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74)
제74화
74화 – 무지는 때로, 용기를 만든다
#1
미아 교수가 떠나간 후, 트레일 교수는 상념에 잠겨 책상을 톡톡 두들겼다.
그녀가 했던 발언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미아 교수는 조심스럽게, 그러나 미토스 아카데미의 어두운 부분을 확실하게 짚었다.
미토스 아카데미는 재능 있는 자들을 선발하고, 재능 있는 자들을 키운다.
평등과는 굉장히 거리가 먼 커리큘럼.
무한한 경쟁과 평가 속에, 많은 이들이 도태되고 떨어져 나간다.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미아 교수는 이젠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귀족들.
특히 가문이 있는 자들은 태어날 때부터 무기를 하나씩 쥐고 태어나기 마련.
고유의 마력이 짙게 섞인 피는 고유한 능력을 가지게 해 주었으니.
그런 이들이 아카데미에 들어오는 것까진 좋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그래서야,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이들은 경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이번에는 숨겨져 있는 이들의 재능을 끌어냈으면 좋겠어요.> [도와주세요. 교수님.>“어렵군, 어려워-.”
후우-.
한숨을 쉬었다.
그는 한쪽에 걸려 있는 곰방대를 바라봤다.
오래전에 끊었지만, 오랜만에 기호 식품 생각이 간절하게 나는 중이었다.
그녀는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를 들고 왔다.
지금도 아카데미 내에서는 보이지 않는 대립이 조금씩 발생하는 중이었으니까.
귀족이 모든 것을 이끌고, 평민이 아무런 힘도 없었던 옛날이 아니었다.
요즘은, 평민 중에서도 능력 있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었다.
“이사장님의 생각은 어떨지 궁금하군. 그리고…….”
트레일 교수 역시 귀족이기에 알고 있었다.
귀족.
‘로열 블러드’라 불리는 그들이 가진 저력은 일반인이 따라올 수 없는 잠재력을 지녔다는 걸.
그들의 기득권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폐쇄적인 그들의 특성상, 새로운 가문이 나타나 판을 뒤집어엎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미아 교수의 발언은 이 나라, 이 대륙의 근간을 뒤흔들 수도 있는 내용이었다.
그의 고민은 깊어졌다.
‘일단, 이 이야기는 묻어 둬야겠구나.’
그는 결국, 한쪽에 걸어 두었던 곰방대를 집어 들었다.
시가라는 좋은 물품이 있었지만, 그는 유달리 곰방대를 포기할 수 없었다.
#2
검은 독수리 반.
유독 평민들이 득세하고 있는 이곳에서, 재미있는 소식이 들려왔다.
카이사르 마누스가 3학년과 함께 평가를 치른다는 것.
유독 귀족을 싫어하는 이들이 그 소식을 들었다.
레벨리-말리토.
평민들이 모인 곳이었지만, 이젠 아카데미 내에서 기득권으로 성장하고 있는 집단.
그곳에 붉은 머리의 사내가 찾아왔다.
“그게 정말이야?”
“네, 저 역시 평민의 몸이잖아요. 제가 왜 귀족 편을 들겠습니까.”
“그래, 루페라라고 했었나?”
“네.”
레벨리-말리토의 3학년은 마나로 유형화된 칼날을 일으킬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다.
흔히 오러라고 하는 기술이었다.
마법에 클래스가 있다면, 전사는 일정한 경지로 나눈다.
오러를 일으킬 수 있는 경지를 흔히 ‘소드 유저’라고 불렀다.
검 하나로 능히 수십의 군사와 맞먹는다고 하여, 십인장의 경지라고도 한다.
독수리반 3학년은 기본으로 갖춰야 할 소양이기도 했고.
“흐음-. 재밌겠네.”
“어떻게 할 거야?”
“뭘 어떻게 해. 귀족의 콧대를 눌러 줘야지.”
“카이사른데?”
카이사르.
그 이름이 가진 압박감은 상당했다.
최강의 귀족 가문 중 하나.
타고난 재능과 냉철하고 잔혹한 성격 때문에 폭군이라 불린다지.
하지만 그건 2학년까지의 이야기고.
3학년부터는 받는 교육도, 평가의 질도 달라졌다.
실력 역시 마찬가지.
완숙한 성인으로서 자리 잡는 시기이기도 했다.
“우리도 같은 A반이거든?”
“그건 그렇지.”
“다 같은 A반인데 왜 쫄아. 한번 붙어 보자.”
독수리반 3학년들이 작당을 시작했다.
루페라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누군가가 그에게 알려 준 사실을 그대로 알려 주니, 일이 척척 진행되었다.
문제는 자신.
카이사르와는 당분간 척을 질 생각이 없었다.
오늘 아침에 있었던 마주함은 본인의 무능함을 절실히 깨닫게 해 주었다.
아직 시간이 더 필요했다.
[너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재능이 보인단다.> [왜, 내가 가르치지 못할 것 같니?> [편견은 나쁜 거야. 역사에서도 그렇게 가르치잖니.>그 사람이 말한 것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며칠 동안, 그는 비약적인 실력 상승을 이뤄 냈다.
아직 시간은 충분했고, 카이사르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냥은 충분히 할 수 있었다.
미토스 아카데미는 대련이나 평가 도중, ‘예상치 못한 사고’를 당해도 너그러이 넘어가는 편이었다.
높은 클래스의 치료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교수가 항시 대기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점을 이용한다면-.
‘평범한 평민이 아니게 되는 거라고.’
루페라는 두 주먹을 꾹 쥐었다.
소박하게 살았던 과거는 이제 없다.
귀족들에게 치여, 겨우 A반에 들었던 자신도 이제 안녕이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었다.
평민.
한계가 분명한, 아무리 발버둥 쳐도 바꿀 수 없는 미래를 부수고 싶었다.
그렇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참이었다.
“이봐, 너도 이참에 우리랑 2학년을 제패하는 건 어때?”
“뱀반에도 슬슬 우리들의 세력을 늘릴 때가 됐지.”
“저는 좋습니다.”
루페라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미아 교수의 수업이 떠올랐다.
마침, 오늘 배운 내용에도 그런 것이 있었지.
기반은 정말 중요하고, 행동을 지지해 주는 세력 역시 무척 중요하다.
여론은 곧 명분이 되고, 명분은 대의를 만든다.
세력과 세력이 부딪칠 때,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무척 중요한 사안이라는 것.
‘이것도 나쁘지 않겠어.’
뱀반.
마법사는 유독 귀족들의 세력이 강했다.
평민들은 특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무척, ‘아예’라고 할 정도로 드물었으니까.
마누스, 그 괴물 같은 녀석을 3학년이 붙들고 있는 사이, 자신이 귀족들을 하나씩 꺾는다.
꽤 그럴듯한 작전이라고 생각했다.
당장 생각나는 이들이 몇 있었다.
그들에게 자신의 지식을 조금만 공유한다면?
‘그림이 대충 그려지네.’
루페라는 비릿하게 웃었다.
그럴듯한 계획이라는 것이 더욱 자존감을 높여 주었다.
이제 과제는 딱 한 가지가 남았다.
루페라 자신의 실력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리는 것.
그건, 미지의 공간에서 그녀가 해결할 문제였다.
아마도 좋은 방법을 내어 줄 것이다.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그래~. 잘 가라. 잘해 보자?”
루페라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도 모르고 있는 것이 많았다.
무지(無知)의 탑은, 결코 공들여서 만든 것이 아니었다.
그 달콤한 유혹은, 쓸데없는 용기를 만들어 냈다.
만용이라는 이름의 용기였다.
#3
마누스는 수업을 열심히 들은 후, 동아리실로 향했다.
오늘 에머슨과 루페라에 대한 이야기를 마저 끝내기로 했으니.
3학년 수업은 2학년 수업보다 조금 더 길었고, 결국 그가 동아리실의 문을 열었을 땐 모두가 도착해 있는 상황이었다.
그를 발견하고 모든 사람이 반가움을 표현했다.
웃는 얼굴들이 썩 보기 좋았다.
[호잉!]솜뭉치가 어깨 위에서 튀어 나갔다.
알비온은 케일의 손바닥 위로 안착했다.
가끔 보면 유독 그녀를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확실히 주인공다웠다.
“어서 와.”
“어서 오세요, 선배!”
후배들과 친구의 환영을 받으며, 마누스는 빈자리에 앉았다.
실질적인 리더로 대우해 주는 것인지, 그곳은 가장 상석이었다.
피어슨이 손을 번쩍 들고 말했다.
“다들 모였으니 회의를 시작해도 될 것 같습니다! 에머슨 양이 우리 문화 교류 동아리의 가입 제안을 흔쾌히 받아 주었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목숨을 구원받았으니,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 주고 싶어서요.”
마누스가 에머슨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경고 차원에서 말했다.
“위험한 일이다. 비밀을 발설할 수도 없다. 그래도 함께할 건가?”
“-네.”
그녀의 표정은 단호했다.
아나이스와는 다른 자신감이었다.
그녀는 고고하며 우아했다.
마치, 마누스의 어머니인 베니니타스를 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자아냈다.
아나이스가 어린아이 같은 활발함이라면, 에머슨은 도도한 귀족 아가씨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는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말했다.
우아한 몸짓이, 사교계에서 이름 좀 떨칠 것 같았다.
“저는 제 능력이 유용하게 쓰이는 곳을 찾고 있었어요. 여러분이 싸우는 모습을 보고 느꼈답니다. 프라이머리 가문의 능력을 갈고닦을 수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요.”
“재밌군.”
“에머슨. 진지하게 고민하고 결정한 것, 맞지?”
케일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녀는 아직도 위험한 곳에 친구를 끌어들인 건 아닌지, 걱정이 태산이었다.
에머슨은 우아하게 웃었다.
프라이머리 가문은 탐험 정신이 강하다.
그녀도 어쩔 수 없는 가문의 일원이었다.
“저는 모험이 좋아요. 제가 탑에서 강해진다면, 가문에도 도움이 되겠죠.”
“비전투 인원이니까, 후방에 있으면 괜찮지 않을까?”
“위험하면 언제라도 그만둬야 해.”
에머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동아리실에 있는 모두가 자신을 위해 주고 있었다.
그 사실이 얼마나 기꺼운지, 그녀는 소리를 내어 웃었다.
“후후, 여러분들을 보니 제 결정을 후회하지 않겠어요. 앞으로 뒤에서 서포트해 드리겠습니다.”
“감정도 부탁해?”
“당연하죠. 저만 믿으세요.”
호호 웃으며 호언장담하는 에머슨.
그 믿음직스러운 모습에 모두가 환하게 웃었다.
전력이 는다는 건, 고무적인 일이었다.
동시에 무척 위험한 일이기도 했다.
새로운 전력이 늘었다는 건, 그만큼 탑에서 쏟아지는 데몬의 수준도 높아진다는 것이니까.
‘말도 안 돼. 왜 그렇게 단정 짓는 거야?’라고 물어도…….
그것이 이 세계의 법칙이라는 것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었다.
마누스는 화제를 자연스럽게 돌렸다.
축하해야 할 일이 끝났으니, 이젠 심각하게 다뤄야 할 문제로 넘어가야겠지.
“루페라를 지켜본 결과는 어떻지?”
“그는…… 조금 이상했어.”
“어떻게요?”
알라노는 루페라를 지켜본 결과를 설명했다.
탑에서 돌아왔지만, 결과는 달라진 것이 없었다.
모리스라고 했던가.
그와 무척 친하게 지냈던 친구의 기억이 통째로 사라졌다.
마치 아카데미의 기억만 도려낸 듯이.
알라노가 본 것은 식당에서의 일까지였다.
“-그 이상은 나도 잘 모르겠어.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
“그렇군.”
마누스는 한 사람을 떠올렸다.
루페라에 대한 기억은 모두가 가지고 있을 터다.
단지, 그걸 억제하고 있는 뭔가가 있을 뿐이지.
마누스의 입가가 비틀렸다.
가증스러운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에.
일러스트로만 봤을 때도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었던 인물.
‘여기서도 똑같았지.’
이따금 그의 얼굴을 봤을 때, 마누스는 인상을 찌푸렸었다.
에레시스의 두 번째 간부이자, 나그네와는 라이벌 관계였지.
신도를 이끌며 다니는 나그네와 달리, 홀로 연구하는 인물이기도 했다.
문제가 조금 빨리 출제되었을 뿐이고, 기출 문제의 변형이 일어났다.
하지만 문제의 해답도, 응용문제도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어떤 유형이든 큰 어려움은 없을 터다.
해법은 간단했다.
‘나그네와 달리, 그 녀석은 필요 없지.’
그러니, 빨리 치워 버리는 것이 상책이리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