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54)
제54화
54화 – 배우는 자
#1
사람과 사람 사이엔 갈등이 존재한다.
갈등의 원인은 다양하고, 해결할 방법도 다양하다.
보통의 지성인이라면 대화를 풀거나, 영원히 그 문제를 안고 살아가겠지.
마누스 역시 대화는 꼭 필요하다고 느꼈다.
카이사르.
무뚝뚝하고 감정을 내비치지 않는 성격은 본인도 자각하고 있었으니.
‘생각보다 더 여렸지.’
아나이스는 당차고 당돌하고, 용감한 아이였다.
게임에서도 그렇게 묘사되었고, 그녀가 홀로 고민하는 묘사도 나오지 않았다.
자신이 개입하고, 심경의 변화가 있을 줄이야.
“-이곳으로 들어가면 되는 건가요?”
“그래.”
케일과 마누스는 비밀의 방 앞에 서 있었다.
들어가기 전, 마누스는 간섭 보상에 대한 생각을 떠올렸다.
그건 꽤 놀라운 이야기였다.
[간섭을 확인했습니다.] [플로이스의 마음가짐의 습득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듭니다.]매우 큰 단서였다.
플로이스는 아나이스가 속해 있는 가문.
태양처럼 찬란하게 타오르고 불꽃처럼 정열적인 성격의 가문이었다.
능력도 전부 공격적 성향에 몰려 있는 스킬.
상대방에게 간섭하게 된다면 해당 스킬도 줄어들게 되는 걸까.
도통 기준을 알 수가 없었다.
‘아직은 초반이니…… 여유롭게 생각해 보자.’
흘러갈 시간은 많았다.
조금 더 표본이 모인다면 확실한 기준이 생길 테고, 행동 방침도 확실히 정할 수 있으리라.
엔딩, 그 너머에 있는 이야기는 더욱 험난하겠지.
마음을 다잡고, 케일과 함께 블랙, 화이트를 만나러 들어갔다.
“-여긴.”
“이곳에서 다양한 걸 만들고, 배울 수 있다.”
“신기해요. 왜 이런 곳을 몰랐을까요.”
숨겨진 곳이니까.
당연한 말을 하는 대신, 마누스는 앞으로 나아갔다.
여전히 지루한, 그리고 따분한 포커를 치고 있는 두 사람.
화이트는 화를 내고, 블랙은 웃으며 맞받아치고.
“손님을 데려왔습니다.”
“오- 왔어?”
“가끔은 포커 말고, 다른 게임을 해 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순수한 호기심에 물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마주치더니 단호하게 말했다.
“할 수 있는 게 없어.”
“아는 게임이 없습니다.”
아-.
마누스는 큰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이런 부분도 무심코 넘겼었지.
플레이어로서 게임을 플레이할 때, 블랙과 화이트는 그저 스킬/아이템을 위한 NPC에 지나지 않았다.
그들의 사정이나 자세한 이야기 등은 전혀 관심이 없었지.
마누스 이전의 남자는 그런 성격이었다.
주변엔 관심 갖지 않으며, 필요한 일만 하는.
“다음에 선물이라도 사 드려야겠군요.”
이 세계에도 체스, 오델로 같은 보드게임은 차고 넘쳤다.
이곳은 현실.
그들에게는 각자의 이야기가 있었다.
“오 그래? 그럼 우리 간단한 거래 하나 할까?”
“말씀하시죠.”
화이트가 말했다.
그녀는 손가락 하나를 척 들고 말했다.
꽤 구미가 당기는 제안을 해 주었다.
“게임 하나 가르쳐 줄 때마다 마법 하나씩 알려 줄게. 어때?”
“좋습니다.”
“그러고 보니 손님을 오래 세워 뒀네. 이쪽은?”
할 말을 모두 끝내고 그제야 케일을 돌아보는 화이트.
아직, 그녀의 관심은 마누스에게 훨씬 오래 머물러 있었다.
그것도 좋지만, 케일도 동등하게 대우받아야 할 터다.
잠시 고민했다.
무얼 말해야 이들이 케일에게도 관심을 쏟아 줄까.
그냥 질러야지 뭐.
“제가 가장 아끼는 후배입니다.”
“-네?”
“확실히…….”
케일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뒤를 올려다봤다.
무심한 듯, 가만히 그녀를 내려다보는 시선은 예전과 많이 다른 감정이 묻어났다.
눈동자 자체가 부드러워진다는 말.
언젠가 누군가에게 들었던 말이었는데, 이해가 가질 않았었지.
케일은, 이제야 그 말을 깨달을 수 있었다.
차가웠던 푸른 눈동자에 깃든 감정.
그건 분명, 따스한 무언가였다.
“아끼는 후배? 둘이 얼레리꼴레리?”
“화이트. 제발-.”
“아아, 나도 알아! 난 아무리 봐도 쟤가 연애 같은 걸 할 관상으론 안 보인단 말이야.”
화이트는 무표정한 마누스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그녀의 말에, 케일 역시 다시 표정을 원래대로 돌려놨다.
아니, 조금 뾰로통해 보이는 건 착각이 아니겠지.
케일도 알고 있었다.
마누스가 했던 말은, 단순히 관심을 이쪽으로 돌리기 위한 립 서비스라는 걸.
그래도-.
‘아냐. 나와는 격이 다른걸.’
후우-.
눈을 감고, 마음을 다잡았다.
다시 평온한 표정으로 돌아온 그녀는 잠자코 마누스의 말을 들었다.
“아까 못 받은 마석값, 받으러 왔습니다.”
“얘한테? 뭘 가르칠 건데?”
“플람마. 이 아이에게도 알려 주시죠.”
“좋아, 어렵지 않지. 그것만으론 좀 더 남으니까, 서비스로 이것도 줄게.”
화이트는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작은 구슬 하나가 나타났다.
그곳엔 로마자로 VIII가 쓰여 있었다.
여덟 번째 아르카나, 힘이 담긴 구슬이었다.
“이거 필요하지?”
“감사합니다.”
마누스는 오르카의 목걸이를 꺼내고, 구슬을 받아 깨뜨렸다.
여섯 번째 문양이 채워졌다.
이제 절반.
열세 개의 빈 곳 중, 여섯 곳에 빛이 들어왔다.
“얘야, 우리는 천천히 공부나 해 볼까? 이리 오렴.”
화이트가 케일을 이끌었다.
마누스는 그녀가 마법을 배우는 걸 지켜봤다.
그사이, 블랙이 마누스에게 다가왔다.
그는 오르카의 목걸이를 유심히 바라보며 대뜸 입을 열었다.
이건, 확실히 지식을 알아야 할 테니.
“본래 아르카나는 스물한 개죠. 그런데 이 오르카의 목걸이엔 왜 열세 개밖에 없을까요?”
“운명, 사신, 별, 달, 태양, 심판, 세계.”
“-알고 계시는 것 같군요.”
마누스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르카의 목걸이는 인간이 만들었고, 인간이 다뤘던 물건이었으니까.
블랙은 오르카의 목걸이를 바라보고 마누스를 다시 바라봤다.
자신들보다 훨씬 오래 살았던 무언가가 남긴 유물.
분명 위험한 물건이었음에도, 왠지 마누스라면 잘 다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는 인류 최강의 재능이다.
“당신이 다루지 못한다면, 다른 이들도 다루지 못할 겁니다. 그러니…….”
“알고 있습니다. 잡아먹히는 일은 없을 겁니다.”
블랙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마누스의 눈빛에서 결연함과 무한한 가능성을 보았다.
블랙의 눈은 제법 특별했으니.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마석은 저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품 중 하나거든요.”
“저야말로 잘 부탁합니다.”
마누스는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케일은 플람마를 손쉽게 배우는 중이었다.
[간섭이 시작되었습니다.]또 보이는 메시지.
누구에게 간섭한 것인지, 무엇을 위한 간섭인지…….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이 문장은, 이 세계를 살아갈 때 보람을 더해 주었다.
마누스는 사라지는 메시지 너머, 찬란한 마법진이 더없이 밝게 빛나는 것을 보았다.
역시, 케일은 재능이 넘쳐 났다.
그녀의 앞길을 잘 이끌어 주기만 한다면, 능히 세계를 구할 수 있으리라.
#2
무사히 탑을 공략하고, 쌓였던 오해도 풀었다.
케일에겐 다양한 전술을 알려 주기도 했다.
이제 그녀는 동료들에게 더욱 효율적으로 지시를 내릴 수 있게 되었다.
아나이스는 감정이 잘 풀렸는지, 그녀는 다시 쾌활하고 밝은 얼굴로 인사했다.
이젠, 마누스 본인도 조금씩 웃으며 인사를 받아 주곤 했다.
주말이 지나갔다.
오늘 마누스는 중요한 볼일이 있는 날이었다.
“-저도 같이 가고 싶습니다.”
“하녀장 일은?”
“다른 이에게 인수하면 됩니다.”
원래 이런 성격이었나?
메이드복을 입고, 검은 머리칼을 단정하게 정리한 미인이 답지 않게 고집을 부리는 중이었다.
본래 토 달지 않고 고분고분한 것이 그녀의 성격이었을 텐데.
그래서, 마누스는 무슨 이유가 있겠거니 하고 차분히 물었다.
“왜 같이 가고 싶어 하는 거지?”
“이젠 그곳이 제집이기 때문입니다.”
“……이사장님은?”
아덴은 빙긋 웃었다.
그녀의 웃음은 참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었다.
그래, 언젠가는 얼굴을 봤어야 할 사이였다.
“짐 싸.”
그녀와 동행하는 것이 결정되었다.
아덴은 화사한 미소를 짓고 종종걸음으로 사라졌다.
이젠 보고를 하러 갈 차례였다.
2학년 총괄 교수인 트레일 교수에게 들르기 위해, 기숙사를 나섰다.
자잘한 짐은 필요 없었다.
어차피 집까지는 텔레포트 마법진 한 방이면 도착하는 시대였으니.
“-흠, 임무를 위한 결근이라……. 알겠습니다.”
“과제와 숙제는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숙제는 딱히 할 필요 없지요. 평가 준비 시기와 겹치지만, 그건 임무 평가로 대체하겠습니다.”
과연, 합리적인 대처였다.
트레일 교수는 자랑스러운 눈으로 마누스를 바라봤다.
가문에서 재차 학생을 찾는 일은 드물었다.
그들의 일을 해결하는 것보다, 아카데미에서 지식을 쌓는 일이 더욱 가치 있게 시간을 쓰는 것이니까.
하지만, 카이사르라면 그 이야기가 달라진다.
“최대한 빨리 돌아오겠습니다.”
“천천히 오셔도 됩니다. 수업 내용은 알라노 학생에게 전달해 주도록 하겠습니다.”
마누스는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보고도 끝냈으니 떠나기만 하면 되는 상황.
그가 몸을 돌리려 할 때, 트레일 교수가 책상에 있던 서류를 확인하고 마누스를 불러 세웠다.
“아 참. 샨들러 교수님께서 사역마 소환 의식을 준비하고 계신답니다. 사역마를 소환하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예요.”
“알겠습니다.”
“교수님은 지금 대강당에 계시니, 가 보세요.”
사역마라…….
게임 극초반에 뽑아 놓을 수 있다면, 엄청난 메리트였다.
3학년이 되어야만 소환할 수 있다는 제약 하나 때문에 외면받았던 특성.
그 특성을 십분 활용할 때가 왔다.
지금 키운다면 그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다.
-분명히.
“준비 끝났답니다.”
“잠시 대강당에 간다. 먼저 대기하고 있어라.”
“알겠습니다.”
아덴이 카이사르 가문과 매우 가까운 사이라는 건 슬슬 소문이 퍼져 가고 있었다.
베로니카가 죽고, 카이사르 가문에서 제 아들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말도 돌 정도였으니.
그녀가 모두 판을 깔아 놓은 거였지만, 마누스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메이드들도 그저 인사를 건넬 뿐, 수상한 눈길을 보내진 않았다.
새삼 아덴의 수완이 얼마나 좋은지 느낄 수 있는 환경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샨들러 교수가 기다리고 있는 대강당에 들어섰다.
“오, 마침 딱 오셨군요. 후후.”
“안녕하십니까.”
“어서 오세요. 마침 알라노 학생도 소환 의식을 치르기 위해 왔답니다.”
알라노가 웃으며 그를 맞이했다.
그래, 알라노 역시 사역마를 다룰 조건이 된 것.
두 사람 모두 사역마를 길들이고 키운다면, 실로 엄청난 전력이 될 터다.
상당히 만족스러운 보상이었으며, 데몬들과의 전투에서 더 나은 전력 확충이 될 터다.
언젠가 사역마가 제 성능을 발휘할 때가 오면, 모두를 놀라게 할 테니까.
‘설레는 건 오랜만인데.’
뽑기 시스템에 대한 설렘 반, 새로운 반려동물을 얻는다는 것에 대한 설렘 반.
마누스는 샨들러 교수의 말을 기다렸다.
이윽고, 기다리던 시간이 도래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