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82)
제82화
82화 – 사기꾼의 말에, 구원은 없다
#1
아카데미 역사 교수, 미아는 조용히 경기를 관람했다.
그녀가 루페라에게 지시한 건 간단했다.
그저 준비한 약품을 몬스터 근처에 가져다 두라는 것뿐이었다.
약에 취한 몬스터들이 날뛰기 시작하면, 모든 일은 끝날 테니까.
교사라는 점은 이점이 정말 많았다.
그 멍청한 나그네는 아직도 이곳이 성지인 줄만 알고 있겠지.
하지만, 탑은 그저 기회의 장일 뿐이었다.
루페라가 잘해 준다면, 이제 슬슬 인원을 늘려도 되겠다 싶었다.
‘아카데미를 먼저 장악하면…… 귀족들도 몰아낼 수 있겠지. 후후-.’
시작은 작은 꿈이었다.
사람들은 평민을 업신여긴다.
수많은 역사 속에 평민들이 있었음에도, 귀족들은 언제나 평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냥, 인식을 바꿔 주고 싶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그녀는 갖은 비극을 겪었다.
부모님이 억울하게 끌려갔고, 어딘지 모를 영지에서 방황했다.
평민이라 과거를 숨기는 것은 쉬운 일이었지만, 그만큼 안정적인 삶도 요원했다.
‘반드시, 평민들이 우뚝 서는 세상을 만들 거야.’
가시밭길을 걸은 그녀의 이상은 곧, 욕망이 되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을 했고, 재능을 찾아 아카데미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녀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걸 알았다.
그곳은 기회의 장이며, 거대한 흐름을 만들 수 있는 곳이었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그녀는 수년 동안 준비해 왔다.
꽤 많은 희생자를 낳았지만, 괜찮았다.
그들은 모두, 귀족들이었으니까.
“어디 잘난 귀족들의 힘을 보자고.”
그녀는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는 곳에서 평가를 바라봤다.
손에는 학생들이 열심히 푼 답안지가 들려 있었다.
이곳은 그녀의 교수실.
당연히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는 곳이었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었다.
똑똑-.
“하녀장입니다. 잠시 들어가도 될까요?”
“아 네, 들어오세요.”
그녀는 표정을 가다듬으며 답했다.
하녀장.
얼마 전에 바뀌었다지.
하물며 위대한 가문인 카이사르에서 파견 왔다고 했다.
그녀는 혹여 꼬투리를 잡힐까, 철저하게 주변을 살폈다.
문이 열리고, 그녀는 시험지 뭉치를 들고 오는 하녀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요즘 하녀장은 저런 것까지 하나?
“트레일 교수님이 바쁘셔서, 제가 대신 왔습니다. 실례했습니다.”
“아니에요. 고생이 많으시네요.”
“과찬입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할 뿐이죠.”
서로 웃는 가운데, 서로 별다른 행동은 취하지 않았다.
하녀장은 작은 병 하나를 품에서 꺼냈다.
미아 교수는 그게 무엇이냐는 듯, 눈빛으로 물었다.
빙긋, 작게 웃은 하녀장이 입을 열었다.
“학생이 전해 달라고 했습니다. 이름이…… 아, 모리스 학생이었네요.”
“아-. 감사합니다.”
“그럼, 고생하십시오.”
아덴은 조용히 물러났다.
다시 방문이 닫히고, 미아 교수는 미심쩍은 눈으로 병을 바라봤다.
누군가 자신을 위해 이런 걸 줬다고?
“믿을 수가 있어야지.”
아카데미에서도 똑같았다.
평민이라는 이유만으로 은근히 무시하는 이들도 있었으니.
아니,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가 그렇게 믿고 싶었을 뿐.
그들의 눈초리, 그들의 행동과 질문, 그들의…….
미아 교수는 어느덧 불쾌한 표정으로 변한 채, 병을 한쪽으로 치웠다.
찰랑거리는 음료수.
본래라면 받아 마시지 않았을 성격이었지만, 모리스라는 이름이 걸렸다.
‘그도 평민이었지. 친구끼리 사이좋게 이용해 볼까.’
그런 의미에서, 이 음료수는 잘 마셔 줘야지.
그녀는 찰랑거리는 음료수를 개인 짐이 있는 가방에 넣었다.
다음 계획을 생각하며, 그녀는 루페라의 이름을 불렀다.
“루페라, 루페라, 네가 잘해 줘야 한단다.”
그녀는 콧노래를 부르며 채점을 이어 갔다.
마음 같아선 귀족들의 평가를 엉망으로 만들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진짜 아카데미에서 쫓겨날 수도 있었다.
그러던 와중, 그녀는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답안지를 보았다.
“……무슨.”
[카이사르 마누스]유려한 필체로 쓰인 그의 이름을 보자, 부아가 치밀어 오르는 걸 느꼈다.
폭군?
그래,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언젠가 반드시 끌어내려야 할 이름이기도 했고.
하지만, 그녀의 본능적인 증오와는 달리 이성은 그를 칭찬하고 있었다.
요점만 짚어, 깔끔하게 정리한 서술형.
단 한 개의 문제도 틀리지 않은 객관식.
한데, 마지막 문제는 아예 작성하지 않았다.
“그럼 그렇지. 아직 2학년 수준으로는 무리겠지. 후후.”
마지막 문제는 답안지가 없었다.
최종 보고를 위한 회의를 할 때, 아주 좋은 얘깃거리가 생기지 않았는가.
그녀는 키득키득 웃으며 기꺼운 상상을 펼쳐 놓았다.
이미 비틀어져 버린 자신의 심성도, 마누스란 아이가 어떤 기적을 행했는지도-.
그 모든 것들을 자각하지 못한 채로.
#2
루페라는 기억했다.
그녀가 준 달콤한 꿈을.
그녀가 준 가능성이라는 동아줄을.
저 위에 있는 이들을 끌어내릴 수 있는, 비밀 계단을 보여 주었다.
그녀는 역사를 가르쳤으며 지식은 매우 뛰어났다.
또한, 루페라만 아는 비밀이 있었다.
사실 그녀는 연금술에도 꽤 조예가 깊다는 것.
‘그 결과가 바로 이거지.’
뽕-.
뚜껑 열리는 소리가 아주 경쾌했다.
그는 조용히 괴물들이 있는 곳으로 접근했다.
철창에 갇혀, 죽을 순간만 기다리고 있는 불쌍한 놈들.
루페라는 교수의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철창을 지키고 있는 경비는 있었으나, 우리 주변으로 가지 않아도 충분히 이행할 수 있는 임무였다.
경비병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그는 시약을 바닥에 뿌렸다.
‘이걸로 됐다.’
간단한 임무였다.
하지만, 그 여파는 절대 작지 않겠지.
미아 교수가 준 시약은 몬스터 안에 흐르는 흉포함을 일깨우는 시약이었다.
달콤한 냄새가 퍼졌다.
가장 먼저 냄새를 맡은 녀석들이 효과를 강하게 보일 것이다.
그리고, 앞에 있는 녀석들은 ‘귀족’들이 상대할 몬스터였다.
‘녀석들이 나가떨어지는 모습을 구경하게 될 거야. 그리고…… 나는 그 틈을 타서 차근차근 올라가는 거지.’
회복 마법은 만능이 아니었다.
부상을 입은 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건, 외상의 치유가 아닌 트라우마였으니까.
회복 마법으로 말끔히 부상을 치유했지만, 거대한 트라우마가 남아 재능이 꺾이는 이들도 있었다.
루페라가 노리는 것도 바로 이것이었다.
미아 교수는 트레일 교수와 면담을 가졌다고 말했다.
거기서 무슨 수를 써 두었겠지.
[내가 알아서 해 두었으니, 걱정하지 말렴.> [트레일 교수를 구워삶는 거야, 일도 아니지.> [오히려 깔끔하게 정리했다고 좋아했단다. 멍청하긴-.>둘만의 공간 안에서 들었던 말들.
루페라가 거침없이 행동할 수 있게 만든 밀언이었다.
임무를 완수하고 조용히 자리를 뜬 그곳에, 그림자가 솟아났다.
“음-.”
남자, 루페라의 행동을 모두 지켜봤던 움브라는 마나를 움직였다.
킁킁, 냄새를 맡아 보기도 하고 바닥에 흩뿌려진 시약을 일부 채취하기도 했다.
이미 바닥에 스며들어 샘플을 구하기 힘들었지만, 움브라들은 실력이 뛰어난 이들.
고작 이 정도 기예로 이루지 못한다면, 카이사르를 수호하는 그림자로서 체면이 서질 않지.
마나가 바닥을 훑었고, 그림자는 능숙하게 샘플을 채취했다.
‘처음 보는 시약이로군. 하지만…… 뭔가 불길하긴 해. 일단 보고부터 할까.’
움브라는 다양한 지식을 갖췄지만, 독자적인 발명품까지 단번에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모든 것은 샘플을 얻어, 다양한 방면으로 연구를 통해 알아내는 법.
그는 으레 그랬던 것처럼 다시 사라졌다.
아무도 그가 왔다 갔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사이, 철창 안에 있는 몬스터들의 숨소리가 더욱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3
[보고드립니다.]“말하라.”
[정체를 알 수 없는 시약을 뿌린 이후 다시 광장으로 복귀했습니다.]“시약의 색은?”
[붉은색이었습니다.]“알았다.”
마누스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정보를 조합해, 루페라가 사용한 시약이 무엇인지 추측했다.
미아.
스스로 성을 붙여, 탑의 귀족이 되고자 했던 망상가.
그녀는 스스로 ‘아나벨’이라 부르며 귀족을 처벌하려는 인형이 되고자 했다.
미아 교수가 내뱉은 말.
하나같이 역겨웠던, 그리고 멘탈을 흔들어 놓았던 발언들.
‘분명 붉고 푸른, 그리고 하얀색의 시약을 사용했었지.’
푸른 시약은 데몬을 불러들이는 효과를 지녔다.
하얀 시약은 데몬의 자아를 조종했지.
마지막으로 붉은 시약은, 그들의 능력치를 대폭 상승시키는 시약이었다.
그녀가 언제부터 해당 시약을 개발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 시약 중 하나겠지.
그렇다면-.
‘빨리 움직여야겠군.’
미리 대응했다면 좋았겠지.
명분도 없이 행동했다간 도리어 당하는 건 이쪽일 것이다.
상대방은 그래도 아카데미 교수 신분이니.
이제 증거를 잡았으니 움직일 수 있었다.
그가 향한 곳은 이사장이 대기하고 있는 곳이었다.
아직 평가까지 시간이 조금 남았다.
빠르게 다녀와야지.
“이사장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군.”
생각을 정리하며 걸음을 옮기고 있자니, 어느새 뒤에 따라붙은 기척이 느껴졌다.
마누스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반응은 어떻지?”
“별 반응 없었습니다. 그래도 촉매는 놓고 왔으니, 그녀의 성격상 그걸 버리진 않을 겁니다.”
“잘했다.”
“후후, 과찬입니다. 이런 건 재밌네요.”
아덴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울렸다.
과거에 비해 너무도 쉬운 난도의 임무들.
마누스는 약속을 철저히 지켜 나갔다.
미아 교수가 의심된다면, 그녀를 죽이라고 명령하면 될 터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명분도 명분이었지만, 아덴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이기도 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가서 케일에게 조심하라고 전해라.”
“-알겠습니다.”
그림자가 멀어졌다.
똑똑-.
언제 봐도 고풍스러운 문이 낭랑한 소리를 내며 울렸다.
닉스 이사장은 들어오라는 소리를 하였고, 마누스는 움브라에게 받은 샘플을 챙겨 안쪽으로 들어갔다.
“무슨 일인가요?”
“탑에서 돌아온 루페라가 이런 시약을 가지고 있더군요.”
“어디 봅시다.”
닉스는 샘플을 받더니 외눈 안경을 꼈다.
아티팩트인 듯, 은은한 마나가 깃들어 있었다.
잠시 시약을 살펴본 그가 안색을 딱딱하게 굳혔다.
그도 발견했을 거다.
이사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던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겁니까.”
“루페라는 탑에서 모종의 계약을 한 것 같습니다. 이 안에, 우리가 모르는 세력이 암약하고 있다는 뜻이겠죠.”
“아카데미 안에서…… 그럴 수 있겠군요. 알겠습니다. 하지만 평가는 계속 진행되어야 합니다. 마누스. 당신을 믿고 있겠습니다.”
마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루페라를 심문해 주십시오. 저는 오늘, 탑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닉스 이사장은 적절한 답을 내놓았다.
움직여야 할 때다.
일단, 적의 계획을 멋지게 부수는 것부터 해야겠지.
이 게임에서 끝까지 가는 악역은 없다.
그저 할 일을 다 하고 사라지는 것이 그들의 역할일 뿐.
지금껏 이야기를 이끌어 왔으니, 이만 퇴장할 시기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