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80)
제80화
80화 – 마법의 격투술
#1
2학년과 3학년.
일반적인 인식이라면, 눈길조차 주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승부가 싱거워질 경기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시선이 몰렸다.
교수, 학생 할 것 없이 여유가 되는 이는 모두 그곳을 바라봤다.
3학년 제일의 마법사 아브렐 니아.
2학년 제일의 마법사 키이사르 마누스.
학년을 무시한 채 결투를 바라보면, 미래를 책임질 천재들의 격돌이었다.
“이야-. 수준이 굉장히 높은데요?”
“마투학까지 배웠으면 참 좋았을 텐데.”
무수히 많은 시선 속엔 제니퍼와 황궁 정보원의 것도 섞여 있었다.
정보원은 한때 자신의 상관이었던 자에게 말했다.
“에이-. 저 정도 마법 실력이면 마투학을 배우라는 것 자체가 실례 아닙니까?”
“저 정도 재능이면 뭘 배워도 대성할 놈이지. 안 그래도 1학년 중에 눈에 띄는 녀석이 있더군.”
제니퍼는 격렬한 마법사들의 향연에서 눈을 돌려, 두 주먹으로 수호자의 방패를 후려치고 있는 여인을 바라봤다.
아직 1학년이지만, 그 희귀하다는 정령의 힘을 다룰 수 있는 이.
이미 정령학 교수는 물론, 여러 단체의 인물들이 그녀를 주목하는 중이었다.
대부분 마법사가 원소학을 지망하고 있는 지금, 정령을 이용해 전투를 이끌어 가는 마법사는 히든카드의 가치가 있었다.
제니퍼는 저 연약한 육체를 빨리 입맛대로 바꿔 보고 싶었다.
“황궁으로 보내면 잘 클까?”
“보내면 잘 크겠죠. 안 갈 확률이 너무 높아서 그렇지.”
작은 한숨이 어울리지 않게 흘러나왔다.
마투학.
확실히 마법사라는 칭호를 달고 쓰기엔 어울리지 않는 학문이긴 했다.
세상의 인식이 그렇게 변해 가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제니퍼는 오늘도 자신의 제자가 될 사냥감을 물색하기 바빴다.
마투학은 황궁의 무술.
‘그 명맥이 끊기게 놔둘 수는 없지.’
하지만, 그녀의 다짐과는 달리 눈은 계속해서 화려한 마법을 좇았다.
특히 2학년과 3학년이 맞붙는 광경.
기본 3클래스 마법들이 난무하는 광경.
마법사란 저렇게 싸워야 마법사다운 걸까.
제니퍼는 남들이 들으면 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오래 살아온 인물이었지만, 아직도 세상의 흐름을 따라기엔 벅차다고 느꼈다.
‘세상의 흐름에 따라가야만 마법사는 아닐 텐데.’
쿠와아앙-!
그녀의 짧은 상념은 폭음에 묻혀 사라졌다.
마투학이 아니어도 화려하게 싸울 수 있다.
하지만, 어딘가 부족하다.
서로에게 화려한 마법을 날려 대지만, 결정적인 한 방이 부족했다.
제니퍼였다면, 아니 마투사였다면 캐스팅할 시간에 몸으로 부딪쳐 끝내 버렸을 것이다.
실제로 마누스와 니아는 누가 더 정교하게, 누가 더 빠르게, 누가 더 강하게 마법을 펼치느냐를 두고 겨루는 중이었다.
“와, 진짜 살벌하네.”
“위대한 가문은 위대한 가문인가 보다.”
“…….”
케일을 비롯한 모두가 그들의 시험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동시에 자각했다.
아직 그들은, 세상에 나가기엔 너무도 여리고 나약한 존재라는 걸.
특히 루페라는 이를 악물고 그 경기를 지켜봤다.
속도, 위력, 지식.
어느 것 하나 자신이 따라갈 수 없는 위력이었다.
‘오히려 잘됐어.’
올라갈 놈은 올라가게 둔다.
자신은 철저하게 밑에서부터 반란을 꾀하면 되는 거다.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내가 노리는 건 몬스터 사냥 시간이니까.’
제아무리 괴물 같은 놈이라도 한계는 있겠지.
루페라는 그녀가 준 시약을 확인했다.
품 안에 고이 잠들어 있는 이건, 확실한 변수가 될 것이다.
평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저놈들을 나락으로 보내 버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앞으로 벌어질 일에 흐흐, 기묘한 웃음을 흘린 루페라.
그리고 그를 지켜보는 여인의 눈동자 역시 부드럽게 휘었다.
#2
‘무식해. 그런데 왜 이렇게 강한 거야?’
‘얘, 도대체 마나가 얼마나 많은 거야?’
‘아니, 뭐 이런 괴물 같은 남자가 다 있어?!’
쉴 새 없이 마법을 펼친 지 약 10분.
슬슬 입에서 단내가 올라왔다.
마법을 유지하는 것도, 다른 마법을 사용하는 것도 힘에 부쳤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2학년 후배는 아직도 쌩쌩해 보였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람.
어째서, 2학년에게 넘을 수 없는 벽이 느껴지는 걸까.
“후우-.”
그가 한숨을 후욱 내쉬었다.
손을 휘젓자, 다시 마법진이 그려졌다.
3클래스, 바람 속성 마법.
니아는 신음을 흘리며 대응했다.
일단은 버틴다.
속성의 상성과 방어 마법을 조합해, 그의 마나가 떨어질 때까지 버틸 심산이었다.
‘정말, 끈질기군.’
반면, 마법진을 완성한 마누스도 혀를 내둘렀다.
자신이야, 희대의 사기적인 능력으로 능력치를 빵빵하게 올려 두었으니 사기캐가 맞다.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고, 4클래스 마법을 퍼붓지 않아도 수십 번의 마법을 펼쳤다.
[하이 레스티오]가 없었다면 진즉에 밀렸을 터다.이젠 마나가 간당간당했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마법이 아니었다.
‘어차피 마투는 배우려고 했었으니-.’
아브렐 니아는 인비데아를 떠오르게 만들 정도로 대단한 마법사였다.
그녀가 이대로 큰다면, 아브렐 가문은 위대한 가문으로 올라서겠지.
그래서 더욱 탐났다.
마법사는 화력의 중심이자, 다재다능한 인재들이었다.
전사, 수호자도 분명 중요했지만 딜링의 중심은 마법사였으니.
딜러가 많으면 앞으로 나오는 강적들도 상대할 수 있겠지.
“후우-.”
육체를 쓰는 방법은 어설프다.
전생에도 운동하고는 담을 쌓고 살았다.
월급을 받으며 하루하루 야근으로 연명하는 이가 운동할 시간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도 희미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 것들이 있다.
아주 어렸을 때 배웠던 태권도라든지, 학창 시절에 보았던 레슬링 선수의 기술을 따라 하며 놀았다든지 하는 것들.
마누스는 기억의 심연에서 끌어낸 움직임을 그대로 이행했다.
‘이걸로 끝이다.’
[이그니라]콰르르르르-!
화염이 뱀처럼 꾸물거리며 쏘아졌다.
그와 동시에 마누스가 땅을 박찼다.
신기한 일이었다.
마나가 절로 움직였다.
‘어떻게 해야 더 빠르게, 더 강하게 움직일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이라도 알려 주듯,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쿠웅-!
“뭐야, 마투-!”
“흐읍-!”
어설프지만 흉내 낸다.
버클리 가문의 패시브, 강화된 신체, 카이사르의 마나 보정까지.
그렇게 해서 제법 그럴듯한 움직임이 완성됐다.
쿠웅-.
진각을 밟고, 그대로 손을 내뻗었다.
어딘가에서 나왔던, 마치 ‘오아-!’라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자세.
손끝에서 터져 나간 마나 덩어리가 폭발했다.
“꺄아아악-!”
콰아앙-!
새된 비명을 지르며 경기장 끝으로 날아간 니아.
서로의 마법이 충돌하자마자 달려드는 신형을 본 그녀는 미처 대응할 수 없었다.
전사, 수호자가 있기에 작금의 마법사는 근접전에서 너무도 약하다.
비어 버린 마나.
단내가 날 정도로 띵한 머리.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압박을 받은 복부.
‘이 이상은 무리야.’
그녀는 두 손을 들어 올렸다.
졌다.
분했지만, 승복할 건 해야겠지.
동시에 천재들의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도 깨달았다.
“졌네. 으윽, 마지막에 마투를 꺼내 들 줄이야. 어디서 배웠어?”
“그냥 해 본 겁니다.”
“-그냥?”
얘는 대체 뭐 하는 애람?
니아는 어처구니가 없어 헛웃음을 흘렸다.
그냥이라고?
지금까지도 놀라운 일의 연속이었는데, 대체 어디까지 놀라게 할 참인가.
그리고…… 어디까지 자신을 비참하게 만들 참인가.
“동아리 가입이라고 했지? 약속은 약속이니까…… 평가가 끝나면 찾아갈게.”
“고생하셨습니다.”
마누스는 꾸벅, 고개를 숙이고 손을 내밀었다.
그 순간-.
와아아아아아-!
경기가 끝났다고 판단된 순간, 정적에 휩싸였던 주변이 거대한 함성으로 가득 찼다.
니아는 멍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모든 이가 자신을, 눈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
아낌없는 환호.
이런 찬사를 받아 본 적이 있었던가.
“져도 환호해 주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죠.”
“……너를 위한 환호가 아닐까?”
“들어 보시죠.”
아득하게만 느껴졌던 환호성.
면밀히 뜯어보니, 확실히 들렸다.
자신을 향해 멋지다고 하는 이들.
최고의 경기였다고 하는 이들.
존경한다고 하는 이들 등등.
수많은 이들이 자신의 이름을 연호했다.
벅차오르는 감정이 가슴을 가득 채웠다.
“하아-. 이 정도면 만족했어. 다음에 한판 더 해. 그때는 나도 만만치 않을 테니까.”
마누스는 옅은 미소를 짓곤 몸을 돌렸다.
그 장면은 모두의 뇌리에 깊게 박혔다.
특히, 한 사람에게 더욱.
“바, 방금 보셨습니까?!”
“그래. 봤다.”
“카이사르에서 마투학을 쓰는 사람이 있던가요?”
제니퍼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이가 있었다면 그녀가 모를 리가 없지.
그녀가 보기엔 한참 부족한 수준이었지만, 마누스가 내지른 일수는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그가 단순히 승리를 위해, 혹은 퍼포먼스를 위해 한 수를 내보였을 리는 없겠지.
3학년 톱이라 불리는 아브렐 가문의 장녀였다.
그녀를 상대로 유의미한, 그것도 마무리를 지을 수 있을 정도로 강맹한 일격이었다.
모두에게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을 터다.
“폭군은 폭군이라 이건가.”
폭군은 힘이 없으면 자리를 지킬 수 없다.
그 잔혹하고 제멋대로인 자가 힘을 잃은 걸 자각한 순간, 숨죽이고 있던 승냥이가 폭군을 물어뜯을 테니까.
아직 10대에 불과한 저 소년은 본능적으로, 혹은 뛰어난 오성으로 자각했을 것이다.
1년, 어쩌면 그 이상.
꼭꼭 숨겨 둔 수를 지금, 가장 최적의 타이밍에 선보였다.
3학년에게는 안 된다며 조롱하며 멸시했던 이들에게 단단히 경고하기 위해서.
“목표가 생겼다.”
“예?”
“저놈은 내가 어떻게 해서든 내 수업을 듣게 만들어야겠어.”
“그, 그 정도예요?”
제니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입가엔 어느새 흐뭇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입가에 호선을 그린 것이 어떤 뜻인지 알고 있었던 정보원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끊이지 않는 환호성 속에 바로 다음 경기가 시작되었다.
마누스는 지치지도 않았는지, 마지막 경기까지 연승으로 마무리 지었다.
[다음은 단체전입니다. 각 조원들과 뭉쳐서 대기해 주세요.] [1분 후에 무작위 추첨이 있을 예정입니다. 연속으로 치러지는 경기이니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시기 바랍니다.]이제 본게임이 시작되었다.
쌕쌕 숨을 몰아쉬며 다가온 두 남녀.
알라노, 기예르모는 당당하게 연승을 거두며 저력을 보여 주었다.
두 사람에게 따라온 대진운도 한몫했지만, 3학년을 상대로 연승을 거두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
마누스는 두 사람을 보고 미소 지었다.
“지치진 않았겠지?”
“당연하지. 우리가 해 왔던 싸움은 이것보다 더 힘들었는데.”
“-날 뭘로 보는 거냐.”
서로 다른 대답이 들려왔지만, 결론은 둘 다 멀쩡한 것 같았다.
후우-.
마누스가 숨을 고르자 마나와 체력이 훅 차올랐다.
시간은 자신의 편이었다.
셋만 지친 것이 아니라, 여기 있는 모두에게 크고 작은 전력 소모가 있었을 터.
교수들의 눈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래.
진짜 실력은 만전의 상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제부터 진짜 평가니까, 빨리 끝내지.”
소모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얼마나 전력을 보존하는가.
어려운 상황에서 기지를 얼마나 발휘하는가.
이 모든 상황을 평가하기 위해 힘을 빼놓았겠지.
[지금부터 조별 평가를 실시합니다.] [각 조의 번호를 잘 확인해서 경기장에 오르시기 바랍니다.]종반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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