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84)
제84화
84화 – 날뛰는 놈들에겐 매가 약이다
#1
2학년 평가에서 실력이 드러난 건, 단연 루페라와 그의 팀원들이었다.
2학년이 상대한 몬스터는 거미형 몬스터인 ‘아라크네’.
모두가 알고 있는 몬스터였으며, 모두가 알고 있는 공격 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시약의 효과로 광폭화된 아라크네는 거미줄을 뿜고 거대한 다리를 휘두르며 2학년 학생들을 유린했다.
귀족 가문의 자제들이 속수무책으로 떨어져 나가는 사이, 루페라의 팀은 멋지게 난관을 극복했다.
“잘한다!”
“멋있다-!”
그 멋진 광경에 많은 이들이 호들갑을 떨었다.
잘한 이들에게 찬사를 내보이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으니.
이 어찌 뿌듯하지 아니한가.
루페라는 벅차오르는 행복함과 가슴 깊이 몰아치는 충족감을 만끽하며 무대에서 내려왔다.
평가는 만족스러웠다.
미리 받아 본 시험 문제에, 미리 알고 있는 몬스터의 패턴.
괄목상대한 마법 실력까지.
“설마 2학년에서 또 4클래스 마법을 쓸 수 있는 자가 나올 줄은 몰랐군요.”
“그러게요. 이번 2학년들은 상당히 재능이 넘칩니다.”
“평민이라고 했던가요? 이대로 쭉 큰다면 성을 가지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루페라를 평가하는 이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평민이 ‘성(First name)’을 가진다는 건, 곧 귀중한 핏줄로 인정받는다는 뜻.
다시 말해 귀족이 된다는 뜻이었다.
남들이 보기에 루페라는 그만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선보인 4클래스 마법.
화염 속성의 [이그니스]는 새로운 신성이 나왔음을 증명했다.
“루페라.”
“-예?”
“잠시 가 줘야겠다.”
“갑자기, 무슨 일입니까?”
행복함은 잠시.
헛된 꿈을 꾸는 외톨이는 곧, 현실에 부딪혔다.
어리둥절할 새도 없이, 루페라는 아카데미를 수호하는 이들에게 조용히 붙들려 사라졌다.
일개 학생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압박감이 그를 짓눌렀기에, 서늘한 가슴을 움켜쥐며 걸음을 옮기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같은 시각, 미아 교수의 연구실로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없습니다.”
“이미 자취를 감췄습니다.”
모든 것을 내다보고 있던 미아 교수가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이들과 함께 이동했던 닉스 이사장은 확신했다.
찔리는 것이 없다면 굳이 자리를 비울 필요도 없겠지.
마지막으로 확인할 것이 있었다.
마누스가 이사장실을 떠나기 전 했던 말.
[촉매를 심어 두었으니, 어쩌면 본거지를 밝혀낼 수도 있을 겁니다.>“음료수병이 있는지 확인하세요.”
“-없습니다.”
책상엔 시험지만 덩그러니 남아 있을 뿐, 그녀가 가지고 있던 중요한 물품들은 모두 없어진 상태였다.
음료수 역시 마찬가지.
왜 그녀가 그걸 가져갔는지 알 수 없었다.
마누스의 말대로 되어 가고 있는 것에, 닉스 이사장은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모든 것이 그의 말대로, 그의 추측대로 되어 가고 있는 상황.
어딘가 모르게 위화감이 감도는 건 기분 탓일까.
‘아니면, 그저 운이 좋았던 건가? 알 수가 있어야지-.’
마누스가 모든 것을 쥐고 흔들고 있다는 건, 어불성설일 터다.
그러나 닉스 이사장의 마음속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던 의구심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아니, 아직은 믿고 나가야 한다.
마누스는 아카데미를 위해, 후배들을 위해 노력하는 학생이었다.
더불어 위대한 가문에 속해 있는 초신성이기도 했다.
그를 의심한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지.
“이곳에 있는 모든 걸 조사하도록 하세요. 평가는 예정대로 진행됩니다.”
“알겠습니다. 이사장님.”
닉스 이사장은 누군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그가 이사장 앞에서 명령을 이행했다는 걸 보고했다.
아카데미의 아주 깊은 곳.
일반 학생들은 절대 가지 못하는 곳으로 향할 차례였다.
아주 오랜 기간 사용하지 않았던 금지이자, 아카데미의 진정한 어두운 장소.
닉스 이사장은 고개를 끄덕이곤, 걸음을 옮겼다.
“평가가 끝나는 대로 각 학년의 학생회장, 그리고 모든 교수와 카이사르 마누스를 데려오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착잡한 심정을 숨기기 힘들었다.
미아 교수는 아카데미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던 교수였고, 수도 없이 많은 제자를 배출한 사람이었다.
대륙의 역사를 그녀만큼 잘 알고 있는 사람도 없었는데…….
평화에 찌들어, 나태한 삶을 살아간 대가는 제법 쓰게 다가왔다.
치열하게 살아왔던 순간들이 종잇조각처럼 흩어지는 기분을 맛보며, 이사장은 앞으로의 일을 고민했다.
당장 미아 교수의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부터가 고민이었다.
“후-. 역시 용서할 수 없겠어.”
틈새에서 벌어진 일은 양지에 있는 이들이 알지 못한다.
그녀가 마누스가 말했던 ‘악당’이라면, 분명 틈새, 탑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 괴리감을 어떻게든 지워, 현실의 사람들에게 그럴듯한 소설을 제공해야 했다.
사실 그 어떤 처리보다 이것이 가장 까다롭지 않은가.
“-무슨! -놔요!”
저 멀리, 범죄자의 소리가 들렸다.
재갈은 물리지 않았는지, 공포감에 젖은 목소리가 똑똑히 들렸다.
전쟁도 전투도 없는 곳에서, 평범하게 태어나고 자라 온 이에겐 감당키 어려운 곳이겠지.
밖에선 함성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제는 어둠을 직시해야 할 때인가.’
이사장의 얼굴에 드리운 음영이 조금씩 짙어졌다.
#2
3학년이 상대할 몬스터를 보고, 마누스는 헛웃음을 지었다.
상식적으로 17살 애들한테 이런 공포감을 이겨 내라는 게 말이 되는 세상인가?
하긴, 대한민국은 17살 친구들에게 10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공부만 시키기도 하지.
문화와 세상의 차이일 뿐, 청춘을 불살라 무언가를 이룩하려는 건 똑같았다.
여기서는 이런 것이 치열하게 치르는 모의고사나 다름없지 뭐.
[크르르-.]네발로 굳건하게 대지를 딛고 서 있는 거대한 생명체.
뻣뻣하게 난 털은 가시와 같고, 촘촘하게 뭉쳐 있어 갑옷과도 같았다.
번뜩이는 두 눈은 나약한 이의 감정을 잡아먹을 것 같은 무시무시함을 담았다.
회색 늑대.
북쪽에서는 황야의 사신이라 불리는 몬스터 ‘트리온 울프’.
높이 3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생명체가 철창 너머로 마누스를 응시하고 있었다.
“기예르모. 네 역할이 중요하다.”
“-그래.”
“버프 마법을 둘러 주마.”
[지금부터 평가를 시작하겠습니다.]철컹-.
철창이 열리고 터벅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마누스는 손을 휘저어, 기예르모에게 각종 마법을 쏟아 냈다.
저건 미친 늑대였다.
레벨링은 20대 후반 정도로 되어 있었지만, 시약의 효과로 공격력, 방어력, 스피드가 증폭되었겠지.
게다가 저놈은 지능마저 뛰어난 몬스터였다.
[호잉!]품속에 있던 알비온에게 의지를 보냈다.
이제 제법 커진 솜뭉치가 마나를 쥐어짜내, 버프 마법을 시전했다.
[라비오]“알라노, 구속 마법을.”
“알았어.”
마법 딜링의 핵심은 구속 후 화력을 퍼붓는 것.
마누스는 평가를 길게 끌 생각이 없었다.
그는 기예르모의 잠재력을 끌어내 보기로 했다.
[옵스] [포텐티아]3클래스, 체력과 방어력을 비약적으로 늘려 주는 마법 : 옵스.
3클래스, 근력과 물리계 스킬의 대미지를 대폭 늘려 주는 마법 : 포텐티아.
마누스는 아주 능숙하게 더블 캐스팅을 펼쳐 기예르모 안에 있는 잠재력을 끌어냈다.
[포텐티아].어딘가 익숙하다면, 생각하고 있는 것이 맞을 터다.
흔히 잠재력을 포텐셜이라고 하지.
이 마법은, 히든 피스가 적용되어 있는 마법이었다.
“가라, 탱커.”
“하압-!”
황소 같은 돌진이 늑대를 향해 쇄도했다.
동시에 알라노의 속박 마법이 늑대의 발을 묶었다.
거친 포효와 함께 속박 마법이 풀렸다.
쿠우우웅-!
기예르모는 압도적인 질량에 숨이 턱 막히는 걸 느끼며 방패를 든 손에 힘을 주었다.
‘밀릴 순 없지.’
내가 뚫리면, 뒤에 있는 동료가 죽는다.
동료가 죽으면 중요한 전투, 혹은 전쟁에서 패배할 수 있다.
그렇기에 그 어떤 공격에서도 겁을 집어먹지 않는다.
그 어떤 공격도 막아 낼 수 있다고 자신한다.
설령 자신의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기기긱-.
마나를 담은 육체가 비명을 질렀다.
[크라아악!]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은 것이 불만이었는지, 늑대의 육중한 앞발이 방패를 마구 후려쳤다.
텅텅 울리는 충격에 내부가 진탕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수호자는 고작 이 정도로 무너지지 않는다.
“아직 멀었어?!”
쿠웅-!
두 발을 힘차게 박아 넣고, 굳건한 성벽처럼 지켰다.
기예르모의 마나가 응집하여 그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투타멘]방패에서 환한 빛이 일었다.
빛은 곧 장막이 되어, 외부의 공격을 확실하게 차단했다.
다시 한번 알라노의 속박 마법이 늑대를 묶었다.
마누스는 더욱 확실하게 적을 몰아넣기 위해 공통 마법을 준비했다.
마법진이 생성되었고, 그가 원작 주인공 캐릭터로 즐겨 사용하던 마법이 뿜어져 나왔다.
‘혼란 마법은 몬스터를 상대할 때 아주 유용하거든.’
[투르바]2클래스 공통 마법이 늑대의 안면에 직격했다.
직후, 늑대는 발작하듯 낑낑거리기 시작했다.
이래서 상태 이상이 무서운 거다.
‘역시, 시약으로 강화된 이들에겐 상태이상 공격이 잘 통하는군.’
원작과 완전히 동일한 설정.
나중에 [망각의 구름]이 완성되면, 이런 놈들은 때로 덤벼도 문제 없겠지.
아니, 대규모 전쟁에서도 마찬가지겠지.
일부러 마나도 적게 들였고, 출력도 아주 낮췄다.
“알라노.”
“알았어.”
콰드득-!
늑대를 완전히 결박하는 데 성공했다.
마누스는 양팔을 활짝 펼쳤다.
마음 같아서는 카덴차를 쓰고 싶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대신, 모두가 경악할 만한 마법을 보여 주기로 했다.
화려한, 그리고 거대한 마법진 두 개가 동시에 형성되었다.
모두의 표정이 우스꽝스럽게 변해 가고 있었다.
[템페스토] [이그니스]위대한 가문은 언제나 업적을 남기곤 했다.
카이사르의 두 남매가 그랬으며, 해리슨이 그러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이 나이에 누가 이런 위대한 업적을 이룩했는가.
위대한 경지에 발을 닿은 건, 과연 어떤 마법사였을까.
귀를 찢을 듯한 폭풍.
모든 것을 태울 것 같은 화염.
“미친놈들에겐 매가 약이지.”
단 하나의 아티팩트도 없이, 본신의 마나와 본신의 실력으로 구축한 더블 캐스팅.
1학년에서 나온 4클래스 퍼포먼스를 압도적으로 날려 버릴 극강의 화려함.
마누스가 손을 뻗자, 열풍이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글라치아스 – 파리에]알라노가 다급하게 얼음의 벽을 형성했다.
증기가 피어나고 마법의 여파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늑대는 가죽 한 장 남기지 못하고 절명했으며 5클래스까지 막아 낼 수 있다던 방벽이 흐물흐물해졌다.
‘아직 이 정도로는 5클래스에 못 미치는 건가.’
정령의 속삭임을 비롯해 무수히 많은 스킬의 축복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5클래스의 벽은 아직도 높은 모양.
마누스는 아무도 움직이지 않고, 아무도 말하지 않는 공간에서 홀로 몸을 돌렸다.
“고생했다.”
그의 한마디가, 정적을 깨부쉈다.
오