스가 만들었던 태양 같은 불꽃이 아니었다.
망자들을 태워 버릴, 신의 징벌이었다.
은은함 따위는 사치일 뿐.
화끈한 일격이 완성되었다.
거기다 피어슨의 보조 마법이 그 위력을 증폭.
그녀가 목표로 했던 그자를 따라잡기 위해, 그녀는 혼신의 힘을 다해 마법을 뿌렸다.
[루멘 포이나]시뻘건 광선이 레일건처럼 쏘아졌고, 그 충격으로 케일이 튕겨 나갔다.
겨우 자세를 잡고 결과를 확인하자, 실로 놀라운 광경이 보였다.
“드, 드레이크가 뚫렸어?”
“굉장해! 이걸로-!”
[아아아아아아-!]회백색 동공을 가진 괴물은 기상천외한 일을 벌였다.
콰직-!
죽어서도 쉬지 못한 망자 하나를 우적우적 씹었다.
매캐한 연기가 나는 썩은 살덩어리가 추적추적 자라나기 시작했다.
“이게…….”
“후후, 죽음의 은총을 받은 제 귀여운 아이입니다. 마법은 실로 훌륭했습니다만, 그 정도에 무너질 제 애완동물이 아니지요. 후후후후-.”
“저 드레이크, 더 커졌는데요?”
“……어떻게 해야-.”
알라노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생각했다.
쿠우웅-!
어느새 회복한 드레이크가 성벽을 두들겼다.
훨씬 더 거대해진 몸뚱어리는 충차에 버금가는 질량으로 성벽을 쿵쿵 때려 대기 시작했다.
알라노의 눈빛이 황무지를 훑었다.
적의 양분이 되는 망자들.
그 속에 우뚝 서 있는 드레이크.
‘녀석은 회복한다. 드레이크의 본체는 성벽을 공격하고-. 저 이상하게 생긴 남자는 상당한 내구도를 가지고 있어.’
녀석은 전투에 직접 끼어들지 않고 있었다.
왜?
그녀의 눈망울이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상황을 파악했다.
“아나이스, 케일, 일단 화염 마법으로 주변에 있는 망자들만 죽여.”
“-네.”
“피어슨. 성벽에다 보조 마법을 걸어.”
“서, 성벽에다요?”
다소 황당한 주문.
성벽에다 보조 마법을 걸라니.
애초에 사물에게 보조 마법을 걸 수 있는 거야?
“왜,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성벽도 마법이 걸려 있잖아. 거기다 덧씌우면 그만이란다.”
“-해 볼게요.”
못하면 학교 전체가 위험하다.
이럴 때 마누스가 있었다면 척척 해냈겠지만, 천년만년 그가 보모처럼 붙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공격 마법도, 방어 마법도 젬병이지만, A반에 들어간 이유를 보여 주겠어.
피어슨은 해 보기로 했다.
그녀의 요구는, 기존에 있던 선입견 하나를 또 없앴다.
피어슨은 자유로운 영혼.
그의 마법 역시, 틀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좋았어-.”
눈을 감고 땅을 짚었다,
성벽의 차가운 질감이 전해졌다.
그 속, 저 본질에 새겨져 있는 마법진을 읽었다.
어떻게 하면 이 마법들을 강화할 수 있는지.
술식을 어떻게 짜 넣어야, 더욱 단단한 구성이 되는지.
으윽-.
너무 많은 심력을 쏟아부은 탓인지, 순간 의식이 흐려졌다.
‘대단해. 대단한 마법이야. 술식의 구조도 이해하지 못할 만큼 촘촘하고…… 대단해. 복잡하다.’
마법을 직접 건드는 건 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마법진이 다치면 안 되니까 말이야. 이 몸이 지켜 주겠어.”
[두라맨]마나가 성벽을 타고 흘렀다.
기이이이잉-!
성벽을 이루고 있는 벽돌 사이사이가 빛났다.
“어라-?”
나그네는 그 광경을 보고,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쿠우웅-!
조금씩 균열이 가고 있던 성벽이 오히려 단단해졌다.
한층 거대해진 드레이크가 몸으로 들이받아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성공-! 어떻습니까! 저도 지원 하나는 기가 막힌다구요!”
“잘했어!”
화르르르르-!
황무지는 망자들의 화장터가 되어 가고 있었다.
어찌나 절묘한 불 조절인지, 약한 망자들은 줄줄이 타들어 갔고, 드레이크는 멀쩡했다.
나그네는 은발을 휘날리고 있는 여인, 알라노를 바라봤다.
“성녀처럼 보이나, 그 악행이 도를 넘어서는군요. 당신을 꼭 요주 인물로 넣어야겠습니다.”
그 지휘 능력이 실로 탁월했다.
눈을 감고, 드레이크에게 새로운 명령을 내렸다.
작은 종은 충실히 명령을 이행하고 있지만, 어딘가 부족했다.
조금 더 공격적이고, 성벽을 뒤흔들 수 있어야 한다.
‘비장의 공격을 준비하세요. 나의 종이여.’
물리력으로 안 된다면, 더 큰 무언가를 준비하면 된다.
회백색 동공에 빛이 깃들었다.
살아생전, 대지를 지배했던 때의 기억이 몸을 지배했다.
침입자.
적대적 존재.
자신의 영역을 위협하는 자들.
그들을 멸하는 건, 그의 숙명이자 운명이었다.
[크어어어어어어-!]“으악!”
“이, 이거 뭐야?!”
응집하려던 마나가 흩어졌다.
성벽 위에 있던 이들이 소스라치게 놀란 것도 당연했다.
여전히 침착함을 유지하는 건 알라노뿐이었다.
“피어야. 다시 술식을 짜 올려야 해. 침착하게 대응해.”
“치사한 기술을 가지고 있네 진짜!”
후우웅-.
세찬 바람이 불었다.
드레이크가 고이 접어 두었던 날개를 펴고,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저 고도가 조금 상승한 것뿐이었지만, 바라보고 있는 자 입장에선 상당한 위압감을 느껴야만 했다.
드레이크가 입을 쩍 벌리고 대기 중에 있는 마나를 잔뜩 끌어모았다.
압축과 팽창을 반복하며, 고밀도로 쌓여 가는 마나.
일행은, 그게 뭘 뜻하는지 대번에 알아챘다.
“브레스잖아-!”
“쏴-!”
순식간에 형형색색의 마법이 날았다.
거체를 가릴 정도로 큰 폭발이 일어났지만, 타격은 미지수.
후웅-!
드레이크가 날갯짓을 한 번 하자, 그 자세 그대로 마나를 모으고 있는 장면이 포착됐다.
절망적인 상황.
알라노의 두 눈이 처음으로 흔들렸다.
도저히, 도저히 자신들의 힘으론 막을 수 없었다.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수없이 많은 지식을 탐구했다고 느꼈는데도 역부족이었다.
순식간에 무능력한 사람이 되어 버린 것 같은 기분.
그것이 그녀를 절망 속으로 빠뜨리려고 했다.
“-잘 버텼다.”
부드럽고 강한, 그 단단한 손이 절망 속으로 빠지려는 그녀의 손을 우악스럽게 잡았다.
어깨를 잡고, 그녀 앞에 선 검은 머리칼의 사내.
스멀스멀 피어나는 마나가 심상치 않았다.
“사역마를 상대하는 법은 간단한데, 드레이크라고 해서 겁먹을 필요 없다.”
“브레스야. 성벽은 물론이고 이 뒤까지 날아갈 거라고.”
마누스는 피식 웃으며 간단한 마법을 날렸다.
속도가 가장 빠른 전격 마법.
목표는 드레이크 뒤에 있는 나그네였다.
빠르게 나아간 빛살을 보고 흠칫한 나그네가 자리를 떴다.
쿠아앙-!
실로 어마어마한 위력이었다.
“크윽-. 이렇게 빠르고 강한 마법이라니. 새로운 강적이군요.”
쿠웅-!
드레이크가 마나 모으는 행위를 멈추고, 땅으로 내려섰다.
비밀이 드러났다.
전멸기를 막을 수 있는 기믹은 언제나 존재하는 법.
나그네가 이를 부득부득 갈며 마누스를 올려다보았다.
이내 픽, 웃음을 흘렸다.
사역마와 소환사.
망자 역시 똑같은 관계였다.
“몇 클래스 마법을 썼는지 모르겠지만, 제법이군요. 이 정도 파괴력이라니.”
“더러운 것 뒤에 숨어서 나불거리는 것만큼 눈깔도 썩었군.”
“-말씀이 심하시군요.”
나그네의 두 눈이 붉게 물들었다.
하지만 이내, 들려온 말은 그의 이성을 원래대로 돌려놓기 충분했다.
마누스의 오만한 눈동자가 그를 내려다봤다.
“1클래스 마법이다. 에레시스.”
나그네가 움푹 파인 흔적과 마누스를 번갈아 가며 쳐다봤다.
1클래스 마법으로, 이런 흔적을 만들어 내는 것이 말이 되는 일이던가?
무언가 잘못 돌아가고 있었다.
검은 머리칼.
푸른 눈동자.
그 모습을 알아본 나그네가 오싹함에 몸을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