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66)
제66화
66화 – DLC가 너무 혜자다
#1
보스.
어떠한 조직의 우두머리, 혹은 실력자, 상사, 지배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단어.
현대에 와서, 이 ‘보스’라는 단어는 많은 의미를 내포하는 단어로 사용된다.
이 보스라는 단어가 가장 널리, 그리고 대중적으로 쓰이는 매체는 단연 게임일 터다.
마누스는 이 게임의 수많은 보스들을 꿰고 있었다.
데이터마이닝으로 알아낸 패턴, AI, 스킬.
어떤 패턴을 사용하고, 파훼법은 무엇인지까지.
‘그런데 지금은 도통 모르겠단 말이지.’
밤이 되었다.
마누스는 아덴과 함께 교정을 거니는 중이었다.
그의 발 앞에는 희미한 선이 길을 안내해 주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 이 마법도 피어슨에게 알려 주긴 해야 할 거다.
아니면 이미 본능적으로 터득하려 할 수도 있겠지.
계기만 던져 준다면, 피어슨은 홀로 충분히 둑스 마법을 익히겠지.
“이쪽으로 가면 뭐가 나올까요?”
“아마.”
“공자님은 항상 확신에 차서 움직이시네요.”
발걸음 소리조차 죽이며 걷고 있는 아덴.
그녀가 한 발자국 앞서 걷지 않았다면, 유령과 대화하는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아덴은 신기한 듯, 달빛을 받아 빛나는 눈빛으로 마누스를 바라봤다.
그는 항상 앞서 움직이고, 정확하게 움직인다.
마치 미래를 알고 있는 것처럼.
아덴은 그런 마누스에게 무한한 믿음이 생겨났다.
“진짜 미래를 볼 수 있으면 좋겠어.”
“후후, 그런 사람은 신이라고 불리겠지요. 인간이 어찌 그러겠습니까.”
아덴이 뒤를 돌아보며 미소 지었다.
이 세상에 완벽한 인간은 없다.
마스터인 자신조차 일개 학생에게 패배했다.
지금에서야 일개 학생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지만, 그때는 그랬으니까.
마누스 역시 완벽하게 모든 것을 대처할 순 없다.
그 빈틈을 메우기 위해 자신이 이 자리에 있는 거 아닌가.
“공자님은 저만 믿으시지요. 어떠한 변수가 발생하든, 제가 지켜 드리겠습니다.”
“-고맙군.”
아덴의 눈동자는 결연했다.
마누스는 그녀가 보내는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 항상 약속을 상기했다.
그녀는 이제 원하지 않는 전투에서 빠지게 될 것이다.
설령, 그것이 마누스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는 일이라고 해도.
그럴 리는 없겠지만, 진짜 중요한 길목에서 그런 일이 발생한다고 하면 마누스는 주저 없이 그녀를 보내 주리라.
마음을 다잡고 앞으로 나아가길 한참.
“여긴…….”
“왜 이쪽으로 돌아왔는지 모르겠군.”
아직 드문드문 불이 켜진 곳.
게임의 주 무대가 되는 본관과 달리, 스토리에선 그저 저장 공간으로나 쓰였던 곳.
거대한 기숙사의 건물 안쪽으로 [둑스] 마법의 희미한 빛이 이어졌다.
마누스는 품에 넣어 두고 다니던 회중시계를 바라봤다.
이제 곧 12시.
왠지 둑스 마법이 이 시간까지 빙빙 돌려 댔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데몬이라는 것들이, 기숙사에 침입한 것이 아닐까요?”
“끌고 나올 수 있겠지.”
이면 세계에서 일어난 일들은 웬만해선 티가 나지 않는다.
허나 같은 공간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면, 흔적이 원래 세계에도 남는다는 것이 설정.
물론, 탑은 제외였고, 거긴 완벽하게 독립적인 공간으로 취급된다.
게임 속 세상이니, 자세한 원리까지는 몰랐다.
어쨌든, 기숙사 내부에서 날뛰면 좋지 않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물론 이사장에게 말하면 금방 처리될 테지만…….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욘 없었다.
“제가 잠입해서 유인해 볼까요?”
“그것도 좋은 방법이로군.”
“공자님은 전투준비를 끝내 주시길.”
그녀가 생긋 웃고 스르륵,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마누스는 마법을 점검하며 이면 세계를 바라봤다.
오직 붉은 달빛만이 세상을 비추는 공간.
이 세계의 기원은 무엇일까.
‘차차 알아갈 수 있겠지.’
마누스는 생각을 정리하고 전투준비를 마쳤다.
둑스 마법은 여전히 기숙사 안쪽을 가리켰다.
마누스는 알비온을 어깨에 올리고 차분히 기다렸다.
‘이번에도 보스가 나올까.’
[DLC 스토리가 시작되었습니다.] [자신만의 운명을 개척하세요.] [S3 – 앞당겨진 재앙] [보상 : 모든 스킬 습득 시간 – 5% / 사역마 경험치 부스트]보상이 제법인데?
5%는 큰 그림을 위한 보상이겠지.
그리고 사역마 경험치 부스트.
이것 역시 제법 큰 보상이었다.
“DLC가 혜자긴 혜자야. 그렇지?”
[호잉-!]솜뭉치가 폴짝폴짝 뛰며 긍정했다.
무어라 말하는지는 알고 있는 걸까?
평소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그의 입가에 은은한 미소가 피어났다.
뭇 사람들이 본다면, 절로 얼굴을 붉힐 정도로 푸근한, 아빠 미소였다.
확실히 알비온의 존재감은 마누스의 날카롭고 단단하던 이미지를 많이 희석시켰다.
신수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이 작은 생명체는, 마누스에게 애교를 부리며 놀아 달라고 보챘다.
옛날, 강아지 한 마리도 못 키웠던 여건이 생각났다.
‘지금이라도 잘 키워 주마.’
사무치게 외로워, 반려견이라도 키워 볼까 했었다.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정보를 확인하던 중, 자신 같은 사람은 절대 반려견을 키워선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지.
지금은 다르다.
사역마는 마나라는 영양분만 있으면 따로 밥을 챙겨 줄 필요도, 산책을 시켜 줄 필요도 없다.
배변 훈련을 할 필요도 없고, 어딜 데려간다고 해서 제재를 받는 것도 아니다.
말 그대로 반려(伴侶).
평생을 단짝으로 살아갈 수 있는 존재였다.
“마법은…… 대충 버프 마법이랑 치유 마법인가.”
[호잉!]1클래스 수준이지만, 미약하게나마 도움이 될 거다.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상태 창 같은 건 없었지만, 머릿속에 상태 창처럼 떠오르는 정보는 있다고나 할까.
손에 올려 두고 조금 놀고 있자, 기숙사 안에서 급격하게 움직임이 느껴졌다.
아마 아덴이 표적을 발견하고 움직인 거겠지.
다른 이들은 탑에 들어갔고, 자신은 홀로 이상 현상을 조사하는 중.
‘어디, 얼마나 성장했는지 시험해 볼까.’
항상 ‘DLC’ 스토리에선 새로운 진실이 드러나거나, 전혀 모르는 사건이 하나씩 진행되었다.
이번에도 똑같겠지.
본편 스토리에선 풀어내지 못했던 것들을 풀어낼 것이다.
언제든지 마법을 펼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쳤다.
곧, 섬뜩한 마나가 느껴졌다.
콰앙-!
요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날렵하게 등장한 아덴.
“공자님. 꽤 덩치가 큰 녀석들이네요. 적은 둘입니다.”
마치 영화에서 나오는 여성 영웅들이 할 법한 착지자세로 안착한 아덴.
쿠웅-.
곧이어, 정문으로 나오는 가면이 보였다.
마누스는 기숙사 안쪽에서 등장한 가면의 정체를 인식하곤, 입가를 비틀었다.
다시 보스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
보스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들어가는 곳은 게임.
보스는 게이머에게, 정말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
“골치 아프군.”
“어떻게 할까요?”
다양한 경험, 다양한 체험이 그 게임의 볼륨을 결정짓는다면, 이번 DLC는 아주 성공적이라 할 수 있겠다.
비록 현실이고, 한번 실패하면 끝이라는 스릴감도 곁들었지만 말이지.
[케케-!]기묘한 울음소리가 오감을 자극했다.
다섯 개의 팔.
각 팔에 달린 무기들.
전신을 뒤덮고 있는 갑주.
설마, 여기서 저 아르카나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마누스는 비틀린 웃음을 더욱 짙게 만들고 마나를 끌어 올렸다.
가면 위에 선명하게 쓰여 있는 로마자는, 비탄과 재난, 불명예를 상징한다.
“저 녀석들에게 물리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
“어머, 저도 물리 공격만 할 줄 아는 건 아니랍니다.”
“보조 부탁하지. 약점 속성은 얼음, 그리고 어둠 속성이다.”
아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품에서 단검 하나를 꺼냈다.
암살자라 마법에는 문외한이지만, 그들도 마나에 속성 정도는 담을 수 있었다.
그녀는 여유롭게 단검을 돌리며 물었다.
여기선 자신이 나서는 것이 맞을까?
“정말 보조만 해도 될까요?”
“네가 나서면 시시하지.”
마침 시험해 보고 싶은 것도 있으니-.
마누스의 결정을 들은 아덴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데몬들에게 달려 나갔다.
훗날 잡몹 수준으로 떨어지지만, 지금은 까마득하게 높은 수준의 데몬.
로마자 16은 ‘탑’의 아르카나를 의미했으며 평균 레벨 50을 훌쩍 뛰어넘는 괴물들이었다.
까드드득-.
손에서 피는 얼음꽃이 아닌, 대기 중의 수분에서 꽃이 피었다.
‘처음 시도해 보는 거지만-.’
“시간 좀 걸릴 거다.”
“괜찮답니다. 놀고 있지요.”
나름 이벤트 보스로 나온 것 같은데, 어림도 없지.
말 그대로 이벤트일 뿐, 진짜 보스만큼 임팩트가 있진 않았다.
거기다가, 저 가면은 오르카의 목걸이를 각성시키는 재료 중 하나이기도 하다.
빵빵한 지원과 적절한 보스.
게다가 트리플 캐스팅을 완성한 지금, 이제 그걸 시도할 수 있다.
수많은 레시피가 뇌리에 떠올랐고, 메뉴판에서 음식을 고르듯 적당한 것을 선택했다.
“읏차-.”
반면, 검은 마나를 휘두르는 아덴이 두 보스를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그녀의 전투 기술은 마누스조차 뛰어넘을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고 날카롭다.
지성 따위는 없는 데몬이 무얼 하겠는가.
마누스는 마음 편하게 캐스팅에 집중할 수 있었다.
고오오오오오-.
가공할 정도의 마나가 휘몰아쳤다.
마스터인 아덴도 깜짝 놀랄 만큼.
‘다시 보는 거지만, 역시 대단한 사람이네요.’
후웅-!
데몬이 거칠게 무기를 휘둘렀지만, 그녀의 그림자도 쫓지 못했다.
데몬들이 마나를 의식해서일까, 둘 중 하나가 마누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틈을 놓칠 아덴이 아니다.
“어딜 가려고.”
[케엑-!]그녀의 단검이 유려하게 움직였다.
죽이진 않았지만, 시선을 끄는 덴 충분한 공격.
깔끔하고 정확한 공격은 다시 어그로를 끌었다.
그사이, 세 개의 마법진을 완성한 마누스는 한 차원 높은 경지에 오르길 원했다.
본래 이 게임의 주인공만이 누릴 수 있는 권리.
하지만, 작금의 주인공보다 훨씬 높은 이해도를 가지고 있는 마누스의 능력.
“이제 되셨습니까?”
“그래-. 적당히 몰아주면 된다.”
세 개의 마법진이 공명한다.
얼음 속성 두 개.
바람 속성 하나.
비록 2클래스의 마법이었지만, 그걸 골자로 만드는 새로운 마법은 2클래스가 아니었다.
[트리플 스프레드] [글라치에] – [글라치에] – [아니마] [결과물 : 보레아스]마법진이 쪼개져, 새로운 문양을 만들었다.
암녹색의 세상을 환하게 비추는 새로운 마법진은, 모든 것을 얼려 버리는 북풍을 불러냈다.
두 개의 마법이 아닌, 세 개의 마법을 합쳤다.
2클래스 3개의 마법은, 순간적으로 5클래스에 버금가는 위력을 만들어 냈다.
기본적으로 트리플 캐스팅을 달성해야 이룩할 수 있는 기적이다.
지금 마누스의 실력으로도 이것이 한계일 정도로, [트리플 스프레드]는 기적에 가까운 마법이었다.
“피해라.”
“-어머.”
콰자자자자작-!
북풍은 모든 것을 한꺼번에 얼려 버리지 않는다.
서서히,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방이 인지한 순간은 이미 늦었다.
게임에선, 이 능력을 도트 대미지로 구현했었지.
현실에선 어떤지 궁금했다.
저 건방진 침입자들이, 어떤 형태로 죽어 갈지.
[켁?]“저런 마법은 본 적이 없는데, 독자적인 마법인가요?”
“그런 셈이지.”
새하얀 입김이 나왔다.
겨울이 한참 전에 지나갔는데도 한겨울보다도 시린 바람이 불었다.
그 중심에 있는 건, 뼛속까지 시리게 만드는 얼음 나무.
아무도 보지 못하는 곳에서 자란 새하얀 나무가 이곳을 겨울로 만들었다.
탑에 핀 얼음꽃이 단단한 탑을 무너뜨리는 광경은, 그야말로 황홀경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