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51)
제51화
51화 – 잘하고 있었냐?
#1
[S2 클리어] [점수를 계산합니다.] [모든 시련 극복 / 미지의 존재 확인 / 알라노 생존 / 임무 완수] [종합 : S] [보상 : 마석 결정 XL x 10개] [스킬 습득 시간 – 50% 쿠폰 1장] [세계선의 방향이 변화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시련이 닥쳐올 것입니다. 자신만의 결말을 향해 정진하세요.]황제가 준 보상보다, 이편이 더 좋았다.
마나도 빵빵하게 회복할 수 있고, 블랙과 화이트에게 흑마법을 배울 수도 있었다.
마석 결정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행복한 고민거리가 늘었다.
“별일 없었어?”
“나는 딱히.”
“그거…… 봤어?”
알라노는 아직도 잘게 떠는 중이었다.
마누스 역시 그 압도적인 존재감을 떠올리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 강인한 해리슨이 이렇게나 떨고 있다니.
마누스는 손을 올려,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짚었다.
떨리는 몸이 진정되는 것을 느꼈다.
“봤지만, 적대적이진 않았다. 그 얘기는 일단 묻어 두지.”
“……그래야겠지.”
그녀가 잘게 떨리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도 걷히지 않은 공포의 잔재가 정신을 좀먹고 있었다.
마누스는 나직이 말했다.
“오늘은 좀 쉬어라. 탑은 내가 다녀올 테니.”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누스 역시 그때를 생각하면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탑에서 스트레스나 좀 풀까.
1학년들이 탑을 어떻게 올라가고 있을지 궁금했다.
이제 슬슬 35층에 도달했을 터.
그가 1학년들을 보러 가겠다고 말하자, 알라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괜찮겠어? 너도 피곤할 텐데.”
“슬슬 녀석들도 한계에 부딪힐 것 같아서.”
“난 항상 도움만 받는구나.”
알라노가 고개를 숙였다.
그토록 위대한 가문의 장녀였지만, 마누스 앞에서는 항상 작아지는 기분이었다.
마누스는 옅은 웃음과 함께 반대편 손도 그녀의 어깨에 얹었다.
커지는 눈망울이 퍽 인상적이었다.
마누스는 진심을 다해 말했다.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어, 고, 고마워.”
창백한 얼굴에 홍조가 돌았다.
다소 진정된 듯 보여, 마누스가 몸을 돌렸다.
따스한 온기가 남은 것 같아, 알라노는 제 어깨를 더듬어 보았다.
“덕분에 홀로 처리할 일들에 집중할 수 있다. 너희에겐 항상 감사하고 있어.”
“-앞으로도 도울 일 있으면 말해 줘.”
그녀의 말은 겉치레가 아니었다.
두 사람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선이 있었다.
금발의 수호자는 아직 마법사를 믿지 못했다.
하지만, 동료를 챙기는 모습은 수호자에게도 귀감이 될 만한 모습임엔 틀림없었다.
이상했다.
그가 가지고 있던 편견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기에.
변화를 받아들이기엔 갑작스러웠고, 강렬한 기억은 새로운 경험을 밀어냈다.
‘마누스.’
기예르모는 조용히 몸을 돌렸다.
마법 처리가 된 갑옷은 그가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 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폭군을 끌어내릴 때 도움이 되겠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생존 평가가 끝났다.
마누스는 당연히 학년 전체 1등을 차지했다.
#2
“그거 들었어?”
“뭔데?”
점심시간.
우물우물 급식을 먹고 있던 피어슨이 말했다.
케일은 눈빛으로 물었고, 열심히 음식을 입에 넣고 있는 중이었다.
아나이스는 우아한 동작으로 포크를 내려놓고 피어슨의 말을 들었다.
멜라니 역시 마찬가지.
피어슨은 항상 흥미로운 소식을 가지고 오곤 했으니까.
“이번에 선배들 생존 평가 했잖아. 거기 완전 난리도 아니었데. 마지막 날은 뭐더라? 빛도 한 점 없었다는데?”
“그래서?”
“2학년 중에 끝까지 살아남은 사람이 딱 다섯! 그 다섯 중 둘이 우리 마누스 선배랑 알라노 선배였다잖냐. 크으-. 역시 문화 교류 동아리는 뭔가 달라도 달라.”
아나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단한 이야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2학년 선배들이 무더기로 탈락한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였는데-.
심드렁한 아나이스.
멜라니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케일은 우물우물, 계속 음식을 먹으며 눈빛을 초롱초롱 빛냈다.
“야야, 너네 이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모르는구나? 내가 시련에 대한 것도 정리해 봤는데-.”
뒤이어 들려오는 내용은 심드렁하던 아나이스도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섬뜩한 내용이었다.
강이 피로 변하질 않나, 동식물들이 죽질 않나, 우박이 내리고, 빛이 사라지고-.
거기까지는 몰랐던 이들이 어느새 밥 먹는 것도 멈춘 채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네 사람뿐 아니라, 어느새 동기 학생들까지 피어슨 곁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확실히, 그의 언변은 주변을 휘어잡는 능력이 깃들어 있었다.
“진짜야? 그렇게 난도가 높았다고?”
“살아 나온 게 기적 아니야? 누구 안 죽었대?”
“우리 위대하신 폭군이 인공 섬을 점령했다는 얘기 아니냐. 성격은 조금 까칠하고 맨날 잘난 척해서 재수가 좀 없지만, 아카데미 최고의 마법사 아니겠어?”
“…….”
피어슨은 잘난 듯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떠들어 댔다.
친구들의 반응이 없자, 그는 더욱 텐션을 높였다.
후후, 나의 이 화려한 언변에 빠져들고 있는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열심히 입을 놀리는 피어슨.
조동아리에 [알투스] 마법을 건 듯, 쉴 새 없이 입술이 나풀거렸다.
“크으, 폭군과 여왕이 당당하게 생존한 모습! 진짜 마법사들의 귀감이지. 암암. 그런데 있잖아, 마누스 선배는 사실-?”
“재미있군.”
스산한 목소리였다.
피어슨은 한참 떠들던 입을 다물고 끼긱-, 고장 난 인형처럼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평소와 다르지 않은 모습의 마누스가 푸른 안광을 빛내며 서 있었다.
아-.
그제야 깨달았다.
친구들이 숨소리조차 내지 않았던 건, 생태계의 정점이 등장해서였구나.
멜라니와 아나이스는 고개를 돌렸고, 케일은 눈동자를 빛내고 있었다.
-구원해 줄 이는 아무도 없었다.
“너, 너희 진짜 치사한 거 아니냐, 엉?”
“계속해 보지, 피어슨.”
“죄, 죄송합니다아아아아-!”
결국, 그가 선택한 건 도주였다.
식판을 들고 재빠르게 뛰어가는 그를 보며 피식 웃은 마누스가 케일을 바라봤다.
푸른 머리칼.
자신을 닮은, 초롱초롱한 눈동자.
-세계를 구해야 할 이 세상의 주인공치곤…… 다소 맹한 모습이었다.
두 볼은 음식을 한껏 넣어, 햄스터처럼 부풀었다.
저도 모르게 쿡, 찔러 보고 싶었으나 카이사르의 마음이 온몸을 던져 막아 냈다.
“……동아리실에서 보지.”
“넴-.”
우물우물-.
케일은 계속해서 음식물을 씹으며 답했다.
마누스는 미련 없이 고개를 돌렸다.
그가 향한 방향은 피어슨이 뛰어간 쪽이었다.
어쨌든, 저 조동아리는 한 번쯤 참교육을 해 줄 필요가 있어 보였다.
그가 사라진 후, 푸아- 하는 소리가 들렸다.
한층 농밀하고 진득한 마나.
마누스는 또 한 번 성장을 이룬 걸까.
아나이스는 선배가 남기고 간 마나의 잔향을 느꼈다.
단순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더 대단했던 모양인데. 마누스 선배가 저렇게 마나를 흘리고 다닐 정도면-.”
“응-. 그런 것 같아. 말로만 들어선 실감이 안 나는걸.”
멜라니가 답했다.
그녀는 곁에 떠다니는 정령들을 바라봤다.
무서워, 벌벌 떨고 있는 모습이 불안했다.
“진짜 괴물은 괴물이다.”
“피어슨…… 명복을 빌어 줘야겠지?”
“걔는 좀 맞아도 싸지 않을까?”
엇갈린 반응.
멜라니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여전히 딱딱하게 얼굴을 굳히고 있는 누군가를 발견했다.
플로이스.
그 화려한 태양의 가문의 장녀는 인상을 쓰고, 마누스가 사라져 간 방향을 바라봤다.
멜라니는 그 소심한 성격 탓에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피어슨이라면 그녀의 표정을 발견하자마자 무슨 일 있었냐고 들이댔을 테지만, 그는 여기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잠자코 있었다.
‘무슨 일일까.’
그녀는 떨어지지 않는 입속에서 맴도는 말을 삼키고, 스르륵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나이스는 궁금하거나 부당한 것, 자신의 기준에서 그릇된 일들을 참지 않으니까.
플로이스 가문의 마음가짐이라면, 반드시 그러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날 뿐.
그녀도, 그도, 어느 누구도 몰랐다.
-상처를 돌보지 않았을 때, 비로소 생기는 것들이 있음을.
고름은, 아무런 관심도 없을 때 퍼진다는 걸.
#3
동아리실.
먼저 도착한 마누스는 이사장에게서 받은 아티팩트를 살펴봤다.
스킬 쿠폰은 주저 없이 ‘버클리의 마음가짐’에 써 버렸다.
마석 결정은 일단 다섯 개를 흡수, 나머지는 블랙과 화이트를 만나 상담해 볼 예정이었다.
[Dii te ament] [그대에게 신의 축복이 있기를]설명은 그것이 다였다.
금으로 된 팔찌.
마치 못을 구부려 놓은 듯한 디자인은, 현대에서 언뜻 보았던 주얼리 브랜드의 상품과 비슷했다.
차이점이라면 박힌 보석이 조금 더 크다는 것과 은은하게 마나가 흐른다는 점일까.
‘이건 분명, 황궁 에피소드에서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인데.’
일명 축복의 팔찌.
전투에서 한 번, 즉사급 공격을 막아 주는 아이템이었다.
후반부에 아주 유용하게 쓰이는 아이템.
플레이어들이 황궁으로 불려 갔을 때 생기는 스토리에서 입수할 수 있었는데, 바뀌었다.
이걸 황제가 선뜻 내어 줄 줄은 몰랐다.
본편의 끝까지 황제는 그 속내를 비치지 않았지.
‘언뜻 보면 무언가 알고 있는 것 같았는데.’
플레이어를 계속해서 시험하고, 시련에 빠뜨리는 포지션.
적당한 먹이를 던져 주고, 사냥개를 사육한다는 느낌.
게임사에서 푼 정보가 극히 제한적인 곳 중 하나였다.
세계선이 변하고 있다.
조금씩 사건이 뒤틀리고, 누군가가 한 날갯짓이 커다란 폭풍을 불러오겠지.
그중에 황궁과 황제도 끼어 있을 거다.
‘여긴 본편의 세계가 아니니-.’
달칵-.
그의 상념을 깨는 소리가 들렸다.
마누스 본인의 호출을 받고 온 새내기들.
네 명의 선택받은 학생들이 동아리실에 집결했다.
“선배, 저희 왔어요.”
“-앉지.”
네 사람은 쪼르르 앉았다.
평소 같았으면 웃고 떠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을 터다.
하지만 마누스가 있으니 그럴 수가 없었다.
존재감만으로 분위기가 꽉 눌리는 것을 느낀 본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다소 지친 건 맞았으나, 그 가라앉은 기분을 후배들에게 풀고 싶진 않았으니.
“다들 탑은 어디까지 올라갔지?”
“34층에서 멈췄어요. 계속 그 주변에서 마석을 흡수하고 있어요.”
“잘하고 있군.”
“35층에 한번 가 보긴 했는데…….”
케일이 입을 열었다.
옆에서 아나이스와 피어슨이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아마 자신이 없었던 일주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보다.
사실 마누스는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혈기왕성하고 실력도 부쩍 늘었겠다, 2학년들 없이 뭔가를 하고 싶었겠지.
하지만 이들에게 정신 공격을 버틸 내성은 아직 없었다.
“보스를 만나고 죽을 뻔했겠지, 맞나?”
“…….”
고개가 점점 내려간다.
마누스는 거기에 더해, 이들의 정곡을 때리는 말을 더 날렸다.
“멜라니, 아니면 피어슨이 도와줘서 가까스로 도망쳤겠군.”
“……마, 맞아요.”
멜라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정령들의 도움을 받아 빠져나왔겠지.
괜찮았다.
몸으로 하는 경험, 특히 안 좋은 경험이라면 뼛속 깊이 새겨지기 마련.
다시는 겪지 않겠다는 의지가 다양한 방어기제로 표현된다.
미약한 공포감이 느껴졌다.
“오늘, 35층을 돌파한다.”
“가, 가능할까요? 상대는…….”
“지금 너희들이 대처하지 못할 건 딱 한 가지다. 알고 있으니, 극복해야겠지.”
나, 마누스가 함께할 테니.
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올망졸망한 눈망울 네 쌍이 그를 올려다보았다.
[간섭이 시작되었습니다.]“앞으로 나아가려면, 탑으로 와라.”
네 쌍의 눈빛이 변한 것은 한순간이었다.
아주 만족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