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83)
제83화
83화 – 눈부신 성장과 헛된 꿈
#1
몬스터.
인류의 오랜 적들로, 군집을 이룬 이종족을 얘기했다.
지성이 있는 이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종족도 있었다.
이들에게 인류애니, 도덕성이니 하는 잣대는 하등 필요 없었다.
가축보다 더한 존재가 바로 몬스터니까.
야생동물 수준이 아닌, 그야말로 적대감을 지닌 ‘적’으로 묘사되었다.
그런 몬스터가 흉포한 숨소리를 내며 철창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오늘따라 왜 이래?”
“그러게. 이놈들도 지들 죽을 자리를 알아보는 건가?”
몬스터는 마법으로 속박되어 움직일 예정이었다.
평가 준비가 한창인 지금, 철창에 갇힌 몬스터가 경기장에 배치되기 시작했다.
철창을 열어 보기 전까진 그 누구도 정체를 모르는 몬스터.
그들의 고함이 울려 퍼질 때마다 심약한 이들이 움찔움찔 떨었다.
이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전투였다.
물론 여차하면 안전 요원과 교수들이 나서긴 하겠지만-.
“케일 님.”
“-아. 하녀장님.”
“마누스 공자님의 전언이 있었습니다.”
케일은 고개를 끄덕이고 아덴의 말을 듣기 위해 눈망울을 끔뻑였다.
아덴은 부쩍 늘어난 그녀의 마나를 느끼며, 천천히 마누스의 말을 전했다.
“몬스터가 흉포해진 것 같습니다. 평소보다 주의하셔서 싸우셔야 할 겁니다.”
“알았어요.”
“친우분들에겐 제가 말씀드려 놓겠습니다.”
케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림자를 타고 사라진 아덴을 보며, 케일은 살풋 인상을 찌푸렸다.
마누스가 이렇게까지 경고할 정도라니.
망자의 밤 이후 처음이었다.
방심하지 말아야지.
[크아아아아-!]한쪽에서 소름 끼치는 괴성이 들렸다.
케일은 왠지 모를 오싹함을 느꼈다.
데몬들보다 강한 몬스터도 분명 존재했다.
드레이크 같은 몬스터라면, 어지간한 데몬은 물론이고 파수꾼마저 밟아 버릴 수 있으리라.
설마 그런 몬스터까지 가지고 오진 않았겠지.
그녀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무대에 오르기 위해 준비했다.
이것만 마무리하면, 한 달간의 여정이 끝난다.
‘잘할 수 있을 거야.’
팀원들을 돌아보자, 그들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케일의 팀원은 멜라니와 아나이스.
피어슨과 에머슨은 전사 친구와 함께 조를 편성했다.
[지금부터 사냥 평가를 시작하겠습니다. 각 조원은 안내받은 위치로 서 주세요.]학생들은 저마다의 구역으로 섰다.
1학년부터 시작되는 평가.
덜컹거리는 몬스터의 몸부림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후우-.”
[1학년은 레서 오거를 상대합니다. 무운을 빕니다.]레서 오거.
2학년이 단독으로 상대할 정도의 몬스터지만, 경험이 적은 1학년에겐 버거운 몬스터.
첫 번째 순서는 대체로 ‘귀족’들이 많았다.
덜컹거리는 철창이 무대로 올라왔다.
“내가 녀석의 발을 붙잡을게.”
“하던 대로, 알지?”
멜라니와 아나이스가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철컹-.
문이 열렸다.
모두의 눈빛이 달라졌다.
멜라니의 두 눈에서 황금색 광채가 뿜어졌다.
차르르르륵-!
정령의 힘으로 갑옷을 입는 모습은, 언제 봐도 신비하고 경이로웠다.
[크어어어어어어어-!]철창의 문이 열리고 유일한 탈출구를 향해 거친 포효를 내지르며 나온 레서 오거.
인간과는 비교조차 불가능할 육체 능력으로 인간의 영토를 위협하는 몬스터가 멜라니를 향해 돌진했다.
쿵쿵거리며 다가오는 모습이, 꼭 이전에 만났던 거대한 파수꾼을 연상케 했다.
똑같은 패턴에, 똑같은 주먹질.
멜라니는 보통의 마법사처럼 정면에서의 대결을 지양하지 않았다.
정령들이 속삭였다.
-가서, 부숴.
“흐으읍-!”
호흡을 들이마셔, 마나를 끌어 올렸다.
그녀가 내지른 주먹 위에 마나로 만들어진 무형의 기운이 보였다.
콰앙-!
격돌에도, 그녀는 밀리지 않았다.
‘나도 성장했다고-.’
“지금이야!”
[넥토]콰드드득-!
마나로 이뤄진 쇠사슬이 레서 오거의 팔다리를 묶었다.
아주 훌륭한 속박 마법이었다.
마무리는 아나이스였다.
마치 처음부터 두 사람의 행동을 알고 있었다는 듯, 최고로 강한 마법을 완성했다.
[이그니라] [알투스]태양이 피어나듯, 거대한 화염구가 그녀의 머리 위에 넘실거렸다.
붉게 물은 눈동자가 레서 오거를 또렷이 응시했다.
그녀가 몬스터에게 죽음을 선고했다.
“죽어-!”
콰르르륵-!
거대한 화염구는 빛살이 되어 오거를 불태웠다.
보통의 레서 오거라면 불구가 되었거나, 죽었을 화력이었다.
모든 교수들이 그들의 깔끔한 합을 보고 감탄할 정도였다.
역시 A반.
누군가는 환호성을 지르며 그들의 활약을 추켜세웠다.
“아직이야.”
그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건 케일이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마나의 영향을 받아 영롱하게 빛났다.
일렁이는 불꽃 속에, 투둑-! 하는 소리가 들렸다.
[크아아아아아아-!]“속박 풀렸어!”
“이번엔 내가 걸게.”
아나이스가 속박 마법을 준비했다.
레서 오거는 피부가 늘어진 상태로 멜라니를 훌쩍 뛰어넘었다.
하지만, 멜라니는 이런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항상 예상치 못한 것들까지 생각해 보거라.>상인으로서의 가르침이었지만, 전투라고 해서 다를까.
거센 바람이 불었다.
초록빛으로 바뀐 멜라니의 신형이 잔상을 남기며 움직였다.
[인챈트 : 실피드]“어딜-!”
오거의 속도를 뛰어넘어, 힘찬 귀싸대기를 날려 버린 멜라니.
바람의 힘으로 가속한 그녀는 돌풍처럼 날아가, 오거의 뒤통수를 발로 날려 버렸다.
-제트킥이었다.
듣기만 해도 등짝이 매우 아플 것 같은 소리가 경쾌하게 울렸다.
[우어어억-!]비참한 소리와 함께 철푸덕 쓰러지는 오거.
그 틈을 놓치지 않은 아나이스가 다시 속박 마법을 걸었다.
바닥에 대자로 뻗어 사지를 속박당한 오거.
들썩이는 것이, 보통 힘이 아니라는 걸 감지한 아나이스가 케일에게 말했다.
“워, 원래 레서 오거가 이렇게 강해?!”
“선배가 조심하라고 한 이유가 있을 거야, 집중해, 아나이스.”
멜라니가 오거의 등짝을 한 번 더 후려친 후에야 겨우 몸부림을 제압할 수 있었다.
케일은 큰 거 한 방을 준비하기로 했다.
본래 마누스가 보는 앞에서 선보이려고 했지만-.
“바람이여 오라-.”
쿠르르르륵-!
압도적인 마나가 뿜어졌다.
그 모습을 본 교수들이 깜짝 놀라, 벌떡 일어섰다.
그들뿐만이 아닌, 각 기관의 관계자도 놀랐다.
“아니, 지금 1학년 아닙니까?”
“1학년이 저런 마법을 쓴다고?!”
“어느 가문이야? 누구야?”
콰르르륵-!
거센 바람이 몰아쳤다.
이전, 마누스가 트레일 교수와의 대련에서 선보였던 그 마법이었다.
강화되었어도 레서 오거였고, 감히 이 마법을 버틸 순 없으리라.
[템페스토]4클래스.
완숙한 경지의 마법사가 선보일 수 있는 마법이 1학년의 손에서 펼쳐졌다.
콰르르르륵-!
대기를 찢어발기며 나아가는 바람의 창.
소용돌이 모양으로 공기를 가르는 바람 마법은 널브러져 있던 오거를 정수리부터 분쇄해 버리기 시작했다.
핏물이 사방으로 튀었고, 내장과 뼈가, 근육과 지방이 통째로 갈려 나갔다.
그로테스크한 광경이었지만, 징그럽다고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오, 오오-.”
“우오오오오오-!”
“와아아아아아아아-!”
안전을 위한 방벽이 시뻘겋게 물들었다.
후욱-.
숨을 몰아쉬며 마나를 정돈하는 케일.
아나이스와 멜라니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손뼉을 마주쳤다.
“잘했어!”
“언제 4클래스까지 익힌 거야?”
“헤헤-.”
케일은 무대를 내려가며 배시시 웃었다.
그러다 문득 누군가와 눈을 마주쳤다.
그곳엔 팔짱을 낀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푸른 눈동자가 있었다.
슬쩍 웃음을 짓는 그의 미소가, 그녀의 웃음을 더욱 짙어지게 했다.
하지만 그 행복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우어어어어-!]“저, 저거 위험한 거 아니야?”
멜라니가 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레서 오거가 미쳐 날뛰기 시작한 경기장들.
실력이 뛰어난 이들은 그럭저럭 잘 대처해 나갔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은 점점 수세에 몰렸다.
“그러게. 교수들이 슬슬 개입할 것 같은데.”
“우, 우리 때문에 위험해지는 상황은 없겠지?”
모두의 이목이 케일 조에 쏠려 있었다.
그사이 무슨 일이라도 발생한다면?
비극은 언제나 방심했을 때 찾아오는 법이고,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었다.
문제가 속속 터지기 시작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모두가 주인공이 아니었고, 모두가 실력자가 아니었으니까.
“으아아아아-!”
동시다발적으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교수가 일어나, 본격적인 개입을 하며 큰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들은 레서 오거 따위, 한 손으로도 상대가 가능한 실력자였다.
여기저기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레서 오거는 미친 듯이 날뛰며 아직 영글지 않은 학생들을 무자비하게 공격했다.
“몬스터 상태가 이상한데?”
“그러게. 왜 저렇게 날뛰는 거야? 침까지 질질 흘리고?”
“그래도 교수님들이 보통 분은 아니잖아.”
뱀반뿐만 아니라 독수리, 사슴반을 담당하는 교수들도 있었다.
어느 나라의 소드 마스터 출신도 있었고, 가디언 마스터라는 칭호를 가진 수호자도 존재했다.
그들이 있는 이상, 학생의 안전은 절대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부상을 입은 자들은 있었으나 죽은 이는 없었다.
피를 질질 흘린 이들은 의료반이 붙어 회복 마법으로 상처를 치유했다.
하지만, 이미 그들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작은 공포심이 싹텄다.
‘예상대로야. 흐흐.’
루페라는 대기하며 그 광경을 느긋이 지켜봤다.
다행히 사태는 잘 수습되었고, 그다음부터는 레서 오거의 흉포함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중간에 낀 귀족들이 좋은 점수를 받은 건 아쉽지만, 그 정도쯤이야.
“잘하고 있네. 흐흐.”
뒤쪽 순서는 대부분 평민이었고, 그들 중 대다수가 레벨리-말리토에 가입되어 있었다.
평소에도 교류가 잦았던 만큼, 그들은 마누스가 말한 ‘소꿉장난’식의 훈련을 지속한 상황.
레서 오거 정도는 그런 훈련으로도 충분히 격파할 수 있었다.
[1학년 평가가 끝났습니다.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다음은 2학년 평가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학생들은 준비해 주세요.]루페라는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 자신의 실력을 보여 줄 차례였다.
덜컹거리는 거대한 철창.
미리 연습했던 대로 하기만 한다면, 좋은 성적을 보여 줄 수 있으리라.
‘어차피 괴물들은 다 위로 올라갔으니까.’
적어도 2학년에선 자신이 최고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는 결의를 다지고 무대 위로 올라섰다.
2학년이 상대할 몬스터는 이미 알고 있었다.
“다들 연습한 대로만 해. 알겠지?”
“그래.”
“아, 알겠어.”
팀원들이 못 미더웠지만, 괜찮았다.
주입식 교육이란 아주 훌륭했고, 거기에 폭력을 동반하니 그럭저럭 쓸 만한 팀이 완성되었다.
미친 몬스터들이 날뛰는 모습이 보였다.
[아, 네 몬스터도 아마 조금은 날뛸 거란다.> [이럴 때일수록 실력을 발휘해야 하거든. 알겠지?> [네가 얼마나 가능성 있는 마법사인지, 어떤 위기가 와도 헤쳐 나갈 수 있다는 걸 보여 줘.>자신도 붉게 물든 눈동자를 지닌 몬스터를 사냥해야 한다.
하지만 자신 있었다.
그가 씨익 웃고 경기를 준비했다.
1학년에 다소 기묘한 아이가 있었지만, 걔는 자신과 상관없고-.
이제 2학년의 주역이 될 일만 남았다.
자신도 언젠간, 저 괴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모습을 상상하며 전투를 준비했다.
그것이 얼마나 헛된 꿈인지도 모른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