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57)
제57화
57화 – 위대한 탑
#1
인비데아와 티란니스.
두 살 터울인 두 사람은 어렸을 때부터 좋은 친구이자, 강력한 라이벌이었다.
나란히 아카데미에 입학한 두 사람은, 학년 수석을 절대 빼놓지 않았다.
그녀, 그리고 그는 카이사르 가문이라는 거대한 힘을 손에 넣고 싶어 했다.
아카데미에서, 다양한 의뢰에서, 권력과 가문의 힘이 얼마나 크게 적용되는지 몸소 깨달았으니까.
티란니스는 본인의 무력이 강한 아버지처럼 모든 것을 홀로 해결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건…… 저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과거의 일은 과거의 일일 뿐. 아무도 널 탓하는 자가 없단다.”
“그렇다면 인비데아 누님은 어떤 스타일입니까?”
인비데아는 부족한 부분을 주변에서 채울 수 있는 사람이었다.
본신의 무력 역시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자신이 부족하다는 걸 알고 있는 자였다.
그 부족함은 다른 사람에게서 찾는다.
인비데아는 전형적인 왕의 기질을 타고난 인물이었다.
누가 봐도 인비데아는 훌륭한 군주의 자질을 가진 이였다.
허나, 라베스도 과연 그렇게 생각할까?
“아버지는 누가 더 가주에 어울린다고 생각하십니까?”
“그건 말해 줄 수 없구나. 하지만 응당 카이사르의 가주라면, 그 존재감만으로도 좌중을 휘어잡을 수 있어야 한다.”
마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가 원하는 바를 간접적으로 들었다.
모든 것은 마누스, 자신에게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에 힘을 실어 주느냐에 따라, 이야기는 매우 달라지겠지.
그런 집안 알력 싸움은 관심 밖이었지만, 언젠가는 관여해야 할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때를 대비해, 풍파에 휩쓸리지 않도록 단련해야겠지.
‘권력에 가까이 갈 필욘 없지만, 휘둘리지도 말아야겠지.’
“일단 오늘은 푹 쉬고, 내일 출발하거라.”
“알겠습니다.”
“마법사단에서 한 분대, 기사단에서 한 분대가 갈 것이다. 미리 만나는 것도 좋겠지.”
마누스는 고개를 숙이고 걸음을 옮겼다.
아덴이 그의 뒤를 따라갔다.
닫히는 너머, 라베스는 날카로운 눈매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
생각보다 더 뛰어난 전속 그림자를 얻었잖은가.
‘티란니스, 인비데아도 하지 못했던 일이었건만.’
반푼이였다.
그래서 감추려고 했었다.
카이사르의 이름에 먹칠은 하지 말아야 할 테니까.
그런 아들이, 불과 한 달 사이에 누구도 이루지 못한 업적들을 이뤄 내고 있었다.
권력에 관심이 없다고 한들, 권력이 그를 가만히 놔두지 않을 터.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어, 라베스는 기분 좋은 웃음을 흘렸다.
“앞으로 잘해 보거라.”
네 행보가, 카이사르의 차후 방향을 결정할 수도 있으니.
아무도 모를 미소를 지은 라베스가 창문을 바라봤다.
일렁이는 그림자들이 꿈틀거렸다.
그들도 느꼈겠지.
이 가문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고 있음을.
#2
마누스는 바로 옆방에 아덴을 넣어 두곤 마법사단이 머무는 곳을 찾았다.
얼굴 정도는 봐 두자는 것이 그의 생각.
기사단이 머무는 곳이 성체처럼 되어 있는 병영이라면, 마법사가 머무는 곳은 탑이었다.
최고의 마법사 가문답게, 그 규모는 여타 가문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심지어 아카데미보다 거대한 마탑을 운용하고 있는 곳이 카이사르 가문이었다.
그 엄청난 규모에, 마누스는 혀를 내둘렀다.
‘진짜 마법사들은 여기 있었군.’
아카데미에서 지내는 풋내기가 아니라, 진짜 실전을 치르고 연구하는 마법사들.
미토스 아카데미가 대학교라면, 이곳은 대학원이자 직장인 샘.
거대 기업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곳이었다.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마법사들이 검은 머리를 보고 수군거리기 바빴다.
아직 이들에게, 마누스란 미지의 존재이며 소문으로만 듣던 이였으니.
사람들은 검은 머리의 도련님을 바라보며 바삐 걸음을 옮겼다.
“마누스 도련님. 무슨 일로 찾아오셨는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저는 안내원 빅스라고 합니다.”
“내일 임무에 나가는 이들을 보러 왔다.”
“아 그러고 보니…….”
들려오는 소문은 마탑에서도 갑론을박이 펼쳐졌던 주제였다.
홀로 사교도 집단의 의식을 막은 둘째 도련님.
마탑 소속 마법사 대부분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아니, 믿지 못했다.
‘정말인가? 느껴지는 마나는 상당한데-.’
마누스는 자신의 마나를 숨기는 편이 아니었다.
숨길 필요가 없었으니까.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압박감이 빅스에게도 느껴졌다.
“어……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마침 공녀님도 와 계십니다.”
“가지.”
“알겠습니다.”
거대한 타워가 무려 다섯 개.
저택 뒤에 높이 솟아 있는 첨탑은 위대한 마법의 상징이었다.
그 위용은 전 대륙에 널리 퍼져 있으며, 제국 수도, 해리슨 가문에 있는 마탑과 더불어 대륙 3대 마탑으로 불렸다.
게임에서는 그저 텍스트만으로 표기되었던 카이사르 공국 마탑의 존재.
마누스는 천천히 거대한 건축물을 바라봤다.
건물 자체에서 마나가 스멀스멀 피어나는 느낌.
마나로 만들어진 거대한 나무 같은 형상으로 보였다.
‘대단하군.’
한 걸음을 옮길 때마다 마나가 꿈틀거렸다.
마누스는 그 마나를 받아들이며 안쪽으로 들어갔다.
미토스 아카데미에서 영향을 받았는지, 내부 구조에서 익숙함을 느꼈다.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마법사들이 한 번씩 마누스를 바라봤다.
그들은 잠시 멈춰 서서, 누군지 고민하고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긍지 높은 마법사라도 가문 앞에서는 그저 평범한 회사원일 뿐이었다.
“도련님이 익숙하지 않은가 봅니다.”
“이곳에 온 건 처음인가?”
“예?”
빅스가 되물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뒤통수가 싸해졌다.
마누스는 무표정하게 그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 눈빛이 마치 화났을 때의 라베스를 보는 것 같았다.
그제야 빅스는 카이사르 마누스라는 이름을 제대로 떠올릴 수 있었다.
폭군.
카이사르의 무능한 망나니였던 자.
그가 빛과 같은 속도로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되묻고 말았-.”
“됐고, 내가 묻는 말에만 답하라.”
“아-. 2년 전에 한 번 방문하셨습니다.”
마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담 2년 전, 자신은 이곳에서 무얼 했던가.
걸음을 계속 옮기며 잃어버린 기억의 조각을 찾았다.
“2년 전, 난 뭘 했지?”
“한참 책을 읽으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후론 흥미를 잃고 떠나가셨습니다.”
2년 전에 나는 무얼 했을까.
마누스는 걸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는 무얼 위해 멸시와 조롱을 받으며 이곳에 발을 들였을까.
어렴풋이 짐작 가는 바는 있었다.
마누스 자신도 괴로웠겠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과, 높기만 한 마법의 벽.
‘애정 결핍인가.’
남자와 아주 비슷한 점이 많았다고 생각하며, 거대한 인공 승강기에 올랐다.
아카데미와 아주 똑같이 설계된 것을 보아, 확실히 영향을 많이 받은 모양.
조잘조잘 떠들며 들어온 다른 마법사들이 마누스를 발견하고 입을 다물었다.
승강기 안은 어색하고 무거운 침묵으로 가득 찼다.
눈빛으로 의견을 교환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마누스 아니야?’
‘맞아. 여긴 왜 왔대?’
이런 눈빛들이었다.
정작 마누스 본인은 아무런 관심조차 두지 않았지만.
30층.
마누스와 빅스가 내릴 층계였다.
“여깁니다. 공자님.”
두 사람이 향한 곳은 각종 서적과 지도, 칠판이 늘어져 있는 곳이었다.
작전을 지휘하는 곳 같았는데, 인비데아와 어느 한 마법사가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빅스가 똑똑, 열려 있는 문을 두들겼다.
“실례합니다. 마누스 님을 모셔 왔습니다.”
“부른 적은 없는데-.”
인비데아가 말을 멈추고, 마누스를 바라봤다.
함께 논의하던 이 역시 시선을 마주쳤다.
마누스는 빅스의 어깨를 두들겨 주고는 앞으로 나섰다.
“작전을 같이해야 하는 사람 정도는 봐 둬야지.”
“이건…… 의외로군요. 반갑습니다. 공자님. 에이번이라고 합니다.”
그는 나이가 들어 보이는 마법사였다.
40대?
50대?
이제 탱글탱글한 피부와 작별한 것을 보아, 중년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그대에게 존칭을 사용해야 하는가?”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엄연히 공자님의 신분이 더 높으니까요.”
“그럼 그러지.”
인비데아는 다소 놀란 눈으로 마누스를 바라봤다.
그건 빅스 역시 마찬가지.
아직 마누스의 인식이 바뀌려면 더 노력해야 하는 모양.
“아카데미에서 많이 배웠나 보네. 좋은 일이야. 이리 와.”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공자님, 공녀님.”
인비데아는 빅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종종걸음으로 물러나는 그를 뒤로하고, 작전의 핵심이 되는 세 사람이 뭉쳤다.
인비데아는 움브라들이 가져온 정보를 전달하는 중이었다.
그녀 깔끔하게 정리한 자료를 마누스에게 넘겨주었다.
그곳엔 움브라들의 정보로 작성한 약도와 지도, 유적의 정보가 적혀 있었다.
간단하게 넘기니, 그 내용들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와 박혔다.
“입구 주변만 조사했군. 주변에 위협은 없는 건가?”
“맞아. 움브라들이 안전은 확보해 두었어. 내일 우리가 해야 할 건, 유적을 탐사하고 그 안에 있는 사교도를 박멸하는 거야.”
“유적은 이것 하나뿐인가?”
인비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움브라의 눈은 피해 갈 수 없다.
거기다 카이사르 가문 직속 마법사단이 철저하게 조사했다.
공을 들인 만큼 성과는 충분하다고 판단한 인비데아가 일을 시작한 것.
“우리는 유적에만 집중하면 돼. 알겠지?”
“그렇다면 더 이야기할 건 없겠군. 내일 언제 모이는 거지?”
“동이 트는 시각에 정문 앞으로.”
마누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왔을 때와 같이 갑작스럽게 사라졌다.
그 종잡을 수 없는 행동에, 인비데아는 잠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제멋대로다.
그리고 거침없다.
오히려 그 모습이 그녀의 가슴에서 묘한 이끌림을 만들어 냈다.
일종의 확신이랄까.
“그 옛날, 가주님의 모습이 보이는군요.”
“그런가? 내 눈엔 아직도 철없이 막 행동하는 동생으로 보인다만.”
“허허, 동생을 많이 아끼시나 봅니다.”
인비데아는 피식, 코웃음을 쳤다.
동생을 아낀다?
그저 가문의 중요한 전력이 될지도 모르는 인재를 아끼는 것뿐이다.
마누스는 확실히 믿음직한 카드로 성장하고 있었다.
적절하게 이용한다면, 강력한 세력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매개체가 될 것이다.
그녀는 큰 그림을 그렸다.
‘아버지, 그리고 오라버니와는 다른 길을 걸어 나갈 것이다.’
모두가 강해져, 그 어떤 세력에게도 위협받지 않는 곳.
가문 하나가 능히 천하를 오시할 수 있을까?
그 오래된 물음에, 인비데아는 결과로 답하려 했다.
마침 좋은 제물이 나타났다.
좋은 조력자 역시 나타났다.
티란니스는 홀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했지만, 천만에.
“무릇, 한 손으로는 천하를 움켜쥘 수 없는 법이지. 본인은 다른 손을 만드는 거고.”
“그리 알겠습니다. 그럼, 저도 이만 물러나지요.”
에이번은 로브를 뒤집어쓰고 몸을 돌렸다.
인비데아는 그가 떠나간 후에도 한참을 작전실에 남아 있었다.
지나가는 마법사들이 절로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철저하게 계획하는 모습.
‘이번 일로 오라버니도 생각을 고쳐먹겠지.’
보여 줄 것이다.
자신의 선택과 안목이 틀리지 않았음을.
그렇게, 달이 졌다.
해가 수줍게 얼굴을 붉히는 아침.
“다들 모였나?”
은은한 긴장감이 흘렀다.
힘 있고 굵은, 여전사의 그것과 비슷한 인비데아의 목소리를 시작으로 동이 텄다.
작전 시작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