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62)
제62화
62화 – 위대한 마법사가 되렴
#1
그것은 충격이었다.
어지간한 재능은 이름도 못 내밀 정도의 카이사르에서, 모두를 놀랠 재능이 탄생했다.
초인이 아닌, 인간의 수준에서 끝이라고 하는 4클래스 마법.
단순한 4클래스 마법은 조금의 재능만 있으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경지다.
하지만, 그걸 더블 캐스팅으로 펼치는 건 또 다른 이야기.
생각을 좌우로 쪼개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어렵다는 더블 캐스팅.
복잡한 마법진을 다르게 그려야 하는 건, 타고난 이들 외엔 불가능한 기예였다.
‘그런데 셋이라고?’
한 번에 세 개.
그건 또 다른 이야기다.
역사상 트리플 캐스팅을 사용한 마법사는 손에 꼽았다.
영롱하게 빛나는 세 개의 마법진.
티란니스는 그걸 바라보며, 멍하니 중얼거렸다.
“진짜…… 트리플이라고?”
“이 정도면 준비는 충분하겠지요.”
“하! 왜…….”
그가 부들부들 떨었다.
어째서-.
어째서 저런 놈한테!
이를 간 그가 씹어뱉듯 말했다.
“그래, 인정하지. 언제고 가문에 꼭 도움이 되길 바란다.”
“그럴 예정입니다.”
티란니스는 이후, 무례를 용서해 달라는 말과 함께 사라졌다.
인비데아도, 라베스도, 베니니타스도 놀랐다.
아니, 전 가문의 사람들이 놀랐다.
카이사르의 가주는 생각했다.
어쩌면, 당대 최고의 마법사는 티란니스도, 인비데아도 아닌 마누스가 될지도 모른다고.
과연 그가 권력에서 멀어질 수 있을까?
“무리하지 말거라. 이제 카이사르에서 널 무시하는 자는 없을 테니.”
“감사합니다.”
“자식들이 잘 큰다는 건, 아비로서 더없이 기쁜 일이지. 하지만 잊지 말거라. 자만은 언제나 자신을 좀먹는 기생충이 될 테니.”
모두가 공감하는 말이었다.
자만심은 언제나 사람을 좀먹고 크는 법.
그 자만심은 성장을 저해한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길을 막고 하늘을 손으로 가리는 격이지.
라베스는 오늘 하루, 성대한 만찬을 준비하겠노라 말했다.
악마의 사체를 마탑으로 가져갔고, 남은 이들은 여독을 풀었다.
카이사르에 있는 의료진들이 모두 마누스에게 들러붙었다.
“몸은 괜찮으십니까?”
“잠시 살펴볼 테니, 모두 나가 주십시오.”
의료진이 모두를 물렸지만, 아덴은 안절부절못하는 상태로 우두커니 서 있었다.
누군가 그녀에게 다가가 다시 말하려 할 때, 마누스가 입을 열었다.
“내 호위다. 놔두도록.”
“아, 알겠습니다.”
마누스의 말은 천금과도 같은 위력을 지니게 되었다.
망나니였던 그의 과거, 압도적인 재능, 악마를 잡은 실력까지.
가문 내에서 그를 무시하는 이는, 곧 카이사르 자체를 무시한다는 것과 같았다.
의료진들은 고개를 숙일 뿐, 감히 말대꾸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가문 내에서도 꽤 영향력 있는 이들이라고 해 봤자지.
아덴의 얼굴에 밝은 미소가 어렸다.
#2
저녁.
마누스는 한가롭게 책을 읽고 있었다.
마탑에서 5클래스 마법에 대한 서적을 빌려 와, 차근차근 머릿속에 지식을 입력하는 와중.
[호잉-!]일부러 방 안에 두고 있었던 솜뭉치, 아니 알비온이 다가왔다.
괜스레 신경을 못 써 준 것 같아, 쓴웃음이 흘러나왔다.
귀여운 솜뭉치가 볼에 몸을 비비적거렸다.
마누스는 녀석에게 마석 결정 다섯 개를 내밀었다.
“이거 먹고 흡수하렴.”
[호잉!]솜뭉치의 입이 와앙- 하고 벌어졌다.
마석 다섯 개를 한꺼번에 삼킨 알비온이 침대로 뽈뽈 날아갔다.
본능적으로 보금자리를 찾아 들어간 것인지, 몸을 웅크리고 마나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이거면 레벨이 꽤 오르겠지.
마누스는 귀여운 솜뭉치에게 눈길을 준 다음, 다시 책으로 눈길을 돌리려 했다.
들려오는 노크 소리만 없었다면.
“있니?”
인비데아의 목소리였다.
마누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맞이했다.
문 너머에는 편한 복장을 한 누이가 보였다.
부드러운 눈에 안정된 분위기.
인비데아는 그에게 정중한 말투로 얘기할 것을 권했다.
거절할 것도 없어, 마누스는 그녀를 안쪽으로 들였다.
“무슨 일?”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 이야기하려 왔어.”
“무모했다면 사과하지.”
그녀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카이사르가 자신의 힘을 믿고 일을 해결한 건 당연한 일이다.
이미 해결된 일로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었다.
“사과할 필요 없어. 오히려 자랑스럽지. 카이사르의 이름을 드높였으니.”
“그렇담 다행이군.”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러 왔어.”
고고한 그녀가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다니.
다소 놀라운 말이었다.
하인을 시켜 다과를 내오라 했는지, 곧 먹음직한 쿠키와 차가 도착했다.
그녀는 잠시 창문을 바라보며 생각을 정리하는 듯싶었다.
깜빡이는 눈꺼풀에 달려 있는 속눈썹이 바르르 떨렸다.
마누스는 향긋한 민트 향이 나는 찻잔을 들었다.
‘제법 맛있는데.’
“처음엔 나도 이해하지 못했어. 솔직히 죽는 줄 알았단다.”
“사실 나도 반쯤은 도박 수였지.”
그녀가 어이없다는 듯, 입을 조그맣게 벌리고 마누스를 바라봤다.
정신 차리기 전에도 무모한 성격은 알아줘야 했지.
그런 성격은 변하지 않았다는 설 새삼 느꼈다.
“뭐…… 어쨌든 티란니스 오라버니에게도 인정받은 것 같아 다행이야. 본론은 이게 아닌데-.”
“오늘은 시간이 많으니, 천천히 얘기해도 돼.”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마누스의 말대로 시간은 많았으니, 느긋하게 이야기할 생각이었다.
인비데아는 마누스가 부러웠다.
그녀는 가지지 못한 것들을 마누스는 하나씩 가져가고 있었으니.
젊음.
좋은 호위.
뒤늦게 개화했지만, 압도적인 재능까지.
“내가 살아생전, 너를 부러워할 날이 올까 싶었는데, 오늘이 바로 그날이구나.”
그녀는 은은한 미소를 건 채 대화를 이어 나갔다.
“새로운 자극이야. 오히려 방향이 정해졌달까. 그래서 말인데-.”
“혹시 날 정치에 끼워 넣을 생각이라면 사양하지.”
“그런 게 아니야. 널 제대로 후원하고 싶어서 온 거지.”
이건 또 무슨 이야기지?
이건 자칫 잘못하다간 깊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발언이었다.
누가 누굴 후원한다니.
마누스는 가문의 직계다.
함부로 밀어주겠다는 이야기를 꺼낸다는 건, 그녀도 심경의 변화가 있었다는 거겠지.
마누스는 그 이유를 물었다.
“위험한 건 알고 있나?”
“위험? 내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놈들은 내가 찍어 누르면 돼.”
“뭐, 그렇다 치자. 그런데 난 딱히 후원받을 필요 없다는 거, 알고 있겠지?”
후후-.
인비데아는 소리 내어 웃었다.
괜한 자존심을 부리는 걸까.
방금 그 멘트로 인해, 아직 마누스가 세상을 제대로 겪어 보지 않았다는 걸 느꼈다.
이 세상은 험난하다.
누군가의 푸시를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른다.
아카데미 2학년생.
아직 세상을 알기엔 너무도 이른 나이였다.
“난 네게 많은 걸 줄 수 있어. 네가 어려서 잘 모를지도 모르지만-.”
“그래. 뒷배를 얻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좋아.”
마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인비데아는 자신이 어리다고 생각하겠지?
미안하지만, 마누스 본인도 세상의 쓴맛 똥맛 단맛을 모두 느껴 본 인간이었다.
학연, 혈연.
지연은 잘 몰라도 나머지 두 개는 인생에 지대한 영향이 있음을 안다.
카이사르의 장녀.
현대로 치자면 삼성 그룹의 장녀쯤 되려나?
“훗, 잘 생각했어. 난 카이사르를 내 것으로 만들 거야. 널 이 위대한 가문의 가장 강력하고 고귀한 마법사로 만들어 줄게.”
그녀가 환하게 웃었다.
처음 봤을 때와 달리, 많이 부드러워졌다.
그리고 심경에 변화가 있었는지 살갑게 대하는 모습도 보였다.
마누스를 통해 무엇을 느낀 것일까.
그가 머리를 긁적였다.
홀로 있을 땐, 이따금 전생의 행동이 튀어나오곤 한다.
“점점 복잡해지네.”
인비데아가 문을 닫고 나간 순간-.
그 앞에 기묘한 메시지가 생성됐다.
[간섭을 확인했습니다.] [세계의 방향이 크게 변화합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갑자기?’
수많은 간섭 중 하나가 결실을 보았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
모든 것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되는 메시지.
그래.
자신이 없는 곳에서도 세계는 흘러간다.
그 모든 것을 자신의 입맛대로 바꿀 순 없겠지.
그러나, 그 세상에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들을 바꿀 수 있다면.
‘아카데미뿐만이 아니었어.’
[보상 : 모든 스킬 습득 시간 20% 감소] [한 번이라도 간섭했던 대상이 지닌 스킬 습득 시간 50% 감소]“이야…….”
웬만해선 감탄사를 내뱉지 않는데, 이번엔 달랐다.
이런 혜자 보상이라니.
이런 기세로 간다면, 100년이 넘는 스킬도 뚝딱뚝딱 배울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뿌듯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는 다시 책을 읽었다.
클래스 마법을 스킬로 후다닥 배울 생각은 아직 없었다.
‘오랜만에 제대로 공부하는 학문인데, 소소한 재미를 빼앗길 순 없지.’
지식의 탐닉은 이젠 그에게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으며, 이 세계에 적응하는 매개체이기도 했다.
굳이 클래스 마법을 익히지 않는 건, 나름대로의 보람을 찾기 위함이었다.
밤은 깊어졌다.
문득 아카데미에 있는 친구들은 무얼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러고 보니, 이제 슬슬 탑이 활동을 시작할 시기였나.
날짜를 확인한 그가 책을 덮고 일어나, 창밖을 확인했다.
“해야 할 일이 또 늘었군.”
의미 모를 중얼거림이 밤바람을 타고 흐른다.
이미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앞으로 더 많은 것이 변하겠지.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는 자들은 결국 도태되기 마련이다.
자신도 살아남기 위해, 꾸준히 나아가야 할 터다.
‘생각보다 빨리 끝나서 다행인가.’
어느새 자정이 되어, 세상이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마치 카이사르의 시간이 멈춘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이곳은 침식이 일어나지 않아, 오랜만에 평화로운 밤을 만끽했다.
하지만 그는 모르고 있었다.
이곳에서도 어김없이 숨겨진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그가 없는 공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는 알지 못했다.
#3
“-으음.”
인비데아는 침대에 누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잠에 들었다.
오늘따라 생각이 많았다.
마누스.
카이사르.
다른 가족들과 그녀가 그리는 미래.
그런 것들이 복잡하게 얽혀 잠을 설쳤다.
끙끙거리길 한참.
그녀의 표정이 풀어지며 수마에 몸을 맡겼다.
그와 동시에, 세상이 암녹색으로 변했다.
“…….”
카이사르의 보안은 완벽하고, 감히 이곳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는 자는 없다.
그래서 더욱 곤히 잠들었는지도 모른다.
허나 그녀는 몰랐다.
지금 그녀를 지켜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며, 구름도, 바람도, 시간도 흐르지 않는다는 걸.
평생 몰랐을 터다.
하지만, 그녀를 감싸고 있던 뒤틀림은 금방 없어졌다.
새근새근, 고른 숨소리를 내며 잠자고 있는 여인의 주변은 원래대로 돌아왔다.
세계의 흐름은 기울었다.
그 선 위에 있는 사람들의 운명 역시.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