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8)
제8화
8화 – 카덴차, 그 위대한 협주곡
#1
아나이스는 기숙사 친구, 케일과 함께 보름달이 뜬 밤을 즐기는 중이었다.
오늘은 기숙사 밖으로 외출이 금지되는 날임과 동시에, 기숙사 안에서라면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날이기도 했으니까.
케일이 연신 속이 안 좋다고, 엎어져 있는 것만 빼면 완벽한 분위기였다.
멍하니 보름달이 떠오르는 광경을 보고 있다, 이상함을 느꼈다.
속이 울렁거릴 정도로 기묘한 마나가 퍼졌다.
“-케일, 얘, 일어나 봐.”
“으응? 왜?”
거북했다.
아나이스는 인상을 슬쩍 찌푸리고 친구에게 물었다.
“왜 계속 속이 울렁거리지, 넌 안 그래?”
“……죽겠어.”
역시, 케일도 이상함을 느끼고 있구나.
아나이스는 심호흡으로 울렁거리는 속을 달랜 뒤, 홀린 듯 붉은 보름달을 바라봤다.
그런데, 조금 분위기가 이상한 걸?
고개를 처박고 있던 케일도 슬그머니 얼굴을 들었다.
이상하다.
본래 학교는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아나이스는 휙휙,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다 밖이 내다보이는 창문에 바싹 붙었다.
케일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 그녀 옆으로 다가갔다.
“왜 그래?”
“-저거 봐.”
“응? 이거 강화 유리라고…….”
아니, 그런게 아니야.
아나이스가 손가락을 뻗어, 숲이 있는 쪽을 가리켰다.
숲과 기숙사 사이의 공터.
이상하게 생긴 무언가가 벌벌 떨고 있는 소녀에게 다가가는 중이었다.
그리고-.
“저, 저거 칼 아니야?”
“팔도 네 개야.”
“-구해야 해.”
케일이 중얼거린 뒤, 본능적으로 밑을 향해 뛰었다.
사람을 구하는 일이다.
아카데미의 룰을 어기더라도 한 번쯤은 봐 주겠지.
아나이스 역시 허겁지겁 그녀를 따라갔다.
뭐가 어떻게 되는 건데-!
“야, 야-! 케일! 같이 가!”
분위기가 이상했다.
이건, 그녀가 평소 알고 지내던 밤의 분위기가 아니었다.
서둘러 로브를 걸치고 밖으로 나섰다.
아직 1학년.
그리 높지 않은 층고였기에, 1층까지 빠르게 향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왜 이렇게 조용한 거야?’
의문점을 가질 새도 없이, 두 사람은 아무도 없는 복도를 미친 듯이 질주했다.
아카데미 안에서 날뛰는 괴생명체라니.
들어 보지 못했다.
이런 건 전혀 들어 보지 못했어.
밖으로 뛰어나가니, 기절해 있는 여성과 칼을 들고 있는 이상한 몬스터가 있었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마법을 펼쳐, 가면을 향해 던졌다.
[이그니]“-그만해 이 괴물 자식아.”
가장 기초적인 마법으로 시선을 끌고, 마나를 끌어모았다.
허나, 거대한 가면의 몬스터는 마나를 모을 틈 따위, 주지 않았다.
단단한 다리로 지면을 박차, 두 자루의 칼을 동시에 휘둘렀다.
‘위험-.’
[엣지]카아앙-!
날카로운 금속음이 들렸다.
1클래스 마법 : 엣지.
유적들이 부르는 또 다른 이름 : 실드.
한 장의 꽃잎이 찔러 오는 칼날을 막았다.
손을 뻗고 있는 케일에게서 나온 마법.
실로 훌륭하고 깔끔한 전개였다.
속도는 어떤가.
현 1학년 중에서도 단연 이 정도 마법을 이만한 속도로 펼칠 수 있는 자는 없을 거다.
허나-.
[으음-!]“끼약-!”
꽃잎은 으레 그렇듯, 허무하게 떨어지는 법.
데모니움이 가진 칼은 파괴력이 상상 이상이었다.
날카로운 날붙이에 직격당하지 않았지만, 엣지가 깨지며 마나 파편이 아나이스를 덮쳤다.
[아우라]케일의 마법이 다시 발현됐다.
세찬 돌풍이 칼날이 되어 마나 파편과 함께 괴기스러운 팔을 베어 냈다.
스걱-!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검은 팔이 떨어져 나갔다.
“으윽…… 그래도 칼이……. 어-?”
“다시…… 생기고 있어.”
꿀럭꿀럭 재생하는 팔.
푹, 하고 박혀 있었던 검을 빼내는 모습은 그들에게도 공포감을 전염시켰다.
케일도 아나이스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저걸 어떻게 이겨-!’
“약점, 약점이 있을 거야.”
아나이스의 주특기는 불꽃.
애석하게도 마법사 아르카나는 불꽃 마법 반감이다.
케일은 모든 속성 마법을 배울 수 있지만, 현재 배운 거라곤 바람과 불 마법, 그리고 공통 마법 뿐.
바람은 평범하게 딜이 들어가지만, 지금 케일의 능력치론 어림없는 공격이다.
[으으음-!]거대한 재앙이 서서히 다가왔다.
저런 걸 이길 수 있을까?
두 사람의 얼굴에 짙은 그늘이 드리웠다.
#2
무언가 잘못되었다.
마누스는 팔짱을 풀고 두 사람의 전투를 바라봤다.
처절했다.
현실은 게임 따위와 비교되지 않는다는 듯, 두 사람은 몸을 뒹굴며 싸워 가고 있었다.
“왜 쓰지 않는……. 설마.”
아-.
자신의 존재가 이리도 큰 나비였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저 가만히 있으면 되는 줄 알았다.
사망 플래그만 슬쩍 회피하면 되는 줄 알았다.
마누스는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었다.
게임 극초반 튜토리얼.
모든 이가 ‘스킵’하는 그 장면.
마누스가 되기 전의 남성도 수없이 스킵을 눌러 신경 쓰지 않았던 사실.
으득-.
그가 서둘러 로브를 챙겼다.
이대로 가다간, 저 두 사람은 죽는다.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전 세계 많은 게이머가 눌렀던 그 스킵 버튼.
그걸 떠올렸어야 했다.
초반, 주인공이 능력을 각성하는 촉매는 다름 아닌 마누스 본인.
그가 했던 말.
그가 했던 행동 때문에 카덴차라는, 희대의 사기 패시브를 각성하게 되는 것.
너무 오래 게임을 하다 보면 초반부는 아무 생각 없이 플레이하기 마련이다.
적어도 마누스는 그러했다.
그게 저들을 죽음의 절벽으로 내모는 중이었다.
‘본래 내가 해야 할 역할이다.’
그러니, 이번에도 마누스 본인이 해야겠지.
그가 뛰었다.
무척 이질적인 광경이었다.
“조금만 버텨라.”
그의 뇌까림이 복도에 울렸다.
그 시각, 아나이스는 마나가 고갈됨을 느끼며 현기증과도 싸우는 중이었다.
아무리 공격을 날려도 통하지 않음을 안 그녀는 방어에 치중했다.
공통 마법 몇 개는 알고 있었으니까.
케일도 이제 지쳤는지, 호흡이 가빴다.
절망적이다.
괜한 객기가 화를 불렀다.
고작 1학년 수준의 마나론, 이런 괴물 같은 몬스터를 당해 낼 수 없었던 거다.
‘이렇게 소란을 피워 대며 싸웠는데 오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니-. 그게 더 이상해!’
아나이스는 헉헉대는 몸뚱이를 겨우 이끌어, 공격을 피했다.
마나를 소비하는 것보다 풀밭에서 나뒹구는 게 훨씬 낫다.
푹푹 박히는 칼이 섬뜩하게 진동했다.
[으음-!]가면 녀석은 불쾌한 듯 거칠게 칼을 뽑고 다시 달려들었다.
안 돼, 안 돼, 안 돼-!
발이 꼬이고 정신이 아득해진다.
[으음!]끼리릭, 마치 고장 난 인형처럼 움직인 가면이 정확히 아나이스를 바라봤다.
마나 고갈 부작용.
아나이스는 순간적으로 몸의 제어권을 찾지 못하고 휘청였다.
그 틈을 놓칠 데모니움이 아니다.
‘안 돼-!’
케일 역시 미스 캐스팅.
다급한 마음은 마법을 발현시키지 못한다.
진짜 마법사는 언제나 단단하고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 필요한 법.
모르스의 하수인 : 데모니움은 마법사들의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한 방이라도 잘못 맞으면 사지가 날아갈 것 같은 날카로운 칼날이 달빛을 받아 번뜩였다.
죽음의 신이 두 사람의 목숨을 거둬 가려는 걸까.
‘여기서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다고? 나는 플로이스 가문인데-?’
[음-?]허나 괴인은 두 사람에게 다가오려는 행동을 멈췄다.
소복-.
잔디 밟는 소리가 들렸다.
새하얀 얼음꽃이 피어났다.
가면은 새롭게 등장한 인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아마, 그쪽이 더 위험인물이라 생각했으리라.
아나이스는 팔에 오소소 돋아난 소름을 손으로 가렸다.
가면이 바라본 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곳엔 새하얀 얼음의 여왕이 서 있었다.
까드득-!
얼음 마법 특유의 소리가 공기를 울렸다.
[글라치에]글라치의 상위 마법 : 글라치에.
2클래스 얼음 마법이 가면을 향해 철퇴를 날렸다.
데모니움은 검을 휘둘러 막았지만, 그 팔은 쿵 소리를 내며 땅에 처박혔다.
[글라치에 – 텔룸]허공에 얼음의 창이 돋아나 주인의 명령을 기다렸다.
달빛을 받아 더욱 시리게 빛나는 은발의 주인은 우아하게 손짓했다.
핑-!
은색 선이 가면을 향해 쏘아졌다.
허나 목적은 이루지 못했다.
대신, 창은 놈의 팔 두 개를 앗아 갔다.
[음음-!]슬금슬금 뒤로 물러서는 가면.
전투 양상에 여유를 되찾았다.
“-다들 괜찮니?”
“알라노…… 선배님?”
“내 뒤로 오렴.”
비척비척 일어선 둘이 알라노의 뒤쪽으로 향했다.
2학년 학생회장 알라노.
마누스를 제외하면 2학년 중, 최강이라 불리는 마법사.
다른 이도 아니고 그녀가 지원군이라니!
안도의 한숨이 절로 흘러나왔다.
그래도 한 명 정도 더 있으면 좋겠는데…….
아나이스가 팔자 좋은 생각을 하는 순간-.
“저런 걸 가지고 쩔쩔매고 있나.”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갑자기 꽂히는 비판에 세 사람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은은하게 광택이 나는 구두의 소리가 데모니움이 내뱉는 소리보다 크게 들렸다.
푸른 시선은 정확히 케일을 향하고 있었다.
태연하게 말했지만, 그는 현재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간섭을 확인합니다.] [DLC 캐릭터 특전이 발동됩니다.] [카덴차 스킬 소요 시간이 999시간 감소합니다.] [스킬 : 카덴차 습득] [다음 스킬을 선택해 주세요 – 슬롯 1개]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지식이 주입되었다.
마법 술식의 분해, 재구축.
합성.
또 다른 마법의 발현.
지끈거리는 머리와 몽롱한 정신이 마누스를 괴롭혔다.
누군가 강제로 영화를 100번쯤 초고속으로 재생시키는 기분이 들었다.
-매우 불쾌하고 거슬리는 기분이었다.
“특별한 힘을 지녔더군. 너무 한심해서 잠깐 들렀다.”
“…….”
케일은 멍하니 마누스를 바라봤다.
찡그린 눈동자.
아지랑이처럼 피어나는 마나의 잔재.
마치 기분이 매우 나빠, 그르렁거리는 늑대처럼 말하는 마누스에게 시선을 빼앗겼다.
그가 양 손을 뻗었다.
[이그니]한 손엔 찬란한 불꽃을-.
[아우라]다른 한 손엔 날카로운 바람을 만든다.
서로 다른 두 원소는 본래 하나가 될 수 없다.
이는 마법의 상식이며, 근본이기도 하다.
하지만, 언제나 예외는 존재하는 법.
“특별함을 이용해라.”
천재.
불가능을 해내는 자들을 부르는 말이기도 하며,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자들을 일컫기도 하는 말.
혹은 재능이 출중한 이를 뜻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 모든 사항에 해당하는 자는 대체 무어라고 불러야 할까.
같은 단어로는 절대 범접할 수 없는 위대한 재능과 천재성을 무어라 불러야 할까.
입 안에서 단어를 굴려 봐도, 그런 단어는 생각나지 않았다.
알라노, 아나이스, 케일.
세 사람은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목격했다.
카덴차.
그 위대한 협주곡이 마누스의 손에서 발현되었다.
‘생각보다 복잡한 구조로 이뤄져 있어. 이런 걸 일일이 연산하는 건, 확실히 힘들군.’
아니, 보통은 불가능하겠지.
마법의 법칙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일이었으니.
마법의 술식은 ‘선’으로 이뤄져 있다.
그걸 축약해서 그린 것이 바로 ‘성’이다.
오망성.
육망성.
십망성.
백망성…….
1클래스 마법은 평균 32망성.
32개의 선.
그 선이 각각 다른 손에 그려져, 두 개의 마법을 완성하면 더블 캐스팅이라 부른다.
그렇다면 카덴차는 무엇인가.
선들은 쪼개진다.
마나를 담은 선분으로 조각조각 낸 마법 술식을, 새로운 방법으로 이어 붙인다.
[레시피 저장] [이그니] – [아우라] [더블 스프레드>파지지직-!
마법진 간의 충돌 현상.
마법과 마법이 충돌하면 일어나는 거대한 폭발의 전조였다.
“안 돼-! 미쳤어?!”
눈썰미가 좋은 알라노는 당장 마누스를 말리려 했다.
저건 미친 짓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케일은 멍하니 마법의 구조를 분석했다.
쪼개고, 합친다.
그렇게 새로운 마법을 창조한다.
어떠한 진리가, 그녀의 머리를 강타했다.
콰우우-.
공기가 울었다.
1클래스 마법 두 개를 합쳤다고 생각하기엔, 너무도 커다란 소음이었다.
스프레드가 짜였다.
새로운 마법이 구축되었고, 전혀 새로운 결과물을 낳았다.
아-.
알라노는 멍하니 마누스를 바라봤다.
아나이스도, 케일도 마찬가지였다.
“이것이 네 마법-.”
지중해로 부는 모래 섞인 열풍을 뜻하는 단어, 아타블루스.
동지 때 불어오면 모든 것을 말려 죽인다는 뜻의 어원대로, 입이 바싹 마르고 주변의 수분을 빼앗는 기이한 불꽃이었다.
1클래스 마법 두 개라 위력은 적었지만, 학생들 수준엔 그게 아니었다.
역사상 어느 누구도 마누스의 나이 때, 이런 마법을 선보이지 못했다.
현재 대마도사라고 칭송받는 카이사르의 주인 역시!
“부수고 합쳐, 새로운 걸 만드는 능력이다.”
“――――아.”
케일의 마나가 요동쳤다.
그와 동시에 마누스가 손을 뻗었다.
쿠아아아아아아아-!
회오리처럼 뻗어 나간 열풍이 가면을 집어삼켰다.
[으으으으음-!!]비명을 참는 것 같은 목소리에, 마누스의 입가에 조소가 걸렸다.
이 일격으로 죽진 않을 거다.
나머지는 각성하고 있는 저 여자가 해 주겠지.
그는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마나가 모자랐지만, 그 사실을 곧이곧대로 알릴 순 없었다.
“어, 어디 가?”
“뒤처리는 맡기지. 미적지근한 음료는 마시기 싫거든.”
“…….”
알라노는 황망한 눈길로 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아나이스 역시 입을 살짝 벌리는 것으로 리액션을 취했다.
“할 수 있어-.”
그 순간, 케일이 눈을 떴다.
진정한 주인공으로의 각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