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53)
제53화
53화 – 극복은 한순간
#1
지구라트 28층.
네 사람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탑을 올랐다.
마나 결정을 모으고, 자금 마련을 위해 아티팩트를 모았다.
“아 케일.”
“-응?”
“알라노 선배가 그러는데, 다음 주에 아티팩트를 판 돈이 도착한다고 그랬어.”
멜라니가 말했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었다.
자잘한 의뢰를 수행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전액 장학금으로 들어왔다고 해도, 본래 사회에 속한 인간은 숨만 쉬어도 돈이 필요한 법.
공부하는 것도, 경험하는 것도 모두 돈이 필요했으니까.
콰아앙-!
이젠 제법 호흡이 척척 맞는 네 사람은 파죽지세로 35층까지 올라갔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자.”
“-응.”
“이번엔 실수하지 말고 잘해 보자. 우리가 한 번 당하지 두 번 당하겠어? 이날을 위해서 내가 아주 기깔 난 마법을 준비해 왔다는 말씀!”
파수꾼이 지키는 곳 앞에, 마침 휴식 장소가 있었다.
오늘은 운이 좋게도 양호실.
그들은 지친 몸을 달래고 마석을 흡수하는 등, 마누스를 기다렸다.
조용히 전의를 다지고 있을 때, 문이 열렸다.
이쪽에 올라온 지 30분 정도 지났나?
무서운 속도로 홀로 올라온 마누스가 네 사람 앞에 당당하게 섰다.
“-엄청 빨리 오셨네요?”
“너희들 덕분에 데몬과 마주칠 일이 적었다. 가자.”
네 사람이 일어섰다.
예전 기억이 떠올라, 가슴을 간질였지만 마누스라는 존재가 그 두려움을 단단히 막아 주었다.
[법황 – 2] [혼돈의 권좌]의자에 앉아 있는 괴인.
그저 앉아 있을 뿐이지만, 2클래스 이하의 마법은 먹히지도 않고 약점도 없다.
거기다 전용 스킬인 [망각의 구름]까지 사용하니, 아주 악명 높은 보스였다.
[흐음-.]보스가 인식했다.
피어슨은 언제나 그랬듯, 버프 마법을 쫙 둘렀다.
진일보한 마법.
공격력과 방어력이 높아지고, 눈이 좋아졌다.
반사 신경을 높여, 회피율까지 높이는 효과.
전투준비가 끝났다.
마누스는 한 발자국 물러섰다.
“너희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해라.”
“-네.”
일단 지켜봐야겠지.
후배들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부족한 점은 무엇인지 확인해야 할 차례였다.
지금도 누군가에게 간섭이 적용되고 있겠지.
이 전투가 끝난 후엔, 간섭 몇 가지가 종료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섭이 끝나면 보상도 받을 수 있으니.’
예상컨대, 해당 캐릭터의 근본을 바꿀 수 있는 간섭에 가까울수록 보상도 클 것이다.
기대가 컸다.
쿠우웅-!
드디어 전투가 시작됐다.
“온다-!”
첫 번째 공격은 광역 바람 마법.
멜라니와 케일이 나서, 멋지게 상쇄했다.
바람의 정령을 인챈트한 민트색 머리칼의 멜라니.
2클래스 바람 속성 마법인 [아니마]로 맞부딪치는 케일.
뒤이어 붉은 화염이 내달렸다.
안전하게 캐스팅하고 있던 아나이스가 우월한 딜링 능력을 선보인다.
[이그니라] [알투스]시간이 오래 걸린 만큼, 위력적인 마법.
후끈한 열기가 마누스의 얼굴을 붉게 스쳐 갔다.
아나이스도 그간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증거.
[흐음!]두 번째 패턴이 등장했다.
문이 열리고, 왕좌를 지키는 기사가 나타난다.
[전차 : 8]물리 공격에 강하고, 속성 마법에 취약한 녀석들이었다.
“멜라니, 다시 막아 줘!”
“맡겨 둬.”
평소와 다른, 다른 인격이 아닐까 할 정도로 자신감 넘치는 모습.
민트색 머리칼이 금발로 바뀌었다.
쿠르릉-!
그녀의 주변 땅이 마나를 머금고 일렁였다.
[인챈트 : 노움]단단하고 강인한 성격의 정령이, 멜라니를 단단하게 감쌌다.
콰아앙-!
거대한 창과 방패.
마치 옛 기사들의 전투 방식을 꼭 빼닮은 데몬들이 멜라니를 향해 돌격했다.
창을 세우고, 방패로 몸을 가린 채 멜라니를 노리는 데몬.
한눈에 봐도 웬만한 마법사는 버티지 못하고 나가떨어질 위력이었다.
어떻게 대응할까, 마누스는 여전히 흥미로운 눈빛으로 전투를 지켜봤다.
‘내 예상보다 훨씬 강한데.’
얼추 20레벨은 되어 보이는 스펙.
느껴지는 마나도 충분했고, 스킬의 위력도 예상보다 강력했다.
충돌은 강렬했지만, 멜라니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버프 빵빵하게 줬다!”
“-고마워!”
단단해진 두 손으로 창끝을 잡아 세운 멜라니.
게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생생한 액션이 이곳에서 펼쳐졌다.
콰아앙-!
케일은 [아타블루스]를 이용, 그대로 기사들을 태워 버렸다.
아나이스는 계속해서 보스의 본체를 공격하는 역할을 맡은 모양.
이상적인 포지션이었다.
[흐으으음-!]파수꾼이 분노했다.
체력이 일정 비율 이상 떨어졌다는 증거다.
고작 이 정도 시간에 저렇게 체력을 빼다니.
역시, 본인이 없이도 착실하게 성장하고 있었구나.
괜스레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분노한 왕좌는 네 개의 속성을 교체해 가며 2클래스 마법을 퍼부었다.
케일과 멜라니는 탱커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며, 이번 패턴도 무사히 넘겼다.
“후우-. 그래도 저번보단 나아.”
“힘내자, 얘들아!”
이제 온다.
왕좌에 앉은 가면의 눈이 빛났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뻗었다.
마나가 이리저리 얽히며, 탁한 구름을 뿜어냈다.
구름이라기보단, 안개에 가까운 것들이 쫙 깔렸다.
모두가 긴장으로 바짝 얼었다.
그때의 악몽이 되살아났기 때문일까, 주인공 캐릭터이자 모든 능력치를 몰빵받은 케일마저도 몸이 뻣뻣하게 굳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정신 차려라.”
“으으, 으아아아아-!”
피어슨의 눈이 붉게 물들었다.
아나이스에게서 마나가 느껴지지 않았고, 케일의 눈망울이 떨렸다.
그렁그렁, 눈물이 맺히는 것이 애처롭게까지 느껴졌다.
“멜라니.”
“네, 넷!”
멜라니는 눈이 붉게 물들었지만, 이내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다.
정령들이 개입해, 곧바로 도와준 모양.
마누스는 사기적인 패시브, [카이사르의 마음] 덕분에 정신 공격에서 멀쩡하게 버텼다.
툴팁이 중복되었지만, 마음가짐의 스킬이 훨씬 우위에 있기 때문이겠지.
마누스는 어떻게든 자신들을 괴롭히는 감정을 억제하려는 1학년 후배들을 바라봤다.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하진 않았다.
한번 겪어 본 바가 있어서 그런지, 나름 잘 제어하고 있는 듯했다.
‘역시, 현실은 다르구나.’
자신은 저런 스킬에 영향이 없다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겠지.
게임에선 수 턴간 진행되는 상태 이상.
단순 체력/마나로 이뤄진 데이터가 아니기에, 그 사투가 처절했다.
“나름 합격이다.”
마누스는 어떻게든 이겨 보려는 이들을 바라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피어슨이 붉게 물든 눈으로 자신에게 달려드는 걸 가볍게 피한 마누스는, 술식을 짜 올렸다.
쿠웅-!
그사이 공격을 감행하는 왕좌.
“날뛰지 마라.”
오른손엔 환한 마법진이, 다른 한 손엔 푸른 마법진이 그려졌다.
콰지지직-!
더블 캐스팅으로 3클래스 마법을 아무렇지도 않게 선보인 마누스.
[폴게트라] [흐으음-!]탑이 환하게 빛났고, 보스는 침음을 흘리며 잠시 비틀거렸다.
그와 동시에, 정신적 고통에서 해방시킬 마법이 완성되었다.
[플람마]환한 빛이 안개를 몰아냈다.
고대, 마법의 종주였던 드래곤이 펼쳐 냈던 마법.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마법이 펼쳐졌다.
“-어?”
“기분이…….”
환한 빛이 휩쓸고 지나간 후, 케일, 아나이스, 피어슨은 서서히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필사적으로 버텼던 순간이 무색하게, 정신이 멀쩡해졌다.
모두가 마누스를 바라봤다.
그는 마치, 길가에 버려져 있는 쓰레기를 주워 치운 것 같은 말투로 말했다.
“정신을 맑게 해 주는 마법을 배우면 된다. 돌아가서 알려 주지.”
“새, 생각보다 별거 아니잖아?!”
피어슨이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그래, 생각보단 별것 아니다.
극복하고 난 뒤엔, 고작 그런 것이 되어 버리는 것이지.
마누스는 피식 웃었다.
“알겠으면 빨리 처리해라.”
“좋아-! 본때를 보여 주자고!”
쾌활하게 외치는 피어슨의 목소리에, 모든 이들이 다시 공격을 퍼부었다.
케일과 멜라니는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 주며 모든 공격을 차단했다.
아나이스 역시 그간의 울분을 토해 내듯, 격정적인 화염 마법을 날렸다.
“죽어어어어-!”
아나이스의 혼신의 힘을 다한 3클래스 마법이 작렬했고-.
[흐으으으음-!]결국, 마법의 포화 속에 보스는 재가 되었다.
제법 격렬한 전투였고, 내용 역시 훌륭했다.
마누스는 가볍게 손뼉을 마주쳐, 승리를 축하했다.
전투가 끝났다.
모두의 환호성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차갑고 어두운 탑 안에, 생기가 맴돌았다.
【전투 종료】
[파수꾼을 쓰러뜨렸다.> [케일, 아나이스, 멜라니, 피어슨의 레벨이 올랐다.> [케일 : 25> [아나이스 : 22> [멜라니 : 21> [피어슨 : 20>#2
파수꾼과의 전투가 끝난 후.
이 기세를 몰아 더 위로 올라간 일행은 결국, 막다른 길에 봉착했다.
아직 두 번째 구역이 열리지 않은 것을 확인한 마누스.
“여기까진가 보군.”
“그러네요.”
“대체 탑이란 건…… 누가 만들었을까요.”
마누스도 탑에 대한 진실은 알지 못했다.
그래서 고개를 저었다.
게임 설정으로는 죽음의 신, 모르스가 만들었다고 전해지는데 진짜는 아무도 모르지.
자신이 밝혀내야 할 숙제이기도 했다.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더불어, 이제 케일에게도 블랙과 화이트를 소개해 줄 시간이 됐다.
본격적인 리더로 키우기 위해선,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어야 했으니.
“케일.”
“네에?”
두 사람이 말똥말똥 뜬 채로 마누스를 바라봤다.
케일의 재능은 일반 캐릭터와 전혀 다른 격에 놓여 있다.
어쩌면 카이사르마저 뛰어넘을 수도 있을 정도.
그러니, 블랙과 화이트가 그녀에게 아낌없이 마법을 전수해 줄 것이다.
그들은 재능 있는 자들을 좋아하니까.
마석 결정은 흔쾌히 마누스에게 넘어갔다.
“이젠 네가 이 역할을 해야 한다.”
“저는…… 그 마법을 모르는걸요.”
“알려 줄 이가 있다.”
케일의 눈동자가 빛났다.
새로운 마법.
새로운 지식.
탑에 올라가고 나서부터, 그녀는 점점 힘을 갈망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당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로비로 도착했고, 피어슨과 멜라니가 먼저 기숙사로 돌아갔다.
아나이스는 쭈뼛거리며 눈치를 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본 케일이 마누스의 소매를 붙잡았다.
“저기, 아나이스가 할 말이 있나 봐요.”
“말해라.”
“어- 저, 그게-. 그…….”
마누스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며 기다렸다.
아나이스는 얼굴이 붉어진 채로 말을 더듬었다.
계속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마음속으로 솎아 내며 눈을 감았다.
마누스는 조용히 그녀가 진정할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아나이스는 심호흡을 깊게 한 뒤, 그 푸른 눈동자를 응시했다.
“선배는, 저희를 동료로 생각하고 계신 거죠?”
“물론이다. 내가 못하는 일들을 너희가 하고 있지.”
“쓰, 쓸모없다거나 하는 생각은-.”
마누스가 눈을 감고 그녀의 말을 잘라 냈다.
어느새 불안감이 싹트고 있었나.
그는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이 손에 담긴 온기가, 그녀의 불안감을 녹일 수 있을까 고민하며.
“걱정하지 마라.”
“…….”
“너흰 내 옆에 설 거다. 머지않았겠지.”
세상을 구할 아이들이다.
더욱 단단해져야 할 테고, 더욱 많은 고비를 넘겨야 할 거다.
지금보다 더 감정이 격렬해질 때가 많을 터다.
그럴 때마다, 딛고 올라갈 수 있는 단단한 정신적 지주가 필요하겠지.
이들의 속마음을 게임으로나마 들여다보았던 마누스의 결론이었다.
그가 조심스럽게, 그러나 따스한 손길을 건넸다.
“너희들을 믿고 있으니까, 내가 홀로 움직일 수 있는 거다.”
“그렇다면-.”
“더욱 훌륭해질 거다. 의심하지 말고 나아가라.”
마누스의 단단한 말에, 아나이스의 눈빛에 머물렀던 불안감이 희미해졌다.
그녀가 밝게 웃었다.
[간섭을 확인합니다.] [보상이 지급됩니다.]덩달아, 마누스도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