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70)
제70화
70화 – 전사의 자격
#1
정령.
게임 속에서, 그들은 모호한 존재로 묘사된다.
우리가, 그네들이 알던 정령과는 배경도 설정도 다른 존재들.
그들은 정령계에 속한 것이 아닌, 인간에 의해 태어난다는 설정이다.
그렇기에, 그 무엇보다 인간의 감정에 솔직하게 반응한다.
그들은 인간의 감정이 실체화된 존재.
그렇기에, 인간들의 격렬한 감정을 통해 성장한다.
[느껴라.] [우리의 힘을 느껴라.] [솔직해져라.] [너는 곧 우리고 너는 곧 우리일지니.]주문과도 같은 말이 멜라니의 머릿속을 헤집었다.
정령이라는 걸 외면하지 않기로 했을 때부터, 그녀는 이런저런 서적을 많이 찾아봤다.
선대에 이름을 날렸던 정령사는 많이 있었고, 그들은 후대를 위해 자서전을 집필했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질 때.
감정을 극한으로 끌어 올릴 수 있을 때, 정령은 진화한다.
멜라니는 지금, 그 상황에 직면했다.
‘다 부숴 버리고 싶어, 노움.’
-빌려줄게. 힘.
덕지덕지 붙어 있던 암석이 매끈한 철판으로 변했다.
대지의 정령 : 노움의 힘이 한 단계 진화한 것이 느껴졌다.
철컥-.
가공되지 않았던 암석이 그 무엇도 막을 수 있는 철판이 되는 것처럼, 멜라니를 감싸고 있던 정령의 마법이 더욱 단단하게 변했다.
-부숴.
“숙이고 배를 때리면 돼!”
인지함과 움직이는 건 동시였다.
가면 안에서 힘을 쥐어짜는 소리가 들렸다.
웬만한 전사도 단번에 박살 날 정도의 근육.
그 폭발적인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을 감당하기엔, 멜라니의 육체는 너무도 나약해 보였다.
인간의 육체는 나약하지만, 정령의 힘과 지구라트에서 특별히 제작한 기름의 축복이 더해졌다.
일정 시간 동안이지만, 압도적인 출력을 내줄 수 있게 만드는 기름.
대상은 파수꾼.
멜라니의 작은 육체에서, 거구와 같은 힘이 뿜어졌다.
[크으음-!]후웅-!
길게 감아 오는 훅을 피했다.
따끔한 바람이 멜라니의 뒷덜미를 서늘하게 만들었다.
“흐으읍-!”
배운 건 없다.
하지만, 정령들이 알려 주고 있었다.
쿠웅-!
땅을 강하게 밟자, 노움의 힘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부숴 버려!
에머슨의 명령은 정확했다.
멜라니는 젖 먹던 힘까지 더해, 주먹을 올려쳤다.
통렬한 어퍼컷이 파수꾼의 복부를 강타했다.
쿠아아앙-!
[쿠으으으으-!]됐다.
고통스러워하는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멜라니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한 방에 나가떨어진 수치심, 아무것도 하지 못한 무력감, 끔찍했던 고통을 돌려줘야겠다는 복수심이 한데 뒤엉켜, 그녀의 주먹을 매섭게 만들었다.
“그대로 몰아붙여!”
“죽어어어어-!”
전투에 돌입한 멜라니는 평소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과감하고, 또 과격했다.
조그마한 체구에서 뿜어지는 정령의 넘치는 힘.
마법사들을 몰아붙였던 파수꾼이 맥을 못 추고 얻어맞기 시작했다.
에머슨의 눈엔 보였다.
물리 공격을 맞으니, 덩달아 종합적인 방어력도 낮아지고 있다는 것.
눈이 지끈거렸으나, 여기서 포기할 수 없었다.
“이, 이제 마법도 통해……. 물리 공격으로 방어력을 낮추고 싸워야 하나 봐!”
“케일. 맡길게.”
알라노가 멀쩡한 케일을 바라봤다.
장기전은 옳지 않다.
급하게 뽑아 올린 힘은, 생각보다 더 빨리 꺼지는 법이니까.
결정타를 날릴 인물은 딱 하나.
파티의 화력을 제대로 담당하고 있는 그녀뿐이었다.
푸른 머리가 마나의 힘으로 솟구쳤다.
저 괴물 같은 파수꾼을 끝장내기 위해선, 강력한 한 방을 조합해야 한다.
‘생각하자.’
마누스라면, 어떤 마법을 생각했을까.
강력한 방어력을 관통하는 마법이 필요하다.
머릿속에 난잡하게 떠다니는 마법 술식들.
그중, 저 두꺼운 근육 안으로 침투할 마법 두 개를 떠올렸다.
3클래스.
처음 시도해 보는 것이지만, 괜찮다.
선배도 했듯, 나도 할 수 있을 테니-.
‘-한번 봤잖아.’
그녀의 천재성이 발휘된다.
숨겨져 있던, 비극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던 가문의 피가 깨어난다.
지직-.
양손에 동시에 그려지는 마법진.
[더블 스프레드] [임펠로] – [폴게트라]망치.
거대한 망치를 상상하며 마법을 선택했다.
3클래스 물리계 마법, 임펠로.
3클래스 전격 마법, 폴게트라.
이걸로, 내부와 외부를 진탕으로 만들리라.
제아무리 두꺼운 갑옷이라도, 안쪽으로부터의 충격을 보호할 순 없다.
끝없는 전격은 적의 내부를 파괴할 것이며, 그 길은 망치가 열어 줄 것이다.
[마누비아 : 마르쿠스]울컥-.
그녀의 입에서 비린 맛이 느껴졌다.
고작 3클래스 두 개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걸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는 것은 너무도 힘든 과정이었다.
천재라고 칭송받는 알라노조차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로 괴랄하고 복잡한-.
‘특별한’ 무언가가 있어야지만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의 조합.
세계의 축복을 받은 이의 마법이 쏟아졌다.
“피해, 멜라니-!”
멜라니는 연타를 멈추고 훌쩍 물러났다.
과부하가 걸렸는지, 풀썩 무릎이 꺾였다.
갑자기 눈앞에 있던 적이 사라진 탓일까.
파수꾼의 움직임이 뚝 멈췄다.
그 틈을 번개의 망치가 놓치지 않고 짓이겼다.
콰지지지지지직-!
한 번이 아니다.
케일은 단발성 마법으로 끝내는 것이 아닌, 계속해서 망치를 휘두른다는 느낌으로 마법을 휘둘렀다.
“나도 도울게! 천재 마법사 피어슨의 버프 마법이라고!”
피어슨의 마법이 전신에 흐르던 부담을 많이 줄여 주었다.
그가 왜 파티의 필수 멤버로 꼽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한 번 휘두를 수 있는 마법을 다섯, 여섯 번이 넘게 휘두를 수 있도록 해 주었으니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에머슨이 힘껏 소리쳤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마성의 힘이 담겨 있었다.
게임 속에서 원망도, 환호도 많이 받는 포지션인 프라이머리 에머슨.
케일은 그녀의 목소리에 힘입어, 힘껏 마법을 휘둘렀다.
[크어어어어어어-!]장작 타는 냄새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푸스스슥-.
데몬을 구성하고 있는 가면이 점차 사라졌다.
기괴한 소리와 함께, 데몬의 몸체도 함께 사라졌다.
하아-.
누군가의 한숨이 들렸다.
그건, 전투의 끝을 알리는 신호였다.
에머슨이 겨우 두 발로 설 수 있었을 때, 정신을 잃고 있던 아나이스가 깨어났다.
“괜찮니?”
“-네. 아윽.”
죽다 살아났다.
방어 마법을 펼쳤음에도 기억이 뚝 끊긴 것 같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가 멀쩡히 전투를 치른 모습이 보였다.
으득-.
분했다.
왜 자신은…….
“에머슨이 아니었다면 다 죽었을 거야. 마법사만으론 여기까지가 한계인 것 같네.”
“다들 무사해요?”
“멜라니와 케일이 잘해 줬지.”
알라노가 옅은 웃음을 지었다.
그가 보내는 신뢰의 눈빛.
그건 아나이스가 아닌, 다른 이들에게 향해 있었다.
아나이스는 후-. 한숨을 쉬었다.
‘나는…… 약하구나.’
이들이 힘을 합쳐 거대한 데몬을 쓰러뜨리고 있을 때, 자신은 꼴사납게 기절해 있었다.
먼저 기절했던 멜라니조차 일어나 싸웠는데, 자신은 한가롭게 자빠져 있었다.
너무 분하지만, 동료들을 미워할 순 없지 않은가.
내가 약한 탓이다.
이들을 쫓아가기 위해선, 더 많은 지식과 힘이 필요하겠지.
당분간 홀로 탑을 올라 볼까.
그것도 아니라면…….
“아나이스. 다 끝났으니까 이제 그만 내려가자.”
“-알았어요.”
그녀는 자신을 보고 다가오는 동료들을 보았다.
피어슨.
한창 재능을 꽃피우고 있는 소꿉친구는 걱정이 가득 담긴 눈으로 자신을 바라봤다.
순수한 걱정이 담겨 있다는 건, 그 누구보다 아나이스 본인이 잘 알았다.
“괜찮냐? 그놈 우리가 아주 작살을 내 놨다. 요즘 월말 평가 한다고 공부 그렇게 하더만-.”
“-됐어. 괜찮아.”
고마워.
미안해.
이 간단하고도 쉬운 말이 왜 나오지 않는 걸까.
그녀는 복잡한 감정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가시가 돋친 말을 내뱉었다.
내민 손을 잡지도 않은 채.
피어슨이 아하하 웃으며 그녀의 어깨를 다독여 주었다.
아나이스는 차마 그 손까진 떨쳐 낼 수 없었다.
“다들…… 너무 멋있었어요.”
에머슨이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진두지휘한 알라노를 비롯해, 괴력을 발휘하는 멜라니와 압도적인 마법을 퍼부었던 케일.
그것을 보조해 주는 피어슨까지.
모두가 있었기에 그 괴물을 이길 수 있었던 거겠지.
힘이 다해, 비틀비틀 걸어온 멜라니가 겨우 입을 열었다.
자신이 누군가를 구했다는 것.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뿌듯해, 하늘로 날아갈 것만 같았다.
“온몸이 쑤셔. 내일 수업 못 듣겠는데.”
“오늘 진짜 짱이었다고, 멜라니.”
“하, 하하-. 고마워.”
폭주했던 자신이 생각나서일까, 멜라니는 고개를 푹 숙였다.
얼굴이 붉게 물든 것이, 어지간히 부끄러운 모양.
피어슨은 데몬, 파수꾼이 떨어뜨린 아티팩트, 마석 결정을 주웠다.
작은 반지.
완드.
그리고 마석 결정.
“참 신기하네. 이런 건 어디서 났을까?”
“이, 이거. 아티팩트예요?”
“응. 우리는 감정도 할 수 없고…… 그래서 그냥 이사장님께 맡겨서 팔고 있어. 곧 정산금이 들어올 텐데.”
“잠깐만요.”
에머슨이 완드를 건네받았다.
아니, 거의 낚아챘다고 해야 맞겠지.
누가 뭐라고 할 새도 없이, 그녀가 마나를 일으켜 완드와 접촉했다.
감정.
이 세계에서, 감정은 선택받은 이들만 할 수 있는 재주였다.
마나와 물건이 융합하면 특수한 현상이 발생한다.
그것을 이용해, 인공적으로 특수한 물건을 만들 수 있었다.
“감정? 지금, 감정하는 거야?”
“프라이머리 가문이 왜 그렇게 돈이 많은지 아세요?”
에머슨은 자랑스럽게 웃었다.
프라이머리 가문.
재력으로만 따지자면 위대한 세 가문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막대한 부를 쌓은 곳.
그 이유가, 지금 여기서 드러났다.
“저희 가문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물건을 판별하는 재주를 타고난답니다. 그걸 갈고닦으면, 이렇게 감정도 할 수 있지요.”
“우와-. 그러면…… 우리가 쓸 만한 것도 감정할 수 있는 거 아니야?”
“그럼요. 제가 적합한 것들을 찾아낼 수 있을 거예요. 목숨값치고는 싸지만…… 앞으로 도와 드릴게요.”
일행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감정을 거치지 않은 물건과 거친 물건.
이 둘의 값어치는 원석과 세공된 보석의 차이보다 더 벌어졌다.
에머슨만 있으면, 이들은 곧 돈방석에 앉게 될 거다.
모두가 케일을 바라봤다.
그녀는 이곳에서 유일한 평민.
이제 그녀도 수월하게 돈을 벌 수 있으리라.
“잘됐다, 케일. 탐색에 필요한 자금 외엔, 네 몫을 제대로 챙겨 줄게.”
“마, 맞아. 우리는 딱히 돈 들 구석이 없는걸.”
“이제 네 힘으로 돈을 벌 수 있겠네.”
에머슨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흔쾌히 케일을 도와주겠다 말했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움직일 법도 하건만, 이들은 더 큰 무언가를 내다보았다.
“물론, 우리 몫도 조금은 챙겨 가야지. 에머슨, 너도 감정할 때마다 챙겨 가고.”
“당연하지. 호의는 베풀되 공짜는 안 되는 법이야.”
케일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동료들끼리 간단하게 회의를 한 결과, 다음과 같은 룰이 정해졌다.
1. 우선 분배는 아티팩트 적합률이 가장 높은 이에게.
2. 아무도 갖지 않는 아티팩트는 팔아서 공정하게 분배.
3. 에머슨은 무조건 수수료 1%를 챙긴다.
4. 동일한 적합률이 나왔을 때, 그것과 비슷한 장비를 쓰던 사람이 갖는다.
이상이었다.
떠드는 사이, 완드의 감정이 끝났다.
에머슨이 감정 결과를 발표했다.
“마나 회복이 조금 붙어 있어. 빙결 마법 위력이 증가하는데?”
“그렇다면…….”
모두가 알라노를 바라봤다.
빙결 마법 하면 알라노가 가장 먼저 떠올랐으니까.
허나, 그녀는 완드를 마다하고 모두에게 말했다.
“오늘 내가 한 건 없는데, 이런 걸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네. 일단 시험 케이스로 케일이 써 보는 건 어때?”
“아…… 제가요?”
“그래. 넌 특별한 능력이 있으니까, 마나 회복이 필요할 거야.”
실로 대인배스러운 면모였다.
에머슨이 케일에게 완드를 내밀었다.
그녀는 멍하니 완드를 받아 들었다.
아카데미 수업에서는 사용할 수 없겠지만, 탑에서는 분명 도움이 될 터다.
완드를 쥐고 마나를 사용하자, 완드가 공명하는 것이 느껴졌다.
소폭이지만, 확실히 마나가 순간적으로 증가했다.
“굉장해.”
“축하해. 일단, 내려가자.”
에머슨 구출 작전은 무사히 끝났다.
루페라는 마누스 홀로 맡기로 했으니, 그를 믿는 수밖에.
알라노, 케일은 조잘조잘 떠들며 기숙사로 돌아가는 에머슨을 보며 생각했다.
그녀의 능력이 있다면, 탑을 오르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거라고.
하지만, 그녀를 구출하는 것과 동료로 맞이하는 일은 별개라는 사실을 그들은 아직 깨닫지 못했다.
【전투 종료】
『힘 – 2 : 오르도르』
[멜라니의 정령들이 한 단계 강해졌다.> [케일은 완드 : 최대 마나 소량 증가 / 얼음 속성 증폭(소)을 얻었다.> [케일, 아나이스, 알라노, 피어슨의 레벨이 올랐다.> [케일 : 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