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50)
제50화
50화 – 불미스러운 일은 찰나의 순간일 뿐이다
#1
혼란스러웠다.
법칙이 어그러진다는 건, 상당히 불쾌한 일이었다.
빛이 들어오지 않았지만, 모든 것이 멈춰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악취가 느껴지지 않았고, 우박도 허공에 멈춰 있었다.
“……왜지?”
쿠웅-.
저 멀리서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이 틈새에서 움직일 수 있는 존재는 두 가지로 국한된다.
선택받은 인간이거나, 데몬이거나.
마누스는 다시 마법을 펼쳤다.
[둑스]지금 그가 원하는 것이 바뀌었다.
미지의 존재가 있는 곳으로 이끌리듯 향했다.
‘방향은 정확해. 어쩌면 알라노가 위험할 수도 있다.’
불미스러운 일은 이걸 말하는 것이었을까.
여기서 알라노는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여섯 시간.
어쩌면 그 이상을 버텨야 할지도 모른다.
[우우우우우우우우-.]가슴을 떨리게 만드는 저주파가 공기를 찌르르 울렸다.
산을 누비는 무언가가 어둠 속에서 꿈틀대는 것이 보였다.
그건, 거대한 언덕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꿀꺽-.
그 엄청난 힘에, 마누스는 처음으로 무력감을 느꼈다.
거대한 벽.
아니, 그건 거대한 자연이었다.
‘자연적으로 생성된 데몬인가.’
데몬?
데모니움?
어떤 것으로 불러야 할지 모를 정도로 거대한 생명체.
게임에선 등장한 적도, 언급된 적도 없는 존재였다.
멍하니 거대한 존재를 올려다보자, 스스로 빛을 만들어 내는 거대한 안광이 마누스를 바라봤다.
스스로 빛을 만드는 자와, 빛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가 서로를 인지한 것.
[우우우우우우우우-.]허나, 거대한 존재는 마누스에게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거대한 존재는 그렇게 땅을 걸어가, 서서히 바다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리고, 세상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체…….”
알라노도 느꼈을 거다.
거대한 존재.
그 압도적인 기운은, 평범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녀가 말했던 불미스러운 일이란 건, 어쩌면 이걸 말하는 걸 수도.
인공 섬.
그리고 미토스 아카데미.
아직 본편에선 밝혀지지 않은 비밀들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간섭이 시작되었습니다.]무언가의 간섭이 시작되었다.
어떤 간섭인지, 누구에 대한 간섭인지도 알 수 없는 간섭.
마누스는 본능적으로 거대한 운명의 수레바퀴의 축이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걸 느꼈다.
대체 게임이 품고 있던 세계는 얼마나 거대한 것이었을까.
DLC에서 풀어 나갈 비밀들은 무엇이었을까.
처음으로 마누스는 위기의식을 느꼈다.
‘더 빨리…….’
흐르고 있는 시간이 무척 느리다고 생각했다.
더 빨리 강해져야 한다는 압박감이 처음으로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단 하나의 존재.
단 한 번의 마주침이 만든, 불미스러운 일이었다.
#2
“허억-! 허억! 허어억-!”
털썩, 무릎과 두 손바닥을 지면에 대고, 알라노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온몸이 떨려 왔고, 밀려오는 공포감이 주체가 되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우웨에에엑-!”
간신히 배를 채웠건만, 결국 모두 게워 낸 것.
허여멀건 토사물이 수풀을 적셨다.
한참을 띵한 머리를 부여잡고 고통에 몸부림쳤다.
대체 저 생명체는 무엇이었을까.
이 인공 섬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
알라노는 흘린 눈물을 닦으며 겨우 몸을 추슬렀다.
“으…….”
‘저런 데몬이 있다는 말은 못 들었어. 게다가 지금은 자정도 아니야.’
절망감과 무력감을 느꼈다.
마누스는 저 괴물을 보며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정말 멀리서 봤지만, 그 크기와 힘은 세상이 그녀를 짓누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둠 속에서 겨우 찾은 나무 기둥에 등을 기대, 그녀는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어찌어찌 일주일 중, 마지막 날까지 버텼다.
먹기 싫은 것을 먹었고, 임무에 나갔던 경험을 더듬어 어떻게든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그냥 종일 자고 싶은걸.’
문득, 마누스와 1학년 후배들이 보고 싶었다.
차라리 탑을 오르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으니.
품에 있는 신호탄이 그녀를 유혹했다.
어서 편해지라고, 손가락 하나면 빛이 있는 곳, 따스한 물이 있는 곳으로 보내 줄 수 있다고 소리치는 것 같았다.
콩콩-.
그녀는 뒤통수를 나무에 찧으며 잡념을 털어 냈다.
“여기까지 왔잖아. 포기하면 다 없었던 일이 되는 거라고-.”
그녀는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역한 악취와 캄캄한 어둠이 내려앉은 환경이었지만, 그녀의 정신력은 강인했다.
알라노는 한 사람을 생각하며 마지막 하루를 견뎠다.
-그의 머리카락이 생각나는 하늘색이었다.
#3
“처참하군요.”
“크흠-. 저희도 어쩔 수 없는 입장이라…….”
상황실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던 이사장의 감상이었다.
마법진을 손본 마법사들이 침음을 내뱉었다.
황제의 명령을 따랐을 뿐이지만, 결과가 이 정도로 처참할 줄은 몰랐다.
미토스 아카데미 역사상 최악의 평가였다.
살아남은 인원은 단 다섯 명.
수백 명의 학생 중에, 단 다섯 명만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것이다.
“이게 황제의 뜻입니까? 아무런 변별력도 지니지 못했을 텐데요.”
“…….”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답답한 상황이었다.
인공 섬은 당분간 사용이 불가할 정도로 망가졌다.
마법진을 무리하게 추가하고 고쳐서인지, 기후를 관장하는 장치가 완전히 망가졌기 때문.
결국, 내년에는 인공 섬에 들어가지 못할 것 같았다.
닉스 이사장은 반드시 대가를 받아 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건 보상안을 마련해 오셔야 할 겁니다. 설령 황제의 뜻이 아니라도-.”
“폐하께서 이걸 주셨습니다. 안 그래도 일이 모두 끝난 후에 전달해 드리라고…….”
마법사는 마법을 이용해 커다란 궤짝 하나를 소환했다.
쿠웅-.
바람을 일으키며 나타난 궤짝.
한눈에 봐도 심상치 않은 무게에, 장식 역시 호화스러웠다.
“마법진 복구 비용으로는 충분할 겁니다. 더불어 학생들에게도 보상을 주라는 폐하의 전언이었습니다.”
“-이 정도까지 내다보고 계셨단 말입니까?”
“제국의 황제 폐하십니다. 우리가 생각할 수 없는 무언가를 항상 보고 계시겠죠.”
닉스 이사장은 조심스럽게 궤짝을 열어 보았다.
그곳엔 제국 황실의 엠블럼이 박힌 쪽지 한 장과 막대한 양의 금은보화가 들어 있었다.
능히 아카데미 1년 예산은 충당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이사장은 천천히 쪽지를 읽어 보았다.
황제가 친히 보낸 편지였다.
『친애하는 미토스 아카데미 이사장께.
황제의 이름으로 파견을 보내고, 멋대로 권력을 행사한 것에 대해 사과부터 해야겠지.
이 편지가 갔다는 건, 그대가 본 황제가 요구한 것들을 잘 행했다는 뜻.
무례를 용서하게. 시험해 보고 싶었던 것이 있었으니.
이번 시련을 통과한 자들에게 성대한 상품을 내려 주게나.
이는 나, 제국의 황제가 시험한 무대에서 당당하게 그 능력을 입증한 전사들이니.
황제가 그들을 주시할 것이네.
내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하지.
항상 자부심을 가지게.
미토스 아카데미는 대륙 최고의 교육기관이자, 대륙의 평화를 위해 힘쓰는 기관이니…….』
닉스 이사장은 후- 하고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나오면 뭐라 할 수 있는 구석도 없잖은가.
슬슬 귀환자를 맞이하러 가야 할 시간이었다.
이사장은 이후의 일을 그려 봤다.
멋진 단상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일주일 동안 고생한 학생들에게 멋진 하루를 보내게 해 주고 싶었다.
“트레일 교수님. 시상식을 해야겠지요?”
“이번엔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고생이 많았으니, 조금은 풀어 줘야겠지요. 흘흘.”
샨들러 교수와 트레일 교수가 동의해 주었다.
그들 역시 수업이 끝나자마자 상황실에 들러, 일주일간의 진행 상황을 지켜봤다.
유례없는 난이도에 모두가 탈락했지만, 마지막 다섯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
샨들러 교수가 손가락을 들어 제안 한 가지를 더 얹었다.
“이건 어떻습니까. 통과한 다섯 명에게 사역마 소환의 기회를 주는 겁니다.”
“……그거 괜찮군요.”
“저도 찬성입니다.”
사역마는 마나를 다룰 수 있다면, 직업과는 관계없이 소환이 가능했다.
물론, 마나와 더 많이 친한 마법사가 유리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어쨌든, 보이는 특혜라는 건 중요했다.
어느 누군가가 말했듯, 미토스 아카데미는 평등을 주제로 한 교육기관이 아니었으니.
충분히 납득 가능한 보상이었고, 그들은 충분한 자격을 보여 주었다.
“왈가왈부할 필요도 없겠군요. 이 정도 시련에서 증명한 자들이라면.”
“그럼, 결정하겠습니다.”
닉스 이사장의 선언을 끝으로, 보상이 결정되었다.
상황실에서 나온 교수들이 이제 막 귀환한 학생들이 쉬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마누스를 비롯한 다섯 명의 학생들이 도착한 곳은 거대한 강당.
인공 섬으로 향했던 텔레포트 마법진이 그려져 있는 강당이었다.
꾀죄죄한 몰골, 수척해진 인상.
엄청난 시련의 여파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모습의 학생들이 보였다.
“-모두 고생했네.”
“평가치고는 가혹하더군요.”
모두가 만신창이로 귀환했을 때, 유일하게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난 마누스가 입을 열었다.
이사장과 교수진은 쓴웃음을 지었다.
어차피 숨길 필요는 없겠지.
이사장은 솔직하게 모든 것을 털어놓기로 했다.
“황궁, 제국의 찬란한 태양께서 여러분을 시험했습니다. 가혹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을 겁니다.”
마누스는 말이 없었다.
알라노는 놀란 듯, 주저앉아 있으면서도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때, 마누스와는 다른 무뚝뚝한 목소리가 들렸다.
“페하께서 내리신 보상은 무엇이죠?”
금색의 머리칼.
단단한 신체를 지닌 채, 너덜너덜해진 방패를 지닌 기예르모였다.
그 역시 2학년 중에서는 톱에 속하는 인재.
기예르모는 마누스와 알라노를 흘끔 보고는 다시 이사장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마법부 동기들은 강하다.
무려 세 명이나 통과했으니-.
‘하지만, 합당한 보상은 분명 각 클래스별로 준비해 뒀을 거야.’
기예르모.
그리고 ‘글라디’ 가문의 기사 지망생.
이 둘은 보상을 독식할 기회가 주어진 것.
이사장은 빙긋 웃으며 보상 목록을 말했다.
역시 황제라 그런지, 그 보상의 통이 매우 컸다.
질은 또 어떤가.
“먼저 순위부터 발표해야겠죠. 1위는 마누스 학생입니다. 2위는 알라노, 3위는 기예르모 학생이군요.”
4위는 글라디 가문, 5위는 마법사 B반에서 나왔다.
이사장의 입술이 나풀거리며 보상을 쏟아 냈다.
일단 두당 50골드.
게다가 고위 마법이 새겨진 망토가 지급될 예정이다.
마법사들에겐 아티팩트가, 기사에겐 검이, 수호자에겐 갑옷이 지급되었다.
거기에 차등 지급되는 상금까지.
‘돈은 별로 필요 없는데.’
마누스는 골드보단 아티팩트에 관심을 보였다.
동시에 반가운 알림이 눈앞을 가득 채웠다.
언제나 그렇듯, 보상을 받을 차례였다.
『시나리오를 정산합니다.』
이번에도 그만의 이야기가 끝났다.
이젠 또 다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야 할 차례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