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61)
제61화
61화 – 이제야 준비가 되었다
#1
아주 좋은 날씨였다.
자신의 누이, 인비데아가 써 주는 회복 마법은 그야말로 최고의 효과를 지녔다.
마누스는 유적지를 나오는 길에 보상을 확인했다.
서브 퀘스트가 맞나 싶을 정도로 엄청난 난도였지만-.
그만큼 엄청난 보상을 받았다.
메인 보상보다 오히려 이쪽의 보상이 더 좋을 정도.
“음-.”
“아직 몸이 안 좋습니까?”
“아니, 신경 쓰지 말도록.”
이 현실이, 무미건조한 삶이 아니라는 걸 알려 주는 메시지 창.
가장 기대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경황이 없어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귀환하는 길에 누구도 그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서브 퀘스트 완료!] [악마 처치 기여도 : 95%] [59위 격파] [히든 피스 : 나그네 달성]주르륵 나열되는 행동의 결과.
마누스는 눈을 굴려 본론으로 넘어갔다.
이런 건 지면만 차지할 뿐, 도움 되는 일은 아니니까.
[보상 : 마석 결정 L 10개] [스킬 슬롯 +1] [히든 피스 발견 보상 : 10년 이하 스킬 쿠폰 1개] [기여도 보상 : 10년 이하, 플레이어블 캐릭터 제외 스킬 쿠폰 1개]‘미쳤는데.’
당장 익힐 수 있는 스킬이 두 개.
10년 이하의 스킬이라지만, 그게 어딘가.
내실을 탄탄하게 다질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 것이다.
그리고 한 번에 스킬 세 개를 돌릴 수 있는 보상도 주어졌다.
만신창이가 되어 가면서까지 악마를 잡아낸 보람이 있지 않은가.
절로 미소가 피어났다.
품이 두둑해지는 것이, 마석 결정이 들어온 모양.
문득, 왜 자신에게 이런 호의를 내려 주는지도 궁금해졌다.
이 이야기의 끝엔, 과연 뭐가 기다리고 있을까.
지금은 고민할 필요 없겠지.
‘뭐가 됐든, 난 이 세계가 좋다.’
이룰 수 없던 것을 이뤄 내는 쾌감.
검과 마법, 방패로 이뤄진 세상.
낭만과 로망이었던 세계에서 영향력을 미치는 것까지.
여기서 만든 인연들은 순수하고 굳건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세계이기에 가능하겠지만, 오히려 그래서 좋았다.
추잡하고 더러운 현실보단, 아름답고 순수한 가상이 낫다.
물론, 이곳도 그렇게 깨끗한 세상은 아니겠지만.
“몸은 괜찮느냐.”
“덕분에.”
“큰 수확이다. 저렇게 생생한 악마의 사체라니. 좋은 아티팩트를 만들 수 있겠어.”
그래, 그게 있었지.
악마의 몸뚱이는 몬스터 이상으로 희귀하고 효율 좋은 재료였다.
특히 마법 무구를 만들 때 핵심 재료로 들어가기도 하지.
평화로운 시기에 악마의 사체를 구할 수 있었겠는가.
아마 긴 연구와 실험을 거친 후에 제작에 들어갈 것이다.
그쪽 분야는 마누스도 아는 바가 별로 없으니,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내 몫도 있나?”
“그걸 말이라고-. 저런 네가 잡은 거잖아. 그러니 우선권도 네게 있지.”
“다행이로군. 만들어 보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마누스는 앞으로의 계획을 그려 봤다.
뛰어난 파티원, 정말 엄청난 재능을 가진 이들이 많지만 그 모든 것이 어그러질 때를 대비해야 한다.
이미 나비는 춤을 췄고, 거대한 태풍이 만들어지고 있을 터다.
‘힘이 생겨서 나쁠 건 하나도 없지.’
예나 지금이나 힘 있고 권력 있는 자가 살아가기 편한 법.
마누스는 자그마한 공동체에서도 그걸 뼈저리게 느껴 왔다.
힘.
그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원초적으로 필요한 요소였다.
‘검색.’
생각을 정리한 마누스는 곧바로 쿠폰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런 건 아끼면 똥 된다.
어차피 기회는 많았고, 강해질 시기도 충분하다.
그러니 주저 없이 사용해야지.
[원하시는 스킬을 검색해 주세요.]‘10년 이내, 파수꾼의 패시브.’
[검색 결과 : 257건] [목록] [탑의 의지 : 8년] [모르스의 은총 : 9년]…….
주르륵 나열되는 스킬.
게임 밸런스상, 플레이어가 익힐 수 있는 스킬보다 훨씬 효율이 좋은 적들의 스킬.
생각이란 걸 할 수 있는 플레이어와 다르게 정해진 패턴을 구사하는 AI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누군가는 생각했다.
[진짜 보스 스킬 하나만 있어도 솔플 쌉가능인데;;>많은 이들이 동감한 내용이기도 하지.
마누스 본인도 고개를 끄덕였을 정도로 맞는 말이었다.
많은 이들이 모드를 통해, 또 치트를 통해 시도했던 것.
‘그걸 지금 내가 할 수 있단 말이지.’
피식, 헛웃음이 흘러나올 정도로 부조리했다.
몬스터와 탑에 있는 데몬들에게 말이지.
마누스는 신중하게 스킬을 골랐다.
‘이게 좋겠군.’
이번에 악마와 전투하며 느낀 것이 있다.
마나의 부족함, 그리고 유리 대포.
그걸 극복해야, 앞으로 홀로 전투하게 되었을 때 한계를 극복할 수 있으리라.
[철벽 태세 : 9년] [나의 아이야. 지구라트를 지키거라. 그 어떤 적이 오더라도 너희들의 보금자리를 지키거라.] [네 몸은 철벽과도 같으니, 그 어떤 침입자라도 네 몸을 뚫을 순 없으리라.] [모든 대미지 -15%] [모든 부정적인 효과 감소 20%] [신체 강화]역시 심플하지만, 강력한 스킬.
마누스는 바로 쿠폰을 사용했다.
꾸드득-.
몸이 변하는 것이 실시간으로 느껴진다.
근육이 부풀어 오르고, 감각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급격하게 운동을 한 것처럼 근육통이 내달렸다.
말이 흔들릴 때마다 온몸이 뻐근했지만, 티를 낼 수조차 없었다.
‘집에 돌아가서 할 걸 그랬나.’
약간의 후회는 덤.
그는 뻔뻔하게 나가기로 했다.
옆에서 말을 타고 가는 인비데아에게 회복 마법을 한 번 더 부탁한 것.
“그건 출발하기 전에 말했어야지.”
그녀는 핀잔을 주긴 했지만, 순순히 회복 마법을 걸어 주었다.
한결 나아진 기분으로 다음 스킬을 찾았다.
마나가 부족하다면 언젠가는 익혀야지 했던 스킬.
‘마나의 축복 검색.’
[검색 결과 : 1건] [마나의 축복 : 6년]‘배운다.’
[마나의 축복] [마나는 모든 것을 이루는 근간.] [대륙을 이루는 것 역시 마나. 모든 축복은 곧 마나로부터 이뤄질 것이다.] [존재여, 운명을 거스르지 말지어다.] [최대 마나 +15%] [마나 회복량 +10%] [모든 스킬 마나 소비량 -10%]쿠폰을 써서 바로 배우자, 충만한 기운이 온몸으로 퍼졌다.
최대 마나양이 늘어나고 자연으로부터 빨아들이는 속도가 빨라졌다.
[하이 레스티오]로 늘어나는 회복량 역시 덩달아 증가했다.순식간에 차오르는 기분은, 음식을 먹지 않아도 계속해서 배부른 느낌이었다.
만족스럽게 스킬을 배웠다.
내실이 더욱 탄탄해졌으며, 강력한 마법 포대로서의 기반을 마련했다.
‘다음은 돌릴 스킬인데-.’
이건 뭘 돌려놔야 잘 돌렸다고 생각할까.
그의 고민이 깊어졌다.
마누스가 깊이 고민하는 사이, 아덴은 그를 면밀히 살폈다.
인비데아와 에이번, 다른 이들 역시 마누스의 얼굴을 흘끔흘끔 쳐다봤다.
무얼 생각하고 있을까.
천재 도련님은 어떤 고민에 잠겨 있을까.
“이게 좋겠군.”
그가 중얼거리자 그 궁금증은 더욱 커져만 갔다.
#2
가문으로 돌아온 이들은 열렬한 환호 속에 귀환했다.
거대한 악마의 사체는 그 무엇보다 귀한 전리품이었고, 사막에 잠자고 있던 위협을 처리한 건 위대한 업적이었다.
만 하루도 안 되어서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온 가문의 일원.
라베스는 중요한 업무를 제쳐 두고 몸소 그들을 마중했다.
그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모두 고생했다.”
그의 옆에는 카이사르의 안주인, 베니니타스 역시 서 있었다.
그녀는 오늘도 세련된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현대의 시선을 가지고 있는 마누스가 보더라도 정말 세련된 디자인이었다.
인비데아가 대표로 나와, 간략하게 보고했다.
악마를 잡았다는 것.
그리고 디레 교단을 처리했다는 것.
“애석하게도 유적지는 무너졌습니다.”
“그건 좀 아쉽군.”
“조사대를 꾸려 나머지를 조사할까요?”
라베스는 고개를 저었다.
거기까지만 하면 되었다.
이들이 할 일은 충분히 해 주었다.
라베스는 이후의 계획을 간략하게 밝혔다.
“너희들이 해야 할 일은 끝났다. 고작 그런 일에 카이사르의 인력을 낭비할 필요 없지.”
“알겠습니다. 가주님.”
“그래, 인비데아. 이번에 마누스는 어떤 활약을 펼쳤지?”
라베스가 궁금한 것은 바로 그것.
뒤에서 구경만 한 조연이었는지, 직접 나서 임무를 멋지게 해결한 주연이었는지.
인비데아, 에이번.
쟁쟁한 두 마법사 사이에서 마누스가 어땠는지 궁금했다.
그녀는 마누스를 흘끗 쳐다보고는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라베스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그 궁금증이 더욱 치솟았다.
애매한 활약이었을까?
가문의 이름에 먹칠했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아주 잠시의 기다림이었지만, 기다란 심지에 불이 붙은 것처럼 길게 느껴졌다.
이윽고 인비데아의 입이 열렸다.
“악마를 잡은 건 마누습니다. 토벌의 전부를 그가 했죠.”
“거짓말-.”
반항기가 담긴 목소리가 옆에서 들렸다.
그곳엔 흉흉한 분위기를 풍기는 티란니스가 서 있었다.
인비데아는 그의 표정을 보고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약 오르지?
너는 하지 못한 것을, 나는 해냈으니까.
네가 시기하고 질투하던 것을 난 받아들였으니까.
그건 우월감의 표출이었다.
“아니, 그는 자신의 능력과 가능성, 재능을 입증했습니다. 아무도 뚫지 못하는 결계를 홀로 뚫고 들어가, 이 거대한 악마와 싸워 이겼죠.”
“거짓말! 네가 그랬다고? 카이사르 마누스! 네가 말이냐!”
“오라버니. 가주님의 앞입니다. 정신 차리세요.”
라베스는 티란니스를 바라봤다.
그리고 물었다.
“왜 마누스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나도 제대로 다룰 줄 모르던 애송이가 저런 악마를 쓰러뜨렸단 말씀입니까? 아버지, 아니 가주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저 녀석은 한 달 전만 해도 1클래스 마법도 제대로 다루지 못했던 놈입니다.”
“그래서 불가능하다?”
“마법이란 건,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밖에선 어땠을지 몰라도 가문의 모든 이가 알고 있었을 겁니다. 그는 진짜 마법사가 아니었다는 걸.”
티란니스는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동자로 마누스를 바라봤다.
저 차갑게 가라앉은 눈동자.
넘실거리는 마나.
저 모든 것들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마누스는 피식 웃었다.
그래,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건 맞지.
현실에서도 한 달 남짓한 시간에 사람이 변할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이곳은 그가 살던 현실이 아니다.
“왜 기적이 저에겐 일어나지 않을 거라 보십니까.”
“-뭐?”
덤덤했지만, 힘이 있었다.
티란니스는 순간적으로 당돌했던 그 옛날의 마누스를 떠올렸다.
자신의 재능을 굳게 믿고, 명랑하게 빛났던 그 시절의 동생을.
“기적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법이죠.”
그가 손을 올려, 마법진을 그렸다.
막대한 양의 마나를 필요로 하는, 4클래스의 마법진이었다.
어렵지 않게 마법진을 구축한 것을 본 모두가 작은 감탄을 흘렸다.
티란니스가 이를 악물었다.
이렇게 재능이 넘쳤다면, 왜 그때는 재능을 발휘하지 않았는가.
아직도 그에겐, 끔찍한 기억이었다.
빠지지직-.
“그때의 일이라면, 만회할 준비는 되었습니다.”
“저건-.”
마누스의 다른 한쪽 손에도 마법진이 피어났다.
똑같은 4클래스.
다른 마법.
4클래스 더블 캐스팅이라는, 그 압도적인 재능이 보였다.
“……내가 너를 믿어야 하는 이유가 있느냐.”
“형이 동생의 잘못을 감싸지 않는다면, 누가 가족이라고 부르겠습니까.”
그리고 또 하나.
그의 머리 위에 떠오르는 하나의 마법진에, 모두가 경악했다.
악마를 물리친 비결.
무서운 속도로 자라나는 재능.
그 모든 것이, 세 번째 마법진을 통해 증명되었으니.
마누스는 단단한 어투로 말했다.
올곧은 눈으로 티란니스를 바라봤다.
“저는 준비가 되었습니다.”
트리플 캐스팅.
저 나이에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일을, 지금 가문의 망나니였던 마누스가 해내고 말았다.
자신도 모르는 과오.
업보를 쌓아 갔던 지난날을 깨끗하게 만들 준비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