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60)
제60화
60화 – 거인 사냥꾼
#1
악마.
전설의 마법서, 레메게톤에 기록된 72개의 가문으로 구성된 마계의 주민들.
평화롭게 살고 있는 이들이지만, 그들 깊은 곳엔, 솔로몬에 대한 증오가 남아 있다.
인간.
중간계에 대한 증오는 선조로부터 뿌리내린 근원이었다.
[인가아아아안-!]“그나마 다행인가.”
서열 59위.
이집트의 신, 오시리스와 이름이 비슷한 악마 : 오리아스.
능력은 망자를 일으키는 것과 탁월한 육탄 공격.
‘분명, 훗날 성전 이벤트에서 나오는 녀석이었지.’
그것도 잡몹으로.
오히려 좋았다.
72개의 가문을 한꺼번에 때려잡는 것보다 차근차근 무너뜨리는 쪽이 편하니.
[우어어어어어어-!]신화 속 오시리스와 달리, 게임 속 오리아스는 그저 무식한 새대가리에 지나지 않았다.
쿠웅-!
이곳에는 망자가 없다.
그러니, 본체만 주의하면 될 것이다.
“7분.”
420초라는, 끔찍이도 긴 시간.
마누스는 감각을 날카롭게 세우며 마나를 움직였다.
쿠웅-!
거대한 발이 바닥을 부수며 돌진했다.
어정쩡한 방어 마법으로 적의 위력을 시험하는 것보다, 두 발로 뛰는 것이 훨씬 낫다.
지금 그의 목표는 버티는 것이지 녀석을 죽이는 것이 아니었으니.
오리아스가 주먹을 내지르는 것.
굉음이 터지며 시야가 텁텁하게 막히는 것.
이명이 들리는 것은 동시라고 느껴질 만큼 시간 차가 없었다.
[폴게트라]콰지지직-!
악마의 팔을 타고 전격이 흘렀다.
오리아스는 특유의 강인한 육체를 믿고 아무런 방비도 하지 않았으나, 이는 마법사를 너무 얕본 것이다.
[우어어어어-!]잘게 경련하는 악마 위로, 거대한 물리력이 쏟아졌다.
콰아아앙-!
2클래스지만, 꽤 많은 양의 마나를 때려 박아 후려치는 물리 마법.
[페리오]오금을 얻어맞은 악마의 자세가 일순간 무너졌다.
틈을 놓칠 마누스가 아니었다.
찰나의 순간이라면, 제법 긴 마법도 영창이 가능하다.
두 개의 마법진이 동시에 만들어졌다.
더블 캐스팅.
격렬하게 몸을 움직이는 와중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집중력은, 기예를 낳았다.
[라비오] – [알투스]버프에 버프를 더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유저들의 호기심은 곧 찬란한 결과로 이어졌다.
마누스도 마찬가지.
[더블 스프레드] [콘솔리다티오]굳건하게 지은 성벽은 능히 압도적인 물리력을 막아 낸다.
콰아앙-!
반격으로 흩뿌린 자갈과 돌무더기가 마누스의 전신을 때렸다.
하지만 그는 눈을 가려 시야를 보호하고, 술식을 완성한다.
[콘솔리다티오] 스킬의 또 한 가지 능력.캐스팅 속도 두 배.
거기다, 위력도 두 배.
‘딱 한 번뿐이지만-.’
게임으로 치자면 총 세 턴 동안 사전 준비를 해야 하는, 효율 나쁜 스킬.
버프, 적의 공격을 막아낸 후, 공격.
알투스 외에 다른 방법으로 버프를 거는 것은, 위력을 증폭하는 대신 턴을 잡아먹게 만들었다.
허나, 이곳은 현실이고, 카이사르의 압도적인 재능은 쓸데없는 시간을 소비하게 두지 않았다.
마누스의 머릿속에 적의 정보가 떠올랐다.
오리아스.
약점은 빛 속성.
‘마침, 가장 위력적인 마법도 신성 마법이지.’
샤라라락-.
지식이 마구 담겨 있는 책자가 펼쳐진다.
머릿속에서 빛나는 레시피 하나를 꺼내, 그대로 현실에 구현한다.
[우어어아아아아-!]강력한 일격을 날리기 위해,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그렸다.
계속 견제하며 피하는 그림.
당당히 맞서 싸워, 녀석을 꺾는 그림.
그 밖에도 다양한 가능성들이 마누스의 머릿속을 헤집었다.
[간섭이 시작됩니다.]거슬리는 메시지를 치우고, 최적의 시나리오를 채택해 적에게 맞섰다.
회복된 마나를 다시 마법진에 쑤셔 넣었다.
쿠웅-!
자세를 완전히 회복한 악마가 성벽보다 훨씬 거대한 공성추로 그를 짓이기려 했다.
[파룸] – [담노] [더블 스프레드]울컥-.
비릿한 맛이 목구멍으로부터 올라왔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마나를 가져다 써서 그런지, 날뛰는 마나가 내부를 진탕으로 만들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이만한 위력이 아니면, 저 고위 악마는 꿈쩍도 하지 않을 테니까.
적어도 불편하게는 만들어 놔야,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만큼 저 악마의 피지컬은 무식하고 대단했으니.
‘뼈를 취하고, 살을 내준다.’
그는 한계에 도전했다.
아무리 하늘에 닿을 재능이라 하여도, 개화하는 시기는 저마다 다르다.
그 시기를 앞당기는 것은, 웅크리고 있을 잠재력을 폭발시킬 트리거.
마누스는, 무겁고도 위대한 재능을 짊어지고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가려 하고 있었다.
시간이 느려지고, 적의 공격이 선명히 보였다.
무수히 나뉜 찰나에, 서로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이는 인간과 악마.
[우어어어-!]콰아아앙-!
아찔한 고통과 정신이 끊어질 듯, 몰려오는 격통에 이를 악물었다.
마누스는 어마어마한 물리력이 담긴 주먹에 맞아 나가떨어졌다.
그 여파는 공간의 끝, 벽이 갈라지고 부서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끄으-.”
그 강인하던 마누스도 고통에 신음할 만큼, 오리아스는 강하고 빨랐다.
하지만-, 마지막 일격을 버텨낼 방패를 완성함으로, 승리의 조각들이 모두 맞춰졌다.
[이지스]4클래스의 트리플 캐스팅.
기적 같은 일을 홀로 해냈다.
누군가 보았다면, 실로 마법의 신이 강림했노라고 말했을 기적.
마누스는 온몸이 진탕이 되는 순간에도, 끈을 놓지 않았다.
완성됐다.
4클래스의 마법 두 개로 이뤄진, 회심의 일격이.
[아아-]악마와 대비되는 천사가 어두운 공간에 강림했다.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마누스는 마지막 선분에 마나를 불어 넣었다.
[아돌레오]그것은 위대한 마법사의 탄생을 알리는 제헌이었다.
새하얗게 내려앉은 천사가 빛의 방패를 내세운다.
악마는 다시 한번, 그 경이로운 물리력을 휘둘렀다.
빛과 어둠의 대결처럼 묘사되는 격돌.
검은 피가 비산했다.
역겨운 감촉이 마누스의 전신을 덮쳤다.
후욱-.
‘하이 레스티오’로 인해, 기절할 순간을 간신히 넘겼다.
“후우우-.”
처참했다.
4클래스 마법은 실내에서 쓰기엔 부적합한 것들이 많았으니까.
더군다나 각종 패시브에, 카덴차에, 그 카덴차로 만들어 낸 버프까지 걸고 쓴 마법이었다.
쿠구구구구구-.
“……실수했군.”
유적의 근본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악마, 오리아스는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되어 울부짖는 중이었다.
거짓말 조금 보태, 죽을 것 같았다.
마누스는 잘 움직이지 않는 몸뚱이를 질질 끌어, 오리아스와 멀어졌다.
서로 죽지 않았지만, 서로 공격도 할 수 없는 상황.
거기다 유적지까지 통째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위쪽에 변화는 있겠지.’
충돌의 여파로 건물이 흔들리며 결계도 없어진 모양.
후욱-.
그는 격통을 삼키며 위를 바라봤다.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그것도 아주 많이.
#2
무너지려 하는 유적.
격렬한 마나의 여파.
간헐적으로 들리는 괴성.
모든 것은 제아무리 침착한 인비데아라고 해도, 급한 발걸음을 옮기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대체…… 내가 없는 동안 널 무얼 하고 있었던 거야.’
지상까지 느껴지는 강력한 마나의 파동과 격렬한 전투의 여파.
인비데아는 입술을 꾹 깨물고 부스트 계열 마법까지 쓰며 지하로 내려갔다.
꼭 구하러 와 달라는 말.
그 말이 왜 그렇게 가슴을 깊게 누르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그래도 형제구나.
그래도 가족이구나.
인비데아는 그걸 느끼며 앞으로 나아갔다.
“마누스-!”
“공자님!”
“악마입니다!”
하반신이 날아가, 천천히 마누스 쪽으로 기어가는 거인.
인비데아는 그 모습을 보고 치솟는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다.
감히-.
감히-.
“감히이이이-!”
콰르르르르르-!
분노에 찬 마나가 쏟아져 나왔다.
마누스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거대한 마나의 격류.
감정에 동화되어 거칠게 날뛰는 마나가 순식간에 마법진을 그렸다.
[아르도르 – 쥬덱스]태양의 열을 길게 뽑아 만든 것처럼 강렬하고 뜨거운 불의 광선이 악마의 몸을 지졌다.
누군가의 어렸을 때, 혹은 다소 시간이 많이 남았던 시절.
돋보기로 개미를 지지는 것처럼 잔인하고 끔찍한 마법이었다.
[우어어어어-! 우어어어!]괴성을 내뱉으며 발작하는 악마.
인비데아는 그마저도 듣기 싫어, 목을 지져 버렸다.
이내, 쉰 소리가 울려 퍼졌다.
끔찍하고 잔인한 광경이었지만, 어느 누구도 악마에게 동정심을 가지지 않았다.
“공자님. 공자님, 괜찮으십니까?”
“……그래.”
사실 죽을 것 같았다.
트리플 캐스팅이라는 벽.
4클래스 마법을 연달아 펼친 것.
카이사르가 아니었다면.
보정을 받는 캐릭터가 아니었다면.
그리고 그간 쌓아 왔던 내실이 아니었다면 분명 죽었을 터다.
“앞으로는-.”
아덴이 한달음에 달려와, 마누스의 피범벅이 된 얼굴을 손으로 훑었다.
그녀의 눈에, 그렁그렁 맺힌 것은 분명 눈물방울이었다.
마누스는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암살자가 그렇게 울어도 되나.”
“앞으로는 절대 절 두고 가지 마세요.”
떨리는 눈동자 속에 간절함이 담겨 있는 걸 발견한 그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덴은 죄책감과 안도감, 두려움 등이 섞인 눈동자로 마누스를 바라봤다.
그사이, 쿵쿵거리며 발작하던 악마가 완전히 움직임을 멈췄다.
모두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이번에도 둘째 도련님인 마누스가 대부분의 상황을 해결해 버린 것.
인비데아 역시 마누스에게 한달음에 달려와, 그의 상태를 살폈다.
“괜찮니?”
“그럭저럭.”
“회복 마법 쓸 여력도 없어 보이네.”
아주 조금씩 마나가 회복되고 있었지만, 욕조에 물 한 컵 넣는다고 뭘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
마누스는 통증을 어루만지는 따스한 빛에 몸을 맡겼다.
격렬하게 분비되었던 아드레날린이 사그라들며 시달리던 격통이 가라앉았다.
“공녀님. 유적이 무너지려 하고 있습니다.”
“기사단은 악마의 사체를 챙겨라. 서둘러 이곳을 빠져나간다.”
“예-!”
수습은 빠르게 이뤄졌다.
마누스는 비척비척 일어나, 두 여인을 바라봤다.
하나같이 걱정을 듬뿍 담고 있었는데, 아덴은 그렇다 쳐도 인비데아까지 이런 눈빛을 보낼 줄은 몰랐다.
가문 내에 있는 형제자매들은 믿을 수 없고, 서로 견제하는 줄만 알았는데.
막상 실전을 겪으니 그것도 아닌 모양.
“다시는 무모한 짓 하지 마. 알겠어?”
“노력하지.”
“그래도 이번엔…… 네 공이 커.”
당연한 말이었다.
조금만 더 늦었다면, 저 큰 악마가 약자들을 노리고 날뛰었을 테니.
무분별하게 날뛰는 걸 상대하는 것보다, 이렇게 가둬 놓고 패는 것이 훨씬 효율적임은 두말할 여지가 없지.
그 결단력.
상황을 판단하는 지혜.
뛰어난 마법 실력까지.
‘허허 이것 참, 가문에서 또 별이 등장했구나.’
세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던 에이번이 짙은 웃음을 지었다.
카이사르 마누스.
가문의 힘이 더욱 거대해지고 있다는 방증이자, 카이사르 가문의 핏줄을 진하게 이어받은 자의 등장.
카이사르라는 핏줄과 그 재능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했다.
몸이 떨리고 털이 쭈뼛쭈뼛 설 정도의 마나 폭풍.
사체가 되어 있는 악마는 웬만한 몬스터보다 강력한 잔재가 느껴졌다.
그런 악마를 홀로 맞서 싸워, 미숙하게나마 승리까지 거뒀다.
‘아쉽구먼, 아쉬워.’
그 전투 장면을 직접 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처절하면서도 숭고한 결투를 보았다면, 인생에 다시없을 경험을 눈에 담았을 것이다.
“카이사르의 앞날에 찬란한 영광이 있기를-.”
에이번의 말대로, 그곳은 정말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저들이 앞으로 가문을 영광으로 이끌겠지.
더불어-.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했던가. 잡것들이 설치는구나.”
조금씩 돌아가는 세계의 삐걱거림이 느껴졌다.
신이시여, 당신은 무슨 계획으로 세계를 어지럽게 하나이까.
에이번은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게 진심을 담아 물었다.
유적은 고요했고, 임무는 무사히 완수했다.
[서브 퀘스트 완료] [보상이 지급됩니다.]그리고 가장 기다리던 순간이 도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